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23)
형제의 축구-23화(23/251)
형제의 축구 23화
교체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송진호는 터덜터덜 벤치를 향해 걸어오는 이벨튼을 바라봤다.
스카우터의 보고나, 경기 영상을 보면 분명 이벨튼의 기량은 우수했다. 오히려 바그지뉴보다 이벨튼에게 기대를 했을 정도로 말이다.
마치 맨유의 루니처럼 새하얀 피부의 당당한 체격으로 절구통처럼 쿵떡거리며 드리블하면서 우직하게 밀고 들어가는 이벨튼의 경기 영상은 그를 당장 영입하라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 오늘 플레이는 영……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확실히 A팀보다 안정적으로 중원을 장악해 들어가는 미드필더 셋과 바그지뉴의 인상적인 활약으로 골을 넣어도 진작에 넣었어야 할 것 같은 30분이었는데, 이벨튼은 허무하게 그것들을 모두 날려 먹은 주인공이 되어 버렸다.
“수고했다.”
송진호는 굳이 그걸 내색하지 않고 이벨튼에게 수고했다 말하면서 정우를 바라봤다.
이제 173센티미터는 되었을까?
형과 달리 작고 왜소한 데다가 생긴 것까지 흔히들 말하는 미소년 같은 연약한 아이가 강아지처럼 촐싹거리고 있었다.
“정우야.”
송진호는 그런 정우를 불렀다.
신나서 필드를 바라보던 정우가 송진호를 바라보자, 송진호는 웃으며 말했다.
“네 마음껏 뛰어 봐라.”
정우는 그 말에 환하게 웃었다.
“헤헤.”
마침내 필드를 밟는다.
천연 잔디의 이질감이 정우를 반겼다.
어색한 천연 잔디였지만, 정우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반가움에 냅다 허리를 숙여 잔디에 키스해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막내가 총총거리며 안으로 들어오자, 형들이 오오, 하며 탄성을 내지르며 박수를 쳐 준다.
열심히 뛰라는 한참 어린 막내를 위한 격려였다.
심지어 정우와 마주하게 된 A팀의 수비수들도 웃는 낯으로 정우를 맞이했다.
“어이구, 앳되네. 몇 살이야?”
그 가운데 팀의 맏형인 최병조가 정우에게 물어 왔다.
“열아홉 살요.”
“어려라, 나랑 몇 살 차이야, 그럼? 열다섯 살이네, 허허…….”
그런 최병조의 말을 들은 주장, 권지용이 입을 열었다.
“실수 조금만 했으면 형 아들뻘이겠는데요?”
“아들뻘은 무슨! 조카뻘로 하자, 조카뻘!”
“조카라는 어감이 좀……. 정확하게 발음하세요, 형.”
“뭐 인마, 조카!”
두 사람의 농담 아닌 농담을 들으며 정우는 헤실헤실 웃음만 흘렸다.
어린아이가 마냥 모든 게 신기한가 보다 하고 두 수비수는 웃어넘겼지만, 사실 그 순간에도 정우는 그들의 틈을 찾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날 아기로만 취급하는 저 두 사람들…….
정우의 눈이 순간 서슬 퍼렇게 빛난다.
‘뒤통수를 제대로 칠 수 있을까?’
……한없이 천사같이 귀여운 저 외모 뒤로 이리 사악한 생각을 할 줄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그 가운데 경기는 계속 이어져 가고 있었다.
A팀의 공격 아래 B팀의 선수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A팀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B팀의 수비수들이 예상외로 잘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중에서도 한희준이 오는 공격을 번번이 막아 냈고, 애초부터 한희준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윤석이 귀신같이 나타나 공을 채갔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윤석이 이번에도 태클로 공을 가로채면서 네 번째 태클을 성공하고 있었다.
“저거 물건이네, 진짜.”
그를 지켜본 최병조가 혀를 내둘렀다.
“제가 진짜 스무 살이냐? 뭐 저리 능숙해.”
어느 순간부터 B팀의 공수는 모두 윤석에게서부터 시작되었다. 공격과 수비를 조율하면서 중원에서 상대방 선수들이 활개 치지 못하도록 장악하고 있었다.
보통 노련미가 아니었다.
“타고난 건가.”
그런 최병조의 감탄에 정우는 자신이 칭찬을 들은 듯 어깨를 으쓱했다.
역시 자신의 형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사이 윤석의 시선은 정우를 향하고 있었다.
자신은 어느 정도 보여 줄 것은 다 보여 줬다.
이제 동생이 뭔가를 해 줘야 할 차례라고 생각했다.
“내가 도와주마, 동생아.”
때마침 공격이 막을 내리고 상대방이 많이 올라온 상황이었다.
부천은 수비가 기본이기 때문에 수비진이 바짝 올라온 것은 아니고, 하프라인과 페널티 라인 중간쯤에 위치한 것뿐이지만, 그 뒤 공간으로 충분했다.
적어도 정우에게는 말이다.
뻐엉!
오늘 경기에서 가장 힘 있게 공을 찼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튕겨 나간 공은 빠르게 적진을 향해 뻗어 나갔다.
“헤…….”
정우는 그 패스가 누구를 위한 패스인지 알아차렸다.
역습 찬스에서 형이 항상 자신에게 보내오던 패스이니 모를 수가 없었다.
허공을 가르고 오는 패스를 바라보며 정우는 선배들을 바라봤다.
상대는 K리그 챔피언십에서 최소 실점을 기록할 정도로 탄탄한 수비력을 보여 준 부천의 주전 수비 듀오.
그들은 정우를 어디 한번 재롱 좀 피워 보라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정우가 슬그머니 최병조의 옆으로 붙자 최병조가 몸을 움직이며 정우의 코스를 차단했다.
그 순간, 정우의 눈이 빛났다.
최병조와 권지용 사이의 공간이 넓어진 것이다.
정우는 발끝부터 힘을 주며 달렸다.
콰악.
얼마나 강하게 땅을 내디뎠는지 흙이 파여 흩날릴 정도로 스타팅을 끊은 정우가 두 선수가 놀랄 속도로 달려갔다.
“오냐, 기다렸다, 이놈아!”
성인 팀 중에서는 유일하다시피 정우를 기억하고 경계하고 있던 현우가 튀어나왔다.
페널티에어리어 밖으로 나서는 그를 바라보며 정우는 오히려 눈을 빛냈다.
뒤에서는 네 걸음 이상으로 떨어진 수비수들이 뒤늦게 달려오는 상황이었고, 현우만 어떻게 한다면 출전하자마자 바로 골을 넣을 수 있는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상황.
정우의 마음과 머리가 차갑게 식고 눈에는 독기가 피어올랐다.
공이 떨어지려는 지점보다 더 앞으로 달려오며 정우는 현우의 시선에서 공의 낙하지점을 숨겼다.
“뭐 하는 거냐, 자식아!”
윽박질러 정우를 기죽게 만들려는 의도로 현우가 버럭 소리치는 순간.
공이 빠르게 떨어지면서 정우의 발뒤꿈치에 닿았다.
그것을 본 지용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현우야, 뒤로 물러서!”
“으응?”
그 순간 정우가 현우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공이 보이지 않는다.
“위를 봐!”
다급하게 병조가 외쳤다.
현우가 고개를 들자, 공이 보였다.
공은 우아한 포물선을 그리며 자신의 머리 위를 넘어가고 있었다.
“헉!”
현우는 헛숨을 삼키며 폴짝 뛰어올랐다.
페널티에어리어 밖임에도 불구하고 무심코 손을 뻗었지만, 공은 손에 닿지도 못했고 유유히 현우의 뒤로 넘어가고 있었다.
정우는 현우를 넘어 오는 공을 받아서 유유히 골대로 몇 걸음 더 달려가다가 골대를 향해 가볍게 슈팅했다.
삐익! 삐익!
골임을 알리는 코치의 휘슬소리와 함께 정우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런 정우를 바라보며 힘들게 달려온 최병조는 숨을 내쉬면서 이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애라서 그런가, 엄청 당돌하게 축구 하네.”
“그러게요.”
옆에서 땀을 훔치며 지용이 답했다.
“예전이었으면 선배한테 뺨 맞아도 할 말 없는 플레이여.”
병조의 말에 지용은 질린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도대체 언제 적이에요.”
“쌍팔년도다, 왜 자식아!”
병조의 농담에 지용은 웃음을 흘렸다.
그사이 보기 좋게 당한 현우는 멍하니 서 있다가 뒤로 돌아서 정우를 바라봤다. 정우는 아이처럼 촐싹거리며 좋아하고 있었다.
분명 아까 전에 마주한 정우의 눈은 독기가 철철 흐르는 게 한참 형인 자신도 움찔하게 만들었었는데, 지금은 그 나이 또래 장난기 가득한 소년의 모습이다.
현우는 그런 정우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완전 두 얼굴의 소년이네, 저거!”
그래도 확실히 물건은 물건이었다.
어린아이 같지 않은 담대함은 물론이고 골대 앞에 두고 결코 흥분하는 법이 없었다.
적지 않은 공격수들이 골대를 앞에 두고 결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이유에는 골대 앞에서 침착하지 못하고 흥분해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것도 있었다. 그건 나이가 어릴수록 더한 법인데, 지난번에도 그렇고 자신의 기억에 인상 깊게 남을 정도로 정우는 침착했다.
“그래도 2골은 안 내준다, 내가.”
현우가 이를 가는 사이, 다시 경기가 재개되었다.
하프라인에서 골을 먹은 A팀 선수들이 이를 악물고 보다 공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기존의 부천 선수들인 데다가, 내심 자신들이 주전이라고 생각했던 차에 선제골을 내주었으니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모양이었다.
더욱 거칠게, 그리고 더욱더 우악스럽게 공격적으로 나섰다.
A팀의 미드필더 중 하나인 주영우가 공을 몰고서 홀로 최전방을 향해 침투해 들어갔다.
발재간이 제법 좋은 주영우인지라 주영우를 마크하고 있던 조준석이 놓치고 말아 기세가 등등했다.
“이대로 가서…….”
주영우는 훤히 보이는 골대를 향해 자신이 골을 넣으리라 생각했다.
그 순간.
쿠웅.
묵직하고 단단한 무언가가 자신의 옆에 붙어오는 것을 느끼며 주영우가 순간 놀라 옆을 바라봤다.
“이 색…….”
주영우는 애송이나 다름없는 녀석이 붙어 오자 억지로 버티기 시작했다. 선배가 지녀야 할 자존심이 그를 최대한으로 버티게 했지만, 그것은 오히려 윤석이 원하던 거였다.
온몸에 힘을 줘 경직되다시피 한 주영우의 앞에 놓인 공을 향해 윤석은 가뿐하게 발을 들이밀어 자신의 앞으로 가져가며 주영우에게 등을 돌렸다.
“이……!”
손쉽게 공을 뺏긴 주영우가 욱해서 윤석을 밀었다.
하지만 벽을 밀듯, 윤석은 꼼짝도 하지 않았고, 발을 들이밀면 곰과 같은 몸으로 부드럽게 공을 굴리며 발을 피해 내고 앞으로 나갔다.
주영우를 뒤로하고 윤석은 이번에는 문지형에게 패스했다.
활동량은 조준석보다 적지만 문지형에게는 날카로운 패스 한 방이 있었기에, 후방에 위치한 자신이 최전방으로 공을 보내는 것보다 지형에게 패스하는 게 옳다고 본 것이다.
그런 윤석의 의도를 알고 있는 것인지, 문지형은 공을 받고 몸을 돌려 바로 측면의 바그지뉴에게 공을 패스했다.
풀백의 뒤, 바그지뉴가 따라잡기 적당한 위치로 공이 떨어져 내렸다.
바그지뉴의 개인 기량은 매우 뛰어났다.
가벼운 상체 페인트만으로 길을 막는 풀백을 벗겨 내면서 떨어지는 공을 낚아채 중앙으로 파고들었다.
이를 지켜본 정우는 바그지뉴가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도록 바그지뉴에게 향하는 지용의 뒤에서 얼쩡거렸다. 지용이 정우를 의식하느라 바그지뉴의 개인기를 막지 못하고 뚫리자, 이번에 정우는 측면으로 빠지면서 지용이 바그지뉴를 따라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최병조만이 바그지뉴에게 따라 붙었다.
건너편에서는 황진형이 또 다른 풀백을 막아서고 있었다.
골을 넣을 수도 있는 상황.
바그지뉴는 화려한 발재간으로 최병조의 눈을 속이며 그를 지나치려 했다.
툭! 촤악.
바그지뉴의 현란한 발재간에도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던 최병조가 정확하게 공을 따내면서 전방으로 공을 보냈다.
헐리웃 액션으로 벌러덩 넘어진 바그지뉴는 휘슬도 울리지 않고 경기가 정상적으로 재개되자 히죽 웃으면서 일어나면서 최병조에게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연륜을 무시하지 마라.”
최병조는 우스갯소리로 그리 말하고는 다시 움직였다.
한편, 지용은 매우 영리하게 움직인 정우를 보며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축구를 하는 게 보통 영악한 게 아니었다.
어린 녀석의 머리에 꾀가 한 가득 들어 있는 느낌이었다.
“마치 잔꾀 많은 남미 선수가 하나 더 있는 기분이네.”
그리 말하며 전방을 바라본 지용은 인상을 찌푸렸다.
간신히 전방으로 보낸 공이 이번에 또 윤석에게 틀어 막힌 것이다.
동생도 동생이지만, 형 역시도 보통이 아니었다.
자신의 피지컬을 잘 활용할 줄도 알았고, 머리도 좋고 시야도 좋은 모양인지 뺏은 공을 허투루 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선수들에게 공을 배급하고 있었다.
수비 시에는 전형적인 수비형 미드필더였지만, 공을 쥐는 순간 그는 후방에 위치한 플레이 메이커가 되어 있었다.
상당히 까다로운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이번 시즌이 기대되네.”
감독의 영입이 꽤 성공적이라고 지용은 생각했다.
자신의 앞을 든든하게 지켜 줄 수비형 미드필더와 탄탄한 중원, 그리고 날카로운 공격진까지.
“어쩌면 진짜 감독님의 목표가 이뤄질 수도.”
그리 생각하니 주장으로서 절로 유쾌해지는 지용이었다.
그 가운데 전반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들려왔다.
전반전이 눈 깜짝 할 사이에 흘러간 것이다.
벤치로 걸어오는 선수들을 바라보며 송진호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갔다.
전반 내내 보여 준 A팀과 B팀의 활약으로 이번 시즌을 구상하고 있었다.
영입 대부분은 성공적이었다.
이벨튼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 줬지만, 아직 적응이 필요한 시기였다고 생각되고, 수비수로서 매우 준수한 활약을 보여 준 희준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원.
윤석에서부터 준석과 지형으로 이어지는 삼각 편대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부족했던 부천의 중원 장악력을 확실하게 잡아 줄 수 있는 카드라고 송진호는 생각했다.
특히나 윤석은 자신의 기대 이상이었다.
어린 선수라 아직 경험이 부족해 약간의 부침을 겪으리라 생각했는데 윤석은 매우 익숙하고 능숙하게 경기를 풀어 나가고 결국에는 중원의 핵심으로 자리 잡아 팀의 공수를 조율하는 모습까지 보여 줬다.
“대단한 녀석이야.”
겉보기에는 곰과 같은 녀석이 머리는 여우나 다름없었다.
“형제가 그야말로 진짜 보물이 되어서 번쩍번쩍 빛나는군.”
송진호는 흐뭇한 얼굴로 윤석을 바라보다 이어서 정우를 바라봤다.
아직 시험해 볼 것은 더 있었지만, 정우 역시도 자신의 축구 센스와 기량을 보여 줬다.
그 상황에서 플릭을 이용해 골키퍼를 제치고 골을 넣을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마치 네이마르를 보는 기분이었다.
“그래, 이대로만 가자꾸나.”
송진호는 부푼 가슴으로 후반전을 지시하고 다시 벤치에 앉았다.
결과는 A팀이 1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B팀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중원을 장악하지 못한 A팀은 단순한 공격 패턴을 이어 가다 이렇다 할 공격을 선보이지 못한 것이다.
그래도 경기를 끝낸 선수들의 얼굴은 구김이 없었다.
자신들 역시 이번 경기를 통해 희망을 본 것이다.
A팀과 B팀, 아니, 하나로 합쳐서 부천 유나이티드로서 경기를 나섰을 때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그려졌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