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227)
형제의 축구-227화(227/251)
형제의 축구 227화
초전박살
-오늘의 선발 라인업입니다. 먼저 홈팀인 리버풀의 라인업입니다.
FW 디보크 오리기.
MF 쿠티뉴, 외질, 사디오 마네, 벤탈렙, 외즈야쿱.
DF 토일란, 호에트, 반 디크, 클라인.
GK 메레트. 이상입니다.
-리버풀, 지금의 라인업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쿠티뉴, 외질을 제외하고는 월드 클래스는커녕 월드 클래스였던 선수들조차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량 하락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쫓겨나다시피 리버풀로 이적 온 외질이 팀의 중심이 될 수 있었다고 할 정도로 팀의 스쿼드 자체는 뛰어나다 볼 수 없거든요. 그런데 이 선수들이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며 리그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자르딤 감독이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일이죠.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오늘 맨유의 라인업을 보시면 리버풀은 홈에서 참 힘든 경기를 펼치지 않을까 생각될 겁니다. 맨유의 라인업입니다.
FW 벨로티.
MF 한정우, 포그바, 그리즈만, 한윤석, 에레라.
DF 루크 쇼, 바란, 라포르테, 헨라취.
GK 데 헤아. 이상입니다.
-네, 리그 최고가 아닐까 싶은 막강한 라인업이군요. 확실히 지난 시즌보다 더욱더 업그레이드된 스쿼드를 보유한 맨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벨로티 선수의 연계 능력은 맨유의 2선 자원인 정우, 포그바, 그리즈만을 더욱더 살려 줄 카드로 부각되고 있죠? 오늘 처음으로 셋이 모두 출격하게 되었는데, 제대로 그 능력을 보여 줬으면 좋겠습니다.
정우는 슬쩍 벨로티를 바라봤다.
제법 능숙한 영어를 구사하면서 몇 번 대화를 나눠 본 그는 꽤 유쾌한 사람이었고, 인종차별이나 편견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그리고 실력도 좋았다.
무엇보다 그 왕성한 활동력.
뒤쪽에 에레라가 있다면 앞에는 벨로티가 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무서울 정도의 활동량을 보여 주고 있었다.
때로는 뒤에서, 때로는 옆에서, 때로는 자신과 위치를 바꾸며 상대를 지원하는 이타적인 플레이는 정우가 한 수 배워야 할 정도로 뛰어났다.
그야말로 현대 축구에서 원하는 스트라이커라고 볼 수 있었다.
문득 벨로티와 시선이 마주친다.
[어이, 잘하자고.]정우가 먼저 벨로티에게 말을 걸자, 벨로티는 씨익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내민다.
[짜식.]정우가 웃음을 흘리는 사이.
마침내 주심의 휘슬이 울린다.
리버풀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리버풀의 축구는 꽤나 심플했다.
자르딤은 독창적인 감독은 아니었지만, 현대적인 전술을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트렌드를 읽고 선수들을 마치 하나의 부품 삼아 유기적인 플레이를 가능하게 했다.
결코 서두르지 않고 맨유의 간을 보듯 적절한 템포로 리버풀이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전열을 가다듬는다.
-리버풀, 신중하게 시작하고 있네요. 막강한 화력을 자랑한다고 하지만, 이번 맨유의 수비는 인상적입니다. 3경기에서 단 한 번의 실점을 제외하고는 매우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여 주고 있거든요.
-그렇죠. 바란과 라포르테의 호흡이 매우 좋습니다. 바일리나 린델뢰프의 자리를 심각하게 위협할 정도로 안정적인 플레이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뭐, 여기에 지원하는 윤석와 에레라의 호흡은 뭐…… 더 말할 게 있나요? 맨유 완벽한 수비 조직력을 자랑합니다.
해설들의 말대로였다.
경기를 준비한 자르딤 감독은 물론이고, 실제로 필드에서 뛰는 선수들도 맨유에게서 빈틈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공을 쉬이 앞으로 전개할 수 없었다.
[지난 시즌이 차라리 만만했어.]자르딤은 홀로 그리 중얼거리며 끌끌 혀를 찼다.
그리고 그의 표정이 점차 굳어졌다.
지금까지 간을 보던 것은 맨유도 마찬가지.
점점 상대 팀이 어떤 상황인지 깨달은 맨유가 서서히 라인을 올리면서 숨통을 조여 가기 시작했다.
간격을 유지한 채로 단숨에 라인을 올려 리버풀을 압박하자, 리버풀은 그 틈을 노려 공을 앞으로 전개하지 못하고 오히려 뒤로 공을 물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리버풀과 맨유의 차이점이 지금 드러나기 시작한다.
하나의 팀으로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 준 리버풀이었지만, 지금 리버풀에게는 무게감이 없었다.
반대로 맨유의 스쿼드가 주는 무게감은 리버풀과 차원이 달랐다.
세계 최강의 선수들이 즐비한 그들은 리버풀의 선수들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주기에 충분했다. 단순히 공을 패스하고 전진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를 긴장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리고 그 긴장의 중심에는…….
-킹 윤석! 맨체스터의 위대한 로드가 나섭니다.
수비 라인이 바짝 올라오면서 에레라에게 그들을 맡긴 윤석이 앞으로 나서며 리버풀의 숨통을 더욱더 바짝 조이기 시작한다.
주춤주춤, 좁아진 간격에서 쉬이 패스를 하지 못하고 공이 뒤로 돌아가는 사이에 이를 지켜보던 벨로티가 기민하게 움직인다.
-벨로티! 후방으로 이동하는 공을 차단합니다! 전방에서 맨유의 역습 찬스!
벨로티가 공을 빼앗아 빙글 몸을 돌리는 가운데.
리버풀의 선수들이 벨로티를 잡기 위해 움직이는 그 틈에 정우와 그리즈만이 침투하고 벨로티와 공을 지키기 위해 포그바와 윤석이 나선다.
셋이서 패스를 하면서 리버풀의 정신을 쏙 빼놓는 사이에 어느 순간 윤석이 강하게 공을 때린다.
쾅!
-중거리 슛인가요!
중거리 슛을 하기에는 제법 먼 거리.
그렇다고 해도 윤석의 평소 킥력을 생각하면 중거리 슛을 시도해도 어색하지 않은 거리였다.
하지만 윤석의 슈팅은 골대를 노린 게 아니었다.
슈팅도 아니었다.
패스라고 믿기 어려운 힘이 실려 있지만, 그것은 엄밀히 패스였고, 패스가 향하는 곳에는 어느새 정우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걸 어케 처리하라는……!”
정우가 인상을 팍 찌푸리면서도 스핀을 먹은 공의 옆으로 살며시 발을 가져간다.
퉁!
결코 가볍지 않은 공을 가볍게 방향을 전환한다.
힘을 잃지 않고 방향만 전환한 공은 메레트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골대의 사각으로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고오오오오올!
-형제가 선제골을 만들어 냅니다! 저 공을 저렇게 건드려서 골로 연결하네요!
-골키퍼의 손도 박살 내는 위력적인 공인데요, 놀라운 볼 터치가 아닐 수 없어요. 공의 힘을 죽이지 않고 방향 전환만 해서 골을 만드는군요!
-동생을 신뢰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무서운 패스였습니다!
공을 넣은 정우가 자신의 등번호를 가리키고는 이내 형에게 달려와 매달린다.
“패스로 사람 죽일 셈?”
“잘 받아서 골 넣었잖냐.”
“그러다 내 발목 나가면?”
“설마? 내가 널 모르냐?”
형제가 나란히 히죽 웃음을 흘린다.
선제골로 기세를 올린 맨유는 경기가 재개되면서 다시 타이트하게 리버풀을 압박하기 시작했고, 자르딤의 얼굴은 더욱더 흐려졌다.
-기세등등했던 리버풀인데요, 맨유 앞에서 시작부터 속절없이 흔들립니다. 이유가 뭘까요?
-음, 전술이 주는 한계라고 해야 할까요? 선수들이 가진 무게감이 다릅니다. 아무리 비슷한 수준의 전략 전술을 가지고 있는 감독이 지휘하는 팀이라고 가정한다고 해도, 지금 맨유가 주는 무게감은 다르죠. 전술에만 의존하는 선수들이 아닌, 그 속에서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하고 만들어 내는 게 리버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다릅니다.
-음, 하지만 쿠티뉴나 외질, 사디오 마네와 같은 선수들은 그런 수준은 아니지 않나요.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막강한 화력을 자랑할 수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보세요, 그런 선수들이 몇몇 있는 리버풀과 달리 맨유는 열한 명 모두가 발롱도르나 피파 월드 베스트에 들어도 이상할 게 없는 선수들입니다. 수비부터 공격까지 한 사람, 한 사람이 스스로 뭔가를 결정지을 수 있어요. 그리고 자르딤과 무리뉴 감독의 무게도 다르죠. 우승의 경험이 있는 감독과 없는 감독의 차이도 큽니다.
경기가 싱겁게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리버풀 팬들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반대로 원정온 맨유의 팬들은 기가 살아나 더욱더 힘차게 맨유의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싱거운 경기가 될 것 같은데요……. 더비치고는 치열함이 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경기의 재미를 더하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아, 그런 게 있나요?
-치열할 것 같던 더비가 한쪽이 경기 자체를 휘어잡고 화끈한 골 잔치를 보여 주는 거죠!
화끈한 골 잔치.
보여 줄 것 같았다.
리버풀로 이적하면서 3경기 연속으로 골을 넣고 네 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자신의 가치를 한껏 올렸던 외질이었지만, 그는 아스날에서 방출되다시피 했던 스스로의 고질병, 좁은 활동량을 극복하지 못했다.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하는 맨유를 감당하지 못하고 지워지다시피 했지만, 리버풀은 자르딤 감독의 지시대로 계속해서 그에게 공을 몰아줬고, 고립되고, 맨유는 공을 빼앗는 패턴을 만들어 냈다.
두 번 연속으로 같은 패턴으로 외질에게서 공을 뺏어 역습을 시도한 끝에 맨유는 두 번째 골을 만들어 냈다.
외질에게서 에레라로, 공을 빼앗은 에레라가 다이렉트로 정우에게 공을 보냈다.
그리고 허공에서 떨어지는 공을 정우가 원터치로 페널티에어리어 안으로 떨어지는 순간.
등 번호 7번을 두고 불편한 관계였다가, 이제는 더없이 좋은 동료가 된 그리즈만이 정우의 패턴을 그대로 예상하고 파고들어 슈팅했다.
-골! 그리즈만!
-맨유가 2골로 앞서갑니다!
그리즈만 특유의 세리머니와 함께 정우와 그리즈만이 서로 껴안았다.
[찰떡같이 받아 주네, 나이스 골!] [네가 거기로 찔러 줄 거라 생각했지, 역시 7번!] [캬, 9번!]둘이 덕담을 주고받는 사이, 앙숙 같은 상대를 유린하는 선수들을 향해 맨유 팬들이 목청을 높인다.
-이거 오늘 안필드가 누구의 홈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리버풀 팬들 오늘따라 기운이 없어 보이네요.
-상승세를 보여 주면서 맨유를 상대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 주리라 예상했기 때문일까요? 팬들의 실망이 유난히 큰 것 같아요.
하나같이 안색이 흐려지는 리버풀 팬들.
-쿠티뉴! 움직입니다! 패스 없이 단독 돌파!
보다 못한 쿠티뉴가 자르딤이 지시한 패턴대로 움직이지 않고 스스로 맨유의 진영을 깨부수기 위해 움직인다.
리버풀의 팬들이 다시 기대를 모으는 순간.
하지만 맨유는 상대방 팬들의 기대심을 환호로 물들이게 할 정도의 배려심 같은 것은 없었다.
빠르게 삼각형 대형으로 쿠티뉴를 압박하고 라포르테가 쿠티뉴의 공을 빼앗아 바란에게 밀어 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바란의 롱패스!
일직선으로 단숨에 최전방까지 이어 간 패스를 수비수를 달고서도 받아 내며 몸을 낮춰 상대방 수비수들이 몸싸움을 시도하는 것을 견뎌 내며 그대로 측면으로 공을 밀어 줬다.
그리고 그 공을 쫓아 벨로티를 견제하느라 구멍이 생긴 리버풀의 수비 뒤 공간을 파고드는 한 사람.
-한정우우우우!
놓치면 따라잡는 게 불가능하다고 평해지는, 기록으로 남은 모든 선수들의 속도를 압도하는 최고의 발을 지닌 선수.
정우가 번개같이 달려와 마무리한다.
철썩!
-고오오올! 골입니다! 한정우!
-리그 4호 골입니다! 3경기 4골! 과연 역대 최다 골 득점왕다운 위엄을 보여 주는군요!
-이렇게 되면 기대하게 되죠, 해트트릭을요. 오늘 리버풀을 상대로 첫 해트트릭이자, 시즌 첫 해트트릭을 성공할 수 있을까요? 지금 시간은 전반 41분, 아직 후반이 남았습니다.
정우가 세리머니를 하는 것을 지켜보며 맨유의 팬들은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해트트릭!] [해트트릭!]정우가 리버풀을 상대로 통쾌하게 해트트릭을 터뜨리길 응원했다.
[가능하겠어?]골을 넣은 정우를 응원하며 그리즈만이 물어 오자, 정우는 씨익 웃었다.
[충분히.]그 말 그대로.
정우는 해트트릭을 기록하고 맨유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후반 23분 교체되었다.
그리고 이날 경기 결과는 리버풀을 상대로 4 대 0.
4연승을 기록하면서 맨유는 그 어느 때보다 훌륭한 위닝 멘탈리티를 장착한 것으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