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216)
형제의 축구-216화(216/251)
형제의 축구 216화
-인저리 타임까지 쳐준다고 해도 남은 시간은 20분도 되지 않습니다. 과연 이 짧은 시간에 결판이 날 것인가, 양 팀은 속이 타고 있겠지만,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흥미진진한 경기입니다.
-어느 팀이건 오늘 빅이어를 들어 올리지 못한다면 정말 아쉬운 경기가 될 것 같습니다.
동점 상황이 되자 무리뉴나 지단이나 필드 가까이 서서 선수들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내리고 독려하기 시작했다.
앞서가던 사람이나, 따라잡은 사람이나 승리를 위해서 다급한 것은 마찬가지였고, 빅이어가 걸린 만큼 감독들도 자신들의 표정을 관리하기 힘들어했다.
[이리 줘! 이리!]정우가 다급하게 외치자, 공을 가지고 있던 에레라가 정우에게 패스했다.
공을 가진 정우는 빠른 속도로 카르바할을 따돌리고서 라모스와 루가니가 지키고 있는 페널티에어리어 쪽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비켜, 자식들아!”
정우가 목소리를 높이며 길을 가로막은 라모스를 향해 현란하게 다리를 놀렸다.
주춤주춤 밀려 나가는 라모스를 상대로 정우가 옆으로 스쳐 지나가 달려가려는 순간, 정신없이 뒤로 물러서기만 하는 듯했던 라모스가 긴 다리를 쭈욱 내밀어 절묘하게 공을 차단했다.
“아나…….”
공을 뺏기고 한바탕 바닥을 구르고 일어선 정우가 짜증스럽게 전방을 바라보는 사이.
다급하게 움직이면서 진영이 흐트러진 맨유의 뒷공간을 향해 라모스가 롱패스를 보냈다.
빠르게 뻗어 가는 공을 향해 베일과 호날두가 달려들었다.
호날두가 바란의 시선을 빼앗는 순간 베일이 공을 잡고서 앞으로 치고 가다가 바일리가 다가오기 전에 빠르게 슈팅했다.
-데 헤아, 선방!
-잘 막아 냈습니다, 그대로 전방으로 볼을 보내는 데 헤아!
레알의 위협적인 공격이 데 헤아의 손 끝에 가로막히고 다시 맨유의 찬스가 돌아왔다.
빠르게 전달된 공이 레알 마드리드의 진영을 헤집고 포그바의 발끝에 공이 닿았다.
포그바는 주춤주춤 베라티의 견제를 피해 내면서 미키타리안에게 공을 보냈다.
-미키타리안, 크로스!
채찍같이 휘어 들어가는 공을 향해 그리즈만이 머리를 들이밀었다.
-헤디이이잉!
-아…….
그리즈만의 머리를 맞고 굴절된 공이 워낙 빨라 나바스도 대처하기 어려웠지만, 공은 야속하게 골대 안이 아닌, 골대 밖으로 비껴 지나갔다.
골킥 상황이 주어지게 되면서 경기가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가게 되는 순간, 레알 마드리드와 맨유가 너 나 할 거 없이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맨유는 지친 그리즈만을 제외하고 래쉬포드를 투입해 속도를 높였고, 레알 마드리드는 오늘 선제골 외에 활약이 드물었던 마샬을 제외하고 디발라를 마샬의 위치로, 디발라의 자리에 코바치치를 투입했다.
그 가운데 시간은 점점 흘러가기 시작했다.
-치고받는데 골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남은 시간 8분, 인저리 타임을 추가한다고 해도 10분이나 될까요? 감독들은 내심 연장전을 준비하고 있을 겁니다.
[연장전?]무리뉴는 눈썹을 찡긋하며 수석 코치를 바라봤다.
[아무래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으음…….]무리뉴는 인상을 찌푸리며 필드를 바라봤다.
지금의 상황에서 누구를 투입할 수 있을까.
득점의 정우, 연계의 미키타리안, 중심의 윤석, 활동량의 에레라, 공격의 축인 포그바.
결승전에서 저들의 역할을 대신해서 수행할 만한 대체자가 없었다.
스쿼드가 얇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지만, 오늘만큼은 그런 생각이 들어왔다.
그때였다.
무리뉴의 고심을 덜어 주려는 듯.
미키타리안이 말랑 사르를 피하며 페널티에어리어로 향하는 날카로운 패스를 시도한 것이다.
-래쉬포드!
래쉬포드가 공을 받고서 빠르게 달려 나가기 시작하자 루가니가 다급하게 따라 달렸지만, 이제 막 경기에 투입되어 체력이 쌩쌩한 빠른 발의 래쉬포드를 따라잡기가 어려웠다.
그런 루가니를 대신해서 들어가는 선수는 다름아닌 라모스.
라모스가 래쉬포드의 앞을 막는 사이, 래쉬포드는 라모스의 눈을 속이는 놀라운 노 룩 패스를 시도해 라모스의 시선을 피해 자신과 교차해서 들어가던 정우에게 공을 밀어 줬다.
펑!
정우의 발끝에서 공이 뻗어나갔다.
그 특유의 기묘할 정도로 휘어들어 가는 데다가 골키퍼가 잡기 힘든 위치로 절묘하게 파고들어 가는 공은 나바스가 아무리 애타게 손을 뻗어도 잡기가 어려웠다.
철썩!
[와아아아아아!]-이 선수가 또다시 일을 냅니다! 한정우 골!
-열아홉 번째 골이 터집니다! 챔피언스 리그의 전설이 되어 버린 한정우! 자신의 개인 기록을 같은 경기에서 경신합니다!
-스코어는 4 대 3입니다. 맨유 선수들 기뻐합니다! 이대로 경기가 마무리되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기뻐하는 것 같아요.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하는 것은 선수들 뿐만이 아니었다.
무리뉴도 주먹을 쥐고 환호하면서 전광판을 바라봤다. 경기는 어느덧 후반 42분. 어느덧 막바지였다.
[자, 마지막까지 집중하자!]기쁜 얼굴로 무리뉴가 외쳤다.
무리뉴의 얼굴만큼이나 선수들의 얼굴도 들떠 보였다.
남은 3분, 인저리 타임까지 추가한다 쳐도 5분 남짓한 시간만 지켜 낸다면 빅이어가 손아귀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집중해!] [집중합시다!]선수들은 크게 외치며 집중을 강요했다.
하지만 표정은 전혀 집중한 게 아니었다.
모처럼 손아귀에 들어온 리그 우승만큼이나 반가운 빅이어인 탓에 선수들도 쉽사리 진정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파국을 불러냈다.
-호날두!
다시 시작된 경기에서 다급하게 공을 몰아간 레알 마드리드, 그리고 미처 대응하지 못하는 맨유 사이에서 챔피언스 리그에서 누구보다도 빛났던 사나이가 페널티에어리어로 파고 들어가며 슈팅했다.
-맙소사! 기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동점 골이 터집니다!
-인저리 타임까지 추가해서 고작 5분 남은 시간에 동점 골! 이대로 연장전에 가게 되나요?
“아나…… 진짜 오늘 왜 이래? 미치겠네…….”
정우가 답답한 듯 머리를 부여잡는 사이.
승부욕이 가득한 호날두는 그의 전유물이 된 호우 세리머니도 무시하고 그대로 공을 가지고 하프라인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재개된 경기.
방금보다 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다.
챔피언스 리그와 어울릴 법한 놀라운 기적.
-마, 맙소사! 기적이 일어나네요.
-디발라의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 여, 역전이 일어납니다!
-이런 걸 기적이라고 하지 않으면 뭘 기적이라고 합니까? 놀라운 골! 놀라운 레알 마드리드!
-이대로 라데시마를 넘어 레알 마드리드는 새롭게 빅이어를 들어 올리게 되나요!
맨유 선수들이 망연자실한 얼굴로 필드에 섰다.
그런 그들을 스쳐 지나가며 환호하는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
“이런…… X발.”
형 때문에 욕도 잘 하지 않았던 정우가 모처럼 욕을 내뱉고 무심코 형을 바라봤다.
“하…… X발…….”
놀랍게도 욕이라면 질색을 하던 형의 입 모양도 욕을 내뱉고 있었다.
정우는 그런 형을 보며서 망연자실한 가운데에도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나가리구먼.”
포기하지 않고 싶지만……. 이미 전광판은 후반 45분을 가리킨 지 오래였다.
힘없이 하프라인으로 걸어가고 얼마 되지 않아 경기가 재개된다.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듯 맨유는 공을 전방으로 보내려 했지만, 야속한 주심은 시간을 확인하고 곧바로 휘슬을 입으로 가져갔다.
삐익, 삐이익, 삐이이익!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휘슬 소리와 함께 정우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경기 종료됩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열두 번째 챔피언스 리그 우승!
-챔피언스 리그 최다 우승 기록을 자체적으로 경신하며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환호합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서로 달려 나가 얼싸안고 기뻐하는 순간 정우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멍하니 그들의 모습을 바라봤다.
그런 정우에게 윤석이 다가왔다.
“야, 고생했다.”
“어어.”
“이번에도 빅이어를 놓쳤네.”
“그러게…… 8강, 4강, 이번엔 결승. 코앞까지 와서 놓치고 말았네. 근데 있지, 형. 진짜 뭐 빠지게 열심히 뛰고 나니 억울한 마음도 안 든다. 그냥 허무하네. 막판에 운발로 골을 몰아 넣냐, 쟤들은.”
“그러게, 확실히 그건 기적이었다.”
“기적, 이 새끼 우리랑 웬수졌나.”
정우는 그리 말하며 형이 내민 손을 잡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정말로 이번에는 화도 안 났다. 눈물도 나지 않았다.
그저 코앞으로 다가왔던 빅이어를 놓친 게 너무나도 허무할 뿐.
마치 연인이랑 헤어진 것처럼 가슴 한편에 구멍이 난 것처럼 허전한 마음에 정우는 말없이 입맛을 다시며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세 번째, 형제들의 챔피언스 리그 도전기가 마무리되었다.
* * *
챔피언스 리그가 마무리된 다음 날.
전 세계 축구팬들은 챔피언스 리그를 회자했다.
다들 레알 마드리드의 열두 번째 우숭을 축하했고, 놀라운 활약을 보여 준 선수들을 칭찬하기 바빴다. 그중 압권은 단연 한정우였다.
비록 패배한 팀의 선수이긴 했지만, 정우는 챔피언스 리그 19골을 기록하는 기염을 선보였기 때문이었다.
챔피언스 리그에서 5골 정도만 넣어도 우승을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몇 갑절에 해당하는 골을 넣으며 역대 최다 득점의 골든부츠를 쥐게 되었으니 사람들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불과 몇 년 전 호날두가 17골을 넣을 당시에도 누가 또 17골을 넣을 수 있겠냐며 놀라워 했었는데, 그걸 한정우가 갱신한 것이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 놀라운 역사 앞에 수많은 기자들이 정우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정우는 그날 단 한마디만 남기고 사라졌다.
[골든부츠가 무슨 소용임? 졌는데.]정우의 심정이 그대로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골든부츠가 무슨 소용이냐, 졌는데! 캬, 오진다.
-승리가 전부인 남자. ㅠㅠ
-정우 오진다. ㄷㄷ
-X발 골든부츠. ㄷ 한국에서 이런 애 나온 것도 소름 돋는데, 역대 최다 득점이라는 게 더 소름 돋는다.
-한정우가 메날두보다 앞섰다, 인정?
└인정하기에는 메날두가 지금까지 달성한 게 있는데, 이걸 넘어야지. 챔스는 물론 대단하지만.
└이 정도 기세면 서른 살도 되기 전에 메날두 앞설 거 같은데?
└다 필요 없고 다음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국대 멱살 잡고 캐리해서 우승하면 그냥 인정 씹인정.
└메날두도 불가능했던 월드컵 우승. ㅠㅠㅠㅠㅠ
└그러니까 인정이지. ㅋㅋㅋㅋ
-이 정도면 다음 발롱도르도 닥치고 정우겠는데. ㄷ 19골 골든부츠에 리그 40골이니…….
-공격수가 대우받는 곳이라지만, 윤석이도 발롱도르 타 봤음 좋겠다. 솔직히 리그 도움 스물세 개도 어마어마한 거 아니냐, 미드필더가 10골 넘게 넣고.
└어쩌면 한윤석은 이미 괴물이기 때문에 논외로 치는 걸지도…….
└지단 인터뷰 못 봤냐? 이런 선수는 처음 본다고 하잖냐, 정우가 아니라 윤석이를 존나 두려워했음. 끝나고도 두려워함.
└윤석이가 축구의 신이라면 정우는 예수쯤 되냐? 아무튼 둘 다 대단하다, 한국에서 나올 수 없는 선수가 한집안 핏줄에서 동시에 나옴. ㄷ
└정우 왈 – 그럼 뭐 해, 우승 못 했는데. ㅠㅠ
-8강, 4강, 결승, 다음에는 우승인가 이제? ㅋㅋㅋㅋㅋㅋㅋ
└우승이 쉽냐, 생각해 보면 어려운 게 빅이어 아니겠냐. ㄷ
└즐라탄도 못 해 본 챔스 우승. ㅠ
└형제가 즐라탄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하느님.
한국의 반응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유럽 챔피언스 리그에서 전례가 없는 형제의 활약 앞에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먼 훗날에도 회자될 19-20시즌 챔피언스 리그와 함께 형제의 시즌도 마무리되었다.
그 어느 리그보다 타이트한 프리미어 리그에게 모처럼의 휴식이 찾아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