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35)
형제의 축구-35화(35/251)
형제의 축구 35화
군림(君臨)
전북 현성 모터스!
1994년, 전북 다이노스라는 이름으로 구단이 출범되었고, 95년 시즌부터 K리그를 참여했던 이 구단은 모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지금의 K리그 프리미엄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닥공’, 닥치고 공격이라는 뜻의 별명만큼이나 공격적인 이 팀은 FA컵에서 우승 몇 번을 제외한다면 리그에서는 중위권을 달리던 팀이었지만, 최숭덕 감독이 부임한 뒤, 점차 변하기 시작하다 이내 2009년 처음으로 K리그 우승을 거둔 뒤, 11년 우승, 12년 준우승, 14, 15년 연속 우승을 거두면서 현시점에서 K리그에선 적수가 없다 할 정도로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스쿼드 역시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하다.
K리그 최고의 스트라이커라 불리는 발리슛의 대가 이정국부터 고공 폭격기 김진욱, 떠오르는 국가 대표 주전 미드필더 이재석, 러시아 리그까지 경험하고 온 이현, 브라질 특급용병 에드뉴, 프리미어 리그에서 활약하고 온 김보겸 등 K리그에서의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라고 해도 부정할 수가 없는 스쿼드였다.
FA컵에서 이들을 맞이할 부천과 비교한다면 반딧불 앞에 태양과도 같은 팀이었다.
이들을 이끄는 감독, 숭덕대제라고까지 불리는 최숭덕 감독은 특유의 표정 없는 얼굴로 부천과 다가올 경기를 평가했다.
“포항과 우리는 다르다. K리그 프리미엄의 강팀으로서 면모를 부천에게 보여 주겠다.”
……하고 말하며 부천을 도발했다.
오만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그 누구도 전북, 그리고 최숭덕의 발언에 반발하지 못했다.
부천은 절대 전북을 이길 수 없다.
기적이 있지 않은 한.
사람들의 평가였다.
당연했다. 이제 막 K리그를 데뷔한 젊은 선수들, 그리고 프리미엄에 발을 들이지 못한 선수들로 구성된 부천이 국가 대표, 해외리그까지 경험하고 온 화려한 경험의 전북의 선수들을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부천의 송진호 감독은 이에 대해서 그저…….
“지난 포항 때도 말했지만, 우리는 언더독이다.”
……하고 답변할 뿐이었다.
그렇게 전북과 경기가 다가왔다.
송진호 감독은 고심 끝에 전북과 경기에 나설 선수들을 발표했다.
GK 유현우.
DF 이함준, 한희준, 최병조, 이호근.
MF 송현재, 한윤석, 전창주.
FW 바그지뉴, 한정우, 루키앙.
스쿼드가 발표된 이후 K리그의 관심이 많은 사람이 술렁였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도 말이 많았다.
-경기가 코앞인데 송진호 긴장돼서 미친 듯.
-저 스쿼드로 전북을 상대한다고?
-한윤석, 부상 복귀는 다행이긴 한데 폼이 올라왔으려나?
-전북 스쿼드 지리던데……. 전북 베스트 11을 어케 이기려고 저러냐?
-아무래도 FA컵 포기하고 리그 집중하려는 듯.
-3연패 당해서 4위로 떨어졌는데 애가 타겠지, 아마.
사람들은 부천이 FA컵을 포기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수비 라인은 이함준과 한희준을 제외하면 후보로 평가되는 선수들이었다. 최병조야 작년까지만 해도 주전이었고, 기량 하락이 문제지 노련미를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본다고 쳐도, 이호근은 지금까지 몇 번의 교체 출장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선발로 나서 본 적이 없었다.
미드필더는 또 어떤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윤석을 제외하면 송현재와 전창주는 후보에 속한다고 볼 수 있었다. 송현재는 감초로 제 역할을 다 한다고 볼 수 있어도 윤석은 부상에서 막 복귀한 상황이었고, 전창주는 이호근과 마찬가지로 몇 경기 교체 출장이 전부인 선수였다.
그나마 공격진은 핵심 선수들인 브라질 용병 둘과 정우를 투입했으니 이견이 없었지만, 어쨌든 K리그 정상에서 군림하는 전북을 상대로 베스트 11을 모두 투입해도 모자랄 판에 전력 외 선수를 넷이나 투입한 것에 대해서 사람들은 FA컵을 포기하고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고, 주전 몇몇 휴식을 취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송진호는 전북을 이길 생각이었다.
후보라고 했던가?
아니다.
부천은 아직도 30경기 이상을 치러야 하는 살인적인 스케줄의 팀이었다.
지금이야 초반이라 호흡이 잘 맞는 선수들로 기반을 다진 것뿐이지, 이후에는 오늘 출전하는 후보군 선수들과 함께 로테이션이 돌아야 한다. 그것을 생각하고 영입한 선수들이었다. 지금의 스타일과 다를 뿐이지 이들은 각자의 무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 거다.
이호근은 발이 좋다. 크로스가 예리한 편인데 지금의 공격수들이 공중전에 약하기 때문에 크로스를 올리는 이호근의 발보다는 유재현의 공격적인 움직임이 필요했을 뿐이다.
최병조? 기량은 하락했다 하더라도 노련미로 따지면 누구보다도 안정적이다. 발이 빠른 편인 한희준과 함께라면 최병조의 저하된 피지컬을 커버할 수 있으리라. 지금의 전북을, 그것도 고공 폭격기라 불리는 김진욱이나 이정국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선수였다.
송현재는 조준석과 포지션이 겹치지만 사실 시야가 더 좋다. 쉽게 말해 조준석과 문지형이 반반씩 섞인 선수라 볼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이도 저도 아닌 선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윙어, 수비형 미드필더, 미드필더 등 다양한 포지션에서 자신의 역할이 수행이 가능한 만큼 스위칭을 통해 전북을 혼란시킬 수 있다.
전창주는 발이 좋다. 지금까지 정우와 두 명의 브라질 용병이 워낙 뛰어난 발재간과 속도로 전창주의 역할이 줄어들었을 뿐, 전북의 압박 속에서 문지형과 다르게 중원의 크랙 역할을 해 줄 수 있으리라.
“그래, 모두 비웃어라.”
송진호는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돌렸다.
선수들이 차분한 얼굴로 코앞으로 다가온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경기가 끝난 후에 웃는 건 쟤들일 테니까.”
송진호는 그리 생각하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최선을 다해 주기를, 후회 없는 경기를 하기를 말이다.
* * *
-FA컵 8강전! 전북과 부천의 경기가 잠시 뒤 펼쳐질 예정입니다. 여기는 전북의 홈구장 전주 월드컵 경기장입니다. 오늘 경기 어떻게 보십니까?
-네, K리그 프리미엄의 최강팀 전북과 승격을 목표로 하는 챔피언십의 부천과의 경기입니다. 아무래도 부천의 열세라고 볼 수 있겠죠? 부천이 포항을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고 해도, 포항과 전북은 또 다릅니다. 그야말로 최강의 스쿼드, K리그 최고의 감독이 지휘하는 팀이 바로 전북입니다. 부천은 베스트 11을 기용해도 이기기 어려운 팀을 상대로 지금까지 후보로 평가되는 선수들을 네 명이나 투입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번에는 자이언트 킬링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 주전 선수들을 대거 결장시킨 것만 봐도 부천이 이번 경기를 포기하고 리그의 집중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사람들의 예측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게다가 부천은 최근 3연패를 당하면서 팀 분위기가 좋지 못합니다. 한윤석 선수의 결장이 3연패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되는데요, 이번 경기에는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던 한윤석 선수가 복귀하게 되었습니다만, 과연 부상에서 막 복귀한 선수가 제 기량을 보여 줄지는 의문입니다. 반대로 전북은 프리미엄에서 막강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장신 선수가 많아요, 이번 경기에는 이정국 선수를 투입하지 않고, 김진욱 선수를 원 톱으로 출정시키면서 장신의 위력을 살릴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연 부천이 이를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부천이 얼마나 멋진 승부를 펼칠지 기대되는 경기입니다.
-저도 기대되네요, 말씀드리는 순간 경기, 시작됩니다!
부천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윤석은 필드 위에서 가볍게 뛰면서 자신의 몸을 점검했다.
부상에서 막 복귀한 상태였다. 햄스트링의 통증은 없었지만, 뭐랄까 마치 내 몸의 일부가 아닌 것처럼 이질감이 들었다.
“으음…….”
그다지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워낙 단단한 몸이었던지라 자신이 부상을 당한 것 자체가 신기했던 그였다.
의료진이 말하기를 햄스트링 부상은 천하장사가 와도 어쩔 수 없다고 했던가? 아무리 단련하고 단련된 햄스트링이라고 해도 부상은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이만큼 단련을 해 왔기에 부상 기간이 짧다고 했던가?
“조심해야지.”
윤석은 그리 생각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찾았다.
시작부터 전북의 압박은 매우 거셌다.
그야말로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밀고 들어오자 부천은 쉬이 앞으로 공을 전진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현재 형!”
전방의 코스가 차단되어서 공을 전진시키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는 송현재를 윤석이 부르자 송현재는 냉큼 윤석에게 공을 전달했다.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두 명의 선수가 윤석의 앞을 가로막았다.
장균호와 이재석이었다.
-아, 두 선수가 한윤석 선수를 압박합니다. 골리앗에게 대항하는 다윗 같네요. 피지컬적으로는 한윤석 선수를 당해 낼 수 없습니다.
윤석은 장균호를 등진 채로 막으면서 이재석의 앞을 가로질러 탈출할 생각이었다.
공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이재석의 발을 피하면서 그대로 이재석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밀어 넣었다.
퉁!
그 순간 이재석은 발에 눈이라도 달린 듯 발을 움직여 뒤꿈치로 그 공을 막아 냈다. 도로 튕겨져 나오는 공을 향해 윤석이 도로 가져가려 했지만, 이재석의 다른 발이 더 빨랐다. 손쉽게 그 공을 챙겨 윤석을 피해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아, 한윤석 선수! 드리블을 통한 탈압박이 정평이 나 있는 선수인데, 이재석 선수가 기가 막히게 막아 냈습니다! 그대로 전북이 공격합니다!
국가 대표로 콜 업 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이재석.
“과연…….”
다르긴 다르다고 해야 할까.
윤석은 감탄하면서도 이재석을 따라 달렸다.
이재석은 윤석이 오기까지 기다렸다가 루이즈에게 공을 패스했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루이즈는 공격진에 치명적인 패스를 배급하거나, 본인 스스로 골을 만드는 재능이 탁월한 특급 용병이었다.
윤석이 아차 싶어 그쪽으로 달려가는 사이, 루이즈는 측면의 로페스에게 공을 패스했다.
정확하게 연결된 공을 이끌고 로페스가 측면 라인을 타고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호근이 호기롭게 로페스를 맞이했다.
-로페스 선수, 이호근 선수를 앞에 둡니다, 아, 플릭으로 가볍게 이호근 선수를 제칩니다! 이호근 선수 너무 성급했어요! 아아, 로페스! 크로스!
로페스의 크로스가 허공 위로 떠올랐다.
높게 떠올라 날카롭게 뻗어 나가는 크로스였다.
김진욱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 크로스를 받아 내기 위해 준비하는 가운데 한희준과 최병조가 김진욱에게 바짝 붙어서 공중 볼 경합을 기다렸다.
마침내 떨어지는 공을 향해 김진욱이 뛰어오른다.
한희준과 최병조는 김진욱의 자세를 무너뜨리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함께 뛰어올랐는데, 김진욱의 키가 더 컸고 힘도 더 좋았다.
공이 정확하게 고개 숙인 김진욱의 뒤통수에 닿는다.
김진욱은 고개를 번쩍 들어 틀면서 공의 방향을 골대가 아닌 자신의 뒤로 흘렸다.
유현우가 김진욱의 앞에서 공이 오기만을 기다렸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헤딩으로 골을 넣기에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유현우는 김진욱만을 보고 있었고, 김진욱이 공을 뒤로 떨구는 순간 당황하며 시야를 가린 선수들을 피해 몸을 옆으로 움직였다.
그 순간.
김진욱이 루스볼을 만들기를 기다렸다는 듯 고무영이 떨어져 내리는 공을 향해 발을 휘둘렀다.
뻥! 철썩!
-아아, 전반 4분! 고무영 선수의 선제골! 부천이 손쉽게 첫 번째 골을 내줍니다!
-시작부터 기습적인 골을 먹은 부천! 이러면 경기가 어려워지는데요?
선수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송진호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애초부터 최강의 팀을 상대로 무실점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골쯤이야.
그리 생각하며 송진호는 목소리를 높였다.
“자자, 1골이다! 벌써부터 의기소침하면 어떻게 해! 집중해라!”
아직 동요하기에는 이르다.
송진호는 1, 2골 정도는 먹을 각오를 하고서라도 필사적으로 싸우라고 미리 주문한 상황이다. 포기하면 그 순간 경기가 끝난다고 말이다.
하도 주입받아서 그런지 일그러졌던 선수들의 표정은 쉬이 풀렸고,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골을 넣은 전북은 기세가 올랐고, 부천은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었다.
-한윤석 선수, 오늘따라 움직임이 좋지 못합니다. 한윤석 선수가 평소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 주자 부천의 중원 장악력이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부천, 이번 3연패는 한윤석 선수의 부재로 인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만큼 한윤석 선수가 경기에서 보여 주는 지배력이 어마어마하다는 얘기거든요? 이번 경기에서도 한윤석이 본래 모습을 보여 줘야만 경기의 활로가 풀릴 것 같은데요?
-그것도 그렇지만, 장균호 선수와 이재석 선수가 너무 효과적으로 한윤석 선수를 막아 내고 있어요. 한윤석 선수가 전방으로 올라가질 못하니 중앙을 통한 역습의 기회가 없습니다. 지금 부천의 공격진들은 공도 제대로 만져 보지 못하고 있어요! 측면에서 활로를 찾아야 할 것 같은데요?
말이야 쉽지.
측면 공략도 여의치 않았다.
전북은 교묘하다고 볼 정도로 측면 코스를 가로막으면서 공을 중앙으로 밀집시키고 있었다. 공이 측면으로 향하는 경우는 전북이 윙어들을 활용해 공격할 때뿐이었다.
그 가운데 전창주가 드리블을 시도하다가 이재석에게 공을 빼앗기면서 다시 전북이 공을 몰아가기 시작했다.
이재석의 패스가 루이즈를 향한다.
공을 받아 든 루이즈가 다시 측면으로 공을 돌리려는 순간.
촤아악!
송현재가 잔디 위로 미끄러지면서 공을 빼앗기 위해 발을 놀리다 루이즈의 다리를 먼저 건드렸다. 루이즈가 바닥을 구르면서 휘슬이 울린다.
“제길!”
송현재를 이를 악물었다.
루이즈가 넘어진 위치가 좋지 못했다.
프리킥으로 직접 슈팅이 가능한 거리에서 반칙을 저지른 거다.
-루이즈 선수, 프리킥을 준비합니다.
-거리가 너무 가까운데요? 잘하면 골을 넣을 수도 있는 거리입니다.
그의 말대로 루이즈는 골대 우측 모서리를 바라보며 슈팅을 준비했다.
키가 큰 전북의 선수들이 페널티에어리어 안에서 부천의 수비진들을 교란하는 사이, 루이즈가 공을 찼다.
제대로 감아 찬 공이 크게 휘면서 유현우의 손에 닿지 않고 그대로 골 망을 가른다.
-고오올! 골! 루이즈가 전북의 두 번째 득점을 성공합니다! 멋진 프리킥이었습니다!
-전반 17분 전북의 두 번째 골! 부천, 속수무책입니다!
“후우, 미안합니다.”
송현재가 동료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최병조가 그런 송현재의 어깨를 두드렸다.
“괜찮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생각해라.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으니 열심히 뛰고.”
최병조의 위로에도 송현재의 얼굴은 펴질 줄 몰랐다.
“정우! 답답하다.”
그 가운데 전방에 위치하고 있던 바그지뉴가 입맛을 다시며 옆을 지나가는 정우에게 말을 걸었다. 정우는 그런 바그지뉴의 말에 혀를 차며 말했다.
“답답하면 더 열심히 뛰어야지!”
“지금도 열심히 뛰고 있어! 바그지뉴 지금 숨이 여기까지 찼다.”
바그지뉴가 자신의 턱 끝을 가리키자 정우는 피식 웃었다.
“한국말 진짜 잘하네.”
그리 말하면서 정우는 머리를 긁적였다.
공이 제대로 오지 않으니 활약할 기회가 없었다. 이놈의 전북 선수들은 뭐 이리 키가 큰지, 게다가 떨어지지 않는 진드기처럼 달라붙어서 철저히 마크를 당하고 있었다.
“피곤하네.”
공을 만져 본 기억도 없는 가운데 열심히 뛰는 탓에 벌써 숨이 차는 기분이 들었다.
괜히 짜증이나 잔디를 쿡쿡 찌르는 가운데 다시 경기가 재개되었다.
정우는 공을 뒤로 돌리면서 앞으로 나가면서 흘끔 형을 바라봤다.
“간만에 뛴다고 그러나, 왜 저러는 거지?”
내심 형이 걱정되는 정우였다.
“으음…….”
윤석은 연신 침음을 흘리고 있었다.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평소보다 몸이 무거웠던 탓에 움직임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부상의 여파가 이런 거구나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표정이 마냥 나쁘지는 않았다.
“이제 좀 적응이 되는 기분이네.”
몸이 풀리고 있었다.
적당히 열이 오르고 땀이 나면서 가벼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