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39)
형제의 축구-39화(39/251)
형제의 축구 39화
대체 선수
[부천의 기적 같은 대역전극!] [필드 위에 폭군, 한윤석!] [신성이 등장하다!] [단 한 선수에게 침몰한 전북, 이대로 괜찮은가?] [부천, 승리의 열쇠는 한윤석이었다.] [기적은 이뤄지는가?]모처럼 K리그 관련 기사가 각종 포털 사이트 스포츠 부분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럴 만했다.
최강 전북을 K리그 챔피언십의 팀이 승리를 거뒀으니 말이다. 그것도 기적 같은 역전승으로 말이다.
스포트라이트는 전북을 무너뜨린 핵심, 한윤석을 주목했다.
어떤 기사에서는 유니폼 상의가 찢어진 상태로 포효하는 한윤석을 담았고, 또 어떤 기사에서는 오연하게 팔을 벌리고 선수들을 바라보는 한윤석의 모습을 담았다.
사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은 것은 아니었지만, 한국 축구에 일말의 관심이라도 있는 사람들이나 사이트에서는 한윤석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피지컬 봐라, UFC 선수도 바를 듯…….
-저 몸으로 축구하는 건 반칙 아니냐?
-쟤 골키퍼 사냥꾼임……. 포항 골키퍼 손바닥도 부숴 놓더니, 전북 골키퍼도 손가락 인대 늘어났다더라……. ㄷㄷㄷ
-진심 첫 번째 골, 그 거리에서 슈팅한 거 보면 맞고 죽으라는 듯 슈팅한 듯.
-골키퍼 기저귀 착용했다냐? 지렸겠다…….
-경기 지켜본 내가 지림…….
-진짜 한국에서 찾아볼 수 없던 유형의 미드필더다…… 이대로 성장하면 국가 대표에서도 붙박이가 될 듯.
-비에이라?
-ㄴㄴ 투레인 듯.
-마케렐레 같은 스타일 아니냐?
-미들라이커로도 부족한 게 없는데, 램파드 아님?
-제라드다. 저건 제라드야.
-오늘도 콥등이들은 훔바훔바를 찾습니다.
-캉테 업그레이드 버전.
-야, 지랄들을 해라 진짜, ㅋㅋㅋㅋㅋ 이제 막 챔피언십에서 뛰는 애한테 뭐? 투레? 비에이라? 캉테 업그레이드는 뭐냐 진짜 ㅋㅋㅋㅋㅋㅋㅋ 현실은 밑바닥 K리그, 그것도 더 밑바닥 챔피언십 리거 ㅇㅈ?
-뭐라 그래도 상관없는데 이대로 있어 주면 국대 핵심 ㅇㄱㄹㅇ
윤석에 대한 이야기도 대부분은 칭찬 일변도였다.
남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정우는 그것을 보고 자기 일인 듯 희희낙락했지만, 정작 윤석은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저 K리그를 비하하는 사람의 댓글에만 약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을 뿐이었다.
그렇게 형제가, 그것도 윤석이 조명을 받기 시작할 즈음.
축구협회의 공문이 부천에 전달되었다.
“으음…….”
누구보다도 먼저 공문을 확인한 송진호의 얼굴이 굳었다.
그런 송진호를 바라보며 수석 코치인 이범용 코치가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그게…….”
송진호는 출력된 공문을 이범용에게 건넸다. 이범용의 표정이 대번 무거워졌다.
“허허, 이거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그러니까 말이다.”
공문의 내용은 다른 게 없었다.
윤석을 올림픽 대표 대체 선수로 차출하겠다는 공문이었다.
어떻게 보면 윤석에게는 기회였다.
국가 대표만큼은 아니더라도, 올림픽 대표는 국제 대회인 데다가 메달을 따기만 하면 군 면제가 가능하니 명예와 실리를 모두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가 없었다.
다만, 부천의 입장에서는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윤석의 부재로 3연패를 당했던 부천이었다. 전북전에서 윤석의 활약으로 팀의 기세를 다시 살렸지만, 올림픽 대표로 차출된다면 부천에는 또다시 위기가 찾아오는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보낼 건 보내야지. 협조하겠다고 답변하라 그래.”
“네…….”
이범용이 공문을 들고 물러서자 송진호는 머리를 쓸었다.
어려서부터 윤석을 키워 온 스승의 입장에서는 지금 날아갈 것같이 기분이 좋았다. 반대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윤석의 부재로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되었다 생각하니 마음이 절로 무거워질 뿐이었다.
“그래, 언젠가는 겪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지금이 낫겟지.”
송진호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는 자신의 능력과 연결된 일이기도 했다.
윤석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중원을 해결하고 나아가 팀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것.
이건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천하의 윤석이라도 체력적인 문제를 생각하면 전 경기 선발 출전은 불가능한 일이었고,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아예 윤석이란 카드를 배제해야 했다.
“아, 이럴 때가 아니지…….”
그건 둘째 치고.
송진호는 서둘러 윤석에게 전화를 걸어 윤석을 불렀다.
한창 훈련장에서 마무리 훈련을 하고 있던 윤석이 송골송골 땀이 맺힌 얼굴을 하고 경기장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감독님, 찾으셨어요?”
“어, 그래, 윤석아.”
걱정이 한가득이었는데 막상 윤석을 보니 웃음이 절로 지어진다.
윤석의 어깨를 두들기며 소파에 윤석을 앉히고 곧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윤석아, 너 올림픽 대표로 차출되었다.”
“……네?”
윤석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올림픽 대표는 이미 다 뽑힌 걸로…….”
“그렇지, 원래는 최종 선발까지 마무리되었지. 그런데 최종 선발된 선수 중 하나가 부상을 당한 모양이더라. 그 빈자리를 너로 대체하고 싶다고 협회에서 공문이 왔다.”
“아니,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저를…….”
윤석의 말에 송진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 그런 것 아니겠냐. 알고 봤더니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 신태형 감독이 너를 보러 왔던 모양이다.”
“아…….”
“축하한다, 윤석아. 이런 기회가 또 없다.”
윤석은 그 말에 아무 말 없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윤석의 머릿속에는 할머니가 떠올라 있었다.
* * *
“경기 영상은 이게 다야?”
신태형 감독은 TV를 노려보다가 코치에게 물었다.
“네, 이번 시즌에 데뷔했으니 경기 영상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고등학교 당시 영상은 찾는 것도 힘들어요.”
“뭐, 이걸로도 충분하긴 하다.”
신태형 감독은 개의치 않고 다시 경기 영상 하나를 찾아 틀었다.
경기에서는 부천의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는 윤석의 모습이 보였다.
“햐, 아무리 봐도 대단한 녀석이야. 이런 녀석을 이제껏 모르고 있었다니.”
이번 시즌부터 성인 선수가 된 윤석은 사실 신태형 감독의 레이더망 안에 들어오기 힘든 선수이긴 했다. 애초부터 3월달쯤에는 최종 명단은 아니더라도 예비 후보까지 해서 23인의 선수들을 점찍어 둔 상황이었고, 그들을 가지고 지난 몇 년 동안 경기를 하면서 팀워크를 끌어 올린 상황이니 새로운 선수를 시험 가동하기에는 무리수가 따랐기 때문에 사실상 미리 봐 둔 몇몇 선수를 제외하고는 새로운 선수를 물색하는 일은 드물었다.
하지만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선수의 부재가 윤석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오죽하면 멀티 플레이어인 장헌수를 와일드 카드로 기용해 수비형 미드필더로 사용할 생각까지 한 마당에 그보다 한층 더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선수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었다.
아쉽게도 그게 최종 선발 뒤여서 문제였지만,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애석한 일이라고 해야 하나, 최종 선발된 미드필더 한 명이 올림픽에 참여할 수 없을 정도의 부상을 당하면서 윤석을 데려올 수 있게 되었다.
한윤석.
이제 스무 살밖에 안 된 이 어린 선수는 그야말로 숨겨진 보물이었다.
오랜 세월 선수로서 감독으로서 활약해 온 그의 눈에 윤석은 이미 성인 국가 대표 팀에서도 제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완성된 선수나 다름없었다. 혹시 이게 완성된 모습이 아니라면 앞으로 세계적인 선수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대단한 재능이었다.
유럽 선수들에게도 전혀, 아니, 오히려 압도할 수 있는 타고난 피지컬.
넓은 시야.
정확한 패스.
어린 선수답지 않은 노련한 경기 조율.
뛰어난 태클 실력.
그리고 강력한 슈팅.
뭐 하나 빠질 게 없었다.
“스틀링켈 감독에겐 미안하지만, 우리가 먼저 활용하자고.”
사실 이 선수를 제대로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국가 대표 감독인 스틀링켈 감독이 부천의 경기를 직관할 예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였다.
스틀링켈 감독은…….
“보자, 윤석이 얘뿐만 아니라…… 그래, 정우. 윤석이 동생.”
때마침 윤석의 공을 받고서 전광석화같이 뛰어가 골을 넣는 정우의 모습을 보면서 신태형 감독은 웃었다.
“저 어린애한테까지 관심을 가지셨단 말이지. 어리지만 지켜볼 만한 선수라고 하셨던가.”
스틀링켈 감독에게는 그럴지 몰라도, 지금 신태형에게는 아니었다.
스틀링켈 감독은 다가오는 2018년의 월드컵을 염두에 둔 것이겠지만, 자신은 지금 당장이었다. 이미 황휘찬, 손형민, 석준현이라는 국가 대표에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해 주는 선수가 있는 자신에게 정우는 아쉽게도 해당 사항이 없었다.
다음 올림픽이었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윤석이…… 얼른 보고 싶네.”
정우에 대한 감상을 뒤로 미루고 신태형 감독은 자신의 전술 안에서 뛸 윤석의 모습을 머리로 그려 봤다.
완벽했다.
반짝이는 메달을 목에 건 모습마저 상상이 될 정도였다.
* * *
“어! 할머니, 대단하지!”
-그랴, 이런 경사가 다 있다냐! 올림픽이라니, 대단하다 대단혀!
정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할머니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런 정우의 옆에는 윤석이 부끄러운 얼굴을 하고서 정우를 말리고 있었다.
“어어, 할머니, 형 바꿔 줄게.”
“음, 큼, 네, 할머니.”
-아이구, 우리 장손! 기특도 혀라! 장하다! 장혀!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할머니의 기쁜 목소리에 윤석은 이내 따듯한 미소를 지었다.
“뭘요, 다 할머니 덕분이죠.”
-내 덕분은 무신! 우리 장손이 잘나서 그런 거지! 아이고, 이런 경사가 다 있을까! 우리 손주 덕분에 내가 조상님 뵐 면목이 생겼다!
“하하하.”
-그래, 가서도 열심히 혀! 할미는 테레비로 잘 볼 터니. 몸조심하고!
“네, 할머니. 합류하기 전에 한번 들릴게요.”
-그려, 할미가 닭 삶아 두고 있으마!
“네, 할머니.”
기다릴 것 없다는 듯 뚝 하니 전화를 끊어 버리는 할머니 덕분에 잠시 핸드폰을 바라보던 윤석은 훗, 하고 웃어 버리고는 정우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할머니 엄청 좋아하네.”
“그지? 그럴 만하지. 올림픽 대표인데. 내가 말했지, 형? 형은 충분히 들어가고도 남는다고.”
“그래, 자식아, 고맙다.”
“헤헤헤.”
형제는 서로의 어깨를 툭툭 때려 주고는 각자의 침대에 누웠다.
그러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사이, 정우가 문득 든 생각을 말했다.
“그나저나 형 가면 우리 부천은 어쩌냐…….”
“음……!”
부천을 생각하니 윤석의 얼굴도 굳었다.
자기 자랑은 아니었지만, 냉정하게 자신이 부천에서 어느 정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윤석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게…… 어떻게 되려나.”
“뭐, 잘되겠지. 지형이 형이나 준석이 형도 있고 현재 형도 있고.”
“그렇지…….”
분명 모자람이 없는 형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윤석이만큼 수비적인 롤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그 외 팀의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혹시, 영우 형 생각하는 건 아니지?”
“음…….”
“그 형은 안 돼. 자기가 수비형 미드필더인 주제에 너무 생각 없이 막 해. 그래 놓고 자기가 왜 주전에서 형한테 밀린 건지 생각도 안 하고 형만 귀찮게 굴잖아. 쫄아서 대놓고 갈구지도 못하면서.”
돌려 말하는 법이 없는 정우는 직설적으로 그리 말했다.
그런 정우의 말에 윤석은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굳이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뭐…… 감독님이 알아서 하시겠지. 이만 자라.”
“으응.”
윤석의 말에 정우가 냉큼 일어나 불을 끄고 다시 침대 위에 누웠다.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사이, 윤석이 말했다.
“정우야.”
“응?”
“나 없으면.”
“어.”
“네가 잘해야지. 혼자서 골 좀 팍팍 넣어 봐라.”
“그러지 뭐.”
정우는 쉽게 대답하고는 이내 잠들어 버렸다. 드릉드릉 코를 고는 동생의 소리에 윤석은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이내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