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30)
형제의 축구-30화(30/251)
형제의 축구 30화
-마지막에 정말 박진감 있는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양 팀 모두 간담이 서늘한 상황을 만들었지만, 그중에서 상대 팀을 압도한 것은 부천으로 보이네요.
-예, 제가 봐도 전반은 부천의 판정승입니다. 이 기세를 이어 간다면 포항, 쉽지 않습니다. 제가 예상하는 것보다도 부천은 강하고 위력적입니다.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한윤석 선수가 절묘한 기회를 만들어 내는 한정우 선수도 대단합니다. 비록 골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박종희 선수가 없었다면 벌써 부천이 한정우 선수의 발에 2골을 만들어 냈을 겁니다.
-정말 예상 밖의 상황이네요. 어리지만 침착하기도 하고 대단한 형제입니다.
-부천에서는 용형호제라고도 부른다죠?
-아, 그렇습니까? 정말 어울리는 별명이네요, 정말 용 같은 형과 범 같은 동생이에요.
선수들을 맞이하는 송진호의 표정은 밝았다.
그것은 부천의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려운 상대로 예상되었던 포항은 생각보다 크게 어렵지 않았다.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선수들의 머리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표정들은 좋은데 다들 너무 긴장이 풀린 것 아니냐? 자신감은 가져도 좋지만, 긴장은 풀지 마라. 아직 경기는 전반이 끝났을 뿐이니. 집중하는 게 가장 중요해. 알았냐?”
송진호의 말에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무 긴장이 풀렸다.
마음을 다잡는 사이 송진호는 작전을 지시하기 시작했다.
“후반은 이 기세를 그대로 이어 나가 거세게 밀어붙인다. 시작하자마자 공격적으로 나가서 어떻게든 1골을 넣는다. 그다음부터는 원래대로 플레이하고. 후반의 핵심은 선제골이야, 선제골! 선제골을 넣는 순간 경기가 풀리기 시작할 거 같다. 알았나?”
“예!”
송진호는 총괄적인 지시를 내린 뒤에 정우를 바라봤다.
“정우, 전반에 슈팅은 좋았지만, 그 외에는 움직임이 좋지 못했다. 더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수비수들을 따돌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잘할 수 있겠지?”
“네.”
정우는 그리 대답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전반전에는 크게 활약하지 못했다. 비록 기회를 맞이해 유효 슈팅을 두 개 거두긴 했지만, 송진호의 지시대로라면 수비수들을 좀 더 뒤흔들어 줘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도 덜 뛴 탓인지 체력이 남아돌았다.
남은 체력으로 후반전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생각을 하며 정우는 이를 악물었다.
* * *
-박빙의 전반전을 보여 준 포항과 부천, 이제 후반전이 시작되려 하고 있습니다. 양 팀 선수들이 나오고 있군요. 선수 교체는 양 팀 모두 없는 듯 보입니다. 진형을 봐도 전반의 전술 그대로 경기를 이어 가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부천의 공격이 꽤 날카로웠습니다. 최중철 감독은 이를 보고 더욱더 수비를 단단히 하고 역습을 준비해 기회를 노리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부천은 전반 막바지에서 보여 준 공격적인 모습이 효과를 봤으니 더욱더 거세게 밀어붙일 것 같습니다. 최중철 감독은 이를 노릴 것 같네요. 하지만 아까 본 것과 같이 부천의 공격, 보통이 아닙니다. 역습을 노리다가 오히려 선제골을 먹일 수도 있습니다.
다시 경기가 시작되었다.
선축으로 공을 이어 가는 포항은 매우 느린 템포로 패스를 이어 가며 부천을 유인하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윤석이 움직일 때마다 포항의 중원은 경계 어린 눈으로 윤석을 바라보며 윤석의 근처로 공이 가지 못하게끔 했다.
윤석이 공을 가지는 순간 부천의 공격적인 모습이 나온다는 것을 염두에 둔 모양이었다.
하지만 부천의 중원은 윤석만이 있는 게 아니었다.
조준석이 더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포항이 공을 앞으로 전개하지 못 하게 막았다.
부천의 공격진도 더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포항의 수비수들을 압박했다.
느리게 움직이지 마라, 어서 공을 넘겨라.
이런 느낌으로 포항을 압박했다.
전반보다 더 타이트한 압박 덕분에 포항은 공을 오래 가지고 있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패스하면서 점점 본인들이 원하는 템포보다 빠르게 경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포항은 이런 템포를 조율해 줄 선수가 있긴 했지만, 윤석이 그를 압박해 공을 가지지 못하게 하자 경기 조율이 원활하게 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기회가 온다.
공을 뺏을 기회가.
지속한 압박 속에 타이밍이 어긋나면서 어설픈 패스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조준석이 그것을 낚아챘다.
그 순간 윤석에게 마크당하던 손정호의 시선이 윤석을 향한다.
상황이 바뀌어 자신이 윤석을 막아야 했다. 윤석은 풀어 두면 위험하다.
그리 생각하며 윤석에게 붙는 순간 조준석의 패스가 윤석을 향했다.
윤석은 공을 받는 즉시 손정호에게서 등을 보이며 공을 간수하며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공을 뺏자마자 부천의 선수들이 라인을 올리며 밀고 올라가는 상황이어서 패스를 줄 사람들은 많았다.
윤석은 레프트 윙어로 뛰고 있는 황진형에게 공을 패스했다.
황진형은 공을 받자마자 측면에서 중앙으로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김운도가 황진형의 공을 받고서 측면으로 빠지기 시작했고, 그 자리를 바그지뉴가 파고들어 간다.
정우는 그 상황에서 자신의 옆에 붙은 박종희를 흘끔 바라봤다.
자신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졸졸 따라다니는 박종희를 의식해 자신도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바그지뉴에게 공간을 주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두 명의 스트라이커가 선수들을 유인해 간격을 벌리는 순간 김운도가 바그지뉴에게 공을 패스했다.
바그지뉴가 드리블해 안으로 밀고 들어오자 정우는 그런 바그지뉴를 보조할 것처럼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박종희는 바그지뉴를 막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이내 정우를 의식하고 망설였다.
결국, 다른 수비수가 김운도를 놔주고 바그지뉴에게 달려가 앞을 막아선다.
바그지뉴는 수비수를 등진 상태로 공을 가지고 쉬이 전진하지 못하고 공을 질질 끌었다. 김운도가 풀백이 붙기 전에 앞으로 나서며 자신에게 공을 달라고 어필하고 있었지만, 수비수가 길을 가로막고 자신은 등을 진 상태라 패스하는 게 여의치 않았다.
그 순간.
“바그지뉴!”
정우가 빠르게 달려오며 손을 들었다.
갑작스러운 달리기에 박종희가 다급하게 정우를 따라오는 게 보였지만, 정우의 속도를 믿고서 바그지뉴는 정우에게 패스했다.
정우와 바그지뉴의 간격은 2미터 정도.
짧은 패스를 받고서 정우가 안으로 파고 들어가려 하자 바그지뉴를 마크했던 수비수가 정우에게 달려가며, 박종희는 정우를 따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바그지뉴를 막아섰다.
사선으로 들어오는 정우의 코스를 수비수가 막아서는 순간 정우는 그대로 발끝으로 공을 띄워 올렸다.
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수비수의 머리를 넘겨 부천을 기준으로 포항의 골대 우측을 향해 뻗어 나갔다.
느린 데다 거기까지 닿을 공이 아니었다.
골키퍼는 공을 잡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그때였다.
풀백을 따돌리고 파고들어 오던 김운도가 골키퍼보다 앞서 공을 향해 머리를 들이밀었다.
“아앗!”
미처 대응하지 못한 골키퍼가 옆으로 쓰러지며 손을 뻗어보지만, 공은 골키퍼를 스쳐 지나가며 그대로 골대의 좌측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고오올! 김운도 선수의 헤딩이 골로 연결됩니다. 부천이 결국 선제골을 가져갑니다!
-파고들어 온 김운도 선수도 절묘했지만, 그런 김운도 선수를 보고서 기가 막힌 패스를 한 한정우 선수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포항의 선수들의 표정이 굳고, 최중철은 더 굳은 표정으로 필드 가까이 다가가며 선수들에게 고래고래 소리쳤다. 원하던 상황은 오지 않고 되려 1골을 주고 말았으니 다급해지는 것이었다.
그런 최중철을 보며 송진호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제 원하는 플레이가 나오기 시작할 거다.
포항이 아니라 부천이 말이다.
후반 13분 만에 터진 골.
이로 인해서 포항이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동점 골을 만들기 위해서 기존의 선수비, 후 역습의 전술을 버리고 공격적으로 밀고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반대로 부천은 여유롭게 라인을 내려 수비를 단단히 해서 포항을 맞이했다.
포항은 정말 필사적으로 공격하려 했지만, 번번이 막혔다.
수비 라인으로 갈 것 없이, 통곡의 관문이라고까지 부천의 팬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는 윤석에게 말이다.
그 상황에서 정우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했다.
그런 정우의 모습을 보기라도 한 것처럼 윤석이 웃으며 말했다.
“보채지 마라, 찔러 줄 테니!”
그리 말하며 윤석은 두 번째로 막아 낸 공을 향해 힘껏 발을 휘둘렀다.
콰앙!
공이 빠르게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급격한 공격으로 라인을 올린 수비진의 뒤를 노린 패스였다.
박종희가 그것을 보고 정우를 바라보는 순간.
정우는 이미 박종희를 벗어나 빠르게 달려갔다.
수비수가 대응조차 할 수 없는 순간 속도였다.
이런 속도는 프리미엄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박종희가 당황한 얼굴로 정우를 따라 달렸지만, 간격은 점점 더 벌어졌다.
툭.
형의 힘이 담긴 패스를 정우는 가볍게 발등 위에 얹어 힘을 죽이지 않은 상태 그대로 치고 달렸다.
역습 상황에서 정우는 그야말로 무적이었다.
아무도 막지 못하고, 따라잡지 못하는 상태 그대로 맞이한 골키퍼를 향해 정우의 다리가 현란하게 움직였다.
-고속의 시저스 페인팅입니다, 마치 호나우두를 보는 듯합니다!
키퍼의 시야를 어지럽게 만들다 툭 하니 옆으로 찌른 공을 따라 정우가 키퍼를 스쳐 지나갔다.
-한정우 선수, 골키퍼마저 제치고 그대로, 골! 고오오올! 골! 완벽한 역습이었습니다.
-이야, 한정우 선수, 엄청난 속도입니다, 박종희 선수가 필사적으로 달렸음에도 오히려 간격이 벌어지네요. 질풍과도 같습니다! 골키퍼마저 제치고 침착하게 마무리까지! 부천의 환상적인 역습의 대미는 한정우 선수입니다!
올레올레, 올레!
올레올레, 올레!
올레 올~레 올~레
올레오 부~천~ UTD!
올레 올, 레, 올, 레!
원정석에 자리 잡은 부천의 팬들이 목이 터져라. 응원 구호를 터뜨렸다.
정우는 그런 팬들을 바라보며 엠블럼에 키스했다.
-선제골을 넣은 지 불과 10분 만에 두 번째 골을 만들어 냅니다. 후반 23분, 스코어는 부천이 2점 앞서가고 있습니다.
-포항이 무너지고 있어요, 너무 다급하게 공격을 몰아가면서 부천의 특기를 살려 주게 됩니다. 역습 축구를 구사하려던 포항이었는데, 오히려 역습에 두 번째 골을 내주고 맙니다.
이미 2골이나 앞서간 부천은 다시 시작된 경기에서 더욱더 여유롭게 자신의 진영에서 단단히 걸어 잠그고 수비에 집중했다.
포항으로선 답답한 상황이었다.
중원을 넘어가기도 힘들고, 중원을 넘어서도 단단한 수비진이 공을 막아 낸다.
공을 뺏기면 그 즉시 역습을 막기 위해 분주하게 뒤로 물러나야 했고, 그 가운데 미친 말처럼 날뛰기 시작한 정우를 견제하기 위해 포항의 수비수들은 더욱더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
수렁에 빠진 듯, 체력만 고갈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런 가운데 또다시 찾아온 역습 상황.
공을 차지한 권지용이 조준석에게 공을 패스하자 선수들 전체가 빌드 업해 포항의 진영으로 무섭게 치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조준석은 공을 가지고 달리다 중간의 포항의 선수가 걸림돌이 되어 길을 가로막자 그 즉시 윤석에게 공을 패스했다.
윤석은 멋진 드리블로 자신의 앞을 막은 손정호를 벗겨 내면서 황진형에게 패스했다.
황진형은 공을 몰아 풀백을 유인하면서 그 틈에 다시 치고 올라가는 윤석에게 공을 돌려준다.
윤석의 앞에는 수비수들이 굳은 얼굴로 윤석을 바라보고 있었고, 한편으로는 정우와 김운도를 경계하며 정신이 없었다.
윤석이 그런 상대를 향해 크게 다리를 휘두르는 시늉을 하자 수비수들이 순간 움찔하며 몸이 굳는다.
윤석은 허벅지에 힘을 줘 슈팅하려던 것을 멈추고는 그대로 살포시 공을 띄워 올렸다.
띄워 올린 공은 박종희의 머리를 넘기며 그대로 사선으로 떨어져 내렸다.
박종희는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끼며 뒤로 몸 돌렸다. 정우가 공을 받아 내려 하는 것을 보고 즉시 정우의 오른편을 밀어내며 정우가 오른발을 쓰지 못하게 했다.
힘 있게 밀고 들어오는 박종희를 느끼며 정우는 웃었다.
오른발로 대부분의 슈팅과 드리블을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정우를 오른발잡이로 알고 있지만…….
정우는 원래 왼발잡이였다.
왼발로 가볍게 볼을 트래핑해 박종희가 미는 힘 그대로 빙그르 돌아 박종희를 벗어나면서 그대로 오른발로 슈팅하려 했다. 그 순간 박종희는 재치를 발휘해 발을 뒤로 쭈욱 빼며 공을 건드린다.
정우는 웃었다.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슈팅하려던 오른발의 방향을 바꿔 공을 앞으로 살짝 툭 치면서 그대로 앞으로 나섰다.
왼발로 땅을 디디면서 또다시 오른발을 크게 휘두른다.
골키퍼가 움찔하며 몸을 움직이려는 순간.
정우의 오른발은 허공을 갈랐다.
형에 이어서 동생이 슈팅 페인팅을 보인 것이다.
정우는 굳은 골키퍼가 반응하기 전에 왼발을 이용해 라보나 킥으로 공을 옆으로 패스했다.
일직선으로 뻗어 나가는 공을 향해 앞을 막는 선수들을 힘으로 헤치고 들어온 윤석이 그대로 발을 들이밀었다.
쾅!
골대가 코앞임에도 불구하고 맞고 죽으라는 듯 힘 있게 슈팅한다.
철썩!
공이 골 망을 찢어 버릴 듯 파고 들어간다.
-골! 골골! 형제가 작품을 만들어 냅니다!
-세 번째 골! 부천의 승리를 확정 짓는 골이 아닐까 합니다! 형제가 완전히 제 예상을 벗어나게 하는군요. 대단합니다! 도저히 신예라고 볼 수 없는 경기력이네요!
포항 팬들은 지금 상황을 외면하고 싶었다.
그것은 포항의 선수들도,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하나같이 고개를 떨구고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 탄식했다.
2골을 연달아 허용하며 3 대 0으로 격차가 벌어지자 포항의 의욕은 꺾이고 말았다.
남은 시간, 제대로 된 경기를 펼치지 못하면서 경기가 종료되었다.
부천이 포항이라는 거인을 압도했고, 마침내 자이언트 킬링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