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251)
형제의 축구-251화 (에필로그)(251/251)
형제의 축구 251화
에필로그
사랑하는 남편이 떠나고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세상이 다 무너져 내리는 줄 알았다.
가슴 한편이 퀭하니 비어 가난이 가난인 줄도 모르고, 힘든 게 힘든 줄도 모르고 살았더랬다.
마음 같아선 떠나간 남편을 따라가고 싶다만, 홀로 남을 아이는 무슨 죄가 있는가.
이 악물고 열심히 키웠더랬다.
그 아이가 점점 크고, 얼굴에서 제 아버지의 태가 묻어나와 가슴 한편을 저릿하게 하다가도 그 얼굴 가지고 못나게 굴 때는 그리도 속상하게 하고, 그러다가도 제 어미 힘들다고 다리라도 주물러 줄 때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죽고 싶어도 죽지 못했다.
자식이 커 어른이 되어 며느리를 두었을 때는 세상에 그리도 행복할 수가 없더라.
꿈을 가지고 열심히 사는 아이가 그리도 대견하더라.
이제 다 키웠다, 나는 여한이 없다 싶었더랬다.
그것도 잠시.
아이가 다쳐 그리도 꿈꾸던 선수 생활을 이어 가지 못하면서 세상은 다시 나락으로 떨어져 내렸다.
아이는 꿈을 잃었지만 희망을 잃지 않았고, 또 열심히 살아가려 한다.
그런 아이를 비웃듯이 며느리는 말도 없이, 소리 소문 없이 그리 도망가더라.
늦은 밤, 울음을 터뜨리는 어린 자식들을 품에 안고 옆에는 초록빛 소주병을 두고서 행여 어미가 깰까 봐 말도 하지 못하고 숨죽여 우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서도 모른 척하는데 그 마음이 새카맣게 타들어 갔다.
나무라면 차라리 숯이라도 되겠건만, 타들어 가는 사람의 속은 어찌 달랠 길이 없더라.
먹고살겠다고 일자리를 찾아 멀리 떠나는 아이와 손주들의 뒷모습, 그렇게 다 떠나간 허름한 집에서 그제야 소리 내어 운다.
새카맣게 탄 속을 그렇게 달랬다.
그렇게 수년이 흘렀다.
연락도 없어,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위안하며 그리던 아들의 소식은 낯선 경찰이 알려 주었다.
추운 겨울.
지금 사는 내 집보다도 못한 그 좁고 허름한 집에서 보았다.
싸늘하게 얼어 버려 제 애비를 따라 다시는 보지 못할 그곳으로 떠나간 자식의 모습이.
지 애비가 죽은 줄도 모르고 지 애비를 좁은 품에 꼭 끌어안고 있는 작은 아이들의 모습이.
내 손주들의 모습이.
나는 점점 늙어 가는데, 이 어린 핏덩이들을 데리고 어찌 살아가누.
몇날며칠을 그리 고민하게 되었다.
추운 겨울날, 잔뜩 내린 눈이 녹아 지붕에서 뚝뚝 물이 새어 들어와 손주의 이마에 떨어져 아이가 깜짝 놀라 지 애비를 찾아 목 놓아 우는 그 순간에 세상이 그리도 밉고 싫더라.
어떻게든 살아 보겠다고 나라라도 찾아가니, 떠나간 며느리가 발목을 잡아 그 핑계로 아무 도움도 받지를 못하더라.
어쩔 수 없이 큰 손주의 손을 잡고, 작은 손주는 수레 뒤에 태워 종이를 주우러 다녔다.
라면도 하나 제대로 먹이지 못하는 할미가 뭐가 그리 좋다고 할미 손을 꼭 잡고 놓지 않는지, 괜히 밉더라.
그 마음에 하늘이 벌이라도 주듯 며칠을 앓아누웠다.
구들방보다도 절절 끓는 머리를 짚고서 누웠다.
이제는 지쳐 죽을까 생각해 본다.
그런 내 속이라도 알아챘는가, 뭘 안다고 두 놈이 조막만한 손으로 박스를 주워 오며 하는 말에 무너져 내린다.
“할머니, 아프지 마. 우리가 박스 주워 올게.”
“할머니 내가 라면 끓여 줄게. 아프지 마!”
그리 말하는 아이들을 품에 안고 목 놓아 울었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이 할미가 잘못했다.
내가 너희들을 두고 어디가니.
내가 내 살을 떼어 먹이는 한이 있더라도 너희들 굶기지 않고 키우마.
그리 다짐했다.
남 부럽지 않게 못 키우는 걸 죄라고 알고, 그리 키웠다.
힘들도 아픈 시간들이지만, 새카만 속은 더욱더 타들어 갔지만, 어디 하나 삐뚤어지는 거 없이 곧게 잘 크는 손주들 덕에 또 살아간다.
그리 살아가는데 제 아비랑 같은 길을 걷는다고 한다.
제 아비의 인생을 앗아 간 게 그 길이라고, 축구라고 그리 말했는데도 제 아비 성정을 그대로 빼닮아 축구가 좋다고 한다.
자식 새끼 이기는 부모 없다는데, 손주 이기는 할미가 어디 있을까.
그저 지켜만 보는 수밖에.
해 주는 거 없는 게 그저 미안할 수 밖에.
그저 떠나간 남편에게, 자식에게 손주 새끼 잘 돌봐 주라는 기도만 드릴 수밖에.
할아버지가 지켜보는가.
아니면 애비가 지켜보는가.
손주들은 무럭무럭 잘 컸다.
지들 애비랑 똑같이 유니폼을 입고서 잔디밭을 달리더라.
수백 명 사람들이 손주들을 향해 박수를 친다.
나라에서도 불러 국가 대표도 하더라.
큰손주가 자랑스럽게 가지고 온 은메달에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
보았소? 보았니?
당신들 자손이 나라의 부름을 받고 이름을 알리고 있소, 당신들이 못 한 일을 하고서 환하게 웃으며 자랑하기도 하오, 그렇게 큰 이름을 가지고 유럽으로 간다고 하오.
이 내가 죽은 사람 몸이나 닦고, 아픈 이 병수발이나 들며 혼자 숨죽여 울던 그럼에도 당신을 만났기에 행복했던 독일로 간다 하오.
사람들의 시선이 두렵소, 시체나 닦던 천한 년 자손이라 깔보지 않을까 겁도 들었다오.
그런데 보고 있소?
그들이 손주들을 보고 박수를 치고 있소.
당신들의 자손이 그들의 왕이라도 된 것처럼 떠받들고 있네요.
해 준 것도 없는데, 라면 한 끼 제대로 먹이지도 못한 것 같은데 저희들이 알아서 잘 커서는 남부럽지 않은 훌륭한 사람들이 되었으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하겠다.
그럼에도 내가 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남겨진 아이들이 나를 그리며 지금 하는 일도 못 하고 살까 걱정되어 그런다오.
아직도 물가에 내놓은 어린 아이들 같아 내 맘이 그리도 쓰인다.
내 걱정과 달리 아이들은 지 스스로 커서 이제는 남부럽지 않게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데도 아직도 아이 같다. 내 품 안에서 엄마 젖이 그리워 잠결에 내 젖을 만지던 내 새끼들.
그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커 가고, 어느새 큰놈이 제 짝을 만나더라.
마치 젊을 적 나를 보듯, 애틋하면서도 뜨겁게 불타던 둘이 아이를 가지고 결혼을 한단다.
세월이 이리도 흘렀는가.
결혼식을 앞두고 문득 거울을 바라보니 주름이 가득한 내 얼굴이 보인다.
식을 앞두고 내 손을 꼭 잡고 웃는 큰놈의 등이 참으로 크게 보인다.
내가 늙어 가는 만큼 내 새끼들은 이리도 컸단 말인가.
늠름한 그 모습으로 내게 말한다.
“이제 제가 가장이니, 할머니 고생 안 시키고 우리 집 행복하게 살도록 노력할게요.”
그리 말하는 장손의 모습이 어찌나 듬직한지.
이제 마음이 놓인다.
그렇게 또 세월이 흘러간다.
염치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게된 주제에 명은 길어서 손주들이 크는 것도 모자라 증손자가 자라는 것까지 보게 된다.
첫 증손자인 세아가 방싯 웃을 때 새카맣게 탔던 내 속에서 새싹이 자랐다.
대를 잇는 장손인 세경이가 태어났을 때 새싹이 무럭 자라더니, 둘째 손주가 결혼하고 낳은 아이가 내 손을 잡고 웃을 때 어느새 새로이 나무가 되더라.
넷째, 다섯째 증손자가 태어나고 자라 다섯의 증손자가 지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나와 함께 거닐 때 내 마음에는 환하게 꽃이 피었다.
* * *
“할머니! 나 공 차는 거 봐!”
정우의 어린 시절을 꼭 빼닮은 아이가 공을 들고서 말한다.
할머니는 주름 가득한 얼굴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아이는 그 공을 멀리 찼다.
보란 듯이 으스대는 아이의 모습과 동시에 다른 아이들이 꺄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아이가 찬 공을 쫓아갔다.
“이눔들, 그리 뛰면 다친다 하지 않았누?”
걱정스러운 마음에 할머니가 엄포를 놓았지만 아이들은 듣는 척도 안 하고 웃으며 마당을 뛰어 놀았다.
한가한 오후였다.
다시 찾은 고국의 땅에서 형제가 새롭게 꿈을 이어 나갈 때, 할머니는 증손주들이 뛰어노는 것을 보며 행복하게 웃었다.
나무 그늘 아래 쉬면서 그 틈 새로 내리쬐는 햇빛에 주름이 가득한 눈을 잠시 감았다 뜨는 순간.
-임자.
그리도 보고 싶은 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탁한 눈으로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어 눈을 비비고 앞을 보니, 어느새 임은 할머니의 옆에 앉아 할머니의 주름진 손을 잡았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소.
“흘흘, 고생이라 할 것이 있겠수, 지들이 알아서 잘 컸는디.”
-그게 어디 애들이 알아서 큰 거겠소? 임자가 고생한 덕이지.
“아니우, 우리 손주 놈들이 얼마나 대단한디. 못 봤소?”
-봤지, 보고말고. 어찌나 대견스럽던지, 내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거 안 보이오?
“흘흘, 아들눔은…… 잘 있소?”
-암. 잘 있다마다, 지 못 한 거 대신한 자식들 보느라 정신이 없다오.
“그려, 그럼 된 게지.”
-그렇소, 그럼 된 거요, 임자…….
“왜요? 데려가시게?”
-가고 싶소?
할머니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런 할머니를 바라보며 임은 웃으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내 몫까지 더 행복하게 살다 오시오.
젊은 그 모습 그대로 환하게 웃으며 사라지는 임을 바라보며 할머니는 주름진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세월 앞에 고생이 그대로 묻어난 못난 손.
젊을 적 생각에 속상한 마음이 들려던 차.
조막만 한 손이 그 손을 굳게 잡는다.
“할머니! 아빠랑 큰아빠 왔어!”
환하게 웃는 증손주의 모습에.
할머니는 이내 사르르 마음이 풀려 그 작은 손을 잡았다.
못난 손이면 어떠하리.
그 누구도 못났다 욕하지 못할 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