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27)
형제의 축구-27화(27/251)
형제의 축구 27화
주전 경쟁
“아이고, 힘들어라.”
고물상에서 폐지를 납품하기 위해 리어카와 유모차들이 여러 대 서 있는 그곳에서 노인 몇몇이 한쪽 구석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노인들 대부분이 남루한 옷차림과 굽은 등, 그리고 수심 가득한 얼굴에는 외로움과 그리움, 그리고 아픔이 잔뜩 묻어나오고 있었다.
그 가운데 단 한 할머니만이 히죽히죽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형제의 할머니였다.
유난히 환하게 웃는 할머니를 바라보며 고물상 여사장이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 뭐 그리 좋은 일이 있어서 그리 웃고 계세요?”
불과 몇백 원이라고 해도 백원 단위는 항상 반올림해서 더 쳐주는 마음 착한 여사장이 절로 기분이 좋아 웃으며 묻자 할머니는 주섬주섬 품에 안고 있는 것을 꺼내 여사장에게 보여 줬다.
“이것 보시우.”
“으응? 이거 부천 지역신문이네요? 아직도 이런 게 있었나?”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서 그렇지 시에서 내놓는 지역신문은 여전히 발간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지역신문의 스포츠란.
대문짝만 하게 1면을 장식하는 뉴스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부천이 낳은 형제, 팀을 승리로 이끌다.K리그 챔피언십 1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부천은 충주를 상대로 2 대 0 승리를 장식했다. 그 1등 공신은 다름 아닌 한윤석(20세) 선수와 한정우(19세) 선수.
부천에서 자란 이 형제는 어려운 형편의 할머니 밑에서 힘겹게 자란 이 형제는 할머니의 헌신 덕분에 축구를 해 왔으며, 그 결실이 마침내…….]
“어머, 어머, 이거 윤석이랑 정우 맞아요?”
십수 년을 할머니에게서 폐지를 받아 온 여사장은 윤석과 정우도 알고 있었다. 멋지게 경기를 하는 모습이 신문에 실려 있자 여사장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물었다.
“그려, 우리 내 새끼들!”
“어머, 웬일이래! 축구 한다더니 프로 선수까지 된 거예요? 어머, 어쩜!”
여사장이 호들갑을 떨자 주변 노인들의 시선이 할머니와 여 사장 쪽으로 향했다.
“그 손주분들이 축구 선수가 되었수?”
“그 쪼그마한 녀석들이 벌써 그리 컸어?”
노인들이 할머니에게 한마디씩 건넸다.
그럴 때마다 할머니의 얼굴은 더욱더 웃음꽃이 피었다. 손주들이 자랑스러웠다.
“그렇게 안 먹고 안 써서 열심히 모으더니, 손주 농사 제대로 지으셨네, 할머님!”
“그럼, 그러엄! 흘흘흘.”
할머니를 바라보며 여사장은 푸근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손주분들 이제 돈도 잘 벌 텐데 쉬시지 않고…….”
“예끼! 쉬면 뭐혀! 한 푼이라도 더 벌어서 손주들 장가가는 데 보태야지!”
“할머니도 참…….”
처음 봤을 때보다 많이 늙으셔 이제는 검은 머리 하나 찾을 수 없게 된 할머니를 바라보며 여사장은 괜히 뭉클해졌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고물상이나 시키게 되었다고 미안해하던 자신의 어머니가 생각났다.
“할머니는 오래 사셔서 호강받으세요, 꼭.”
그런 어머니를 닮은, 한없이 헌신적인 형제의 할머니에게 만수무강을 빌며 여사장은 할머니에게 폐지값을 건넸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몇백 원을 반올림해서 지폐로 말이다.
* * *
충주와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부천은 이어서 홈에서 서울 I랜드를 맞이했다.
서울 I랜드는 모기업의 탄탄한 재정을 바탕으로 K리그 프리미엄 진출과 우승까지 목표로 하는 포부가 큰 팀이었는데, 그런 포부만큼 팀의 전력도 K리그 프리미엄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만큼 탄탄했다. 국가 대표 출신의 선수들이 포진해 있을 정도로 말이다.
부천과는 여러모로 다른 점이 많은 구단이었고, 부천에게 있어서 부담스러운 팀이기도 했다.
이런 I랜드를 상대로 부천은 새로운 전력을 구상해서 출전했다.
개막전과 마찬가지로 4-3-3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새로운 선수들을 시험했다.
그래 봤자 달라진 것은 중원에 문지형과 조준석을 대신해 주영우와 송현재를 투입한 부분, 그리고 지난번 선발 라인업에서 김운도를 제외하고 브라질 용병 이벨튼을 투입한 게 전부였다.
하지만 결과는 충주 때와는 달랐다.
팽팽한 경기 끝에 막판 최병조의 실수로 인해 1골을 헌납하면서 패배를 기록하게 된 것이다.
아쉬운 결과였지만, 이번 라인업에는 여러모로 문제점이 많이 나왔다.
가장 우선적으로 최병조의 기량 하락이 대두되었다.
충주전에서는 잘 막아 내긴 했지만, 지난 시즌의 활약이 무색할 정도로 둔한 모습을 보여 줘 걱정을 샀던 최병조는 이번 경기에서 더욱더 둔하고 노쇠한 모습을 보여 팬들을 안타깝게 했고, 결정적인 돌파 찬스에서 선수를 놓치면서 팀의 패배까지 안겨 주게 되었다.
팀의 맏형인 최병조는 그날 경기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윤석과 지형, 준석으로 이어지는 역삼각형의 중원진이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 나간 것에 비해 이번에 투입된 송현재와 주영우는 불협화음을 만들어 냈다. 송현재는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주영우는 무리한 돌파와 불필요하게 1선으로 자주 올라가면서 팀의 흐름과 동선을 방해했다. 보다 못한 부천의 팬들까지 욕할 정도였으니 그 활약이 얼마나 형편없었는지 알만했다.
공격진에도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미 검증받은 루키앙과 빠르게 적응해 이번에도 멋진 활약을 보인 바그지뉴와 달리, 좌측 윙 포워드를 맡아서 뛴 이벨튼은 지난 연습 경기에서 보여 줬던 모습을 이번에도 보여 줬다.
한국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경기력 자체가 엉망이었다.
브라질에서 보여 주던 그 모습이 어디로 갔는지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황진형이 교체되어 출전했지만, 세 선수 모두 공격 포인트를 거두지 못하면서 팀은 패배하고 말았다.
1승 1패를 거둔 팀은 이어지는 3라운드에서 새로운 카드를 들고 나왔다.
최병조의 기량 하락이 눈에 보이자 최병조를 빼고, 훈련 시 좋은 모습을 보여 줬던 희준을 지용의 파트너로 선발 출전시켰고, 중원은 주영우를 배제한 채로 윤석과 송현재를 중앙 미드필더로, 그리고 문지형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두는 삼각 편대로 내세웠다.
그리고 공격진은 황진형과 김운도, 바그지뉴를 내세웠다.
김운도는 애초부터 핵심전력으로 평가받던 인물이었고, 황진형에게는 기회를 더 줘 보는 차원이었다.
“아아아.”
벤치에서 두 경기 연속으로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하는 정우는 멍하니 필드를 바라보며 지루한 표정을 지었다.
온몸이 근질근질했다.
뛰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슬그머니 송진호를 바라봤다.
데뷔전에서 골을 기록한 자신을 제외하고 3경기 연속으로 별다른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한 공격수들을 기용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왜일까.”
물론 아예 감이 안 오는 것은 아니었다.
공격수들이 너무 많다 보니 거르는 차원도 있고, 모든 공격수의 기량을 시험하려는 차원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골을 못 넣었을 뿐이지 오늘 출전하는 세 선수는 제법 준수한 활약을 보여 줬으니 한 번 더 기용해 보는 것일 수도 있었다.
“으아, 뛰고 싶다.”
하지만 애가 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러다가 기회가 아예 안 오는 거 아냐?
이런 생각까지 들 정도로 말이다.
덜덜덜.
정우는 다리를 떨며 어서 빨리 저 잔디를 밟기를 바랐다.
흘끔, 그런 모습을 지켜본 송진호는 웃음 지었다.
이제 겨우 세 번째 경기.
아직 많은 시즌이 남았지만, 어린 정우는 기다리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물론 마음 같아서는 정우를 매번 선발로 출전시키고 싶은 송진호였다. 데뷔전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데다가 선수비, 후역습의 전술에 최적화된 정우의 발은 팀에게 있어서 강력한 무기였다.
하지만 송진호로서는 무조건 정우만 선발로 출전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기회를 주지 않은 상대에게 후보 자리를 강요하는 것은 송진호로서는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회도 없이 자신보다 한참 어린 애송이에게 선발을 빼앗기면 결코 좋아할 선수가 없었다.
시늉이라도 주전 경쟁을 시켜 주는 모습을 보여 줘야 팀 내부를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안양과 경기가 시작되었다.
안양은 K리그 챔피언십이 시작된 13년도부터 15년까지 3시즌 동안 중위권을 유지하는 탄탄한 구단이었다. 호성적으로 K리그 프리미엄 입성을 눈앞에 둔 적도 있는 무시할 수 없는 팀이었다.
그런 안양을 상대로 부천은 시작부터 경기의 흐름을 이끌어 가기 시작했다.
안양은 변함이 없지만, 부천은 많은 게 바뀌었고, 그중 괄목상대할 만한 것은 바로 중원이었다.
새롭게 영입한 선수들이 제대로 활약해 주면서 중원을 쉬이 내주지 않다 보니 부천이 경기 자체를 휘어잡는 형세가 된 것이다.
수비를 탄탄히 하고 기습적인 역습으로 경기를 풀어 나가던 과거와 달리 지금의 부천은 지공 상황에서도 점유율을 높이고 팀 전체가 압박을 주면서 공격을 풀어 나가는 것도 가능했으니 안양이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부천이 안양을 압도하진 못했다.
황진형과 김운도 확실한 한 방을 보여 주지 못하고 마무리의 아쉬움을 주고 있었다.
안양이 필사적으로 막기도 했지만, 황진형과 김운도가 수비진을 부수고 들어갈 정도의 파괴력을 보여 주지 못하고 지루한 공방 끝에 전반전이 마무리되려하고 있었다.
그 순간.
안양의 놀라운 골이 터져 나왔다.
경기 마지막 순간 미드필더가 뻥하고 차올린 공이 코너킥이 되었는데, 볼 경합 중에 떨어져 바운드되는 공을 안양의 공격수가 골대로 밀어 넣으면서 선취점을 빼앗은 것이다.
“아아아아.”
부천 원정대의 탄성 소리와 함께 송진호의 얼굴도 구겨졌다.
“잘 막은 녀석들을 뭐라 할 수 없고…… 이거, 참…….”
정말 우연이 만들어 낸 골이었다.
저런 골은 야신이 와도 못 막는다. 예상 자체가 안 되는 골이기 때문이었다.
단숨에 분위기가 와전된 상황에서 전반전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들려왔다.
골을 만들어 내 희희낙락하며 들어가는 안양의 선수들과 달리 허무하게 골을 먹은 부천의 선수들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우연과 같은 골이 선수들의 멘탈을 흔든 모양이었다.
“다들 신경 쓸 거 없다! 다시 따라잡으면 되는 거야! 못해서 먹힌 골도 아니고, 우연히 들어간 럭키 골에 왜들 그렇게 똥 씹은 표정이냐?”
송진호가 박수를 치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분명 안양의 준비되지 않은 맞춤 전술이었고, 운 좋은 골이었다.
“지금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해, 다만 좀 더 공격적으로 나가자.”
“네!”
선수들이 멘탈을 수습한 듯 힘찬 대답을 듣고 송진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선수 하나하나를 붙잡고 세부적인 주문을 했다.
누구는 좀 더 앞으로 나가라, 누구는 보다 측면을 활용해라.
그런 송진호의 전술지시를 들으면서 정우는 또다시 다리를 덜덜 떨었다.
나가고 싶다.
미치도록 뛰고 싶다.
그런 열망을 읽은 걸까?
송진호 감독의 시선이 정우를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