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24)
형제의 축구-24화(24/251)
형제의 축구 24화
개막
소집 이후 부천은 훈련을 이어 나가면서 경기력을 갈고닦았다.
점차 새로운 선수와 기존의 선수들이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팀워크도 상승했고, 송진호가 꿈꾸던 플랜이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그렇게 빠르게 시간이 흘러가면서 어느덧 K리그 챔피언십의 개막이 목전으로 다가왔다.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했다!”
“아아, 배고파아!”
경기를 앞두고 마지막 훈련을 끝낸 부천의 선수들은 훈련 도구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송진호의 방침 대로 훈련 도구들을 치우고, 정리하는 것은 막내들만의 몫이 아니었다. 모두가 함께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런 날에는 고기 같은 거 먹고서 기운 좀 차리는 건데.”
“그러게나.”
어느새 친해진 동갑내기 현우와 희준이 안전 콘을 챙겨 들면서 대화를 나눴다.
“아무리 생각해도 식당 밥은 정말이지…….”
“나는 우리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요리 못하는 줄 알았는데 여기 와서 그 생각이 바뀌었다.”
그리 말한 희준은 앞을 스쳐 지나가는 정우를 보고서는 말을 걸었다.
“정우야, 너는 그렇게 생각 안 하냐?”
“네?”
“식당 밥, 맛없지 않냐고.”
희준의 물음에 정우는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식당 밥이 어때서요? 저는 많이 줘서 좋던데.”
그리 말하는 정우를 보며 희준과 현우의 눈이 게슴츠레 떠졌다.
“저 녀석은 밥만 많이 주면 다 좋은 줄 아나 봐.”
“아냐, 그뿐이 아니야. 식당 아주머니들이 정우만 보면 따로 맛있는 거 챙겨 주고 막 그러더라. 자기들이 해먹는 거라면서. 반찬도 그렇고.”
현우의 말대로 정우는 식당 아줌마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나이도 어리고 곱상하게 생긴 데다가 주는 대로 맛있게 밥을 먹는 정우였으니 그럴 만했다.
“역시 사람은 생기고 봐야……. 그렇지 않냐, 준석아?”
희준이 한탄하면서 정우의 뒤를 지나쳐 가는 조준석에게 말을 걸었다. 준석은 그런 희준의 말에 순박하게 웃으면서 물었다.
“뭐가?”
“사람은 생기고 봐야 한다고. 그렇지?”
“응? 생긴 대로 사는 거지 뭔 소리야 그게.”
“아니다. 물어볼 사람한테 물어봐야지.”
“저놈은 뭐가 그리 좋아서 맨날 저리 행복한지 모르겠다.”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음을 잃지 않는 준석을 바라보며 혀를 끌끌 차며 현우와 희준이 짐을 챙겨서 걸음을 옮겼다.
정우는 그런 형들을 바라보고 씨익 웃으며 자신의 짐을 추슬렀다.
“아, 오늘 저녁은 돈가스 나왔으면 좋겠다.”
바삭하게 튀겨져서 뜨거운 돈가스는 최고였다. 소스를 찍어 먹어도 맛있고 그냥 먹어도 맛있는 데다가 밥이랑도 궁합이 잘 맞았다.
“생각하니 군침 나오네.”
정우는 침을 삼키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윤석이 다른 사람보다 배는 많아 보이는 짐을 들고 걸음을 옮기는 게 보였다.
“형, 안 힘들어?”
정우가 윤석에게 쪼르르 달려가 물었다. 윤석은 그런 동생을 힐끔 바라보고 말했다.
“내가 이런 거로 힘들어하는 거 봤냐?”
“그건 그래.”
덩치만큼이나 힘이 좋은 윤석은 동료들 사이에서 임꺽정이니 헐크니 하면서 별명이 생길 정도였다.
“얼른 가자, 배고프다.”
윤석의 말에 정우가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누군가가 윤석을 툭 하고 치고 간다.
“아.”
윤석과 부딪치자 아픈 소리를 내며 인상을 쓰는 사람.
“죄송합니다, 영우 형.”
“조심 좀 해라, 조심.”
“네, 죄송합니다.”
“하여간 곰탱이 같아서는…….”
혀를 끌끌 차면서 지나가는 영우를 바라보며 정우는 혀를 날름 내밀었다.
“심술은. 난 저 형이 제일 마음에 안 들어.”
“그래도 선배인데 너무 그러지 마라. 속상하겠지.”
“헤, 그건 그렇네.”
정우는 히죽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발표된 선발 라인업에서 기존의 주전이었던 영우를 밀어내고 윤석이 선발로 나서게 된 것이다. 가뜩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 윤석에게 자리를 뺏겼다고 생각하는 모양인지 영우는 틈만 나면 윤석에게 시비를 걸었다. 그래도 윤석은 그냥 넘어갔다.
그래봤자 영우가 자신에게 할 수 있는 거는 그런 심술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부럽다, 선발이라니.”
처음부터 K리그 데뷔전을 치르는 형과 달리 정우는 벤치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그래도 아홉 명은 되는 공격진에서 선발 출전하는 바그지뉴와 루키앙, 김운도를 제외하고 다른 여덟 명을 제치고 단 한 명의 후보 공격수로 선택되었으니 불만은 없었지만, 형이 부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부럽기는, 너도 조만간 선발로 나서게 될 거야.”
윤석의 말에 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정우는 그날 임팩트 이후로 약간이나마 부침을 겪고 있었다.
속도와 드리블만으로도 쉽사리 제치던 고교 축구와 다르게 성인 팀 선수들 사이에서 그런 폭발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 주지 못하고 기복을 보였기 때문이다.
작은 키, 왜소한 편인 정우는 수비수가 옆에 붙으면 힘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워낙 드리블이 좋고 속도가 빨라 고교 팀에서는 몸싸움 자체를 별로 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이곳에서는 요령 좋은 선배 수비수들이 종종 정우를 몸싸움과 태클로 막아 내고는 했던 것이다.
“벌크 업이라도 해야 하나…….”
정우는 고심을 하고 있었지만, 송진호는 의외로 정우에게 그 어떤 개인 훈련도 지시하지 않았다.
정우가 이대로도 경쟁력을 보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워낙 균형 감각이 좋고 탄력이 있는지라 요령만 안다면 공중 볼 경합이 아닌 바에야 몸싸움도 쉬이 지지 않으리라는 계산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정우에겐 경험이 필요했다. 성인 팀과 경기를 통한 경험.
“아, 아무튼 얼른 시합했음 좋겠다.”
정우가 그리 말하자, 윤석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시합은 순식간에 다가왔다.
* * *
부천의 K리그 챔피언십 첫 번째 상대는 충주였다.
모체가 되는 월계수 축구회부터 역사를 따진다면 42년이나 되는 기나긴 역사를 지니고 있는 축구팀이었다. 한때는 국가 대표급 선수 세 명을 배출하며 아마추어 축구단으로서 그 명성을 알렸고, 실업 팀에서 뛰기에 개인 사정상 어려웠던 수준급 선수들이 자리 잡으면서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불릴 정도였다.
하지만 K리그 챔피언십이 정식으로 발족한 이후에는 부천과 함께 최하위를 다투는 그런 팀이 되었다. 관중 수도 그리 많은 편이 아니어서 오늘 경기가 펼쳐지는 충주 종합 운동장에는 6백여 명의 관중이 관중석을 채우고 있을 뿐이었다.
사실 대부분의 K리그 챔피언십의 관중은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다.
만 명이 넘는 평균 관중을 보유하고 있는 K리그 프리미엄의 명문 팀과는 비교되는 현실이었지만, 그것이 K리그의 현실이었다.
대한민국은 월드컵과 국가 대표에는 열광해도 이상하리만큼 국내 리그에는 관심이 적었던 것이다. 물론 그것이 모두 관중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부천의 선수들은 묵묵히 경기를 준비했다.
그 가운데에는 윤석도 있었다.
윤석은 축구화 끈을 질끈 묶고 정강이 보호대를 덧댄 상태로 양말을 올리면서도 두근거리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후.”
강심장이나 다름없는 그였지만, 프로 데뷔하는 첫 경기인 만큼 긴장되는 마음을 쉬이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윤석의 옆에 지용이 앉으며 말을 걸었다.
“긴장되냐?”
“아, 형……. 네…… 뭐.”
윤석의 말에 지용은 웃었다.
“너도 긴장을 하는구나. 표정 변화가 없는 애라 긴장 같은 것도 않는 줄 알았더니만.”
“저도 사람인걸요. 첫 경기인데 당연히 긴장되죠.”
“그래, 그렇겠지. 너무 긴장하지는 마. 부담 갖지도 말고. 평소처럼 하면 되는 거야.”
“그렇죠.”
평소처럼.
말이야 쉽지 그게 어디 뜻대로 되겠는가?
“너 보니까 나도 처음 데뷔할 때 생각나네. 풋풋하구먼. 아무튼 앞에서 잘 막아 줘라.”
지용이 윤석의 어깨를 두들기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 사과 좀 먹을래?”
그사이 정우가 어슬렁거리며 나타나 윤석에게 초록색 사과를 건넸다.
그것을 잠시 바라보던 윤석이 정우에게서 사과를 받아들며 한 입 베어 물었다.
“잘 먹네, 우리 형.”
“뭐래, 자식아.”
“왜 그렇게 형답지 않게 긴장하고 있어. 내가 다 보일 정도네. 그렇게 떨려?”
“그럼 너는 안 떨리겠냐? 첫 데뷔에다가 선발인데?”
윤석의 말에 정우는 히죽히죽 웃었다.
“나도 긴장 좀 해 보고 싶다. 부러워 죽겠구먼.”
“짜식…….”
“오늘 잘하면 다음도, 다다음도 형이 선발인 거잖아. 그래서 더 부담되려나? 그럼 이건 어때?”
“뭐?”
정우는 잠시 생각하다가 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할머니를 생각해 봐, 형. 아마 할머니가 형보다 더 긴장하고 있을 거야. 물 한 그릇 담아 놓고 부처님, 예수님 찾으면서 기도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아…….”
정우의 말에 할머니의 모습이 절로 떠오른다.
겉으로는 강한 척하시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걱정 많고 근심 많은 우리 할머니…….
할머니를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잘해야 다음에도 나올 수 있고, 계속 나와서 잘해야, 할머니 호강시켜 드리겠지?”
윤석의 말에 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답지 않게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동생의 모습에 윤석은 어느새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윤석은 정우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면서 말했다.
“고맙다. 덕분에 긴장이 풀렸어.”
그리 말하면서 윤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꼭 이긴다.”
첫 경기인 만큼.
반드시 이기리라.
다짐하는 윤석의 눈빛이 제법 매서웠다.
* * *
“와아!”
둥, 둥둥.
적은 관중이었지만, 종합 운동장에 자리 잡은 관객들은 선수들이 나오기 무섭게 열렬하게 응원하기 시작했다.
비록 수는 적을지 몰라도 이들이야말로 제대로 축구에 미친 사람들일지도 몰랐다.
그중에는 부천의 원정 팬들도 적지 않았다.
골키퍼의 뒤에서 자리 잡은 그들은 북을 치고 함성을 지르면서 선수들을 응원했다.
“현우야! 오늘도 막아야 한다!”
“루키앙, 다 부숴 버려!”
과격하게 외치는 그들은 K리그의 팬이라면 그 이름도 자자한, 어쩌면 악명으로 자자한 부천의 열혈 관중들이었다.
하지만 이들만큼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거칠고 과격하지만, 열정 하나만큼은 어마어마해서 연고지를 버리고 떠난 팀을 대신해서 자신들의 스스로 부천을 만들어 낸 사람들.
그들이 바로 부천의 팬들이었으니 말이다.
필드 안으로 들어서는 윤석의 귀에 자신의 이름도 들려왔다.
“한윤석이! 유소년 때부터 지켜봤다! 믿는다! 힘내라아아!”
한 관중의 외침과 동시에 부천의 팬들이 한윤석의 이름을 동시에 외치며 기를 북돋워 준다.
“고맙습니다.”
그들이 들릴지 모르겠지만, 윤석은 꾸벅 고개 숙여 인사하고 걸음을 옮겼다.
그사이 선축을 정하고 얼마 되지 않아 경기가 시작되었다.
경기를 알리는 휘슬이 울려 퍼진다.
상대편인 충주의 선축으로 경기가 진행되었다.
충주는 차분하게 뒤로 패스하다 수비수가 공을 받아 앞으로 돌린 이후부터는 빠르게 중원을 통해 패스를 이어 가기 시작했다.
부천은 지난 시즌부터 중원이 약했던 팀.
중원을 보충하기 위해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고 오늘도 중원을 차지하는 세 명의 미드필더 모두가 새로운 선수인 것을 감안해 아직도 중원 장악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대단한 오산이었다.
활동량이 많은 조준석이 분주히 움직이고 문지형이 코스를 차단하면서 패스를 한쪽으로 유도했다.
어차피 공격의 기점은 충주의 공격형 미드필더가 될 거라는 판단 아래 그들은 각자의 지역에서 마크를 감행했고, 충주는 큰 문제 없이 공격형 미드필더에게 공을 전달할 수 있었다.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윤석이 매섭게 눈을 빛내면서 공격형 미드필더에게 달려들었다.
공격형 미드필더는 윤석을 피해 패스하기보다는 윤석의 덩치를 보고서는 개인기를 시도했다. 반응이 느릴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덩치가 큰 선수들은 작은 선수들에 비해서 느린 감이 없지 않아 있을지도 모른다.
윤석도 덩치에 비해서 빠른 편이라고 해도 작은 선수의 민첩함을 따라잡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윤석에게는 남들보다 뛰어난 판단력이 있었다.
그를 유심히 지켜보다가 그의 행동을 예측하고서는 흔들리지 않고 그대로 발을 들이밀었다.
툭.
정확하게 상대방에게서 공을 빼낸 윤석이 공이 뺏기면서 균형을 잃은 공격형 미드필더를 제치고 공을 낚아챘다.
와아아아아!
부천의 팬들이 요란한 함성과 동시에 응원을 시작하는 것을 들으며 윤석은 앞을 바라봤다.
많이 올라온 충주의 선수들을 바라보며 조준석에게 공을 패스했다.
준석은 공을 가진 채로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선수들을 유인하기 시작했는데, 그 틈을 노리고 윤석은 앞으로 전진했다.
윤석이 앞으로 나서는 일은 드문 일이었지만, 지금같이 측면도 올라가지 않고, 중원에서 싸움이 이어가는 순간에는 패스의 보탬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윤석이 올라가면서 준석을 마크하던 선수의 시선이 잠깐 그쪽으로 옮겨간 사이 준석은 곧바로 지형에게 패스했다.
그 가운데에도 윤석은 계속해서 올라갔다.
지형도 많이 내려온 상황이라 1선과 2선 사이에 공간이 매우 컸던 것이다.
그 공간을 메꿔 공격수에게 공을 이으려는 생각인가 싶어 지형은 그대로 윤석에게 공을 패스했다.
공을 받으면서 윤석은 곁눈질로 주변을 훑었다.
수비수들이 공격수들을 단단히 마크하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그사이에 보이는 작은 틈.
골키퍼도 시야에서 가려진 채로 골대가 그대로 눈앞에 보였다.
윤석은 망설이지 않고 축이 되는 발로 땅을 짚으면서 있는 힘껏 오른발을 휘둘렀다.
뻐어엉!
가죽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공이 무서운 속도로 그 틈을 비집고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흔들림 없이 그대로 직진하던 공은 약간 아래로 떨어져 내리면서 그대로 골대를 향했다.
수비수들에게서 시야가 가려져 뒤늦게 공을 본 골키퍼가 훌쩍 뛰어오르면서 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뻑!
손과 공이 부딪치면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골키퍼의 손이 뒤로 튕겨 나갔다.
철썩!
손과 부딪쳤음에도 힘을 잃지 않은 공이 그대로 골 망에 쑤셔 박힌다.
경기 시작 9분.
윤석의 32미터 장거리 슛이 골로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그 어마어마한 파괴력에 일순 경기장 전체가 고요해진 채로.
골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 소리만이 필드 한가득 울려 퍼졌다.
“우웃……!”
“우와아아아아!”
뒤늦게 원정석에서 함성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9분 만에 데뷔 골을 만들어 낸 윤석은 오연하게 양팔을 벌리면서 자신을 알렸다.
부천의 지배자.
부천의 황제라 불릴 윤석의 존재가 사람들에게 각인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