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41)
형제의 축구-41화(41/251)
형제의 축구 41화
첫 국제 대회
윤석이 올림픽 대표로 합류한 이후.
-아아, 이대로 경기가 끝납니다. 부천, 선전했지만 아쉽게 안산에게 무릎을 꿇고 마네요.
-안산, 대단합니다. 이런 팀이 연고지 이전으로 인해 K리그 프리미엄으로 승격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K리그 챔피언십 최강의 수비력을 자랑하는 부천을 상대로 2골을 뽑아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안산은 그걸 쉽게 해내고 잘 지켜 냈습니다.
-그래도 한정우 선수의 1골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두 명의 수비수들을 제치고 골을 넣은 한정우 선수인데요, 빠른 발이 주 무기라 생각했는데 요즘 보여 주는 드리블 실력은 정말 가공할 정도입니다. 저 속도에서 저런 드리블을 보여 줄 수 있는 선수가 K리그 프리미엄에도 찾아보기 힘들 것 같은데요.
-네, 그렇죠. 아쉽게도 동점 골까지 만들어 내지 못했지만, 부천, 괜찮습니다! 한윤석 선수가 빠지고 나서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 줬어요!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던 정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신경질적으로 잔디를 걷어찼다.
“아우, 할 수 있었는데.”
그리 말하면서 원망스러운 듯 멀리서 시시덕거리면서 필드를 나가고 있는 주영우를 바라봤다. 마지막 찬스에서 자신에게 공을 찔러 주기만 하면 그대로 따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주영우가 무리한 드리블 돌파로 흐름을 끊어 버렸다.
그래도 그 마지막을 제외하면 괜찮은 활약을 펼친 탓에 본인 스스로는 만족하고 있는 듯하지만…….
“역시 형만큼은 절대 아니지.”
본인은 주전 경쟁에 희망을 얻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정우가 보기에 형이 돌아오면 또다시 벤치에도 앉지 못할 신세가 될 거라 생각하며 정우는 심호흡했다.
“그러고 보니…… 형도 경기가 얼마 남지 않았네?”
부천을 벗어나 올림픽 대표로 승선한 윤석의 평가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올림픽을 앞두고 펼쳐지는 마지막 평가전이기 때문에 거기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만 올림픽에서도 주전 출장이 보장될 터였다.
“잘하겠지.”
그리 생각하며 정우는 필드 밖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 *
브라질.
난생처음 비행기라는 것을 타고 해외를 나가 본 윤석에게 브라질은 신세계였다.
길에서 야한 옷차림으로 거리를 거니는 여인들, 웃통을 벗어젖히고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
축제를 즐기듯 웃고 춤추고 떠드는 그 모든 이들.
그리고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거리.
윤석에게는 신기한 것투성이였다.
오죽하면…….
“야, 촌놈 티 좀 그만 내라, 자식아.”
버스 안 윤석의 건너편에 앉아 있던 문창준이 타박을 줄 정도였다,
문창준의 말에 윤석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순박한 윤석의 모습에 문창준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경기장에서는 그렇게 무섭더니, 아주 순둥이가 따로 없네, 순둥이가.”
포항 소속인 문창준은 윤석과 한 필드에서 그것도 중원에서 싸움을 벌였던 사람이었다. 그 안에서 무서운 기세를 줄줄 풍기며 흉기와도 같은 몸을 휘두르고 다니던 윤석의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오금이 저리게 만들었지만, 경기장 밖에서 만난 윤석은 필드 안에서 모습과 달리 순박하니 말수도 별로 없는 녀석이었다.
“야, 왜 막내한테 화를 내고 그래!”
문창준의 옆에 있던 동갑내기 류성우가 문창준을 타박했다.
“뭘 화를 냈다 그래! 창피하니 그렇지.”
“그럴 수도 있지. 너는 해외 여러 번 나와 봤냐? 막내는 비행기도 해외도 처음이라잖냐. 나도 처음에는 그랬어. 독일에서 넋 놓고 다니다가 길 잃어버릴 뻔했다니깐? 그리고 자식아.”
“뭐?”
“그러다가 막내한테 맞는다.”
“뭐?”
문창준은 얼굴을 구기고 흘끔 윤석을 바라봤다. 큰 덩치에 순박하게 웃고 있지만, 시선을 조금만 내리니 솥뚜껑만 한 두꺼운 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어디서 사람 좀 쳤는지 손등 마디에는 굳은살이 자리 잡고 있는 험상궂은 손이었다.
“큼, 크흠.”
괜히 찔끔한 문창준이 시선을 돌리자 옆에서 류성우가 낄낄 웃음을 터뜨린다.
“야, 너도 조심해, 인마. 막내 놀리는 건 너랑 창준이가 제일이잖냐.”
“아, 형…….”
뒤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누군가가 고개를 내밀고 말하자 류성우가 찔끔해 말했다.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손형민.
토트넘에서 뛰는 그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사나이였다.
“윤석아, 나는 때리지 마라, 나는 착한 사람이야. 알지?”
“아, 네…….”
윤석이 멋쩍은 얼굴로 말하자 손형민은 싱글벙글 웃었다.
“짜식, 진짜 훈련 때에는 사람 소름 돋게 하더니 왜 이리 순한 거야? 컨셉 아니지?”
“하하…….”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손형민이었지만, 윤석은 아직도 지금 현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인 그가 말을 걸어온 현실 자체가 신기할 따름이었다. 마치 연예인을 마주하는데 연예인이 친구처럼 친하게 대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다른 선수들은 이미 몇 번 본 적도 있고, 친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반면 자신은 아직 적응되질 않았다.
‘이럴 때 정우라면…….’
아마 벌써 형들하고 친해져서 장난을 치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생각해보면 그런 정우에게 편승해서 다른 사람들과 친해지는 게 다반사였지 않았던가.
‘잘 있겠지?’
할머니나 동생이나 잘 있을는지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도착했다, 내리자!”
그러는 사이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한 모양이다.
내일 모래에 펼쳐질 스웨덴과 연습 경기를 위해서 상파울루에 도착한 것이다. 일행은 이곳에서 여장을 풀고 내일 가볍게 전술 훈련을 끝낸 뒤 스웨덴과 친선경기를 펼칠 예정이었다.
사실 이 이전에 비공개로 다른 국가와 경기가 있긴 했지만, 윤석은 그 경기에서 투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이 첫 국제 대회 데뷔전이 될 예정이었다.
지난 경기에 투입조차 되지 않았던 윤석을 대뜸 선발로 지목했기 때문이었다.
외국인 용병들은 몇 번 마주한 적이 있었고, 팀에서도 브라질 용병이 셋이나 있었다.
하지만 유럽의 선수와 경기를 해 본 적이 얼마나 있을까. 그것도 국가를 대표하는 상대로.
“흐음.”
살짝 긴장되긴 했지만, 윤석은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윤석의 첫 국제 대회가 다가오고 있었다.
* * *
-올림픽은 결코 대한민국에 만만치 않은 여정입니다. 오늘 대한민국은 올림픽을 위해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갑니다. KBC, 이형표 해설 위원과 함께합니다. 여기는 브라질 상파울루 빠까엠부 스타디움입니다. 이형표 위원님, 올림픽을 앞두고 펼쳐지는 마지막 평가전, 아주 중요하죠?]
-네, 아주 매우 아주 중요합니다. 지난 전례를 살펴봤을 때 올림픽이나 월드컵, 각종 메이저 대회 직전에 펼쳐지는 평가전의 경기력이 본선에 그대로 이어지는 것을 경험하고 있어서 저는 개인적으로 오늘의 경기력이 본선에서 경기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그렇군요, 마지막 상대인 스웨덴은 어떤가요?
-네, 얼마 전 21세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만큼 강팀이고요, 와일드 카드를 통한 전력 보강 역시도 우리와 예선을 펼칠 독일에 비해서 제대로 이뤄져 더욱더 강해진 팀이라고 볼 수 있어서 같은 유럽 국가인 독일을 상대하기에 앞서 중요한 경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줘, 나아가 독일과 경기에서도 선전하길 빌어야겠습니다. 잠시 후 뵙겠습니다.
해설들이 경기를 앞두고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방송국의 방송 장비들이 경기장을 비추고, 수많은 스텝들과 방송인들이 오가는 가운데, 로커 룸에서 윤석은 차분하게 축구화 끈을 고쳐 묶고 있었다.
귓가에는 경기장 밖에 사람들의 함성이 들려오고 있었다.
워밍업 차원에서 필드를 한 바퀴 돌면서 본 사람들의 함성이었다.
한국인들도 있었고 유럽인들도, 그리고 브라질 사람들도 관중석에서 경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수많은 사람들이었다.
시작 전부터 그러한데, 경기가 시작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렸다.
‘이럴 때 정우라면…….’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뛴다는 생각에 더욱더 즐거워했으리라.
그렇다면 자신은?
마찬가지였다.
자신을 알리는 경기.
그것도 처음으로 가져 보는 국제경기였다.
설레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긴장?
초조함?
그런 것을 따지기에는 자신의 처지가 여유롭지 못했다.
무언가를 하나 제대로 보여 줘, 반드시 주전을 차지하리라.
그래야 했다.
그래야만 할머니가 자랑스럽게 TV를 지켜보실 테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자랑할 수 있을 테니.
‘아마 할머니는 내 새끼가 저기서 뛴다고 엄청 자랑하실 거야.’
그럼 사람들이 손주 농사 잘 지었다고 할머니를 칭찬하시겠지.
그런 효도가 또 어디 있을까?
“잘하자.”
윤석은 자기 자신에게 말하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제 필드로 나갈 시간이었다.
-이제 곧 경기가 시작됩니다. 한국은행 초청 23세 올림픽 대표 평가전입니다. 그러고 보면 런던 올림픽 당시에도 마지막 평가전에서 3 대 0으로 이기면서 기분 좋게 시작한 기억이 있죠?
-그렇습니다. 런던 올림픽에서는 기승용, 구정철과 같은 선수들이 활약하면서 대승을 거두고, 그 당시 경기력과 기세를 이어 가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거두는 성과를 이룩했죠.
-네, 아, 선수들 소개가 이어집니다. 아, 대체 선수로 이태진 선수 대신 선발된 한윤석 선수가 나오고 있네요. 프로필로만 봐도 어마어마한 피지컬을 지닌 선수입니다. 아마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한윤석 선수에 대해서 모를 것 같은데요.
-네, 아직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지만, K리그 챔피언십 부천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로, 말씀하신 바와 같이 피지컬도 좋고, 경기를 조율하는 능력, 패스, 득점력까지 고루 가진 훌륭한 미드필더 자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국제 경험이 없는 게 유일한 단점이라 생각될 정도고요, 신태형 감독의 의도를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부천에서의 스타일을 생각한다면 팀의 중원에서 공수를 조율하고 연결해 주는 플레이 메이커와 같은 역할이 주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브라질 날씨는 생각한 것보다는 제법 쌀쌀했다.
하지만 한참 뛸 생각을 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날씨가 아닐까?
주장인 장헌수가 선축과 필드를 정하는 사이에 윤석은 필드를 가볍게 밟았다. 잔디의 느낌도 나쁘지는 않았다.
-대한민국의 선발 라인업입니다.
GK 김동진.
DF 심창민, 정승효, 최기백, 이승찬.
MF 장헌수, 한윤석, 류성우, 문창준, 권장훈.
FW 황휘찬.
입니다.
애초 출전이 예상되었던 석준현 선수가 가벼운 부상, 손형민 선수의 컨디션이 좋지 못한 관계로 선발로 황휘찬 선수가 나오게 되는데, 이 포워드 자리는 석준현 선수와 황휘찬 선수가 투 톱, 혹은 교대로 원 톱으로 출전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와일드 카드로 데려온 장헌수 선수는 오늘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에서 활약하게 되네요.
-애초부터 심태형 감독이 장헌수 선수를 와일드 카드로 기용한 것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더욱 전문적인 포지션의 한윤석 선수가 가세하면서 수비형 미드필더뿐만 아니라 좌, 우, 중앙의 수비수까지 모두 소화가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인 만큼 상황에 따라서 적재적소에 다양한 포지션에서 활약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그 와중에 교민들의 응원 소리가 들려왔다.
흔하게 듣던 국가 대표의 응원구호를 들으면서 윤석은 자신의 유니폼을 바라봤다. 익숙하지만 자신이 입고 있으니 생소한 유니폼.
가슴에는 태극 마크가, 호랑이 문양이.
“대표.”
새삼스럽게 자신이 대표임을 실감한다.
그래서 윤석은 더욱더 마음을 다졌다.
신태형 감독이 신뢰를 담아 자신에게 건넨 유니폼의 등 번호 6번이 무겁게 느껴졌다.
긴장하지 않았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윤석이 그리 중얼거리는 사이 멀찍이서 그런 윤석을 바라보는 신태형 감독은 콧잔등을 긁적이며 말했다.
“저놈, 아무래도 긴장한 것 같지?”
코치인 김기정에게 물어 오자 김기정이 슬쩍 윤석을 보고서는 말했다.
“아무래도 국가 대표 첫 경기인데 그럴 만하죠. 감독님은 안 그랬습니까?”
“하긴 그래. 근데 저놈이 얼어 버리면 곤란한데.”
“그것도 그렇긴 하네요.”
“너 이 자식, 남의 집 불구경하듯이 말할래?”
김기정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연습 경기에서 못 봤습니까? 저놈은 괴물입니다, 괴물. 긴장해도 반타작 이상은 해 줄걸요?”
김기정의 말에 신태형 감독은 또다시 콧잔등을 긁적이며 말했다.
“그건 또 그러네.”
지난 훈련과 연습 경기에서 보여 준 윤석의 모습은 기대 그 이상이었다.
전술적으로 가려운 부분은 모두 윤석이 긁어 줄 정도였다.
오히려 와일드 카드들보다 더 귀하게 생각되는 카드였다.
카드로 치면 최강의 카드인 조커고, 화투로 치면 삼팔광땡이다.
“부천에서만큼만 해 줘라.”
신태형 감독이 그리 생각하는 사이, 어느덧 경기를 알리는 휘슬이 울려 퍼졌다.
공을 먼저 가져간 스웨덴 선수들이 분주하게 공을 옮기기 시작하면서 대한민국의 선수들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필드 한가운데 선 윤석은 자신과 수비, 그리고 장헌수와의 간격을 확인하며 차츰 전방을 바라봤다.
부천과는 다른 구성의 선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 삼각 편대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문창준 같은 경우에는 발재간도 좋고 패스도 일품이었다. 플레이 스타일은 측면보다는 중앙에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했고, 1선 침투가 좋았다. 스스로 결정짓는 골이 적지 않을 만큼 미들라이커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오늘 오른쪽 윙어로 출장한 권장훈은 볼 배급이 좋고 센스가 좋은 데다가 공수에서도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 주는 데다가 저돌적이고 활동량이 넓었다. 다만 공격형 미드필더나 중앙에 어울릴 그가 오른쪽 측면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미지수였다.
류성우는 공격 포지션에서 모두 활약이 가능한 선수인 만큼 윙 포워드, 윙어와 같은 고정된 스타일로 평가해서는 안 되는 선수였다. 수비 가담도 좋았다.
“이렇게 보니 다들 대단하네.”
하나같이 어디 빠질 게 없는 선수였다.
황휘찬은 두말할 것 없었다.
파워풀하면서도 빠르고 발기술도 좋다.
옆에 장헌수는 어떤가?
“으음.”
좋은 카드 여러 장을 가지고 있는 포커 플레이어가 된 기분이었다.
한윤석을 모르는 사람은 단지 피지컬 좋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윤석은 어느새 자신의 동료들을 분석하며 경기를 지배할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행으로 옮기기 위해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