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234)
형제의 축구-234화(234/251)
형제의 축구 234화
1 대 2.
스토크가 압도하고 있는 경기.
윤석은 머리를 긁적였다.
역전을 허용한 것에 자신도 없지 않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답답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바로 에레라의 부재.
네베스는 에레라만큼 안정적으로 수비수들을 보호해 주지도 못했고, 본인의 위치도 제대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너무 조급해.”
윤석은 네베스를 그렇게 평가했다.
지난 시즌 형제와 함께 이적 온 대표적인 선수들, 린델뢰프, 란지니, 윌 휴즈, 그리고 네베스.
형제를 제외한 이 네 선수들 중에서 자신의 자리가 보장된 선수는 린델뢰프 정도였고, 그 외에는 란지니 정도가 포지션을 변경하면서 자신의 입지를 다져 가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미키타리안과 그리즈만, 래쉬포드 등이 교차하면서 들어가는 측면 위치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윌 휴즈는 완전히 자신의 자리를 잃었다.
이번 시즌 교체로 나온 적은 있어도 선발로 나온 경기는 1경기가 전부였을 정도다.
네베스도 마찬가지였다.
점차 줄어드는 기회.
그렇게 되면서 벼랑 끝으로 몰린 것 같은 자신의 입지.
네베스는 모처럼 선발로 나오는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서 무리뉴에게 신임을 받아야 하는 중압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게 사람을 바보로 만들었다.
윤석에게 부담이 된다.
무리뉴가 지시한 윤석의 위치는 2선과 밀접한 위치, 공격과 전방 압박을 지시했으며, 후방의 뒤 공간을 향해 패스를 노리도록 했다.
‘후방으로 내려가 네베스를 지원해야 할까? 아니면…… 그래.’
“맞불을 놓아야지.”
네베스가 방황하더라도, 윤석은 수비수들을 믿기로 했다.
무리뉴의 지시 그대로 윤석은 재개된 경기에서 힘껏 상대를 밀어붙였다.
스토크의 수비는 구멍이 컸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오랜 시간 경쟁력을 갖추고 스토크의 레전드 수비수로 자리 잡은 쇼크로스와 잉글랜드 국가 대표로 열한 번이나 뛴 전적이 있는 준수한 수비수 마이클 킨이 지키고 있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지나칠 정도로 라인을 올린 스토크에게 빈틈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윤석이 용케 수비의 뒤 공간을 노리고 공을 찔러 넣자, 형이 그곳으로 공을 보낼 줄 알았다는 듯 정우가 틈을 비집고 달려 들어가 공을 차지했다.
수비수들이 아무리 따라잡아도 잡을 수 없는 속도.
그리고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 정우는 골을 놓치는 법이 없었다.
-골! 한정우!
-다시 동점으로 만들면서 경기를 원점으로 만듭니다!
정우는 골을 넣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역시 한정우네요. 본인의 시즌 열다섯 번째 골을 만들어 냅니다. 대단한 선수 아닙니까? 이 페이스라면 지난 시즌의 기록을 넘어설지도 모릅니다.
-스토크가 공격적으로 나서고, 이 팀의 투 톱이 멋진 활약으로 이번 시즌 13골을 합작했다고 하지만, 한정우는 홀로 15골을 만들어 냈습니다!
[잠갔어야 하나?]에디 하우는 필드를 바라보며 골몰히 머리를 굴렸다.
1골이 앞서는 시점에서 골대를 걸어 잠갔어야 했다는 뒤늦은 후회가 찾아온다.
시간이 지나면서 전술이 다양해진 에디 하우는 때에 따라서는 텐 백 전술을 사용하거나 걸어 잠그고 역습을 시도하는 전술을 들고 나오기도 한다.
오늘은 맨유와 골 격차를 벌리고 걸어 잠글 생각을 하고 있던 에디 하우는 손쉽게 득점을 해내는 맨유를 바라보며 고민에 휩싸였다.
젊은 감독이 쉽게 용단을 내리지 못하는 사이.
무리뉴는 과감하게 더욱더 공격적으로 나설 것을 지시했다.
그의 지시대로 맨유는 더욱더 스토크를 몰아붙였다.
스토크는 하프라인에서 다시 공격을 시도했고, 여전히 네베스를 바보로 만들었지만, 2골을 연달아 손쉽게 먹힌 맨유의 수비수들은 더 이상 골을 용납하지 않았다. 고도의 집중력으로 린델뢰프가 공을 빼앗아 롱패스로 단숨에 수비의 뒤 공간을 노리고 공을 찔러 넣었다.
그리고…….
-해트트릭!
-한정우, 골! 시즌 열여섯 번째 골입니다!
기어코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좋아.]무리뉴는 주먹을 불끈 쥐며 흘끔 에디 하우 감독을 바라봤다.
그는 분명 뛰어난 감독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결여된 것이 있었다.
바로 경험.
선수 출신으로서 큰 무대에서 뛰어 본 적도 없었으며, 큰 무대에서 지휘를 해 본 적이 없었다. 물론 무리뉴도 선수 출신으로서는 좋은 성적을 낸 적이 없었지만, 그는 차근차근 큰 무대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스스로를 만들어 갔다.
에디 하우는 은퇴한 직후 서른두 살이라는 매우 어린 나이에 은퇴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곧바로 감독이 된 케이스였다. 이로써 감독으로서 경험은 충분히 쌓아 왔을지 모르지만, 그는 무리뉴가 가진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큰 무대에서 놀아 왔던 배포를 따라잡기에는 아직 어림도 없었다.
스스로 확신을 가지고 새롭게 맨유를 일궈낸 무리뉴는 에디 하우보다 더 다양한 방법으로 상대를 공략할 줄 알았다.
무엇보다 무리뉴의 생각을 충실히 이행해 줄 훌륭한 선수들이 있었다.
그리고 필드 위에서 무리뉴가 캐치하지 못한 부분을 보완하고 무리뉴의 지시를 120%로 활용할 줄 아는 한윤석이라는 뛰어난 선수가 있었다.
정우의 해트트릭으로 1골 앞서게 된 상황에서 전반전이 마무리되었다.
전반이 끝난 후 무리뉴는 그 즉시 네베스를 교체하고서 포메이션을 변경했다. 네베스의 자리를 대체할 마땅한 선수가 없는 가운데 4-4-2 포메이션을 시도한 것이다.
윤석과 토레스가 중앙 미드필더 위치를 차지했고, 그리즈만과 벨로티가 최전방 공격수를, 그리고 그리즈만이 있던 위치에는 란지니가 투입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후반전에서 스토크는 다시 1골을 더 넣으며 또 동점 상황을 만들어 냈지만, 정우의 어시스트로 벨로티가 골을 넣으면서 경기는 4 대 3으로 맨유가 승리하게 되었다.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경기는 스토크의 선전과 맨유의 막강 화력이 어우러져 이번 시즌 현재까지 진행된 모든 경기들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경기로 손꼽히게 되었다.
그렇게 박싱 데이 첫 경기를 승리로 가져간 맨유의 다음 상대는 아스날이었다.
아르센 웽거가 물러난 이후 아스날의 사령탑에 오른 랄프 하센휘틀은 아직 안정되지 않은 듯했지만, 랄프 하센휘틀 특유의 활동량을 바탕으로 한 전방 압박이 자리를 잡아 가고 있었다.
언론은 옛 제자를 만나는 하센휘틀을 향한 취재를 진행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축구의 변방 한국에서, 그것도 2부리그에서 뛰던 형제를 발굴해 데려온 것이 바로 그와 그의 옛 팀인 RB 라이프치히였기 때문에 그들을 발굴해 내고 키워 낸 그의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형제는 특별했습니다. 처음 저와 랄프 랑닉 단장이 주목했던 것은 독일을 무찌르고 올림픽 은메달을 차지했던 윤석이었죠. 하지만 그를 자세히 관찰하게 되면서 한정우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유럽 리그에서도 보기 힘든 놀라울 정도의 빠른 발, 그리고 정확한 볼 터치 능력과 결정력을 지닌 어린 소년이 거기 있었습니다. 네, 형제였죠.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형은 보면 볼수록 무서운 선수였고, 동생은 보면 볼수록 대단한 잠재력을 지닌 선수였습니다. 데려오지 않을 수가 없었죠. 그리고 그 선택은 라이프치히의 영광을 가져다줬죠. 제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고, 세월이 지나도 이 형제는 제가 데리고 있던 최고의 선수일 겁니다. 아, 지금 그 형제와 싸우게 될 기분이 어떠냐고요?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까?]하센휘틀은 형제와 싸움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단순히 심리전이 아니라 정말로 말이다.
옆에서 데리고 있었고, 그들을 지휘해 봤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형제를 잘 아는 하센휘틀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보다 더욱더 발전한 형제와 싸운 전적도 있었다.
하센휘틀은 이 말을 덧붙였다.
[지네딘 지단? 사비? 이니에스타? 부스케츠? 단언컨대 이들보다 윤석이 더 뛰어납니다. 정우요? 10년 정도가 지나 그가 은퇴할 즈음에 그의 아래로 메시와 마라도나를 얘기할 겁니다.]극찬이었다.
그리고 하센휘틀의 말을 형제에게 전하자 정우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가 극찬한 그대로의 활약을 보여야겠네요. 아스날과의 경기가 기대됩니다.]아스날과의 경기에 불이 붙었다.
* *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스날의 대결이 펼쳐질 이곳은 올드 트래포트입니다.
-리그 1위, 무패를 이어 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이번 시즌 23여 년 만에 감독이 교체되면서 리그 6위를 차지하고 있는 아스날이 붙게 되네요. 스승과 제자의 대결로 이미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은 경기입니다.
-맨유야 두말할 것 없이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고, 아스날은 아직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한 듯 기복을 보여 주고 있었습니다만, 토트넘과 1 대 0으로 아쉽게 패배한 이후 크리스탈 팰리스와 웨스트 햄, 미들즈브로를 상대로 3점 차 이상의 스코어로 3연승을 거뒀습니다.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거군요. 그럼 오늘 라인업을 보고 가실까요? 맨유입니다.
FW 벨로티, 그리즈만.
MF 한정우, 한윤석, 토레스, 미키타리안.
DF 루크 쇼, 린델뢰프, 라포르테, 헨라취.
GK 데 헤아. 이상입니다. 에레라를 대체할 선수가 없다고 판단한 걸까요? 무리뉴 감독이 드물게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네요. 무리뉴로서는 색다른 도전일 수도 있습니다. 이어서 아스날입니다.
FW 이카르디, 바르보사.
MF 넬슨, 램지, 아드리엔, 샤키리.
DF 게헤이로, 체임버스, 무스타피, 위드머.
GK 잭 버틀랜드. 이상입니다. 마찬가지로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아스날입니다. 이카르디가 팀의 중심이 되어서 리그를 이끌고 있는데요, 아쉬운 점은 이번 시즌 영입한 바르보사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부진한 득점력을 보여 주고 있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애초부터 하센휘틀 감독이 부임할 당시에 이미 이적 시장은 끝난 상황이었습니다. 웽거의 유산을 그대로 물려받아 시즌을 치르는 중인데요, 아마 아스날은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많은 선수들을 영입하지 않을까 싶네요. 최근 3연승에서 화끈한 공격력을 보여 주고 있지만, 하센휘틀의 전술 철학과는 어울리지 않는 선수들이 있거든요.
-네, 어쨌든 양 팀 모두 완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박싱 데이 두 번째 경기를 치르게 되겠습니다.
필드 위로 들어가기 전 윤석과 정우는 하센휘틀을 발견하고 손을 내밀었다. 하센휘틀은 작년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서 만난 것과 마찬가지로 씁쓸한 웃음을 보이며 그들의 손을 마주 잡아 주었다.
카메라까지 관심을 보이며 이 상황을 촬영하고 있었지만, 옛 스승과 제자들의 대담은 거기까지였다. 형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필드를 향했고, 하센휘틀도 굳은 얼굴로 벤치로 걸음을 옮겼다.
“잘하자. 잘하는 게 보답하는 거야.”
윤석이 정우에게 뜬금없이 입을 열었다.
정우는 그런 형의 말을 듣고 씨익 웃었다.
“나는 늘 잘했어. 형이야말로 잘해. 은근 정 많은 양반 아냐, 형.”
“오늘은 인정사정없이 몰아붙일 거다.”
“그래?”
윤석은 필드 위로 걸어가면서 VIP 관중석 쪽을 바라봤다.
잘은 보이지 않지만 익숙한 윤곽들이 보인다.
“할머니가 보러 오신 경기인데, 절대 안 져.”
오늘은 모처럼 가족들이 모두 경기를 보러 온 날이었다.
노심초사 다치지 말기를 바라는 가족들이었지만, 윤석의 입장에서는 가족들 앞에서 쓰디쓴 패배를 당하는 모습은 절대로 보여 주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아스날과의 경기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