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21)
형제의 축구-21화(21/251)
형제의 축구 21화
아침이 밝아 오자 형제는 새벽같이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겼다.
“다녀올게요, 할머니!”
“다녀올게, 건강하게 잘 있어! 전화 자주 할게!”
형제의 말에 할머니가 부랴부랴 상을 들이밀며 말했다.
“아침은 먹고 가야지, 얼른 도로 앉어.”
“아아, 힘들게 뭘 또…….”
한상 가득 진수성찬은 아니지만, 할머니의 손맛이 그대로 들어간 아침밥이었다.
계란말이에 된장찌개, 각종 반찬.
형제들이 좋아하는 음식들이 한가득이었다.
식탐 많은 형제는 멨던 가방을 내려놓고 결국 아침을 챙겨 먹은 뒤에야 집을 나올 수 있었다.
해가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서 날이 밝아 오는 가운데 익숙하게 부천 유나이티드의 숙소인 부천 문화 재단을 찾아왔다.
1년이 넘도록 지내 왔던 곳이니 이제는 익숙하게 선수 팀의 숙소가 있는 건물을 찾아 들어간다.
“야, 어디 가냐, 정우야.”
그 가운데 윤석이 입을 열자 정우가 형을 보고서 자신이 가던 길을 보고 아차 하며 내려왔다.
“헤헤, 하두 익숙해서 하마터면 유소년 숙소로 갈 뻔했네.”
“정신 챙겨라, 벌써 그러면 어쩌냐.”
“그러게, 알았어, 형.”
점잖게 동생을 타이르고 있었지만, 가방끈을 손이 새하얗게 질리도록 쥐고 있는 윤석의 모습은 긴장 그 자체였다.
유스 팀 아이들에게 있어서 성인 팀은 동경의 대상이다.
어른스러운 그 모습에, 어딘지 모를 그 오라까지.
게다가 항상 모든 시설을 우선 사용할 수 있는 성인 팀은 반드시 올라가야 할 곳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동경할 수밖에 없었다.
더듬더듬 호실을 찾아서 형제에게 내정된 방을 찾았다.
끼이익.
철문을 열어 조심스럽게 안을 확인하니 아직 온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휑하니 놓여 있는 1층 침대 네 개를 보자마자 정우가 감탄을 터뜨렸다.
“이야, 프로는 침대도 1층 침대구나, 캐비닛도 혼자서 쓰고. 달라도 한참 다르네. 우왓, TV도 있어, 세상에…….”
유소년 숙소와 차원이 달랐다.
이만한 숙소에서 여덟 명씩 지내던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시스템 에어컨이 있어도 숙소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늘 덥게 마련이었는데 이곳에서는 쾌적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는 어떻게 하지…… 보니까 네 곳 다 빈 곳인 거 같은데…….”
“신인 선수들이 한방을 쓰게 해 줬나 봐. 그래도 우리보단 형일 거야.”
“다른 형들도 있잖아? 그 형들이랑 같이 쓰지 않을까?”
“글쎄다…….”
신인 선수들이 누가 영입되었는지는 잘 알지 못하지만, 이번에 자유 선발 제도에서 우선 지명으로 부천 유스에서 올라온 선수는 형제를 포함해서 총 네 명이었다. 적지 않은 수였지만, 글쎄…… 이제 막 성인이 된 선수들을 모두 같은 방에 밀어 넣을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긴장되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사이.
어느덧 밝은 아침이 찾아오고 뒤늦게 문을 열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남자답게 생긴 사내였다.
부천 성인 팀에서 처음 보는 선수였고, 이번에 영입된 선수인가 싶어 형제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려는 순간, 오히려 그 사내가 윤석을 바라보고는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이번에 부천 선수로 뛰게 된 한희준이라고 합니다!”
군기가 바짝 든 그 모습에 형제는 순간 얼어붙었다가 뒤늦게 윤석이 입을 열었다.
“저, 선배님 뭔가 오해를 하신 거 같은데…… 저는 이번에 우선 지명으로 올라온 한윤석이라고 합니다. 스무 살이고요.”
“헛…… 스, 스무 살이라구요…… 아니, 이라고?”
사내, 한희준이 당황한 얼굴로 윤석을 바라봤다.
어딜 봐도 스무 살로 보이지 않았다.
남자답게 잘생긴 얼굴이긴 한데, 어려 보이지 않는데다가 우락부락한 덩치, 그리고 181센티미터로 준수한 키를 자랑하는 자신마저도 초라하게 만들어 버리는 저 키까지.
아니, 2미터는 돼 보이는 키를 가지고 있는데 이제 겨우 스무 살?
“정말 스무 살 맞아?”
“네, 부천 유스 출신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선배님. 한정우라고 합니다. 저는 열아홉 살입니다.”
정우의 말을 듣고 그는 또다시 벙찐 얼굴을 해야 했다.
“아아, 그 요번에 유일하게 미성년으로 프로 데뷔를 했다는 그…….”
“네, 접니다.”
진중하니 어딘가 어려운 구석이 있는 윤석과 다르게 살갑게 대답하는 정우를 바라보며 희준은 이내 씨익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반갑다, 한 번 더 소개하자면 난 한희준이다. 이제 막 대학 졸업하고…… 뭐 K리그 입성 동기네, 우리. 편하게 형이라고 불러, 선배라고 하지 말고.”
“어떻게 함부로…….”
윤석이 어려운 기색으로 말을 꺼내기 무섭게 정우가 윤석의 말을 자르고 대답했다.
“네, 형!”
“하하, 싹싹하네, 자식. 그나저나 우리들밖에 없는 건가?”
……하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스르르 문이 열렸다.
“안녕하십니까!”
들어오는 사람을 알아본 정우와 윤석이 냅다 인사하자, 희준도 뒤를 돌아보고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어어, 일찍들 왔구나.”
그는 팀의 수석 코치, 이범룡이었다.
“잘되었네. 자, 보자…… 우리 친구를 소개시켜 줘야겠구나. 들어와라.”
이범룡이 뒤를 돌아보며 그리 말하자 젊은 여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형제 입장에선 마주치는 일은 거의 드물지만, 얼굴은 아는 사이였다. 팀의 통역사인 윤주희였다.
그리고 윤주희의 뒤를 따라서 누군가가 따라 들어온다.
“음.”
“아.”
“잉?”
각기 탄성을 터뜨리게 하는 주인공은 폭탄 머리를 한 검은 피부의 사내였다.
“바그지뉴다. 브라질 친구지. 사이좋게들 지내라고.”
“으음……. 음…….”
난처한 얼굴로 세 사람이 바그지뉴를 바라봤다.
바그지뉴는 해맑은 얼굴로 세 사람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아, 음…… 저…… 핼로우? 아, 브라질에선 영어 안 쓰죠? 으음…….”
살가운 정우가 먼저 나서서 말을 걸다가 식은땀을 흘리며 윤주희를 바라봤다. 윤주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근데 알아들은 모양이네요. 바그지뉴가 여러분들에게 반갑다고 합니다.”
적당한 키에 날렵한 외모를 지닌 바그지뉴는 해맑은 얼굴로 윤석에게 다가오더니 감탄사를 터뜨리며 뭐라 말한다.
“바그지뉴가 거인 같다고 하네요. 어떻게 이리 크냐고요. 동양인들은 키가 작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고도 하고요.”
사실 동양, 특히 한국 사람들은 키가 제법 큰 편이어서 축구 판에서도 유럽인에 밀리지 않는 키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동양인은 작다는 편견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는 한 모양이다. 바그지뉴처럼 말이다.
“그러는 넌 너무 작은 거 아니냐?”
생년으로 따지면 바그지뉴가 한참은 형이지만 윤석은 차가운 얼굴로 그리 말했다.
키가 큰 건 인정하지만, 거인이라는 말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탓이었다. 동생에 비해서 얌전하고 조숙한 윤석이었지만, 사실 내면의 성질은 동생 못지않았다.
하지만 그런 윤석의 태도에도 바그지뉴는 해맑게 웃으며 윤석의 어깨를 툭툭 두드릴 뿐이다.
“불쾌한 거 같은데 오해는 하지 말라고 하네요. 큰 키가 부러워서 그런 것뿐이라고요.”
“으음, 나도 그다지 불쾌하지 않다고 전해 주세요. 잘 지내 보자고.”
윤석이 먼저 바그지뉴에게 손을 내밀자, 바그지뉴가 손을 마주 잡았다.
“뭐, 인사는 나눈 거 같으니 나는 이만 간다. 주희 씨는 잠시 같이 있어 주세요. 아이들이랑 친해져야 할 테니.”
“네.”
범룡이 그리 말하며 방을 빠져나가자 방 안엔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대학생 출신 하나, 이제 막 성인 하나, 미성년 하나, 외국인 하나, 그리고 통역사까지.
공통 관심사가 없을 조합이어서 섣불리 먼저 입을 여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 가운데 눈치를 쓱 둘러본 정우가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저…… 통역사 누나.”
“네?”
주희가 정우를 바라봤다.
정우는 주희의 이름조차 모르지만, 주희는 정우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팀 내 유일한 미성년이라는 것도 말이다.
아직 젖살도 빠진 것 같지 않은 19세 소년은 곱상한 외모에 운동하는 사람답지 않게 하얀 피부를 지니고 있었다.
‘웃, 귀엽다……. 미소년이네…… 위험한데.’
윤주희는 속으로 그리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생글생글 웃으며 정우를 바라봤다.
“원래 용병들은 이런 숙소 말고 다른 곳에 같이 생활할 수 있게 방 같은 거 얻어 주지 않나요?”
“음, 그건 그렇죠. 그런데 우리 감독님께서는 그걸 원하지 않으시는 모양이에요. 팀 화합이 중요하다고 하시면서 함께 생활하는 만큼 팀워크도 늘어난다…… 하고 옆에서 말씀하시는 걸 들었어요.”
“아…….”
그래도 이건 너무하다 싶다.
한참 어린 사람들이 머무는 방에 익숙지 않은 브라질 용병이라니!
그 가운데 바그지뉴가 윤주희에게 무언가를 물어본 모양인지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진다. 그걸 멀뚱히 바라보는 사이, 윤주희가 다시 세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바그지뉴가 자기소개를 하네요. 스물일곱 살이고, 브라질에서 왔다고,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하네요. 자기는 여기서 성공하고 싶대요. 부모, 형제들이 많거든요.”
바그지뉴를 시작으로 희준과 윤석, 정우의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윤석과 정우가 형제이고, 한참 어리다는 말에 바그지뉴의 눈이 다시 휘둥그레 떠졌다가 웃음을 지었다.
“전혀 형제 같지 않아서 놀랐다네요.”
실제로 윤석과 정우가 길을 거닐면 두 사람을 형제로 보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닮은 구석이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건 두 사람도 인정하는 바였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시간이 흘러 소집 시간이 다가왔다.
오늘 시즌을 앞두고 처음으로 모인 날이니 훈련보다는 감독과 간담회 같은 형식으로 대화가 이어지고 가벼운 러닝으로 끝날 거라고 생각하며 방을 나서자, 이곳저곳에서 낯설거나 익숙한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막내뻘인 세 사람은 나오는 사람들마다 인사를 건네느라 분주했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부천은 크게 나이가 많은 사람이 몇 없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이 90년생 전후일 정도로 말이다.
물론 97년생인 윤석과 그보다 한 살 어린 정우에게는 까마득히 많은 나이 차였지만 희준은 어느새 또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문화 재단의 대회의실을 향했다.
한편, 코치들과 함께 대회의실에 먼저 와 있던 송진호는 부푼 가슴으로 선수들을 기다렸다.
새로운 시즌이었고, 새로운 선수들과 기존의 선수들이 모두 모이는 날이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끼익.
“안녕하십니까, 감독님!”
형제가 있었다.
제일 먼저 들어오는 형제를 바라보며 송진호는 흐뭇하게 웃었다.
눈길로 반가움을 표시하고서 다른 선수들을 둘러보며 선수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고 앉자 송진호가 입을 열었다.
“다 왔나?”
“루키앙이 안 보이는데요?”
“이 자식은 맨날 늦어, 뭐 한대?
쿵!
뒤늦게 누군가가 들어왔다.
“감독님, 늦었다!”
당당하게 말하는 루키앙을 바라보며 송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놈아, 늦은 게 자랑이냐!”
“감독님, 늦었다! 미안하다!”
루키앙은 당당하게 한마디를 더 추가해 답했다.
그런 루키앙을 보면서 선수들이 킥킥 웃는 사이 정우의 뒤에 앉은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루키앙, 자꾸 말하다 보니 저 세 단어는 원어민 수준인데?”
정우가 뒤를 돌아보니 익숙한 얼굴이었다.
부천의 수문장, 유현우였다.
유현우의 시선도 자신을 바라보는 정우를 향하더니 이내 웃으며 정우의 머리를 헝클어뜨린다.
“이거 우리 유스의 보물이 성인 팀엔 웬일이래?”
간혹 가다 마주치기도 했고, 한두 번쯤 성인 팀과 훈련한 적이 있어서 정우를 알아본 것이다. 정우는 성인 팀 중에서도 안면식이 있는 현우의 말에 웃으며 말했다.
“저도 이제 프로예요, 선배님!”
“허허, 알고 있다. 우리 부천이 구단 유일 미성년자 프로를 보유한 구단이 되었다지, 너 때문에?”
“헤헤헤.”
정우가 웃자 현우도 이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현우 입장에서 정우를 몰라볼 수가 없었다.
지난 과거, 유스 팀과 연습 경기에서 수비수의 틈을 비집고 귀신같이 나타나 자신에게 골을 넣었던 유일한 유스 선수가 바로 정우였기 때문이다.
“자자, 모두들 익숙한 얼굴도 있을 거고 새로운 선수도 있을 거다. 다들 친하게 지내길 바라고, 싸우거나 말 안 들으면 그땐…… 알지? 확, 그냥 확!”
그사이 송진호가 농담을 건네자 선수들이 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선수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송진호는 이내 표정을 굳히며 입을 열었다.
“다들 알다시피 꼴찌 팀에서 작년 시즌 5위로 준수하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다들 알고 있지?”
“예!”
송진호의 진지한 얼굴과 목소리에 선수들도 진중하게 대답했다.
“그래, 그 정도면 잘한 거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나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너희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의 이번 목표는 정해져 있다. 아마 너희들도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올해의 목표. 이번 시즌의 목표. 그건 바로 첫 번째는 승격이요, 두 번째는…….”
말을 하다 멈추고 송진호는 선수들을 바라봤다.
하나같이 자신이 고심 끝에 데려온 선수들, 자신이 완성한 선수들이었다.
이 선수들이라면…….
“우승이다. 그것도 더블.”
더블!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를 나갈 수 없는 팀인 만큼 더블의 트로피라면 정해져 있다.
바로 K리그 챔피언십 우승과 FA컵 우승!
그 말을 꺼내는 즉시 송진호는 선수들 면면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누군가는 예상 밖 목표였는지 당황하는 게 보였고, 누군가는 비장한 표정을, 누군가는 흥미롭다는 표정, 또 누군가는 재미있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감독의 목표는 이 두 가지다. 무작정 따라오라는 소리는 아니야. 각자 개개인의 목표가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팀이니까, 적어도 팀이 이끄는 부분에 대해서는 묵묵히 잘 따라와 주길 바란다. 알아들었냐?”
“예!”
“그래, 좋은 자세야. 이번 시즌 우리는 주전, 비주전이 없다. 무한 경쟁이다. 잘하는 놈은 계속 잘하니까 출전하게 되고, 못하는 놈들은 잘하는 놈들 따라잡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는 거다. 계속 나가는 놈이나, 벤치를 달구든, 벤치도 나서지 못하든, 모두가 미친 듯이 노력해서 성과를 보이면 필드를 밟는 거다. 나는 편견을 갖지 않겠다. 하는 만큼, 실력으로 너희를 출전시킬 거야.”
송진호는 그리 말하면서 박수를 치며 말했다.
“그러니 이렇게 미적거릴 시간이 없다! 몸도 풀 겸 가볍게 몇 바퀴 뛰고 바로 연습 경기부터 가진다!”
송진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선수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대부분 첫날에는 훈련을 해도 연습 경기처럼 공을 잡고 시합을 뛰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진호는 급했다.
그래서 선수들도 다른 구단들보다 일찍이 소집했다.
1시간이라도 더 훈련을 해서 갈고닦아야 하는 상황에서, 훈련 시간을 늘리는 것보다 일정을 빠르게 앞당겨 체계적으로 휴식과 훈련을 병행하면서 팀워크와 전술 숙련도를 높일 생각이었다.
“어서 가서 경기장 갈 생각해야지, 뭐 하나?”
이범룡이 송진호를 대신해서 버럭 소리치자 그제야 선수들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 가운데 정우는 초롱초롱 빛나는 얼굴로 윤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형, 들었어?”
“뭘?”
“잘하면 무조건 출전이라잖아, 감독님이.”
“그지. 잘하면.”
윤석의 말에 정우는 씨익 웃었다.
“잘할 수 있지?”
동생의 당돌한 물음에 윤석은 피식 웃었다.
“너나 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