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218)
형제의 축구-218화(218/251)
형제의 축구 218화
희망들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 팀 명단이 발표되고 한국은 희망에 젖었다.
발표된 명단은 다음과 같았다.
1. 권순재 GK 전북 / 와일드 카드
2. 이우현 DR 전남
3. 이기제 DL 상주 / 와일드 카드
4. 한용수 DC 포항
5. 김민재 DC 전북 / 와일드 카드
6. 김영환 MF 포항
7. 한정우 ST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8. 한윤석 MF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9. 김정한 ST 서울
10. 이성우 ST 세비야
11. 이강운 MF 발렌시아
12, 백성호 MF 스완시
13. 김재희 GK 전북
14. 조명관 MF 서울
15. 장결휘 MF 셀타
16. 이민혁 DC 서울
17. 한찬휘 MF 전남
18. 오장현 MF 아약스
2012년 동메달, 그리고 이어서 2016년 은메달을 획득하면서 올림픽 축구의 다크호스로 불리게 되었지만, 한국은 우승 후보로 꼽힌 전례가 없었다. 동메달, 은메달도 올림픽이기에 가능한 기적이라고 불렸을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 대한민국 대표 팀은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었다.
이번 시즌 세비야로 이적하면서 리그 12골을 넣으며 활약한 이성우, 지난 시즌 스완시로 이적해 24경기를 출전하며 1골 5도움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친 백성호, 셀타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이번 시즌 후반 들어 주전으로 자리 잡은 장결휘, 벨기에에서 데려와 아약스에서 열심히 키우고 있는 오장현이 있었으며, 발렌시아에서 애지중지하고 있지만, 벌써부터 다른 빅클럽으로부터 이적 제의를 받고 있는 발렌시아의 에이스 이강운까지.
해외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 주며 성인 대표 팀에서도 주전으로 자리 잡은 선수들이 즐비했으며, 이번에 올림픽 대표로 뽑힌 선수들 모두 어린 나이이지만 K리그에서 주전급 활약을 보여 주고 있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사람.
11골 23도움으로 리그에서, 그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팀에서 킹으로까지 불리는 세계 최강의 미드필더로 손꼽히고 있는 한윤석.
챔피언스 리그 19골, 리그 40골을 기록하며 메시와 호날두의 신과 같은 업적을 뛰어넘을 기대주로 불리는 발롱도르의 한정우.
이 두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 와일드 카드로 대단한 선수를 데려온다고 하더라도 이 두 사람을 능가한다고 볼 수 없는 데다가, 이 와일드 카드, 아니, 언론에서 치트 키라 불리는 이 두 사람 덕분에 와일드 카드를 안정적인 수비수 두 명과 골키퍼 하나를 보강한 대한민국을 무시할 수 있는 국가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영원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브라질의 감독조차도 대한민국에서 두 선수를 활용하는 것은 반칙이라고 불평할 정도였다.
그리고 지금.
파주 트레이닝 센터로 모여드는 선수들의 면면을 보기 위해 수많은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바라는 마음으로 기자들이 화려한 선수단의 모습을 촬영하기 바쁜 가운데 형제가 없었다면 아마 한국 최고의 재능, 역대급 선수로 기대를 모았을 이강운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강운 선수! 올림픽 대표로서 포부가 있으십니까?”
한 기자의 물음에 이강운은 대답하지 않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제 겨우 스무 살.
어린 나이임에도 한 팀의 에이스로 자리 잡기까지 한 그는 반짝거리는 눈으로 열심히 두리번거리면서 기자의 물음에 오히려 되물었다.
“정우 형은 왔어요?”
“아, 한정우 선수는…….”
뭔가에 홀린 것처럼 답변하려던 기자의 시선이 뒤로 향한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기자들도 마찬가지.
한 대의 차가 나타나고 그 차에서 두 선수가 내리기 시작하자 모두 그곳으로 달려가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빠졌다.
강운의 입장에서는 기분이 상할 법도 한데 오히려 강운은 기자들보다 빨리 달려 나가 두 선수에게 달려갔다.
“정우 형! 윤석이 형!”
때마침 차에서 내리던 형제는 달려오는 강운을 보고 웃었다.
“이야, 반갑다. 아니지 이렇게 직접 만난 건 처음인가?”
강운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강운은 작년부터 국가 대표의 부름을 받고 있었지만, 형제는 정규 A매치 참여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강운과 마주치는 일이 없었다. 선수 보호 차원에서 무작정 호출을 하는 일이 요즘 들어 없어졌기 때문에 생겨난 일이었다.
“이야, 이리 보니 반갑네. 잘해 보자.”
정우는 웃으며 강운에게 손을 내밀었다.
강운은 떨리는 마음으로 정우의 손을 잡았다.
강운에게 있어서 정우는 우상이었다. 놀라운 장면을 연출하고 어마어마한 골을 넣는다. 한때는 내가 한국 최고가 될 거라 생각했던 자부심을 무너뜨리는, 충격적인 활약을 보고 그에게 홀라당 빠져 버린 강운이었다.
“넵! 감사합니다!”
“뭐 그리 바짝 얼어 있어, 얼른 들어가자.”
정우는 그리 말하며 형과 강운과 함께 파주 안으로 입성했다.
성가신 기자들의 질문에 영혼 없이 대답을 하고서 들어간 트레이닝 센터의 대회의실에는 이미 적지 않은 선수들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이 처음 보는 선수들이었다.
물론…….
“Yo! 썽우!”
“왔냐.”
성우와 같이 안면식이 있는 친구들도 있었다.
대부분 해외에서 활약하던 사람들이었고, 성인 대표 팀으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었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신기한 얼굴을 하고 있는 선수들도 있었다.
처음으로 대표로 뽑힌 선수들은 성우나 성호 같은 선수들도 신기했지만, TV에서나 보던 정우와 윤석을 보고 마치 연예인을 맞이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거의 나이가 비슷한 또래 친구들이었지만, 이제 막 K리그에서 주전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자신들과 달리 세계 최고의 구단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로 손꼽히는 형제가 아니던가.
“야, 사인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
“사인은 무슨…… 가오 없게.”
같은 포항 출신인 용수와 영환이 수군거리는 사이.
끼이익.
대회의실의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시장 바닥이냐? 조용히들 좀 해라, 자식들아.”
대회의실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다름 아닌 신태형이었다.
지난 올림픽에 이어서 이번 올림픽에서도 감독으로서 올림픽 대표 팀을 맡게 된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선수들을 향해 가볍게 손을 들어 보인 신태형은 자신이 이끌 선수들의 면면을 바라봤다.
절로 가슴이 부풀어 오를 수밖에 없었다.
“이야, 내가 살다 살다 발롱도르 1등, 2등을 데리고 축구를 할 줄은 몰랐네. 이거 영광이다 야.”
신태형의 농담 섞인 말에 선수들이 웃음을 흘렸다.
“윤석이는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나서게 되었네. 기분이 어때?”
“이번에는 금메달 따 봐야죠.”
드물게 윤석이 당돌한 발언을 한다.
정우 핑계로 올림픽 대표로 나서긴 했지만, 사실 윤석의 마음속에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빌어먹을 정도로 인연이 없는 챔피언스 리그보다,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차지할 수 없는 번쩍이는 금메달이 말이다.
“그래, 맞다. 나도 이번에는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내가 이래 왜도 제의가 오는 곳이 많거든? 국가 대표 팀에서도 콜 업하려고 했었고 말이지. 그런데도 내가 너희 코흘리개들을 데리고 올림픽으로 나서려는 이유가 뭔지 아냐? 바로 금메달이 아쉽기 때문이야. 손아귀에 들어오려다가 빠져나가니 그렇게 미련이 남을 수가 없더라. 그래서 나는 이번에는 반드시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훌훌 털고 새 출발을 하려 한다. 그러니…….”
신태형은 번뜩이는 얼굴로 말했다.
“따자, 금메달.”
선수들의 얼굴이 결연해졌다.
그런 선수들의 표정을 보고서 신태형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선수들에게 30분 후 훈련임을 알리고 내보낸 뒤, 윤석을 따로 불렀다.
“내가 왜 불렀게?”
신태형은 윤석을 바라보며 물으며 생각했다.
격세지감이라더니 정말 기분이 묘하다.
지난 올림픽에서는 한 선수의 부상으로 대체 선수로 선발한 무명의 선수, 2부 소속인 부천에서 막 선수로 뛰기 시작한 핏덩이였다.
그랬던 선수가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국한된 게 아닌,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어서 지금 자신의 앞에 있었다.
“글쎄요…….”
예전이나 다를 바 없이 순박하게 웃는 윤석을 보며 신태형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변한 게 없어 보이지만, 참 많이 달라진 윤석.
선수로서 뛰어 봤기에 잘 안다.
그런 리그에서 스물세 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한다는 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것인지를.
그리고 그 잘난 선수들을 카리스마와 실력으로 지배한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그렇기 때문에 특별하게 이 선수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다.
“옛다.”
신태형이 건넨 것은…….
“완장입니까.”
시큰둥한 윤석의 반응에 신태형은 조금 당황했다.
“괘, 괜찮겠어? 형들도 있는데?”
윤석은 씨익 웃었다.
“유럽에서는 나이가 안 따져요.”
“아, 그래, 그렇지.”
순박해 보이지만, 마인드부터가 많이 달라진 것을 실감하며 신태형은 윤석의 어깨를 두드렸다.
“정우도 있기는 하지만, 믿을 사람은 너다. 애들이 어려도, 아니, 어린데도 다들 자기 팀에서 주전으로 뛰는 애들이 태반이라서 다들 톡톡 튈 정도로 당돌해.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아무튼, 너라면 걔들 단도리 잘해서 이끌어 줄 수 있겠지? 금메달로?”
“……최선을 다할게요.”
확답은 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믿음직스럽다는 생각을 하며 신태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부탁한다.”
신태형의 기대대로 윤석은 순식간에 대표 팀을 장악했다.
나이 많은 형들도 있었고, 동갑내기 친구들도 있었지만, 윤석이 주장인 것, 그리고 윤석이 주장으로서 팀을 이끄는 것에 불만을 가지는 선수들은 없었다.
실력이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이 축구였고, 그 실력의 정점이기도 했으며 힘으로도 키로도 아무것도 이길 수 없는 게 바로 윤석이었던 탓이었다.
그런 윤석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 팀은 도쿄로 향하게 되었다.
대한민국은 D조였는데, D조에는 포르투갈, 미국, 가나가 포함되어 있었다.
세 팀 모두 쉬운 팀들은 아니었다.
포르투갈에는 도르트문트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게헤이루와 파리 SG의 핵심 중 하나인 베르나르두 실바, 첼시 선수인 루벤 세메도가 와일드 카드로 있었으며, 형제와 맨유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루벤 네베스도 이번 올림픽에 나선 상황이었다.
미국도 만만치 않아 도르트문트에서 뛰는 퓰리시치, 존 브룩스가 중심이 되어 프리미어 리그 소속의 선수들까지 있었고, 항상 국제 대회의 돌풍의 중심이 되는 아프리카 대륙의 강팀, 가나에서는 뛰어난 선수들은 없을지 몰라도 아직 완성되지 않은 U-23의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인 피지컬을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같이 만만한 팀은 아니었지만…….
기자회견에서 신태형은 대한민국 대표 팀 감독으로서는 이례적인 발언을 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번 올림픽 최고의 스쿼드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무슨 걱정인가요?”
……하고 말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대한민국의 이런 발언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들도 없었다.
설령 있었다고 하더라도 가나와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은 더 이상 한국을 평가절하 할 수 없었다.
대한민국 7 : 0 가나.
압도적인 공격력 앞에 다크호스로 예견되던 가나를 짓밟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