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214)
형제의 축구-214화(214/251)
형제의 축구 214화
경기가 한참 진행되는 가운데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지켜보던 지단 감독이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필드 가까이 섰다.
중원까지 내려가 윤석이 공을 잡자마자 전방을 향해 힘껏 공을 찔러 넣었기 때문이다. 때마침 레알 마드리드가 압박을 위해 선수들 전원이 빌드 업을 시작하는 절묘한 타이밍.
그리고 레알의 수비진이 자신의 뒤로 떨어지는 공을 향해 몸을 돌리며 맨유의 첨단의 위치했던 그리즈만을 경계하는 사이, 측면에서 한 선수가 무서운 속도로 횡으로 파고 들어오고 있었다.
과거 겪어 봤기에 경계했던 누구보다 빠른 발을 가진 정우였다.
-한정우, 순식간에 달려가 공을 잡습니다! 득점 찬스!
라모스와 루가니는 준족의 수비수였지만, 정우의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워 보였다. 반대편에서 마르셀로가 횡으로 파고들며 정우의 코스를 차단하려고 힘껏 달렸지만 역부족이었다.
나바스가 긴장한 표정으로 자세를 잡는 사이 정우는 그보다 한발 더 빨리 슈팅했다.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뻗어 나가는 공을 바라보며 나바스가 활처럼 몸을 펴며 손을 뻗었다.
틱!
나바스의 손끝에 공이 스치며 공이 방향을 바꿔서 골대를 때리고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간발의 차이로 노골입니다. 아쉬운 순간이네요.
-챔피언스 리그 최다 골 보유자라는 타이틀을 혼자 가져갈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같이 필드에서 뛰는 호날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듯싶네요.
[후우…….]지단은 아슬아슬한 순간 노골로 이어진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요주의 인물이야.]역대급 재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이 선수는 그 재능을 지금 만개한 채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하긴 그러니까…….]아무도 넘지 못했던 프리미어 리그 40골을 달성했으리라.
스페인에서 40골을 우습게 넘기던 선수들도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단 한 번도 40골을 넘겨 본 적이 없었다.
물론 프리미어 리그에서 기량을 꽃피우고 프리메라리가에서 기량이 만개한 탓도 있었지만, 그만큼 프리미어 리그의 수비는 타이트하고 거칠었으며, 전체적인 팀들의 평균적인 수준도 높아 쉽지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정우는 이제 막 스무 살이 넘어선 지금 나이에 그들이 못 하던 것을 해냈다.
지단은 내심 호날두, 메시 이후의 시대에서 그들을 초월한 재능이 등장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데려오려 했던 선수는 지금 결승전에서 자신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단은 자신 있었다.
아직도 탐이 나는 선수이지만, 지금 이 경기에서만큼은 자신들이 이기리라고.
왜냐하면…….
정우 못지않은 공격수들이 무려 넷이나 있었으니 말이다.
-베일이 달려갑니다! 루크 쇼를 가볍게 유린하는 베일! 그대로 중앙으로 들어갑니다!
베일이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는 순간 맨유의 수비 라인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디발라가 레알 마드리드 선배, 바란의 시선을 빼앗는 사이 호날두는 바일리의 앞에서 베일의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
비록 과거와 같은 위력은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하나로 꼽히는 호날두를 상대로 바일리가 긴장 가득한 표정으로 그를 지켜보는 사이.
어느새 카스트로를 따돌린 마샬이 그런 바일리의 뒤를 노리고 달려가고 있었고, 베일이 그것을 보자마자 호날두에게 패스할 것처럼 하며 그를 미끼 삼아 마샬에게 완벽한 패스를 전달한다.
그리고…….
펑! 철썩!
-고오올! 마샬의 선제골입니다!
-앞서가는 레알 마드리드!
-네 사람이 마치 하나가 된 것처럼 맨유를 유린합니다! 대단합니다, 레알 마드리드!
지단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환호하는 팬들 앞에서 네 명의 선수들이 부둥켜안고 선제골의 기쁨을 나눴다.
-맨유에서 무리뉴 감독에게 외면받고 레알 마드리드로 향한 마샬이 맨유와 무리뉴에게 비수를 꽂습니다.
환하게 웃고 있는 마샬의 표정은 맨유에게 일말의 미련도 없어 보였다.
-마샬을 향해 맨유 팬들이 야유를 부리고 있지만, 마샬의 입장에선 저럴 수 있습니다. 마치 헌신짝처럼 무리뉴에게 쫓겨난 마샬입니다. 그 이후 지난 1년간 고생 끝에 지금의 위치에 오른 것이 마샬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무리뉴가 그는 가능성이 없다며 내쫓을 당시에만 해도 마샬이 월드 클래스, 레알의 핵심 선수로 성장하리라 생각한 사람은 없습니다. 지금 활약을 보면 무리뉴의 눈이 틀렸다고 볼 수밖에 없죠.
-뭐, 그렇다고 해도 무리뉴도 별다른 미련은 없어 보입니다. 그저 지금의 골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네요.
“아, 시작부터 꼬이네.”
쉬운 일은 항상 없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자신만 이렇게 힘든 것 같은 이유는 뭘까.
정우는 고개를 저으면서 하프라인으로 걸어가 자신의 자리에 서며 맞은편의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을 바라봤다.
벌써부터 다 이긴 것처럼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을 보니 절로 인상이 써진다.
“자식들…….”
정우는 공이 오기 전에 그리즈만의 엉덩이를 툭 하고 발로 찼다.
[야, 잘 좀 하자.] [너나 잘해, 자식아. 어린놈이, 진짜.] [살아 봤자 얼마나 더 살았다고.] [진짜 죽는다.] [우리 형한테 이른다.]정우의 말에 그리즈만의 시선이 흘끔 윤석을 향하다 이내 정우를 무시한다. 정우는 그런 그리즈만을 보고 비웃으며 말했다.
[히히히, 쫄았구나?] [시끄러워.]짧은 수다를 떨면서 긴장을 푸는 사이 어느새 공이 전달되어 다시 경기가 재개되었다.
변명할 수도 없는 완벽한 골 앞에 기죽을 법도 하건만, 맨유는 전혀 위축되지 않고 공격적으로 나섰다.
-에레라가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공간을 비집고 들어갑니다. 그 틈에서 윤석이 좋은 패스를 공급하면서 공이 앞으로 전개되네요. 윤석의 패스 성공률은 프리미어 리그에서 최고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가 괜히 스물세 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한 게 아니라는 거죠.
-매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함에 있어서 바로 윤석을 막는 것이 관건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정도로 상대하기 어려운 게 바로 윤석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뛰어난 패스로 위협을 하는가 하면 사면초가의 압박을 가하면 본인의 피지컬로 빠져나옵니다. 그게 여의치 않으면 뛰어난 발기술을 보여 주기도 하며, 공격수들에게 공을 배급하기 힘들면 직접 위력적인 슈팅으로 골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완벽한 전천후의 미드필더죠.
-이런 선수가 또 나올까 싶을 정도로 무서운 선수입니다.
-네……. 그리고 이 선수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윤석이 힘껏 공을 찼다.
얼핏 보면 슈팅으로 보일 수도 있는 위력적인 힘이 담긴 공이 레알 마드리드의 틈을 가르고 단숨에 한 곳으로 배달된다.
-한정우!
윤석의 힘 있는 공을 가볍게 발끝으로 제어하면서 앞으로 달려가기 시작하는 정우를 상대로 라모스가 따라붙는다.
가까이에서 힘으로 제압하려는 라모스를 상대로 정우는 오히려 라모스의 힘을 탄력 삼아 한쪽으로 파고들기 시작한다.
[음!]예전 그와의 대결에는 몸싸움에 서툴던 정우였지만, 그때와는 또 다르다.
오히려 상대방의 힘을 이용하며 빠져나가는 정우를 향해 라모스가 혀를 내두르는 사이, 정우는 라모스와 거리를 벌리면서 골대를 향해 파고들어 간다.
라모스가 정우를 아주 잠시라도 잡아 두는 사이 루가니가 미리 골대 앞으로 이동하면서 정우의 앞을 가로막는다.
종횡으로 상대를 제치는 공격수는 많다.
하지만 몸싸움도 약하고 체구도 작은 편인 정우임에도 불구하고 정우는 정면 돌파를 즐겨 했다.
상대방이 움찔할 정도로 무서운 속도로 달려든 정우는 그대로 다리를 놀렸다.
알면서도 막지 못한다는 무서운 속도의 개인기!
루가니는 마치 홀린 듯 정우가 지나가게 내버려 두었다.
“아자자자!”
남은 것은 나바스.
정우는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나바스 너머 골대를 바라봤다. 널찍하게 보이는 골대의 구석을 바라보며 정우의 다리가 휘둘러진다.
퉁!
또다시 곡선을 그리며 뻗어 가는 공.
철썩!
이번에는 성공이었다.
-골! 골골골!
-이런 결국 위대한 기록 하나가 오늘 결승전에서 탄생하네요!
-18골! 무려 18골입니다! 챔피언스 리그에서 18골을 넣는 괴물이 지금 이 경기에서 탄생했습니다!
골을 넣은 정우가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했다.
“아자! 아자자!”
[가자! 19골 가자!]그리즈만이 웃으며 정우에게 달려와 정우를 번쩍 들어 올렸다. 그리즈만에게 들어 올려진 채로 정우는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대단한 선수입니다. 이 선수, 아직 생일도 지나지 않아 21세밖에 안 되죠? 이 어린 나이에 말도 안 되는 기록을 만들고 있습니다. 메시, 호날두도 이 나이 때 이런 기록은 만들어 내지 못했어요.
주고받는 게 있으니 결승전 경기장인 세이뱌 올림픽 스타디움의 함성은 더욱더 커졌다.
-네, 이번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사람들의 기대대로 재미있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승부는 다시 원점이 되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겠다는 듯 이번에는 레알 마드리드가 경기가 시작되는 즉시 맨유를 상대로 거침없이 몰아붙이려 들었다.
진영을 갖추기 위해 라모스에게까지 내려 보낸 공을 다시 앞으로 전개하려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 순간 무리뉴가 자신도 모르게 버럭 소리친다.
그런 무리뉴의 목소리를 듣기라도 한 듯 맨유의 전방에 위치한 선수들이 레알 마드리드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달려드는 그리즈만을 피해 라모스가 다급하게 카르바할에게 공을 보내자, 카르바할을 향해 정우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들었고, 당황한 카르바할이 후방으로 내려온 베라티에게 공을 보내는 그 순간.
윤석이 귀신같이 그 상황을 눈치채고 패스 코스에 끼어들어 공을 가로챘다.
-한윤석, 인터셉트!
윤석을 공을 가로채는 순간 레알 마드리드가 태세를 전환하기 전에 한발 더 빨리 움직였다.
패스?
아니었다.
콰앙!
벌어진 수비의 간격을 비집고 파고드는 무서운 슈팅이 터져 나왔다.
비교적 먼 거리에서 터져 나온 슈팅은 허공으로 떠오르는 듯하더니 이내 아래로 떨어져 내리면서 바람을 가르고 무섭게 뻗어 나간다.
골키퍼를 잡아먹는 슈팅으로 유명한 윤석의 슈팅 앞에 나바스가 긴장한 표정으로 자세를 잡는 순간, 골대를 향하던 공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한다.
무회전의 공이 마치 야구 선수의 너클볼처럼 아래로 뚝하고 떨어져 내리는 것도 모자라 방향을 이리저리 바꾸자 골키퍼의 입장에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애초부터 골을 위해 만들어 낸 슈팅이 골키퍼를 배려할 리는 없는 법.
야속하게도 공은 그대로 골 망을 뒤흔들었다.
[와아아아아!]-한윤석! 맨유의 왕! 그가 역전 골을 만들어 냅니다!
-동점 골이 터진 지 불과 1분 만에 터져 나오는 골! 관중석의 맨유 팬들이 떠나갈 듯 함성을 지릅니다!
윤석이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하는 순간.
그의 주변에 있었던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은 홀린 듯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런 괴물 같은 골을 손쉽게 넣는 그가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단숨에 상황이 뒤바뀌어 버리자 지단은 답답한 얼굴로 자신의 민머리를 쓸어 올렸다.
크게 더운 날씨는 아니었지만, 어느새 그의 머리는 땀으로 흥건했다.
한때, 아니, 역사를 되짚어 봐도 손가락 안에 들던 미드필더로 불리는 그마저도 소름 돋게 만드는 무서운 타이밍에 무서운 골이었다.
[후…… 하지만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전광판을 바라보며 지단은 표정을 수습했다.
아직 경기는 한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