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31)
형제의 축구-31화(31/251)
형제의 축구 31화
생신
포항을 이긴 부천은 모처럼 휴일이 생겼다.
다음 경기가 닷새 뒤에나 열리게 되었으니, 사흘 간격으로 경기를 치러야 했던 팀에게 있어서 긴 시간이었고, 경기가 있는 직후 선수단 전원이 휴식을 취하게 된 것이다.
모처럼 휴식에 팀원 몇몇이 단체로 영화를 관람하게 되었다.
영화는 한창 화제가 되면서 사람들이 개봉일만 기다리던 곡성이란 영화였다.
“와, 대박이었어.”
“진짜 재미있더라.”
영화 관람에 참여하게 된 형제는 멍한 얼굴로 극장을 나오면서 대화를 나눴다.
놀랍게도 형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극장을 온 것이었다.
지난 시간 가난한 삶도 그렇지만, 축구를 하느라 바빠 극장 같은 곳은 찾아올 일이 없었던 탓이었다.
“와따시와 아쿠마데스!”
그런 형제의 옆에 마치 골룸처럼 기어오며 유현우가 외쳤다.
뒤따라오던 주장 지용과, 희준, 준석이 웃음을 터뜨렸다.
“저 새끼 저거 따라 할 줄 알았다.”
희준의 말에 유현우가 휙 하니 고개를 돌리더니 희준을 바라보며 카메라를 찍는 시늉을 하다가 멈칫하더니 허리를 펴고서는 정우를 바라봤다.
“내가 왜 악마 코스프레를 해야 하지? 악마는 여기 따로 있는데.”
현우의 말에 정우아 인상을 구겼다.
“네? 저요?”
“그래, 이 아쿠마야!”
“왜 저한테 자꾸 그래요, 형! 제가 뭘 했다고!”
“아쿠마! 저리 물럿거라! 훠이!”
지용이 그런 현우를 보고서 입을 열었다.
“이 자식, 막내한테 왜 그러냐. 막내 기죽이지 마라. 막내 기죽어서 골 못 넣으면 책임질 거야?”
“아, 주장! 내가 뭘 했다고 그래요! 이놈 진짜 악마라니까. 천사같이 웃다가 골 넣을 때 표정 보면 아주…… 기저귀 차고 축구해야 할 판이라니까?”
“너 그러다가 정우 형한테 맞는다.”
지용의 말에 현우의 시선이 윤석을 향했다.
자신도 작지 않은 키임에도 올려다봐야 하는 사람.
날이 풀려 반팔을 입은 지라 헐크 같은 우람한 근육이 꿈틀거리고 있는 윤석이의 모습에 현우가 침을 꿀꺽 삼켰다.
“유, 윤석이가 설마 형을 때리겠어요.”
그런 현우의 모습에 정우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 형 중학교 2학년 때 고등학교 3학년 두 명이랑 싸워서 이긴 적도 있는데! 나 때문에요! 저 놀리면 우리 형 가만 안 있거든요!”
“두, 두 명을?”
현우가 질린 표정으로 윤석을 바라보자 윤석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다 큰 형들이 동생 돈을 뺏으려고 했다는데 그만 이성을 잃어서…….”
“거기까지. 이성을 잃었다는 말이 더 무섭다. 그나저나 윤석이 너는 더 큰 거 같다? 키가 몇이야 지금?”
“아, 음…… 194센티미터 정도요. 크긴 컸더라구요.”
194센티미터라는 말에 다른 선수들도 혀를 내둘렀다.
저 키와 덩치만으로도 중원의 공중 볼을 장악하고 선수들 모두 튕겨 내며 드리블을 하는 윤석이가 아니던가.
“들었냐? 포항 골키퍼, 내 공을 손으로 막았다가 손바닥이 나갔다더라. 나중에 봤더니 새끼손가락 쪽 뼈가 금이 갔다던데?”
“무슨…… 대박이네, 진짜. 그런 맞고 뒈지라고 슈팅하는 거야? 그나저나 그러고도 버티고 있었던 게 용하네.”
“그 공 맞고 흥분했었나 봐. 아드레날린이 분출된 건지 뭐시기인지 시합 중에는 아픈 줄도 몰랐데, 긴장하느라.”
희준의 말에 현우가 흘흘 웃었다.
“그럴 만하지. 좀 두들겼냐, 우리가? 천하의 포항이 우리를 상대로 3골로 졌으니. 그나저나 나한테는 그렇게 슈팅하지 마라.”
이제는 제법 친해져 편해진 현우한테 윤석이 웃으며 말했다.
“봐서요.”
“봐서요? 봐서요가 뭐야, 봐서요가! 안 되겠다, 지금 당장 나랑 각서 쓰든지 하자. 공증도 받고!”
“시끄러워. 다들 밥이나 먹으러 가자. 고기 뷔페 콜?”
“전 콜입니다!”
“오, 괜찮네요. 그러고 보니 숙소에서 아직 밥 못 먹은 사람도 있을 텐데 부를까요?
지용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래, 그러자. 그러고 보니 루키앙하고 바그지뉴도 삼겹살이라면 환장을 하잖아? 부르면 점심 먹었어도 올걸?”
지용의 말대로 부천의 단체 톡 방에서 밥 먹을 걸 제의하고, 따로 루키앙과 바그지뉴에게 연락하니 득달같이 나오겠다고 한다.
잠시 뒤 부천역 인근에 있는 고기 뷔페에는 일단의 무리가 들어섰다.
하나같이 먹성 좋게 생긴 남자들의 등장에 고기 뷔페 사장의 안색이 좋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은 착각일까?
“고기, 맛있다! 고기 푼다!”
루키앙이 흥분해서 외쳤다.
그런 루키앙의 외침에 바그지뉴가 동참했다.
“삼견살! 삼견살! 등신! 등신!”
“삼겹살이랑 등심이야, 등신이 아니라.”
“등신?”
“등, 심! 등신아!”
현우의 외침에 바그지뉴가 현우를 가리키며 말했다.
“등신?”
“이 자식, 너 알고 그러지!”
“아니다, 등신아!”
“너!”
선수들이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바그지뉴는 적응력도 빠르고 언어 습득력도 좋은 편이어서 1년 먼저 온 루키앙을 앞서갈 정도로 한국어가 늘었다.
그 가운데 형제는 다른 사람들의 웃음을 뒤로하고 묵묵히 고기를 굽고 먹는 것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먹는 것에는 누구보다 진지해지고 말 수도 없어지는 형제였다.
1시간 정도, 뷔페에 있는 고기를 거덜 내다시피 먹어치운 선수들이 부른 배를 두들기며 나오는 가운데 지용이 선수들에게 묻는다.
“다들 어떻게 할 거야? 나는 이만 들어가서 쉬고 싶은데.”
“저도요.”
“우리도 집, 간다. 쉰다.”
선수들 대부분이 숙소로 가서 쉬고 싶다고 말할 때 형제가 손을 들어 말했다.
“저흰 집에 가려고요.”
“왜? 무슨 일 있어?”
지용의 물음에 윤석이 답했다.
“내일이 할머니 생신이거든요. 오늘 집에 가서 내일까지 할머니랑 있다가 오라고 감독님께서 허락해 주셔서요.”
“아, 그래? 할머니 생신이라니 가서 맛난 것 좀 사 드리고 같이 어디 구경도 다녀오고 그래.”
형제의 사정을 알고 있는 지용이 웃으면서 형제에게 말했다. 윤석은 뭔가 미안한지 꾸벅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내일도 훈련인데 저희만 빠져서 죄송합니다.”
“죄송할 게 뭐 있어. 너희뿐만 아니라 우리도 가족 생신이고 하면 감독님이 시간 내주시고 하실 거야. 게다가 너희 할머님이 그냥 할머님이니? 가서 효도 좀 제대로 해 드려!”
“감사합니다.”
“주장 말대로 효도 제대로 빠삭하게 해 주고 와라. 돈 들어온 것도 있을 거 아니여.”
현우의 말에 형제는 웃으며 그러겠다. 답하고 동료들과 헤어졌다.
잠시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던 형제는 이내 걸음을 옮겼다.
할머니 생신인 만큼 할머니를 위한 선물을 고심 끝에 이미 결정해 둔 상태였기 때문이다.
선물을 사기 위해 대형 마트로 들어간 형제는 마트 입구에서 판촉 행사를 하는 물품을 바라봤다.
“이거 괜찮겠지?”
“그래도 효과는 있을 거야. 너도 받아 봤잖아.”
“그래, 형. 사자!”
형제가 고른 물건은 다름 아닌 안마기였다. TV에서 나오는 리클라이너 형식의 안마기가 아니라 의자에 부착해서 사용하는 안마기인지라 가격은 30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효과는 괜찮은 편이었다.
“허리 아프시다고 하는데 우리가 가서 매일 주물러 드릴 수도 없으니, 이런 거라도 있으면 좀 괜찮아지실 거야.”
윤석은 그리 말하면서 자신을 바라보며 초롱초롱 눈을 빛내고 있는 판매원에게 물었다.
“이거 사고 싶은데요.”
“그러세요? 잠시만요, 새 제품 가져다 드릴게요.”
기다렸다는 듯 판매원이 잠시 어디론가 갔다가 형제에게 포장된 안마기를 건넸다. 형제는 그대로 카운터로 가서 계산하고서는 마트를 나왔다.
“케이크도 사야지?”
“당연하지.”
이어서 형제는 빵집을 향해 케이크도 샀다.
한 번도 케이크를 사서 먹은 적이 없지만, 돈을 벌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할머니의 생신인지라 케이크로 기분도 내고 싶었다.
그렇게 케이크까지 구매한 형제는 곧바로 집을 향했다.
할머니는 집에 없었다.
아마 길거리에서 소일거리로 폐지를 줍고 계실 게 분명했다.
나이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은 이제 폐지를 주우러 다니는 일밖에 없는데, 이제는 아예 작정하고 매일같이 폐지를 주우러 나가시니 거의 집에 없었다.
“우리가 돈도 벌어다 주는데, 이제 좀 집에서 쉬지.”
정우가 입술을 비죽 이며 그리 말했다.
확실히 형제 둘이 벌어다 주는 돈은 결코 적은 돈은 아니었다.
이제는 집에서 편히 생활하셔도 되는데 여전히 힘들게 폐지를 줍고 다니시는 할머니가 속상한 정우였다.
그런 정우에게 윤석이 말했다.
“혼자 계시니 아무래도 적적해서 그러신가 봐.”
“무슨 방법이 없으려나?”
정우의 말에 윤석은 잠시 생각하다 손뼉을 부딪치고 말했다.
“주민센터나 복지관 같은 곳에서 노인분들 대상으로 수업 같은 거 하는 거 같던데 그런 곳이라도 보내 드릴까?”
“오, 그거 괜찮겠다.”
“그전에 할머니나 한번 찾으러 가 보자.”
“어디 계시려고?”
“이 동네야 뻔하지.”
윤석은 그리 말하고 정우를 데리고 밖으로 나섰다.
박스를 주로 내놓는 식당이랑 주택가, 아파트를 찾아서 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덧 폐지를 수거하는 고물상이 눈에 들어온다.
“할머니 코스가 정해져 있는데, 지금까지 안 보이시는 거 보면 고물상에서 폐지 수거 기다리시는 거 같네.”
“그러게, 형. 얼른 가 보자.”
형제가 걸음을 서둘러 고물상 안으로 들어가자 노인들 여럿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안으로 들어가자 익숙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할머니!”
“할무이!”
형제가 동시에 할머니를 부르자 할머니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말했다.
“아니, 갑자기 웬일이여? 여기 있는 거 어찌 알구?”
“헤헤, 형이 할머니 다니는 코스를 다 외워놔서 찾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
길에서 주워온 유모차에 한가득 박스를 싣고서 허름한 옷과 더러워진 할머니의 손을 보니 절로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정우는 내색하지 않고 할머니의 손을 잡았다.
“아니, 오늘 훈련 안 혀?”
“훈련이 매일 하는 게 아니에요. 어제 경기 때문에 오늘하고 내일 쉬는 날이라서 왔어요. 내일 할머니 생신이잖아요.”
“생신은 무신, 그런 거 챙길 일 없다.”
“뭐가 없어! 얼른 폐지 내고 집으로 가자!”
“그려, 기다려잉. 집에 가서 할미가 닭 삶아 줄게.”
할머니의 말에 윤석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오늘 외식해요.”
“외식은 무신! 집에서 닭이나 삶아 먹음. 되지! 고기 먹구 싶어서 그려? 삼겹살이라도 사 갈까?”
“아니요, 그냥 오늘은 큰 손주 말 좀 들어요, 밖에서 먹자니까?”
“그래, 할머니! 형 말 좀 들어! 이제 할머니가 가장이잖아!”
정우의 타박에 할머니가 이내 헐헐 웃음을 흘리면서 말했다.
“헐헐, 그려, 정우 말이 맞네. 우리 윤석이가 가장이지. 가장 말 들어야지.”
그렇게 셋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노인들이 형제를 보더니 알은체를 하기 시작했다.
“어이구, 손주들이여? 언제 이리들 컸데? 같이 손잡고 다니는 거 본 게 엊그제인데?”
“그러게, 큰 손주는 장군감이구먼?”
“뭐시기, 그, 축구들 한다고 하지 않았소? 손주들이 성공했는디 왜 여기서 이리 고생하고 있댜?”
형제를 보고 다 컸다, 대견하다 말하는 다른 노인들의 말에 할머니는 연신 웃었다. 다른 사람들이 잘 키웠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지나간 세월이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헐헐, 우리 손주들이 잘 크긴 혔지. 나중에 국가 대표도 할 거라니까?”
“그게 어디 쉽댜? 그래도 잘생긴 것이 나중에 얼굴값도 하겄어!”
“두고 봐, 국가 대표 할 터니!”
할머니는 장담하면서 어느새 자신의 차례가 오자 여사장에게 폐지를 건넸다.
“어휴, 손주분들 찾아왔네. 다 커서 이제 말도 함부로 못 하겠어요.”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그래요, 자, 할머니, 폐지값이에요. 손주분들하고 얼른 집에 들어가세요.”
“그려, 고맙수.”
형제는 할머니와 함께 집으로 들어왔다.
할머니는 형제와 외식이라는 말에 깨끗이 씻고서 고이고이 모셔 뒀던 옷을 꺼내 입기 시작했다. 날이 더워지면서 새롭게 옷을 한 벌 또 사 드렸는데 그것을 꺼내 입는 손길이 사뭇 조심스러웠다. 행여나 얼룩이라도 질까, 더러워질까 걱정스러운 듯 말이다.
그렇게 옷을 입고서 형제가 사 준 화장품으로 얼굴에 분칠하신다.
수십 년 얼굴에 분칠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화장이라는 걸 하니 기분이 새롭다.
“우와 우리 할머니 화장하니 예쁘네?”
“신소리는!”
“아니야, 진짜 한 10년은 젊어 보여. 그지, 형?”
“그러게. 할머니 이제 나가요.”
예쁘다는 말에 기분이 좋으신지 웃는 할머니의 손을 서로 잡고서 길을 나섰다.
할머니를 데리고 간 곳은 일전에 송진호가 사 줬던 소고깃집이었다.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가게였는데, 안으로 들어가 고기 가격을 본 할머니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어이구, 여기 너무 비싼 거 아녀?”
“외식인데, 이 정도야 뭐. 괜찮아, 할머니.”
“아니여, 윤석아, 딴 데 가자. 할머니는 그, 뭐냐, 그려, 순댓국만 먹어도 된다.”
“괜찮아요, 우리 이제 이런 거 먹을 정도로 돈은 벌어요. 들어가요, 할머니.”
윤석이 할머니를 들다시피 하면서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그제야 할머니도 체념한 듯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신다. 형제는 그런 할머니를 보고 씨익 웃고서는 고기를 시켰다.
노릇하게 구워지는 고기를 보니 절로 군침이 돌아 익기 시작하면 바로바로 입으로 밀어 넣으면서도 형제는 할머니에게 고기를 내려놓았다.
할머니도 모처럼 먹는 소고기가 맛이 좋았는지 잘 잡수신다.
“우리 할머니 많이 잡숴!”
“그랴, 손주들 덕분에 내가 이런 호강을 다 하네.”
할머니의 말에 윤석이 입을 열었다.
“나중에는 더 크게 호강시켜 드릴게요.”
“지금도 충분혀! 죽어도 여한이 없다!”
할머니의 말에 형제가 동시에 인상을 썼다.
“진짜 죽는다는 소리 좀 그만해! 오래 살아야지!”
“맞아요.”
“헐헐, 그랴. 오래 살아서 얼마나 호강 받나 봐야겄네.”
그런 할머니의 말에 형제는 웃었다. 고기를 먹고서 할머니가 좋아하던 냉면을 시켰다. 여름에는 돈이 생기면 항상 형제를 데리고 동네에서 파는 3천 원짜리 세숫대야 냉면을 하나 사서 나눠 먹고는 했다.
할머니는 냉면이 오자 앞 접시에 냉면을 조금 덜고서는 냉면 그릇을 형제에게 내밀었다.
“할머니가 잡숴, 더 시키면 되는데. 아니면 그 앞 접시에 있는 거 내가 먹을게.”
“비싸게 뭘 더 시켜, 이가 없어서 이제 냉면도 못 먹어! 니들 먹어.”
“아이, 그러지 말고 할머니 잡수고 남기면 되죠. 얼른 드세요. 냉면 생각 별로 없어요, 우린.”
이제 습관이 되어서 형제에게 먼저 먹고 남은 것을 잡수는 할머니의 모습이 더 이상 보기 싫어 형제는 할머니에게 먼저 드실 것을 권했다. 마지못해 할머니는 냉면을 조금 잡수고 육수를 들이켜더니 대부분 남은 것을 형제에게 다시 내민다.
결국, 남은 냉면을 형제가 나눠 먹고 계산을 하고 도로 집으로 온다.
집에 온 할머니는 거실 한편에 있는 색다른 물건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게 뭐시여?”
“안마기에요, 할머니 생신 선물.”
“어이구, 이눔들이 돈 지랄들이여, 왜 이리? 이 비싼 걸 뭣하러 사 와!”
“난 할머니가 저 말 할 줄 알았다.”
정우가 웃으며 말하자 윤석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받아들여요, 이런 날 빼고 우리 뭐 함부로 사 먹고 그러지도 않아.”
“응, 맞아. 가끔 순댓국은 먹지만.”
“에잉…….”
못마땅한 소리를 했지만, 신기한지 할머니의 시선은 안마기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 할머니의 눈치를 읽고서는 정우가 할머니를 안마기에 앉힌 다음 사용법에 관해서 설명했다. 할머니가 게슴츠레 눈을 뜨고서는 리모컨을 조작했다.
위잉, 위잉.
이내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등을 안마하는 기계의 느낌에 할머니가 화들짝 놀란다.
“어이구, 이것 봐라? 어이구, 어이구.”
할머니가 신기한 듯 연신 탄성을 터뜨리며 이내 편안하게 등을 맡긴다. 그런 할머니를 형제가 흐뭇하게 바라보니, 할머니는 헛기침하며 말했다.
“흠, 흠, 시원하긴 허네. 어이구, 좋다.”
할머니가 안마를 받는 사이에 형제는 케이크를 들고 와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살면서 생일도 제대로 챙겨 본 적 없으신 할머니는 형제와 함께하는 이 순간 행복에 겨워 웃음 지었다.
형제가 듣기 싫어할 테지만, 정말로 죽어도 여한이 없는 그런 날이었다.
다음 날 형제는 할머니를 모시고 동네 복지관을 찾아서 노인 교실을 신청했다.
한글을 모르시는 분들 때문에 한글부터 가르쳤는데, 다행스럽게도 한글은 이미 떼셔서 중급반 같은 곳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할머니는 그 뒤로 더 이상 폐지를 줍지 않으셨다.
만학의 즐거움에 흠뻑 빠지셔서 하루도 빠짐없이 수업을 들으러 갔다.
그리고 며칠 후 시를 짓는 시간에 할머니는 형제를 생각하며 시를 쓰셨다.
내 손주들
여정례
착한 내 손주들
못난 할미 생일이라구
비싼 고기두 사주고
안마기두 사주고
케잌에 촛불도 불었다.
뭔 복을 타고나서
손주 덕에 이리 호강하는가
떠나가는 손주들 뒷모습에
벌써 그립다
그렇게 또 보고 싶을 수가 없다
내 손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