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213)
형제의 축구-213화(213/251)
형제의 축구 213화
외나무 다리
경기가 없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올드 트래포트에 수많은 팬들이 모였다. 원정석까지 점령한 이 팬들의 붉은 물결 앞에 필드 한가운데는 축구공이 아닌 단상이 마련되어 있었다.
잠시 소란이 일어난 뒤 장내에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여러분, 소개합니다, 우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자랑스러운 엠버서더와 레전드들입니다!
아나운서의 외침과 동시에 필드 위로 사람들이 하나둘 나서기 시작했다.
아주 오래전 붉은 유니폼을 입고 필드 위에 올랐던 선수들이, 이제는 세월이 지나 그때와는 다른 모습으로 말이다.
바비 찰튼, 앤디 콜, 데니스 로, 게리 네빌, 브라이언 롭슨, 피터 슈마이켈, 그리고 최근 엠버서더로 위촉된 데이비드 베컴과 웨인 루니, 긱스와 스콜스, 로이킨, 마지막으로 아시아 선수 최초의 엠버서더 박치성까지.
말끔하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의 정장과 넥타이를 한 그들이 들어오자 관중들은 아낌없는 박수로 그들을 반겼다.
그들은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화답하고는 출입문에서부터 양옆으로 나란히 섰다.
-이제 이들의 앞에 위대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이어가는 현역 선수들의 입장이 있겠습니다! 우선 등 번호 1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장! 다비드 데 헤아!
다비드 데 헤아가 유니폼을 입고서 등장했다.
전설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그가 양팔을 활짝 들어 올리고 환하게 웃으며 뛰어들어 와 단상 위에 올라갔다.
그를 시작으로 한 명, 한 명 선수들이 들어올 때마다 박수 소리가 더욱더 커져 간다.
-등 번호 6번! 맨유를 지탱하는 위대한 미드필더! 폴 포그바!
포그바가 입장하면서 자신의 전유물이나 다름없어진 댑 댄스를 선보이면서 안으로 들어온다.
잠깐의 웃음과 함께 박수가 쏟아져 나온다.
-그의 발끝에서 수많은 결승 골이 나왔습니다! 앙투완 그리즈만!
-수많은 기회를 만들어 낸 기회 창출자! 헨리크 미키타리안!
이어지는 선수들의 입장.
그리고 그들이 점점 들어올수록 이제 남은 선수들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높아진다.
-위대한 황제! 이제 맨체스터의 왕으로 군림합니다! 등 번호 8번! 한! 윤! 석!
독일의 별명을 이어 받아 어느새 킹이라는 말까지 듣기 시작하는 윤석이 모습을 드러내자 그를 실제로 처음 본 이들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생각보다 더 크다.
거대한 윤석이 모습을 드러내자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함성 소리가 들려온다.
윤석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손을 들어 화답하고는 단상을 향해 달려갔다.
-마지막 선수입니다! 맨유의 전설을 계승한 자! 프리미어 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공격수! 등 번호 7번! 한정우!
감히 누가 프리미어 리그에서 역사상 최고의 공격수라고 거론할 수 있을까?
그런 극찬을 받을 선수는 극히 소수다.
그리고 정우는 그럴 자격이 있었다.
프리미어 리그 그 어떤 공격수도 도달하지 않았던 어마어마한 대기록, 40골 득점의 주인이 듣지 못한다면 누가 최고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해설의 당연한 소개만큼이나 정우가 보무도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와하하하.]정우가 모습을 드러내자 올드 트래포트 안 모든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정우가 옷을 똑바로 입지 않고 거꾸로 뒤집어 입어 등 번호가 가슴에 있게끔 입고 나온 탓이었다.
마치 자신이 7번이라는 것을 과시하며 들어오는 정우에게 옛 7번, 선배인 베컴이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내밀자 정우는 베컴을 보고 씨익 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모든 선수가 들어오고…….
-네, 우리의 캡틴입니다. 알렉스 퍼거슨의 진정한 후계자! 마침내 맨유에게 다시 우승 트로피를 가져온 남자! 조셰 무리뉴!
[와아아아아!]참으로 기나긴 시간.
수많은 사람들의 비난과 경질론, 위기론과 구단 내부 갈등설까지 휩싸이며 고생하던 그가 모처럼 환한 웃음과 함께 필드 안으로 들어섰다.
프리미어 리그 협회장이 그런 무리뉴에게 우승 트로피를 건네고, 무리뉴가 트로피를 주장인 데 헤아에게 넘기자 다시 아나운서가 입을 열었다.
-19-20시즌! 프리미어 리그의 챔피언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우렁찬 외침과 동시에 데 헤아가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리며 폭죽과 함께 우렁찬 함성이 터져 나왔다.
[내 죽기 전에는 다시 이 장면을 보게 되는군.]퍼거슨은 흐뭇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물론 아쉽기는 하다.
자신이 저 자리에 없다는 것이.
은퇴한 그 이후 후련하다는 생각은 잠시, 수많은 시간이 지나도록 저곳이 그립다고 매일같이 생각해 왔다.
그렇다고 돌아가지는 않는다.
이제 자신의 시대는 끝이 났으므로.
자신의 뒤를 이을 무리뉴라는 남자와, 젊은 선수들이 새롭게 써 내려가는 맨유의 역사를 지켜볼 뿐이었다.
[감독님.]박수를 치고 있는 가운데 베컴이 퍼거슨에게 다가왔다.
[으응.] [제가 전에 말씀드렸던가요? 생각해 보면 저 때가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감독님하고 여기 이 자리에 있는 녀석들이랑 같이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기뻐하던 때요. 트레블 할 때. 그때요.]퍼거슨은 베컴의 말에 웃었다.
[그래, 가장 좋았지. 트레블 아니냐.] [그죠? 우승 트로피 하나 가지고 이렇게 기뻐하는 그런 날이 올 줄이야.] [흘흘, 그때와 지금은 또 다르니, 예전 같지 않지.]그것도 그렇다.
각 리그에서 내로라하던 명장들이 빅6의 클럽을 맡고 있고, 다른 구단들 역시 만만치 않다.
누가 우승해도 어색하지 않고, 누가 우승 실패를 했다고 해도 무조건적으로 비난할 수 없는게 지금의 프리미어 리그였으니 말이다.
[맨유가 또다시 트레블을 할 수 있을까요?] [그건…… 모르지. 나도 궁금하군. 하지만 트레블은 내가 죽은 뒤에나 이뤄졌으면 좋겠어.] [무슨 말씀을……?] [내가 간신히 이룬 건데, 쉽게 차지하면 배 아파서 어쩌겠나.] [아, 하하하.]퍼거슨과 베컴이 웃음을 흘리는 사이, 래쉬포드가 샴페인을 들고 와 터뜨려 동료들에게 뿌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단상 위 선수들과 우승 트로피가 샴페인으로 적셔지는 것을 보며 모든 전설들, 그리고 팬들이 흐뭇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형, 접시가 아니라 트로피야, 트로피!”
정우가 웃으며 형에게 트로피를 내미는 사이, 윤석은 어느새 자신과 같은 등 번호의 유니폼을 입고 아장아장 걸어온 세아를 번쩍 들어 올리고 있었다.
정우는 그걸 보고서 세아에게 다가가 말했다.
“세아야, 이거 트로피야. 멋지지?”
“트로삐?”
“그래, 멋지지 않냐? 삼촌이랑 아빠가 이거 딴 거야! 좋게찌?”
“세아두! 세아두!”
“넌 일러! 더 커서 와라!”
“이잉!”
세아가 울상을 짓는 것을 보며 윤석과 정우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한참을 웃던 윤석은 이내 한쪽을 보더니 정우가 들고 있는 트로피를 받아 들고, 세아를 넘긴 다음에 그곳으로 다가갔다.
“할머니, 이것 보세요.”
우승이라는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모처럼 불린 가족들이 필드에서 거리를 두고 구경하고 있었고, 그 가운데 할머니도 함께하고 있었던 것이다.
할머니는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입장하는 손주들을 볼 때부터 눈가에 눈물이 고이셨다가, 이내 윤석이 다가오자 뚝뚝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아이고, 고생혔다, 고생혔어.”
“할머니, 왜 울어요, 좋은 날에.”
윤석이 웃으면서 할머니를 달랬다.
그 작던 아이가 가장이 되어서 이제는 자신도 위로할 줄 안다는 생각이 들자 지난 세월이 생각나 할머니는 더욱더 눈물을 흘렸다.
해 준 것도 없는 이 어린 아이가 이리도 잘 컸다면서…….
그런 할머니를 보고 어느새 정우도 다가와 할머니를 위로한다.
장성한 두 손자가 할머니를 위로하는 것을 보자 그것을 보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사진 기자가 형제에게 외쳤다.
[두 분, 할머님이랑 같이 사진 찍어 드려도 될까요?]기자의 물음에 정우가 형을 바라봤다.
윤석은 웃으며 기자에게 말했다.
[부탁드립니다.]형제는 웃으며 카메라를 바라봤다.
“나두!”
그사이 들려오는 세아의 목소리.
할머니가 환하게 웃으며 세아를 안아 들자, 정우는 한쪽에서 구경하는 이보네를 끌고 와 윤석의 옆에 세웠다.
그렇게…… 형제와 할머니를 찍으려 했던 사진은 어느새 가족사진이 되었다.
* *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우승으로 프리미어 리그 일정이 마무리되었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는 아직 남아 있는 것이 있었다.
바로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실로 오랜만에 맞이하는 결승전을 위해 1주간 휴식과 회복훈련을 취하며 프리미어 리그의 여독을 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남은 1주 정도 시간을 훈련과 구단 내부 연습 경기를 통해 경기력을 유지하면서 레알 마드리드와의 일전을 준비했다.
이번 챔피언스 리그의 결승 장소는 다름 아닌 스페인 세비야 올림픽 스타디움이었다.
레알 마드리드와 달리 조금 일찍이 스페인으로 이동해야 했고, 장소도 레알 마드리드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스페인이라고 하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어차피 결승전에는 레알 마드리드나 맨유를 떠나서 두 구단을 응원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도 축구를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경기장을 찾기 때문이었다.
홈, 원정의 이점이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여기는 세비야 올림픽 스타디움입니다! 오늘 경기장 그야말로 만석입니다! 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세계적인 두 팀의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네요.
-레알 마드리드는 몰라도 맨유는 챔피언스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한 시간만큼 오랜만에 맞이하는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 되겠네요. 그래서 그런가 레알 마드리드의 흰색 유니폼을 입은 팬들보다 맨유의 붉은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더 많아 보입니다.
-하하, 그렇네요. 아무튼, 빅 매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자, 이제 경기 시작 전 양 팀의 라인업을 보실까요? 먼저 레알 마드리드입니다.
FW 호날두.
MF 마샬, 디발라, 베일, 크로스, 베라티.
DF 마르셀로, 루가니, 라모스, 카르바할.
GK 케일러, 나바스..이상입니다. 강력한 판타스틱 4를 구축해 맨유를 상대하기로 한 레알 마드리드입니다. 시즌 초반 부진을 겪으며 레알 마드리드에서 방출까지 거론되던 호날두가 시즌 중반부터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레알 마드리드를 2위로 안착시키는 역할을 해냈죠. 과거의 화려함은 없어졌을지 몰라도 이번 시즌 22골 6도움을 기록했습니다.
-시즌 초반과 달라진 이유는 그의 달라진 스타일에 있습니다. 아니, 과거로 회귀했다고 해야 하나요? 점점 하락하는 피지컬을 기술적인 면모로 커버하고 있고, 여기에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타적인 플레이를 장착하면서 맨유에서 호날두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네, 그렇죠. 이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입니다.
FW 그리즈만.
MF 한정우, 포그바, 미키타리안, 한윤석, 에레라.
DF 쇼, 바란, 바일리, 카스트로.
GK 데 헤아. 이상입니다. 두말할 필요가 없죠? 6시즌 동안 무관으로 있던 맨유에게 우승 트로피를 안겨 준 베스트 맴버입니다. 수비 라인의 안정성이 약간 부족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중원, 공격진 모두 두말할 것 없이 완벽한 팀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40골을 기록한 정우, 그리고 23도움을 기록하며 프리미어 리그 역대 도움을 갱신한 한윤석이 무서운 팀입니다.
-이렇게 두고 보니 어느 팀이 갈락티코인지 모를 정도네요.
해설의 말대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화려함을 자랑하는 양 팀이었다.
선수들의 면모만 보면 현존 최고의 클럽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컸고,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스타워즈라는 이름으로 이번 결승전을 홍보할 정도였다.
그리고 마침내…….
-경기 시작됩니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맨유의 선축이었다.
긴장되는 마음을 뒤로 하고 선수들이 공을 뒤로 돌리며 서서히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챔피언스 리그에 두 번의 기회가 있다면 결승전은 단판 승부였다. 단 하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외나무다리.
뒤로 물러설 수도, 그렇다고 비켜 줄 수도 없는 싸움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