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229)
형제의 축구-229화(229/251)
형제의 축구 229화
화무십일홍
“진짜…… 그런 이유 하나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거야?”
정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바라봤다.
누구를?
주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주희는 뭔가 잔뜩 심통이 난 표정으로 다이닝룸 테이블에 앉아 벌컥벌컥 정우가 건넨 주스를 들이켜고 있었다.
“푸하, 후……. 당연하지. 내가 엄마 때문에라도 결혼하고 만다. 결혼하자! 결혼해!”
그렇게 애타게 듣고 싶었던 말이건만…… 정우는 지금 상황에서 그래, 좋아! 하고 말하지 못하고 기묘한 표정으로 주희를 바라봤다. 주희는 그런 정우의 모습을 보고 눈에 불을 켜고 물었다.
“왜? 결혼하기 싫어?”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럼 하자! 어떻게 영국에서도 혼인신고 할 수 있나?”
“그건 안 될걸……. 아무튼, 지금 갑자기는 좀……”
“왜, 뭐! 네가 결혼하자고 했잖아! 장난해?”
주희의 호통에 정우가 찔끔하는 사이, 부엌에 있던 할머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이구, 갑작스레 와서는 호통이누? 뭔 일 있는감?”
할머니가 모습을 드러내자 주희는 울상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엄마가 정우가 TV로 프러포즈했다고 뭐라 하잖아요! 혼삿길 막을 일 있냐고!”
“아니, 그게 왜 혼삿길 막는 일이여? 울 손주랑 결혼하믄 되지!”
“그죠? 울 엄마는 저랑 정우가 장난인 줄 안다니까요, 순간 불타오르는 불장난! 막 그런 거 있잖아요!”
주희의 말을 들은 할머니는 흘흘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애기들이 결혼한다고 하니 네 어머니가 걱정돼서 그랴.”
“제가 애기라구요?”
“그랴, 애기지! 이 할미 눈에는 아주 갓난아기 같구먼? 뭐 예전이야 네 나이면 결혼해서 애도 낳는다 하지만 서도 요즘은 그렇지 않으니, 어린 마음에 쉽게 생각하는 줄 아는 겨.”
할머니의 말을 들은 주희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틀린 말은 아니긴 하다. 사실 이 나이면 결혼보다는 불같은 연애와 이별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나이지 않은가? 자신의 주변에도 결혼한 친구라고 해 봤자 그 많은 친구들 중에서 고작 두 명 뿐이었다. 그 둘도 모두 속도위반으로 결혼한 거니, 스스로 원해서 속도위반 없이 결혼을 한 사람은 없는 거다.
“하지만…… 전 진심인걸요, 지금 당장 결혼하려는 건 아니지만. 엄마는 제가 정우랑 오래 안 사귀고 헤어질 거라고 생각하나 봐요.”
“그럴 수도 있지, 근디 그게 다가 아니여. 아직 어리니 섣불리 결혼하는 게 걱정되는 거여. 막말로 네 엄니도 그렇게 결혼했다가…… 알지 않누?”
“그렇죠…….”
“그러니까 네가 엄마랑 똑같이 후회할까 봐 그게 걱정되는 거여. 물론 니는 아니라 하겄지만. 내 손주 놈도 그렇고.”
정우는 할머니의 말에 말없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 가운데 할머니의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하던 주희는 정우를 흘끔 바라보고는 말했다.
“그래, 결혼을 일러. 아무리 생각해도 결혼하고서 따로 사는 것도 아닌 거 같구.”
“그치만…….”
“알아! 너처럼 나도 불안하다니까? 그럼 이렇게 하자.”
“뭐를?”
주희는 정우를 보고서 다시 시선을 돌려 할머니를 바라봤다.
“할머니, 저랑 정우 결혼 말고 약혼 먼저 해도 되겠죠?”
당돌한 주희의 말에 할머니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허락받으러 온 겨? 내 손주 달라고?”
“어쩌다 보니……. 네!”
당당한 주희가 뭐가 그리 귀여운지 할머니는 연신 웃음을 흘리며 주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할머니의 손길이 좋아 주희가 눈웃음치며 할머니를 바라보며 애교를 부린다.
“허락해 줄 거죠오, 할머니? 네?”
“우리 주희니까 이 할미가 당연히 허락허야지!”
“그죠? 헤헤헤!”
주희가 환하게 웃으며 할머니를 끌어안고서는 홱 하고 고개를 돌려서 정우를 바라봤다.
“들었지? 할머니가 허락하신 거? 약혼 준비해!”
“…………거참.”
오늘따라 이 여자가 왜 이리 폭주하는지 모르겠다. 정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다이닝룸을 빠져나간다.
“야, 어디 가!”
“어디 가긴, 훈련하러 간다.”
“약혼 준비느으은?”
“한국이나 돌아가! 준비해서 찾아갈 테니까!”
“뭐?”
걸음을 옮기던 정우가 진지한 얼굴로 주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할머니만 허락한다고 될 일이야? 나도 어머니 찾아가서 진심으로 말씀드려야지.”
“우리 엄마는 신경 쓰지 말라니…….”
주희의 말이 끝나기 전.
정우가 엄한 얼굴로 외쳤다.
“그게 도리가 아니지! 누가 뭐래도 어머니신데! 내가 어떻게 돼? 어머니 입장도 생각해야지. 얼마나 걱정되시겠어?”
주희는 엄한 정우를 보고 찔끔해서 뒤로 물러섰다. 놀란 얼굴로 정우를 바라보는 사이, 정우는 등 돌리며 말했다.
“아무튼, 조만간 어머니 찾아뵐게. 기다려.”
“…….”
“알았지?”
“응? 으응, 응!”
“다녀올게.”
정우는 그 말을 남기고 집을 빠져나갔다.
뒤늦게 퍼뜩 정신을 차린 주희는 새삼스럽게 정우를 다시 봤다. 마냥 어리고 귀엽기만 하던 자신의 남자 친구에게서 남자의 향기를 제대로 느끼는 날이었다.
* * *
주희와 일단의 소동이 있은 직후.
형제는 챔피언스 리그를 준비했다.
빠듯한 일정 속에서 맞이하게 된 챔피언스 리그 상대는 바르셀로나.
한때는 세계 최강을 구가하던 그런 팀이었다.
형제에게는 챔피언스 리그에서 두 번이나 마주치면서 인연이 있었던 팀.
MSN에게 호되게 당한 전적까지 있어서 형제는 긴장감을 놓지 않았다. 그것은 무리뉴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예전 같지 않은 바르셀로나라고 하더라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떨어지는 피지컬을 경험과 기술로 대체하면서도 세계 최강의 수준을 보여 주는 MSN이 버티고 있는 곳이 바르셀로나였다.
그리고 다가온 경기 날.
캄프 누 경기장은 만석으로 채워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맞이했다.
-챔피언스 리그 B조 최대의 빅매치입니다! 바르셀로나 대 맨체스터 유나티이드! 이곳은 캄프 누 경기장입니다.
-B조 최대의 경기인 만큼 캄프 누 경기장이 만석입니다. 홈팀의 팬들이 관중석을 가득 채우고 원정 팬들의 기를 죽이고 있네요. 그야말로 지옥의 원정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만만한 팀은 아니죠? 바르셀로나도 홈에서 맞이하는 맨유를 상대로 쉽지 않은 경기를 예상하고 있을 겁니다. 라인업 보고 가실까요? 홈팀인 바르셀로나입니다.
FW 네이마르, 수아레즈, 메시.
MF 라키티치, 주앙 마리우, 세르히오 부스케츠.
DF 로드리게스, 움티티, 피케, 가스파르.
GK 슈테겐. 이상입니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2무 2패를 기록하면서 좋지 못한 스타트를 끊은 바르셀로나입니다. 하지만 챔피언스 리그에서 아약스를 상대로 4 대 0으로 신승을 거뒀죠? 여전히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강자라는 이미지랄까요?
-하지만 아약스를 맨유와 비교하기는 어렵죠.
-맞습니다. 그럼 오늘 맨유의 라인업을 보시겠습니다.
FW 벨로티.
MF 한정우, 토레스, 그리즈만, 한윤석, 에레라.
DF 루크 쇼, 바란, 라포르테, 헨라취.
GK 데 헤아. 이상입니다. 가벼운 부상을 당한 포그바를 대신해서 토레스 선수가 나왔네요. 저번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주면서 같은 포지션의 경쟁자인 포그바와 란지니를 긴장케 했습니다. 오늘도 좋은 모습을 보여 주길 기대합니다.
오늘 올리베르 토레스는 의욕이 넘쳐흘렀다.
경기 시작을 코앞으로 둔 상황에서도 펄쩍펄쩍 뛰면서 몸을 풀면서 스스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었다.
[우리 토리토리가 오늘 의욕이 넘치는데?]선축으로 센터서클 안에서 발바닥으로 공을 굴리면서 휘슬이 울리길 기다리며 정우가 벨로티에게 말했다.
[나도 저 정도는 되는데?]벨로티가 히죽 웃으면서 말한다.
짧은 시간에 친해진 벨로티를 보고 정우가 마주 웃으면서 말했다.
[벨리도 그렇군. 사실 나도 그래. MSN을 보면 흥분되거든.] [그지? 그래도 MSN이니까. 근데 왜 쟤는 토리토리고 나는 그냥 벨리야?] [맨유식 애칭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가? 그렇다면 너에게도 벨로벨로라는 애칭을 선사하지.]벨로티가 뜻도 모르면서 그저 웃었다.
[그거 좋네.]삐익!
그 순간 들려오는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 소리.
[이크, 시작했다.]정우가 벨로티에게 공을 밀어주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경기 시작됩니다. 과거 최고의 라인으로 유명했던 MSN! 그리고 프리미어리그에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에, JBG라인? 아무튼 맨유의 트리오가 붙습니다!
맨유는 공을 뒤로 돌리면서 바르셀로나를 상대했다. 바르셀로나는 간격을 유지하며 맨유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분이나 흘러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묘하다.
-이거…… 뭔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네요?
-바르셀로나가 거세게 압박하는 거 같은데…….
-맨유의 패스 성공률이 매우 높은 것 같은데요? 게다가 전진 패스가 연이어 이뤄지고 있습니다. 바르셀로나가 후방으로 밀어 내거나 공을 뺏지 못하고 있어요.
바르셀로나 자체로만 보면 기세 좋게 맨유를 밀어 붙이고 간격을 유지하고 공간을 차지하면서 맨유를 압박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맨유는 그런 바르셀로나가 우습다는 듯 정확하게 패스를 하면서 2선과 중앙에서 최전방으로 공을 보낼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아?
-앗!
그 순간.
윤석의 패스가 토레스에게 향했다.
공을 받은 토레스는 몸을 빙글 돌리며 부스케츠를 피해 내면서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부랴부랴 부스케츠가 달려가기 시작하는 가운데 그런 부스케츠의 뒤에서 윤석과 에레라가 따라붙었다.
그 가운데 공을 가진 토레스는 수비 라인까지 파고들어 가기 시작했다.
바르셀로나의 포 백 라인이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토레스가 나서고, 벨로티가 공간을 차지하고 있으며, 양 측면에서 그리즈만과 정우가 풀백을 피해 중앙으로 치고 들어갈 기회를 보기 시작한다.
[이 벨로벨로가 나서 줘야겠군.]움티티와 피케 사이에서 벨로티가 컷 아웃의 움직임으로 빠져나간다. 뭔가 있는 것처럼 기민하게 움직이는 그 모습에 움티티가 움찔하며 그를 따라 움직인다. 공간을 벌리는 그 모습에 피케가 놀라서 그곳을 바라보는 순간.
피케의 뒤에서 누군가 파고들어 간다.
그리고 절묘한 타이밍으로 피케의 앞으로 토레스의 패스가 이어진다.
빠르게 뻗어 가는 공을 뒤늦게 보고서 피케가 다리를 뻗어보지만 반 박자 늦어 공을 그대로 흘려보낸다. 피케가 다급하게 몸을 돌리며 시선으로 공을 쫓는다.
그때에는 이미 늦었다.
질풍과도 같이 피케의 뒤에서 파고들어 온 한 사람.
정우가 그 특유의 미친 속도로 골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미 달리기 시작한 정우는 이미 정평이 나 있었다.
뭘로?
고삐 풀린 듯 달리기 시작한 정우는 그 누구도 따라잡지 못하는 걸로 말이다.
사선으로 달려 들어간 정우는 피케가 달려 볼 의욕도 잃게 만드는 속도로 골대 앞까지 다가가가며 슈테겐을 마주하며 분주하게 다리를 움직인다.
시저스 페인팅으로 슈테겐의 시선을 흔들던 정우는 그대로 상체마저 움직인다.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그 움직임에 슈테겐이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는 순간.
오른 다리가 공의 앞을 스쳐 지나가며 땅을 딛고 빠르게 왼발이 가볍게 공을 건드린다.
그 작은 움직임은 우아한 포물선을 그리며 슈테겐의 손이 닿지 못하게 휘어 들어가 골대 안으로 파고든다.
-고오오오오올! 그야말로 바람입니다! 한정우의 선제골!
-바르셀로나의 포 백이 바보가 되어 버리는 순간이네요! 역시 골키퍼와 1대1 상황을 절대 놓치는 법이 없죠, 이 선수?
-그렇습니다. 현역 최강의 속도, 그리고 결정력을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정우! 그의 세리머니가 바르셀로나 팬들을 향합니다.
7
HAN.J.W
홈 팬들은 등 번호를 바라보며 야유하면서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화려했던 바르셀로나의 선수들 못지않은 어마어마한 퍼포먼스였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무리뉴는 주먹을 불끈 쥐면서 엔리케 감독을 바라본다.
[그 천하의 바르셀로나도…… 옛말이군.]세월이 무상하다고 했던가?
지금 만큼이나 화려했던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고도 이렇게 쉽게 골을 따낼 바르셀로나가 아니었건만…….
무리뉴는 왠지 씁쓸하면서도 기쁜 묘한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