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28)
형제의 축구-28화(28/251)
형제의 축구 28화
그는 좌불안석인 정우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려놓고 말했다.
“후반, 상황에 따라서 언제든지 투입될 수도 있다. 몸을 덥혀 놔라. 알았지?”
“아…… 네, 네! 알겠습니다, 감독님!”
정우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서 송진호는 웃음을 지었다.
유니폼을 갈아입거나, 양말을 갈아입고 축구화 끈을 동여매고 수분을 섭취하는 사이 마침내 하프타임이 종료되고 후반전이 시작되고 있었다.
부천은 중앙 스트라이커로 자리를 잡고 있던 황진형을 빼고 루키앙을 투입했다.
선수들이 필드 위로 올라가자 양 팀의 팬들의 응원 소리가 선수들의 기운을 북돋웠다.
“음.”
필드 위에 선 윤석은 감독의 주문을 생각했다.
만약 후반전에서 안양 선수들이 수비를 단단히 하고 걸어 잠그면 보다 공격적으로 올라오거나 문지형과 스위칭을 해 공격의 기회를 만들라고 했던가?
후반 시작을 알리는 휘슬과 함께 윤석은 전방을 바라봤다.
안양의 선축이었는데, 안양은 공을 뒤로 돌리고 아주 느린 템포로 경기를 이끌어 갔다. 부천의 선수들이 압박을 가할 시에만 공을 옆으로 돌리면서 최대한으로 시간을 끌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안양은 기세를 타서 보다 더 공격적으로 나가 1점을 추가하기보다는 1점을 바탕으로 골대를 걸어 잠그고 부천을 애태우려는 모양이었다.
윤석은 스윽 주변을 둘러보고 생각했다.
지금 자신을 기점으로 전체적으로 라인이 올라가게 된다면 역습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보다 더 전방위에서 압박이 필요하다.
수비가 두려워서 공격을 망설인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패배의 지름길이다.
윤석은 전방으로 차츰 나서기 시작했다.
윤석이 전방으로 올라가기 시작하자 송현재도 함께 전방으로 올라가기 시작했고, 수비 라인도 그것에 맞춰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수비 라인을 올렸다.
어느새 하프라인 가까이 올라가 부천이 좁은 공간에서 안양을 압박하는 형세가 되었다.
안양에게는 기회였다.
수비의 뒤, 넓은 공간이 그들을 유혹했다.
하지만 여의치 않았다.
부천이 공간을 자꾸 죽여 나가면서 중원에서 볼 배급은 어려운 상황이었고, 수비진에서 반대편 진영으로 넘기기에는 부천도 단단히 방비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면서 수비 라인에서 볼을 운반하는 사이 부천은 더욱더 좁게 간격을 좁혔고, 안양은 활로를 뚫기 위해 왼쪽으로 공을 보냈다.
기다렸다는 듯 송현재와 이함준이 안양의 라이트 윙어에게 달라붙었다.
순간 라이트 윙어의 눈이 빛났다.
송현재와 이함준이 간격을 벌리며 자신에게 달려왔기 때문에 그들이 위치했던 자리가 빈 공간이 되어 버린 것이다. 다급하게 공격수를 찾았다.
역시나 안양의 공격수 이중연이 눈짓으로 그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펑!
라이트 윙어가 이중연이 가리킨 곳을 향해 스루패스를 찔러 넣었다.
날카롭게 뻗어 나가는 공을 향해 이중연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부천이 놀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이미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권지용이 이중연이 달리기 전에 한발 빨리 그 공을 향해 달려갔다.
촤아아악.
한발 앞선 권지용이 이중연의 앞에서 전방을 향해 공을 발로 찼다.
털썩.
급하게 몸을 틀어 공을 보내느라 넘어진 지용이 그대로 고개를 들어 전방을 바라봤다.
상대방의 수비 라인 앞, 운 좋게 루키앙의 앞에 공이 떨어지고 있었다.
‘루키앙이라면 믿을 만하지. 공격의 활로가 되어 줘라!’
……하고 지용이 생각하는 사이, 루키앙이 자신의 뒤에서 힘 있게 미는 수비수들에게서 간신히 버텨 내며 공을 향해 머리를 들이밀었다.
퉁.
“아!”
루키앙이 인상을 찌푸렸다.
공을 적 진영이 아니라 자신의 앞으로 떨궈 문지형에게 주려고 했는데, 하필이면 수비진의 뒤로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실수도 다른 사람이 살린다면 기회가 된다.
2선까지 올라와 상황을 보던 윤석이 그 큰 덩치로 쥐도 새도 모르게 볼 경합을 한 루키앙와 수비수들의 옆을 스쳐 지나가며 공을 낚아챘다.
공을 빼앗긴 했지만, 상황이 그리 좋지는 못했다.
대기하던 풀백이 윤석을 마크하기 위해 바짝 다가온 것이다.
윤석이 차분한 얼굴로 풀백을 바라봤다.
‘뭐 이리 커!’
풀백은 표정을 굳히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놀라고 있었다.
멀찍이서 본 것보다, 가까이 마주한 윤석의 덩치가 마치 곰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큰 만큼 몸은 느리겠지.’
긴장하지 말고 차분하게 막아 내자 생각하는 사이 윤석이 한쪽으로 공을 툭 하고 밀어낸다.
풀백은 그것에 반응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다가 윤석이 그쪽으로 몸을 움직이는 듯하자 그제야 공을 향해 다리를 뻗었다.
툭.
풀백의 발끝에 공이 걸리는 것을 보며 위기를 모면했다 생각하는 순간.
윤석이 기다란 다리를 쭉 내밀어 공을 한 번 더 차 내며 공을 앞으로 슬쩍 보내며 그대로 몸을 움직여 앞으로 나간다.
그것을 본 풀백이 당황한 얼굴로 윤석의 옆에 붙으며 팔을 뻗었다.
대단한 실책이었다.
풀백도 그것을 느꼈다.
몸을 부비는 순간 사람의 몸뚱이가 아니라 남의 집 담장에 몸을 기대는 느낌이 들었다.
가뜩이나 작은 체구의 왜소한 풀백은 도저히 윤석의 몸싸움 상대가 되지 못했다.
윤석은 가볍게 풀백을 밀어내며 골대를 바라봤다.
거리는 16미터 정도로 조금 멀었지만, 상대방 진영이 몸을 추스르고 달려오고도 남을 시간이었기 때문에 촉박했다.
윤석은 골대 왼쪽을 노리고 그대로 오른발을 휘둘렀다.
콰앙!
윤석의 슈팅이 폭발했다.
30미터 거리에서도 위력을 잃지 않는 괴물 같은 슈팅력이었다.
그 빠른 속도와 위력에 골키퍼는 그대로 얼어붙은 듯 반응할 수 없었다.
공을 골 망을 찢을 듯 파고들었다가 바닥에서 통통 튕겨 나갔다.
와아아아아!
부천 팬들의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골키퍼 저거 오줌 지린 거 아냐?”
한 팬의 말에 다른 팬이 자신의 바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골키퍼가 아니라 내가 지린 거 같은데?”
“…….”
팬들이 환호하는 만큼, 송진호도 벤치에서 뛰어나와 어퍼컷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그렇지!”
후반 12분 만에 터진 동점 골이었다.
그것도 기세를 한 번에 뒤집을 만한 강렬한 골!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되려 필드 위에 골을 넣은 당사자 윤석만이 태연한 얼굴로 부천의 엠블럼에 가볍게 키스하며 그만의 소탈한 세리머니로 자축할 뿐이었다.
그런 윤석에게 부천의 공격진이 달려와 안겼다. 아니, 매미처럼 매달렸다.
윤석은 그런 선수들을 질질 끌고 걸어가면서 부천 팬들을 웃음 짓게 만들었다.
세 명이나 매단 상태로도 손쉽게 걸어가는 그 괴력도 괴력이지만, 고목나무 같은 커다란 덩치에 웃음이 나온 것이지만, 그걸 본 아까 전에 풀백은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저런 괴물에게 더 들이댔다간 뼈도 못 추리겠구먼.”
그렇게 원점으로 돌아간 경기가 재개되었다.
부천은 기세를 타서 더욱더 거세게 안양을 몰아붙였고, 안양은 어떻게든 버티기 위해 단단히 걸어 잠갔다.
루키앙이 들어오고 나서 경기의 활력이 돌기는 했지만, 아직은 뭔가 부족했다.
보다 더 파괴력 있는 선수가 필요했다.
안양의 수비진을 헤집어 놓을 수 있는 벼락 같은 선수가.
송진호의 시선이 절로 정우를 향했다.
정우의 속도가, 그 발이 무언가를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서리는 순간이다.
“정우야.”
“예, 감독님.”
송진호가 자신을 부르자 정우가 기다렸다는 듯 송진호에게 다가왔다.
“몸이 막 근질거리지?”
“넵!”
“나가서 신나게 뛰어 봐라.”
“감사합니다!”
정우의 얼굴이 환해졌다.
이내 김운도와 정우가 교체되었다.
등 번호 11번.
정우의 등장을 기다렸다는 듯 때마침 바람이 불어왔다.
기분 좋은 시원한 바람이었다.
정우가 기분 좋게 미소 짓는데 하필 그 모습이 전광판에 그려졌다.
부천 팬들은 물론이고 안양의 팬들까지 탄성을 터뜨리게 하는 준수한 외모였다.
또다시 여성 팬들이 늘어나는 소리와 함께 유현우의 악마라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정우는 그저 경기를 뛴다는 것에 신나서 교체되어 들어가는 김운도에게 꾸벅 인사하고 필드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 이거지.”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잔디가 정우를 반겼다.
잔디의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정우가 들어오자 안양의 수비진이 경계의 시선을 건넸다.
정우의 빠른 발은 지난 충주와 경기에서 선보이면서 안양 선수들도 충분히 숙지한 상황이었다.
정우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이곳저곳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먹이를 노리는 짐승 마냥 기회를 찾았다.
부천의 공격 옵션이 하나 더 늘어나자 안양은 공격은커녕 더욱더 잠그는 경기를 하기 시작했다. 윤석이 물 만난 고기처럼 전 후방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뛰어다닌 탓에, 중원에서 볼 배급이 되지 않아 공격의 기회를 만들지 못하는 탓도 있었다.
오늘만 해도 벌써 세 번의 태클과 한 번의 인터셉트를 성공한 윤석은 여전히 쌩쌩했다.
체격만큼이나 어마어마한 체력이었다.
“다 보인다.”
뛰면 뛸수록 안양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들의 패턴, 선수들의 성향까지.
수많은 정보가 윤석에게 입력되며 안양을 어찌 막아야 하고 공략할지 머릿속에 계속해서 떠올랐다.
수비 진영에서 중원으로 공을 못 가게 막으면 안양은 분명 측면으로 공을 보내 부천의 수비진의 간격을 넓혀 그 공간을 노리려고 한다.
왼쪽의 윙어는 시야가 좁아 그 작업에서 한 박자 느리게 반응해 공격진으로 공을 보내는 사이에 충분히 우리 수비진이 대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른쪽의 윙어는 한 박자 빠르게 빈 공간으로 정확하게 패스를 찔러 넣는 편이었다. 수비진으로서도 충분히 위험한 상황.
그리고 안양은 오른쪽 윙어가 공을 잡으면 전체적으로 빌드 업해서 올라가려 한다. 신뢰를 받고 있는 것이리라.
그래서 위험하지만, 잘 막으면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 기회를 노렸다.
그리고 그 기회가 찾아왔다.
안양의 수비가 공을 오른쪽 윙어에게 보내자 기다렸다는 듯 전체적으로 라인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공격수를 보좌하기 위해 미드필더들까지 2선 지역까지 올라간다.
부천의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하자 안양의 윙어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송현재를 제치고 이함준에게 멀리 떨어지면서 그대로 부천의 수비 진영의 빈 공간을 향해 발을 뻗었다.
촤아악.
잔디를 가르고 뻗어 가는 패스를 향해 누군가가 슬라이딩해서 달려든다.
윤석이었다.
“이런!”
윤석은 슬라이딩하며 배로 공을 막아 내고 튕겨 올라가는 공을 향해 잽싸게 몸을 일으키며 발을 뻗었다.
퉁!
공이 한 번 더 튕겨 올라가며 가슴으로 공을 받아 내 아래로 떨구면서 윤석은 그대로 전방을 향해 공을 패스했다.
송현재가 그것을 이어받아 그대로 문지형이 마지막으로 공을 받아 들었다.
이를 지켜본 공격수들이 분주해졌다.
문지형은 미처 올라가지 못하고 수비수들에게 붙들려 있는 루키앙에게 공을 전해 주는 듯하다가 수비수들을 넘기는 패스로 바그지뉴에게 공을 패스했다.
바그지뉴가 수비수들의 뒤 공간으로 파고들며 공을 받았다.
“오우.”
상대편 풀백이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바그지뉴를 따라왔다.
왼발잡이인 바그지뉴는 공을 받고서 오른쪽에서 자신을 밀어붙이는 풀백에게서 공을 지켜 냈지만, 그대로 안으로 들어가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달리던 상황 그대로였기 때문에 급제동해서 몸을 틀 수가 없었다.
“여어!”
그런 바그지뉴를 부르는 소리.
정우였다. 정우는 옆에 풀백을 달고서도 자신 있게 손을 들고 있었다.
바그지뉴가 이내 해맑게 웃으면서 정우의 앞으로 공을 밀어 넣었다.
정우보다 3미터 정도 앞으로 뻗어 나가는 공.
정우는 그 공을 향해 발끝에 힘을 주어 풀백을 달고서 그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풀백은 전력을 다해 정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달렸다.
하지만 점점 격차가 벌어진다.
보통 빠른 발이 아니라 생각하며 풀백은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속도를 늦추거나 포기하지는 않았다.
공을 잡으면 속도는 줄게 마련이다.
아무리 빨라 봤자 몇 초나 차이 나겠는가? 공을 달고 드리블하면 그 격차는 줄어들 것이다.
그건 정우를 모르고 하는 소리였다.
금발이라 칭해진 정우는 일찍이 달리기 훈련만큼이나 드리블하면서 달리는 훈련도 수년을 해 왔다. 공이 있어도 없는 것처럼 편안하다.
그렇게 정우는…….
기분 좋게 불어오던 바람을 타고 태풍이 되었다.
빠르게 몰아쳐 그대로 골키퍼마저 휩쓸고 지나가 상대방의 진영을 부숴 버렸다.
삐익! 삐익!
골을 알리는 휘슬과 함께 정우가 두 팔을 벌려 뛰어 부천의 팬들을 향해 포효했다.
“우아아아악!”
와아아아아!
또다시 부천의 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미쳤다, 형제가 쌍으로 나란히 미쳤다!”
“정우야, 날 가져라!”
“와나, 기저귀 갈고 와야겠다! 미친!”
부천의 팬들이 흥분해 버럭버럭 외치는 소리를 들으며 정우는 자신이 사랑하는 부천의 엠블럼에 키스했다.
후반 32분, 부천이 마침내 역전했다.
이제 승리를 잡는 일만 남은 것이다.
그렇다고 부천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진 않았다.
안양에겐 기회를 놓치지 않을 저력이 있었고, 점수 차는 고작 1점이었기 때문이었다. 충분히 뒤집히고도 남을 스코어였다.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 윤석은 공격적으로 올라가기보다 후미에서 수비 라인을 탄탄히 하고 볼 배급을 하는 역할에 충실했다.
정우 역시도 안양이 더 이상 올라오지 못하게, 안양이 자신을 경계하도록 오프사이드 라인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면서 수비진들을 긴장케 했다.
그리고 마침내 휘슬이 울렸다.
삐익, 삐익, 삐이익!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에 홈에서 패배한 안양의 선수들이 무릎을 꿇었고, 부천의 선수들은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시즌 3라운드.
부천은 소중한 1승을 건지며 2승 1패로 상위권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