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228)
형제의 축구-228화(228/251)
형제의 축구 228화
공개 구혼
잘나가던 리버풀을 단숨에 바보로 만든 맨유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챔피언스 리그였다.
지난 시즌 결승전에서 코앞으로 다가온 빅이어를 아쉽게 놓친 맨유는 챔피언스 리그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 둔 상태였다.
이번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서 맨유는 B조 그룹에 속해 있었는데, 같은 조에 속해 있는 클럽으로는 FC 쾨벤하운, 아약스, 그리고…… 바르셀로나가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시티, 그리고 중국 자본의 힘으로 과거의 위상을 되찾는 중인 밀란이 속해 있는 E조와 같은 죽음의 조는 아니었지만, 쉬운 조 역시 아니었다.
리그와 클럽 자체가 과거와는 위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준수한 유망주들이 즐비한 아약스와, 세계 최강의 자리에서 내려왔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건재한 MSN을 필두로 한 바르셀로나가 있는 조였다.
방심하면 3위로도 추락할 수 있는 쉽지 않은 조.
그렇다고 해서 맨유가 기죽을 만한 그런 조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바르셀로나.
지난 시즌부터 부진을 겪으며 우승 레이스와도 멀어진 상태로 리그 3위로 안착한 바르셀로나는 더 이상 예전에 세계 최강 팀이 아니었다.
MSN이 건재하다고 하지만, 올해 서른네 살인 메시도 예전의 그 알고도 막지 못하는 메시가 아니었으며, 동갑내기인 수아레즈는 지난 시즌보다 더욱더 떨어지는 기량을 보여 주고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월드 클래스의 선수들이었지만, 함께 전성기를 구가한 네이마르와 비교한다면 그 기량이 많이 하락한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의 문제는 그뿐이 아니었다.
엔리케가 물러나고 마찬가지로 그 뒤를 이은 운수에도 세대 교체에 실패한 데다가, 이니에스타까지 은퇴한 지금, 바르셀로나는 역대 최악의 미드필더진을 보유했다는 조롱을 받고 있었다.
그들의 기본 베이슨인 티키타카조차 제대로 구현해 낼 수 없는 수준의 선수들을 가지고 마땅한 감독이 없어 엔리케가 다시 돌아온 상황이었지만, 엔리케는 지금의 상황을 타개하지 못하고 4경기 동안 2무 2패를 기록하며 또다시 경질 위기에 놓여 있었다.
아약스도 마찬가지.
샐럽 리그로 유명했던 네덜란드 리그 자체가 퇴보하기 시작하면서 요한 크루이프, 반 바스텐, 레이카트르, 베르캄프, 데 부어, 다비즈, 반 더 파르트, 야프 스탐, 반 데 사르와 같은 전설적인 선수들을 키워 냈던 과거의 명성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준수한 유망주들이라고 해도 다른 리그에서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그저 말 그대로 준수한 정도의 선수들로만 구성된 팀이었다.
조별 예선 첫 상대인 FC 쾨벤하운은 두말할 것도 없는 상황.
맨유는 쾨벤하운을 상대로 대부분의 핵심 선수들을 제외했음에도 불구하고 3 대 0으로 가볍게 제압했다.
챔피언스 리그에서 승리를 거머쥔 맨유의 다음 일정은 사우스햄튼과 2연전이었다.
리그 경기와 리그컵 3라운드를 모두 사우스햄튼을 상대로 해야 했다.
사우스햄튼은 중위권으로 분류되는 팀들 중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탄탄한 스쿼드의 팀이었다. 챔스에서 만나야 하는 쾨벤하운이나 아약스가 오히려 더 만만할 정도로 리그가 하필 프리미어 리그라 챔스와 인연이 없는 불쌍한 팀이라고나 할까?
그 탓인지 사우스햄튼의 저항은 매우 거셌다.
맨유를 상대로 절대로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라 외치며 베스트 맴버가 투입된 맨유를 상대로 단 한 번의 실점도 내지 않으며 0 대 0으로 무승부를 만들어 낸 것이다.
쓰디쓴 패배는 아니었기에 무리뉴는 선수들을 크게 질타하지 않았지만, 사우스햄튼을 상대로 애를 먹은 선수들은 잔뜩 뿔이 났던 모양이다.
리그컵 3라운드, 곧바로 만난 사우스햄튼을 상대로 맨유는 5 대 0이라는 압도적인 스코어로 사우스햄튼을 유린했다.
정우는 이날 두 번의 골과 한 번의 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윤석은 도움 해트트릭을, 그리고 벨로티는 프리미어 리그로 이적 온 이후 첫 해트트릭을 만들어 내며 팬들의 찬사를 받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본머스와 6라운드 대결.
맨유는 챔피언스 리그 다음 경기인 바르셀로나와 조별 예선과 일정이 가까운 것을 염려해 주전 선수들을 제외시켰고, 형제도 벤치에서 이 경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새롭게 유입된 선수와 지난 시즌 알짜배기 활약을 하며 핵심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 줬던 선수들이었지만, 후반 20분이 되도록 골이 나오지 않았다.
지난 시즌 나름대로 기대를 하고 데려온 공격수인 막시밀리아노 로메로는 지난 시즌에서 아쉬움을 오늘 본머스와 경기에서 실망으로 이어 갔다.
“정우…… 준비하게.”
보다 못한 무리뉴는 결국 체력 조정 차원에서 선발에서 제외한 정우를 투입했다.
득점에 관해서는 가장 믿을 만한 선수.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는 마치 본인이 슈퍼 서브라도 된 것처럼 미친 활약을 보여 주는 그가 들어오자 경기의 분위기 자체가 바뀌었다.
-한정우가 들어오자 본머스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네요.
-그럴 수밖에요. 무려 한정우입니다. 본머스로서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무리뉴가 아무도 내놓지 않기를 바랐을 겁니다.
“좋아, 좋아, 이 분위기 좋아. 그럼 기대에 부응해 볼까?
정우는 히죽 웃었다.
그리고 정우는 천금 같은 1골을 만들어 내며 본머스와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 지었다.
무리뉴로서는 기뻐할 수밖에 없었다.
“이야, 오늘 존재감 어필이 장난 아닌데?”
퇴근하는 길.
윤석이 웃으며 말하자, 정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오늘은 그럴 수밖에.”
“왜? 무슨 일인데?”
“다큐 마지막 방송일이잖아.”
“아…… 그날인가, 드디어?”
윤석의 말을 듣고서 정우가 흐흐흐, 웃음을 흘렸다.
형제가 나온 다큐는 화제를 불러 모으면서 주말 11시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동안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형제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충분히 사람들의 관심을 부를 수밖에 없었던 것.
상상할 수 없는 가난. 지금은 사라진 뒤였지만, 사진을 통해 보여진 형제가 살던 신앙촌의 모습과 형제의 어린 시절 몇 없는 사진들까지 보여지면서 사람들의 동정까지 불렀다.
그야말로 벼랑 끝에서 성공한 형제.
드라마로 다시 쓴다고 해도 모자랄 게 없을 정도였던 것.
그리고 오늘은 한국에서 형제들의 다큐 마지막 방송이 예정된 날이었다.
“정말 편집 없이 그걸 방영해 줄까?”
“해 주겠지. 시청률을 올려 줄 이야기잖아. 안 그래?”
“으음, 그래도 다큐인데…….”
“정확히는 다큐 예능이지. 예능 다큐라고 해야 하나?”
정우는 그리 말하며 손을 비비다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자기야, 오늘 다큐 마지막 방송. 꼭 봐야 한다! 한국 맞지?] [어어, 할머니 때문에 다시 한국이야. 꼭 챙겨 볼게.]기다렸다는 듯이 오는 주희의 답장을 보고 정우는 흐뭇하게 웃었다.
* * *
“할머니, TV 좀 틀게요.”
한편, 한국에서 시간을 확인한 주희는 자신의 할머니에게 말했다.
예전 같지 않은 기력 때문에 침대에서 생활하는 일이 잦아진 주희의 할머니였지만, 여전히 목소리는 정정했다.
“아이고, TV는 어인 일로? 핸드폰이나 죽어라 하던 아가? 니 정우랑 전화 안 하나?”
할머니의 말에 주희는 배시시 웃었다.
“정우가 TV 보라고 그렇게 강조해서요.”
“아, 맞데이! 정우랑 윤석이 테레비 나오쟤? 사람들이 아주 난리라 안 카나.”
“네, 오늘이 마지막 방송이래요. 꼭 보라고 신신당부를 하더라구요. 뭐 때문에 그러는지…….”
주희 할머니는 흘흘 웃으며 말했다.
“몸이 멀며는 맴도 멀어진다 카는디, 니들은 아직도 알콩달콩이가? 그도 쉽지 않은디, 기특들 허네.”
“에이, 우릴 뭘로 보고!”
주희가 눈웃음치며 귀엽게 웃자 할머니는 그게 보기 좋다는 듯 흐뭇하게 웃었다.
“어, 할머니, 시작한다!”
“아이고, 그래. 함 보자.”
할머니와 주희의 시선이 TV를 향한다.
마지막 방송에서 보여 주는 모습은 형제의 영국 생활이었다.
“하이고, 우리 정례 성공했네. 뭔 집이 저리 대궐같이 으리으리하나? 닌 가 봤나?”
“아니, 나도 영국은 가 본 적이 없어. 집 새로 리모델링했다는 소리만 들었는데…… 엄청 좋네.”
걱정했는데…….
“아니, 걱정할 필요가 없나.”
가족이 모두 모여 사는 정우네였다.
정우네 할머니가 얼마나 알뜰살뜰하게 챙겼을까.
한결같은 손주 사랑을 보면 주희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으니 말이다.
집을 보여 준 뒤, 이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훈련장이 공개되고 축구 팬들이라면 환호할 맨유의 선수들의 모습들과 그들과 어울려 지내는 형제의 모습이 차례대로 방영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형제와 류준형이 헤어지는 모습이 담겨진다.
“뭐야…… 꼭 보라더니 별거 없잖아.”
하도 강조하기에 내심 기대하고 있던 주희는 별거 없자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 사는 거 보라고 그러는 거 아이겠나?”
“흐음…….”
그때였다.
-자기야, 보고 있어?
에필로그처럼 흘러나오는 영상.
자리에 앉은 정우가 쑥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
“뭐꼬?”
조손이 나란히 TV로 집중되는 순간.
카메라 샷이 점점 뒤로 멀어지면서 정우의 전신과 배경이 드러난다.
형인 윤석을 포함한 맨유의 선수들이 나란히 서서 카메라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우리들 다 나오나?
-그런 거 같은데?
-이제 외치면 되는 거야?
선수들이 영어로 수군거리는 사이에 정우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뒤를 돌아본다.
-아, 좀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하나, 둘, 셋! 하면 하는 거야. 알았어?
정우의 말에 군인이라도 된 것처럼 선수들이 익살스럽게 부동자세를 취하고는 예스라고 외친다.
-좋아, 흠흠, 하나, 둘, 셋!
정우의 외침과 동시에 맨유 선수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Marry me!
-나와 결혼해 주쎄요!
-주희! 싸랑함니다!
“어머, 어머머…….”
주희의 눈이 휘둥그레 떠지는 순간.
-사랑한다, 윤주희. 나랑 결혼해 줄래?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랑 함께해야 할 거 같다.
“할머니…….”
“와?”
“정말…… 쟤 너무 치 떨리게 잘생긴 것 같지 않아?”
“뭐라꼬? 아이고, 흘흘, 그래, 억수로 잘생깄다. 배우 해도 될 얼굴이데이.”
주희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몽롱하게 TV 영상을 바라봤다.
정말 끝난 듯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던 정우가 멈칫하더니 다시 카메라를 바라본다.
-그…… 주말 부부나 평일 부부 이런 거 있잖아. 공부 끝날 때까지 방해하지 않을게. 결혼부터 해 주라. 어…… 그…… 가능하지 않을까? 제발 결혼해 주면 안 될까? 아…… 이러면 너무 구차한가? 구차해요?
멋들어지게 이어지던 정우의 프로포즈는 구차하게 변했다.
“바보…….”
좋은 분위기를 단숨에 망쳐 버리는 그 모습에 화가 나거나, 한숨이 나오기 전에…….
이상하게 왜 눈물이 날까?
주희는 흐르는 눈물을 쓰윽 닦으며 웃다가 할머니를 바라보며 물었다.
“할머니, 나 어쩌지? 결혼 확 해 버려?”
“니 공부는? 우얄라고?”
“쟤 말하는 거 봐. 결혼해도 공부시켜 준다잖아. 근데 사실…… 나도 불안하거든. 내가 이렇게 잰 척하다가 나 버리고 다른 여자한테 갈까 봐.”
할머니는 그런 주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점마 말하는 거 보래이. 니 윽수로 좋아한다 아이가. 너무 걱정하지 마라. 그렇다고 결혼하지 말라는 건 아이다. 네 맘 내키는 대로 해라. 좋아하는 거 아이가?”
“응, 응…….”
주희는 할머니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근거리는 마음.
당장 정우에게 전화하려는 순간.
“응? 엄마다. 어, 엄마, 왜?”
그보다 한발 빠르게 엄마에게 전화가 온다.
-야! 윤주희!
“아, 시끄럽게…… 나 귀 안 먹었어.”
버럭 소리치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주희가 인상을 찌푸렸다.
-니 시집 다 갔어! 아주 난리가 났네! 난리가 났어! 한정우 걔 왜 그런다니? 남의 혼삿길 망칠 일 있어?
“아, 왜, 뭐가!”
-내가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겠네! 어린것들이 왜들 그러니!
“뭐! 걔만큼 돈 잘 버는 애가 어디 있다고!”
-걔 뭘 믿고!
“엄마가 그렇게 좋아하는 돈! 돈 믿고 그런다! 결혼할 거야! 끊어!”
뚝.
좋았던 기분을 순식간에 망치는 엄마와 통화 후 주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와 인나나?”
“나 갈 거야.”
“어딜 갈라꼬?”
“영국, 결혼하러.”
……불같은 엄마만큼이나 불같은 주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