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37)
형제의 축구-37화(37/251)
형제의 축구 37화
-한윤석 선수의 골로 스코어는 3 대 1로 전반전이 마무리되었습니다. 한윤석 선수가 점차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마침내 스스로 골을 만들어 내 추격의 빌미를 만들었습니다. 후반전에서도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여 줄지 기대되네요.
-한윤석 선수가 살아나면서 부천 특유의 다양한 패턴의 역습을 기대해 봐도 될 것 같습니다.
해설들이 흥미로워지는 경기에 대해서 이런저런 코멘트를 하는 사이, 로커 룸으로 돌아온 송진호 감독은 차분하려고 노력하며 선수들에게 입을 열었다.
“전반전에 보여 준 모습은 모두가 별로 좋지 못했다. 그것은 너희들 스스로도 잘 알고 있겠지?”
선수들 몇몇이 고개를 푹 숙이는 것을 보면서 송진호 감독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박수를 쳐서 선수들을 다시 주목케 하며 말했다.
“자자, 그래도 추격의 불씨는 지피고 끝냈으니 다행이다. 다들 정신 차리고 후반전에서 최선을 다해라. 아직 경기는 끝난 게 아니고, 우리는 지지 않았다, 알았지? 왜 대답들이 없어? 할 수 있어, 없어?”
“있습니다!”
“그래, 좋아. 믿는다.”
송진호는 그리 말하면서 선수들 하나하나 전반전에 아쉬웠던 점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선수들을 교체할 생각은 없었다.
비록 전반전에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 준 사람들이 많았지만, 윤석이 살아났다.
자신이 준비한 모든 것들은 윤석이 활약하지 못한다면 어차피 무용지물이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전반 막판에 윤석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으니 이제는 그대로 밀고 나가도 될 것 같았다.
새삼스럽게 과거 비에이라를 잃은 뒤 아스날의 모습이 생각난다.
아스날의 몰락 아닌 몰락은 앙리가 떠나고 베르캄프와 같은 선수들이 은퇴해서 그리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었지만, 가장 핵심은 비에이라를 보내 준 것이었다.
윤석은 지금 부천에 있어서 비에이라와 같은 존재였다.
“믿는다.”
그래서 송진호는 별다른 말 없이 윤석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리 말해 주었다.
윤석은 평소 그 모습 그대로 묵묵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한없이 믿음직스러운 모습이었다.
송진호가 만족스럽게 웃은 뒤, 후반전 경기를 위해 선수들이 빠져나왔다.
-네, 잠시 후 후반전이 펼쳐집니다. 전북이 압승을 거둔 전반전과 달리 후반전의 양상은 또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맞습니다. 한윤석 선수가 살아났습니다. 그게 순간적인 불꽃이었는지, 아니면 부상의 여파를 벗어나 짧은 시간에 경기 감각을 되찾은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확실히 마지막 1골은 평소 그다운 경기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스코어는 3 대 1, 부천이 역전하기에 어려운 스코어가 아닐까 합니다.
-그렇죠. 설령 이기지 못하더라도 후반전에 전북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 준다면 그것은 그것 또한 미래를 향한 청신호가 아니겠습니까? K리그 프리미엄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증명이 돼 줄 테니까요.
-비록 지더라도 부천으로서는 충분히 좋은 결과라고 볼 수 있겠군요. 아, 말씀드리는 순간 경기 시작합니다.
휘슬이 울린 직후 잠시 공을 돌리며 전열을 가다듬던 전북은 빠른 템포로 공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후반전에서는 고무영이 빠지고 이정국이 들어왔으며, 루이즈와 로페스가 양 윙어로서 4-2-4의 포메이션으로 최전방에서 압박하기 위해 단단히 벼른 모습을 보여 줬다.
역시 닥공의 전북이라 할 수 있었다.
이는 살아난 윤석을 압박하는 무기이기도 했다.
전방의 네 명의 선수들을 배치해 공격적으로 나서면 윤석이 위로 올라가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그만큼 중원의 장악력은 약해질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전방의 네 명이 수시로 아래로 내려와 미드필더를 지원해야 했다.
물론 이는 부천이 전북의 공격을 잘 막아 냈을 경우다.
지금 전방의 네 명은 K리그에서는 판타스틱 4나 다름없었다.
이들을 쉬이 막아 낼 수 있을까?
그것은 부천의 선수들이 하기에 달렸다.
부천의 수비수들은 전반전과 달리 단단한 표정으로 높은 집중력을 보여 주고 있었다. 전반에 3골을 연달아 먹었던 수비수들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정신력이었다.
그것은 한 사람 덕분이기도 했다.
윤석이 믿음직스럽게 자신들을 지원해 주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심적으로 부담감이 덜했다.
스무 살의 어린 선수이지만, 윤석은 어느새 팀 동료들에게 이 정도 신뢰를 받을 선수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믿음에 부흥하려는 듯.
루이스가 파고 들어가 좌측에서 올려 준 크로스를 그 누구보다 먼저 나서서 차지한 것은 윤석이었다.
강력한 스트라이커 둘을 두고도 윤석은 유휴히 공을 가지고 전방으로 올라갔다.
다급하게 이정국과 최진욱, 그리고 두 명의 브라질 윙어들이 아래로 내려오면서 미드필더를 지원하기 위해 움직인다.
그 가운데 윤석은 우상과도 같았던 이정국을 제치고 전창주에게 공을 패스했다.
전창주는 윤석의 공을 받고 빠르게 움직였다.
아직 4-2-4의 포메이션에서 전열이 가다듬어지지 않아 텅텅 빈 중원에서 빠르게 달렸다.
이재석이 그런 전창주를 막기 위해 가로막는 순간 전창주는 드리블 돌파를 하려던 찰나.
“창주 형!”
윤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느새 올라왔던가.
윤석이 중원 하프라인을 넘어서고 있었다.
이미 몇 번이나 막혔던 돌파를 포기하고 전창주는 윤석에게 공을 밀어 줬다.
전창주를 막기 위해 다가선 이재석을 대신해 장균호가 윤석의 앞을 가로막았다.
윤석은 굳이 그와 싸우지 않고 송현재에게 공을 패스했다.
공을 받은 송현재는 그대로 바그지뉴에게 패스했고, 바그지뉴가 중앙을 향해 스루패스를 찔러 넣었다.
빠르게 뻗어 나가는 스루패스를 향해 정우가 달려 나갔다.
임종근과 김경찬이 마주 달려 공을 낚아채려고 했지만, 정우는 그런 그들마저 지나쳤다.
-역시 놀라운 속도!
-한정우 선수 공을 향해 전진합니다, 아! 골키퍼가 먼저 나와 공을 처리합니다. 공은 다시 중원으로!
“쳇!”
간발의 차이로 공을 놓친 정우가 혀를 차며 뒤를 돌아보자 골키퍼가 다급하게 걷어 낸 공을 향해 중원의 선수들이 몸싸움하는 게 보였다.
중원에서 장신의 장균호가 윤석에게 들러붙고 이재석이 그 주변에서 루스볼을 따 낼 준비를 하는 사이, 윤석은 가뿐하게 장균호를 밀어내고 그대로 뛰어올라 공을 이재석의 반대되는 위치에 떨궜다.
기다렸다는 듯 송현재가 공을 차지하고 그대로 밀고 달려가려는 순간, 이번에는 윙백인 이수용이 중원에 가담해 송현재에게 태클을 시도했다.
촤악!
잔디 위를 미끄러지며 이수용의 발끝에 공이 걸려 그대로 이재석에게 향했다.
이재석은 전창주에게 등을 보이며 전창주가 공을 뺏지 못하게 막으면서 공을 앞으로 전진시키려 했다.
하지만 불가능했다.
공중 볼 경합에서 몸을 추스르고 타이밍을 노리던 윤석이 귀신같이 나타나 윤석의 볼을 빼앗아 갔다.
“헛!”
이재석이 헛숨을 들이키는 사이.
윤석은 이재석에게서 공을 빼앗아 무서운 기세를 뿜어내며 전방으로 달려갔다.
이재석이 애써 팔을 뻗어 윤석을 잡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윤석은 그대로 1선으로 침투했다.
네 명의 공격수들을 맞이해야 하는 임종근과 김경찬, 그리고 최종근이 분주해졌다.
중앙의 세 명의 선수를 맡아야 하는 중앙 수비수들 대신해서 최종근이 윤석에게 달려왔다.
사선으로 파고들어 중앙으로 돌진하는 윤석의 앞을 막아서자 윤석은 그대로 말을 놀렸다.
윤석의 발이 현란하게 움직인다.
-라 크로케타!
-거대한 덩치로는 생각할 수 없는 유려한 동작의 라 크로케타로 최종근을 무너뜨립니다!
해설들이 비명 같은 목소리로 해설하는 사이, 무너지는 최종근을 스쳐 지나간 윤석은 그대로 대각선으로 공을 찔러 넣었다.
임종근의 바로 뒤.
임종근이 공을 막기 위해 몸을 돌리는 사이, 바그지뉴가 그런 임종근의 등 뒤로 침투해 한발 더 빨리 공을 낚아챘다.
-바그지뉴, 달립니다! 그대로 골대 구석을 향해 슈팅!
떠엉!
-아아, 골 포스트에 맞습니다. 다급하게 볼을 수습하는 한태준 선수!
등골이 서늘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허겁지겁 공을 수습한 한태준은 심호흡하며 빠르게 전방으로 공을 보냈다.
윤석은 다시 후방을 향해 달려 나갔다.
어느새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지만, 이 정도는 괜찮았다. 아니, 오히려 몸이 달궈지면서 풀리는 기분이었다. 폐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이라면 수십 번을 필드를 오가도 지쳐 쓰러지지 않을 것 같았다.
-전방까지 뻗어 나가는 공, 김진욱 선수가 따 냅니다. 흘려 주는 공을 이정국 선수가 받습니다!
이정국은 떨어지는 공을 향해 그대로 발을 휘둘렀다.
그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발리슛이 폭발했다.
땅에 한 번 바운드되어 꺾여서 들어오는 공을 향해 유현우는 양팔을 벌렸다.
“나이스!”
바운드된 공이 정확하게 유현우의 품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손쉽게 공을 막은 유현우의 눈에 유난히도 훤칠하니 잘 보이는 선수가 보였다.
공을 달라는 듯한 손을 들어 올리는 그 선수.
“보채지 마라, 짜샤!”
윤석을 향해 그대로 킥했다.
허공을 가르고 뻗어 나가는 공을 향해 다가간 윤석은 그대로 발로 공을 받아 내고 몸을 돌렸다.
작정한 듯 자신을 막아서는 선수들이 보인다.
루이즈와 로페스, 장균호까지.
심지어 멀리서 이재석은 다른 미드필더들을 견제하면서도 윤석을 향해 눈을 빛내고 있었다.
하나같이 윤석에게서 공을 뺏기 위해 달려든다.
아무에게도 이 공을 줄 수 없다.
윤석은 그리 생각하며 등을 밀며 자신의 균형을 잃게 만들려는 루이즈를 오히려 힘으로 버텨 내면서 그대로 빙글 돌아 전방을 바라봤다. 그런 윤석의 앞으로 로페스의 발이 들어온다.
윤석은 공을 왼쪽 아웃 풋으로 돌리면서 그 발을 피해 내면서 몸까지 밀고 들어오려는 로페스를 팔로 막아 내고 힘을 주어 벌렸다.
두 선수가 단숨에 뒤로 밀려나면서 남은 것은 장균호 하나.
윤석은 그대로 장균호를 살짝 피하면서 앞으로 달려 나갔다.
장균호가 발을 들이밀다 윤석이 크게 비켜 나가자 옆에 바짝 붙었다.
윤석은 그런 장균호가 있는 쪽으로 공을 밀었다. 어디 가져가 보라는 듯.
장균호가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는 공을 향해 발을 내미는 순간, 윤석은 공 밑을 스쳐 지나가듯 발을 움직여 도로 공을 자신의 앞쪽으로 끌어당기면서 그대로 달렸다.
공을 잡기 위해 발을 움직이면서 윤석과 잠깐 떨어졌던 장균호가 앞으로 나서는 윤석의 뒤에서 윤석의 유니폼을 잡았다.
놓치면 또 전방까지 가서 상상할 수 없는 짓을 벌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찌익.
옷을 잡아당기는 장균호의 손아귀 힘을 무시하며 윤석이 그대로 달렸다.
윤석의 유니폼이 살짝 찢어지면서 주심의 눈이 빛나는 가운데 휘슬은 불지 않았다.
공은 아직 윤석의 발에 있었기 때문에 어드밴티지를 준 것이다.
게임이 중단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급해진 것은 재석이었다.
재석이 지키던 송현재에게서 멀어지면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본 윤석은 좀 더 그를 가까이 유인하다가 그대로 송현재에게 공을 밀어 넣었다.
공을 받은 송현재가 달려가기 시작하자, 윤석도 달렸고, 윤석을 막기 위해 재석도 마주 달렸다.
한편, 송현재는 열심히 달리다 이수용을 맞이하고 망설일 것 없이 정우에게 공을 패스했다.
공을 받은 정우는 빙글 몸을 돌리면서 앞으로 달려 나갔다.
임종근이 다가오자 정우는 임종근을 피해 오른쪽 측면으로 파고 들어갔다. 바그지뉴가 스위칭하듯 자신의 위치로 들어오는 정우를 대신해 중앙으로 몸을 움직였고, 바그지뉴를 의식한 임종근이 그 가운데에서 어정쩡하게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대로 공을 몰고 다시 안으로 들어온다.
빠른 속도로 파고드는 정우를 보고 그제야 임종근이 정우에게 달려온다.
뒤에는 이수용이 임종근을 돕기 위해 달려오고 있는 상황.
정우는 자신의 코스를 가로막고 들어오는 임종근을 보고서 그대로 공을 임종근의 머리 위로 띄워 올렸다.
공이 포물선을 그리면서 임종근의 뒤에 위치한 바그지뉴의 발에 닿았다.
밀어내기 근무를 서듯이 김경찬이 바그지뉴에게, 최종근이 루키앙에게 붙기 시작했다.
이제 막 골 에어리어 안으로 들어온 상황.
슈팅하기에는 거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인가 바그지뉴가 김경찬을 벗겨 내기 위해 상체 페인팅으로 김경찬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그대로 옆으로 파고들려는 순간.
“바그지뉴!”
뒤에서 또렷하게 들려오는 윤석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바그지뉴는 그대로 공과 함께 김경찬의 왼쪽으로 지나간다. 김경찬이 바그지뉴를 막기 위해 바그지뉴를 따라 몸을 돌리는 순간.
바그지뉴는 오른발로 공을 뒤로 보냈다.
달려오던 윤석의 발에 바그지뉴의 패스가 닿았다.
윤석의 옆에는 이재석이 끈질기게 달라붙고 있었다.
윤석은 왼쪽에서 들이미는 이재석의 몸을 향해 팔을 움직여 밀어냈다.
“아아…….”
이재석은 아까처럼 속절없이 밀려나는 자신의 몸을 보고 침음을 흘렸다.
괴물이었다.
어떤 식으로 몸의 균형을 잃게 하려고 해도, 몸싸움을 시도해보려 해도 윤석은 장승처럼 끄떡없었다.
이건 단단한 육체와 힘만으로 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완벽한 균형 감각과 요령이 함께하기 때문에 자신이 어떻게 해볼 수가 없는 것이다.
이재석이 탄성을 흘리는 사이.
윤석은 이재석을 밀면서도 별것 아니라는 듯 바그지뉴가 벌려준 공간을 향해 힘껏 슈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