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232)
형제의 축구-232화(232/251)
형제의 축구 232화
에버튼과의 경기에서 간신히 무승부를 기록한 맨유였지만 여전히 1위를 수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맨유는 에버튼과의 경기에서 흔들렸던 멘탈이 언제 흔들렸냐는 듯 왓포드와의 경기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 주며 정우와 그리즈만의 골로 2 대 1 승리를 거두며 리그컵 4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그렇게 바쁜 일정을 보내고 나니 어느덧 12월이 찾아왔다.
영국은 한국보다 따듯한 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좋지는 않았다.
“이 미친 비바람 같으니라고.”
영국사는 사람이라면 필수적으로 입게 되는 옷, 레인 재킷을 걸치고 드물게 거리를 걷는 정우의 표정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드럽게 춥네.”
한때 다 허물어져 가는 집에서 잔인하기까지 했던 겨울을 보내야만 했던 정우는 겨울을 제일 싫어했다.
“내가 왜…….”
정우는 짜증스럽게 얼굴을 때리고 흘러내리는 빗물을 쓸어내리며 투덜거렸다.
그런 정우에게 누군가가 다가왔다.
마찬가지로 파카 위에 레인 재킷을 걸친 윤석이었다.
“찾았어?”
“그래, 찾아왔다.”
정우는 그리 말하면서 재킷 속에 집어넣고 있던 종이봉투를 슬쩍 보여 줬다. 그 안에는 먹음직스러운 과일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휴, 다행이다. 아침 일찍 여는 곳이 있었네.”
윤석의 말에 정우는 얼굴을 더욱더 구기며 말했다.
“과일 가게 문을 미친 듯이 두들겨서 잠자던 가게 주인 깨워서 사 온 건데, 뭐, 아침 일찍 여는 곳이 있어?”
날선 정우의 말에도 윤석은 미안한 듯 머리만 긁적였다.
“그래도 덕분에 둘째 조카한테 과일 먹일 수 있잖냐.”
“그놈의 둘째 자식, 걔는 왜 이리 앙탈이 심한 겨?”
이 두 사람이 레인 재킷을 입고 으슬으슬한 겨울비를 맞으며 거리를 활보했던 이유.
그것은 입덧으로 아무것도 못 먹고 고생하는 상황에서 과일이 먹고 싶다는 말에 형제가 출동했던 것이다.
세아를 가졌을 당시에는 짧고 평범(?)하게 입덧을 했던 이보네였는데, 이번에는 유난히 심했다. 아무것도, 심지어 물조차도 먹기 힘들 정도로 입덧이 심했다.
“그러게 말이다. 도대체 어떤 애가 나올지 나도 궁금하다, 야.”
“아들이랬나?”
“그것까지는 아직 몰라.”
“아들이었음 좋겠다.”
“왜?”
“쥐어박게, 한 대.”
“하하하하.”
형제는 웃음을 터뜨리며 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아우, 춥다. 얼른 들어가자.”
정우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한참을 돌아다녀서 레인 재킷이 쓸모없어졌다.
“아이고, 아주 그냥 물빠진 쥐 꼬라지구먼? 어여 들어와, 감기 들겄네!”
“미안하게…… 그냥 나중에 먹으면 되는데…… 감기 들어서 경기 못 뛰면 어떻게 하려구.”
그렇게 흠뻑 젖은 꼴로 집으로 들어오자 할머니와 이보네가 형제를 맞이했다. 이보네는 미안해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형제를 바라봤다.
“아이, 괜찮아. 이 정도로 감기 걸릴 거면 우리는 예전에 죽었어. 그지, 형?”
“말을 뭐 그리 살벌하게 해. 세아는?”
“아직 자.”
정우는 이보네의 말에 혀를 끌끌 찼다.
“얘는 갈수록 야행성이 되네. 어째 갈수록 나를 닮아 가는 거 같아.”
“그랴, 세아는 지 아빠 안 닮고 삼촌을 닮았어.”
세아는 클수록 이보네나 윤석보다도 오히려 정우를 닮아 가고 있었다.
그래서 갈수록 정우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기도 했는데, 할머니는 세아를 보고 가뜩이나 여우 짓 하는 게 지 삼촌 닮았는데 더 닮아 간다고 혀를 차고는 했다.
“짜식, 오늘은 훈련도 없겠다 세아랑 데이트나 하고 와야겠다.”
정우는 그리 말하며 위로 걸음을 옮겼다.
“어디 가?”
“씻고 자려고. 낮잠 때려 줘야 해, 이런 날은.”
그리 말하며 정우가 사라지고 난 뒤, 윤석은 이보네에게 과일을 내밀면서 환하게 웃었다.
“내가 구한 게 아니라 정우가 구했어. 정우 없었으면 과일 구경도 못 했을걸?”
“미안해서 어쩌지?”
“다음에 정우가 아이를 낳을 때 되면 내가 그만큼 해 주면 되는 거지.”
“가만 보면 당신하고 정우는 형제 그 이상인 거 같아.”
“그래? 뭐……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 아, 할머니도 사과 드세요. 제가 깎아 올게요.”
“흘흘, 그려.”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에 형제들도 등을 돌리는 일이 일수인데, 여전히 우애가 좋은 형제를 보며 할머니는 그저 흐뭇하게 웃었다.
* * *
-네, 스탬포드 브릿지입니다! 어느덧 리그 14라운드! 리그 3위 첼시와 리그 1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대결입니다!
-2위를 지키고 있는 리버풀이 어제 경기에서 패배하면서 첼시가 오늘 맨유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게 된다면 2위로 올라가게 됩니다. 단 한 번의 패배 없이 1위를 수성하고 있는 맨유이지만, 추격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중요한 경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늘의 선발 라인업 보고 가실까요? 홈팀인 첼시입니다.
FW 아자르, 엠볼로, 이스코.
MF 알론소, 포르날스, 캉테, 모제스.
DF 세메도, 무사치오, 주마.
GK 쿠르투아. 이상입니다. 이어서 맨유입니다.
FW 벨로티.
MF 한정우, 포그바, 미키타리안, 한윤석, 에레라.
DF 루크 쇼, 바란, 라포르테, 헨라취.
GK 데 헤아. 이상입니다. 아, 오늘 벨로티 선수가 출전하는데도 미키타리안 선수가 기용되네요. 벨로티가 공격수로 나오는 경우 무리뉴 감독은 한정우와 그리즈만, 혹은 래쉬포드 조합으로 측면의 공격수들에게 연계보다는 공격에 집중시키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어느덧 31세, 하지만 미키타리안 선수의 기량은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전술의 역할이 달라지면서 선발 출장이 지난 시즌보다는 적어진 느낌이죠.
선수들이 필드 위에 섰다.
푸른 유니폼을 마주하는 맨유의 선수들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었지만, 첼시는 뭔가 결연해 보였다.
2위를 노리는 탓도 있었지만, 형제가 이적 온 이후로 첼시는 단 한 번도 맨유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서 이번에는 기필코 이기겠다는 승부욕이 발동된 것도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펼쳐진 경기는 시작부터 거칠게 시작되었다.
맨유의 선축으로 시작된 가운데 미키타리안이 측면에서 파고 들어가는 순간 알론소가 깊은 태클을 시도했다.
-아, 위험합니다! 자칫하면 부상으로 이어질 깊은 태클이었어요.
-공을 먼저 건드리긴 했지만 이건 위험했습니다. 아, 미키타리안 선수 흥분해서 알론소 선수에게 달려드네요!
[진정해, 참아, 미키미키!] [저 자식 일부러 나 다치게 하려는 거였다니까? 주심, 이거 카드를 줘야 맞는 거 아닙니까?]미키타라인이 흥분해 외쳤지만, 주심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카드를 꺼내지 않고 주의를 주는 것으로 주심이 상황을 수습하려 했지만, 미키타리안은 여전히 납득하지 못한 듯했다.
[이봐, 미안하다는 말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등골이 서늘해질 정도의 태클 때문에 흥분한 미키타리안을 선수들이 말리는 사이, 알론소는 당당하게 미키타리안의 태도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양팔을 들어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이 새…….]미키타리안이 더욱 흥분해 달려드는 순간, 그 타이밍에 윤석이 나타나 미키타리안을 들어 올렸다.
[진정해라. 이기면 저놈이 욕먹을 일이야.] [으으…….]힘 앞에 제압된 미키타리안이 그대로 대롱대롱 들린 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얼굴을 붉히는 사이에 경기가 지연된다고 판단한 주심이 미키타리안에게 주의를 준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미키타리안이 한숨을 내쉬며 윤석에게 내려 달라고 말했다.
[너무 오버하는 거 아냐? 진정하라고, 미키미키.]윤석이 내려놓는 사이에 정우가 미키타리안에게 말을 걸었다.
미키타리안은 그런 정우를 보고 씨익 웃으며 살며시 윙크한다.
[뭐야, 연기야? 할 일 드럽게 없네.] [쉿, 조용해. 봐라, 이제 알론소 저 자식 날 함부로 못할 거야. 주심도 예의 주시할 거거든.] [와, 너 진짜 야비하게 게임한다?]정우가 어이없다는 듯 미키타리안을 바라봤지만, 미키타리안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미키타리안은 지나치게 공격적이었던 알론소의 행위를 더욱더 크게 부각시킨 것뿐이고, 실제로 이로 인해서 주의를 받고 감독에게까지 한 소리를 들은 알론소는 의욕이 넘쳤던 것과 달리 조심스럽게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조심하려고 한 것도 있지만, 그가 공을 가지고 있거나 맨유의 선수가 공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근처에 있기만 해도 주심이 그를 예의 주시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미키타리안은 알론소를 도발하기 시작했다.
살살 성질을 돋우기 시작하는 미키타리안의 행동은 알론소를 흥분시키기 충분했다.
그리고…….
-아! 알론소, 또다시 미키타리안에게 태클을 시도합니다.
-이건 정말 위험했어요, 백태클이었습니다! 의도적으로 상대를 노리는 태클입니다!
미키타리안이 바닥을 구르며 고통을 호소하는 가운데, 주시믄 그 즉시 달려와 알론소에게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알론소 스스로도 레드카드를 각오하고 시도한 공격이었기 때문에 그는 순순히 필드를 빠져나갔다.
콩테의 얼굴이 구겨졌고, 무리뉴의 얼굴도 구겨졌다.
[과했어…….]퇴장을 만들어 낸 것은 좋았지만, 미키타리안도 부상을 당한 것이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기에 심각한 부상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당장 경기를 뛰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의도치 않은 선수 교체를 반길 감독은 아무도 없었다.
-요즘 측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주는 란지니 선수가 투입됩니다.
-어쨌든 한 명이 빠지면서 첼시가 불리해졌습니다.
-맨유는 이를 이용할 줄 아는 팀이구요.
그의 말대로였다.
미키타리안이 경기를 이탈한 것은 아쉽지만, 그가 만들어낸 퇴장은 맨유에게 아주 유리하게 적용되었다.
맨유는 보다 공격적으로 나서게 되었고, 스리 백을 유지해야 하는 첼시는 아자르, 엠볼로, 이스코로 이어지는 스리 톱을 제대로 활용도 해 보지 못하고 측면을 보강해야만 했고, 이는 첼시의 공격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었고, 맨유가 보다 적극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줬다.
-한정우! 달립니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듭니다.
공을 가진 정우가 중앙으로 파고 들어가는 가운데 첼시의 선수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이를 막아 보려 했지만, 정우는 마치 메시를 연상시키는 담백하지만 막기 어려운 드리블로 단숨에 수비수 두 명을 제치면서 그대로 슈팅했다.
-골! 쿠르트와가 막지 못할 위치로 정확하게 꽂혀 들어가는 골입니다!
정우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 기세를 몰아 맨유는 란지니와 벨로티가 나란히 한 골씩 넣으면서 3 대 0으로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리버풀을 제치고 2위를 차지하고 우승을 향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했던 첼시는 오늘 경기에서 패배하게 되면서 3위를 수성하게 되었지만, 바짝 추격해 오는 4위 맨시티와 1점 차이, 5위인 스토크 시티와는 3점 차이로 언제든지 자신의 순위를 내줄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첼시를 대파한 맨유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바르셀로나와 조별 예전에서도 지난 경기와 마찬가지로 바르셀로나를 압도했다.
2 대 0.
정우는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멀티 골을 성공시키면서 바르셀로나를 침몰시켰다.
이날 경기로 인해서 형편없는 경기력으로 입지가 위태로웠던 엔리케 감독은 바르셀로나에서 두 번째 경질을 당하게 되었고, 맨유는 챔피언스 리그 B조 1위, 바르셀로나는 2위로 16강에 진출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