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43)
형제의 축구-43화(43/251)
형제의 축구 43화
약간이나마 느린 템포로 경기가 진행되면서 선수들이 집중력을 높이며 전술대로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 시작했지만, 전반이 끝나갈 때까지 선수들은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고 마무리 지었다.
“으아, 감독님한테 한 소리 듣겠네.”
필드를 빠져나가면서 윤석의 옆에 장헌수가 앓는 소리를 했다.
불같이 열정적인 신태형 감독은 장헌수의 말대로 불같이 화를 낼 게 분명했다.
예상대로 로커 룸으로 들어가자 신태형은 실점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분명 할 말이 없는 실책이었고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진 부분이기 때문에 아무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래도 선제골을 넣은 부분은 분명 좋았다. 후반에는 휘찬이 대신에 석준현이가 들어가고, 기백이 대신해서 헌수가 그 자리 맡고, 장훈이가 헌수 자리로 들어가고. 그리고 형민이. 형민이가 장훈이 자리에서 뛴다.”
“네!”
드디어 와일드 카드가 모두 기용되었다.
컨디션이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서 전반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이들 역시도 실전에서 담금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후반 도중에 투입되리라 예상됐지만, 신태형 감독은 경기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 과감하게 후반 시작부터 두 와일드 카드를 투입했다.
-네, 이제 후반전이 시작되려 하고 있습니다. 와일드 카드가 모두 투입되는군요. 석준현 선수가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고 했었는데, 이미 회복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가볍게 필드 위를 거니는 석준현 선수와 손형민 선수.
-전반에 실책을 거둔 최기백 선수가 빠지고 장헌수 선수가 그 자리로 들어가고, 장헌수 선수의 자리는 권장훈 선수가 맡게 됩니다. 라이트 윙어로 손형민 선수가 뛰겠습니다.
두 명의 선수가 교체되는 가운데에서 윤석은 교체되지 않고 후반에서 뛸 수 있음을 감사하게 여겼다. 더 뛰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제 이 팀을 좀 제대로 알 것 같았다.
하나같이 재능 있는 선수들이고, 하나같이 톡톡 튀고 혈기왕성하다.
젊은 팀.
이 분위기를 조율해 줄 사람들이 없었다.
와일드 카드들 마저도 20대 중반의 젊은 선수들이지 않은가.
기세를 탈 때는 함께 타 주는 것, 그리고 상황이 진정이 안 될 때 자신이 소화기가 되어 주는 것.
윤석은 자신의 역할을 그리 정하고 움직였다.
그리고 지금 같은 경우에는…….
불씨에 불을 더 키워 줘야 할 때였다.
때마침 공방 중에 공을 빼앗은 권장훈을 보고서 윤석이 움직였다.
공을 가진 장훈이 스웨덴의 선수들을 유인하다가 윤석에게 공을 찔러 줬고, 윤석이 2선 가까이에서 공을 받은 것을 본 선수들이 1선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윤석은 문창준이 1선으로 가려는 것을 보고 자신의 공을 패스했다.
창준은 그 자리에서 더 이상 들어가지 않고 손형민에게 공을 건넸다.
공을 받은 손형민이 측면에서 중앙으로 침투해 들어간다.
확실히 한국의 선수들 중에서 압도적인 드리블을 보여 주는 것은 손형민이었다.
유려하게 공을 몰아가는 그를 보면서 과연이란 말이 떠올랐지만, 한편으로는 정우가 생각난다.
정우도 못지않다.
아니, 속도를 생각하면 정우가 더 대단했다.
자신의 동생이라서 하는 소리가 아니라, 정우는 충분히 더 주목받을 가치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함께 뛰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손형민이 공을 석준현에게 건넸고, 골대 쪽으로 몸을 돌리지 못한 석준현이 공을 뒤로 패스한다.
공을 받는 주인공은 바로 한윤석 본인.
윤석은 그대로 슈팅하려는 시늉을 했다.
움찔.
골키퍼가 윤석이 힘껏 다리를 휘두르려 하자 움찔하는 게 보였다.
교체되어 나간 골키퍼가 윤석의 공을 맞고 그리된 것을 알고 본능적으로 두려움까진 아니더라도 경계를 하는 것이리라.
그렇단 말이지.
윤석은 눈을 빛내며 공을 더 몰아갔다.
지금 슈팅해 봤자 거리도 멀고 공간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상대방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뒤에서 다가왔지만, 윤석이 팔을 벌리며 자신의 발 앞에 놓인 공을 건드리지 못하게 막아 내자 밀고 들어오질 못했다.
덩치가 제법 되는 선수였지만, 윤석의 힘과 균형 감각을 당해내질 못했다.
윤석은 뒤에 그 선수를 달고서 그대로 돌진했다.
보다 못한 윙백이 중원으로 가세해 태클을 시도한다.
윤석은 쭈욱 미끄러져 오는 상대 선수의 타이밍을 재고서 그대로 공을 살짝 띄워 올려서 슬라이딩 태클을 피하고서 자신도 훌쩍 그 위를 뛰어올랐다가 착지하면서 또다시 슈팅하려는 시늉을 한다.
골키퍼와 수비수가 일순간 공을 마을 생각으로 굳어지는 것을 보면서 윤석은 다리에 힘을 빼면서 빠르게 공을 오른쪽으로 찔러 준다.
잔디 위로 레이저처럼 쭈욱 뻗어 나간 공은 회전이 크지 않았다.
그대로 발만 가져가도 될 그럴 패스였다.
그리고 그 좋은 패스가 정확하게 손형민의 발에 걸렸다.
왼쪽에서 굳어 있다 뒤늦게 움직인 골키퍼와 수비수였지만, 워낙 좋은 패스였기에 볼을 추스를 필요도 없이 손형민이 그대로 발을 휘둘렀다.
-손형미이이인, 발리슛! 고오올!
-한윤석 선수, 순간 선수들을 얼어붙게 만들고 빠른 패스, 그리고 이어진 깔끔한 손형민 선수의 발리슛! 대한민국이 두 번째 골을 만들어 냅니다.
-손형민 선수도 침투가 좋았지만, 이건 한윤석 선수의 도움이 기가 막혔습니다. 상대방 측에서 자신의 슈팅을 경계하는 것을 알고 그걸 제대로 이용한 모습이에요. 한윤석 선수, 축구 센스가 보통이 아닙니다. 대단하네요.
골을 넣은 손형민은 그대로 윤석에게 달려와 매달렸다. 키가 제법 큰 손형민이었지만, 한윤석 앞에 매달리니 키 차이와 덩치 차이가 제법 느껴진다.
윤석은 가볍게 형민을 들어 올렸고, 형민은 그런 윤석의 머리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야, 패스 존나 고맙다! 짜식아!”
“뭘요, 거기서 형이 딱 보이더라고요.”
“이 자식 아부도 할 줄 아네!”
대한민국의 불이 붙었다.
기세가 크게 오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자신의 입지도 말이다.
이어지는 경기에서 서서히 윤석에게 볼이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윤석이 경기 자체를 조율하고 그것을 대한민국 선수가 알게 모르게 받아들이고 플레이 메이커로 윤석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태형이 굳이 지시하지 않아도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신태형으로서는 기꺼운 일이었다.
스웨덴으로서도 경계 대상 1순위인 손형민의 투입, 그리고 윤석의 경기 조율, 거기에 골을 넣으면서 기세가 오르자 스웨덴 선수들이 우왕좌왕 제대로 경기를 이어 가지 못하고 대한민국의 점유율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손형민 선수, 지난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공간 이해도가 좋지 못하다는 평가와 함께 선발의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오늘 경기에서 보면 매우 좋습니다. 오프 더 볼의 움직임이 매우 좋아요. 빈 공간을 적재적소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거기다 스웨덴 선수들이 손형민 선수를 잔뜩 경계하는 것이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두 명의 선수들이 손형민 선수를 견제하고 있어요. 이러면 다른 선수들의 공간이 넓어집니다.
-맞습니다. 아직 스코어가 불안하거든요? 1골 정도 더 넣어 줘야 마음이 놓입니다.
-말씀하신 대롭니다. 시간은 아직 25분 정도가 남았습니다. 충분히 동점, 역전이 가능합니다.
손형민뿐만이 아니었다.
석준현도 경계의 대상이었다. 전담 수비수가 붙다시피 그의 움직임을 경계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여기에 때때로 권장훈이나 윤석이 올라가 주고, 문창준이 수시로 1선으로 침투하기 시작하자 수비진이 우왕좌왕하며 붕괴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10분이란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대한민국에게 세 번의 슈팅 찬스가 찾아왔다.
한 번은 골키퍼의 선방으로 막히고 두 번은 아슬아슬하게 골대를 스쳐 지나간다.
-공격 찬스를 계속 놓치고 있어요. 좀 더 정확하게 슈팅해야 합니다!
또다시 찾아온 네 번째 슈팅 찬스에서는 골키퍼의 손을 맞고 뒤로 나가면서 코너킥 찬스가 돌아왔다.
손형민이 코너킥을 준비하는 가운데 선수들이 페널티에어리어 안으로 몰려든다.
한국 선수들 중에서 돋보이는 것은 단연 윤석과 석준현이었다.
윤석만큼은 아니더라도 석준현도 장신이었고, 스웨덴 선수와 몸싸움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문득 드는 생각 하나.
내가 헤딩으로 골을 넣은 적이 있던가?
윤석은 가만히 생각해 보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학창 시절에는 몇 번 있었던 것 같은데 부천에서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근데 오늘 넣을 거 같다.
왠지 느낌이 그랬다.
아니, 느낌이라기보다는 분위기가 그랬다.
부천에서는 후방에서 루스볼과 역습을 대비하기 위해 대기했지만, 신태형 체제에서는 중앙에서 당당히 몸싸움을 하며 코너킥을 기다린다.
선수들이 좋은 자리를 점유하기 위해 아웅다웅 몸싸움을 하고 있었지만, 가소로웠다.
펑!
그 가운데 손형민의 코너킥이 올라온다.
위로 솟았다가 안쪽으로 휘면서 들어오는 공이었다.
작은 선수들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높은 위치의 공이었다.
아니, 서전트 점프가 어느 정도 되지 않는다면 장신의 선수라도 어려울 공이었다.
그리고 볼 경합을 위해 몸을 들이미는 다른 선수들의 견제 속에서라면 서전트 점프가 아무리 높은 선수라고 해도 어려운 공이었다.
하지만.
윤석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선수들을 힘 있게 튕겨 내고, 뒤에서 유니폼을 잡아당기는 선수마저 뿌리치며 무릎을 굽혔다가 그대로 뛰어올랐다.
가뜩이나 큰 키에 허벅지의 힘을 받고 그대로 솟아오르는 윤석의 모습은 마치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
어느새 공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스핀이 걸린 힘 있는 공이었다.
눈을 감을 법도 하지만 윤석은 오히려 눈을 부릅떴다.
어린 시절 자기보다 나이 많은 형들이 휘두르던 주먹보단 가벼우리라.
겁 없이 윤석은 코앞으로 다가오는 공을 향해 목을 옆으로 젖혔다가 그대로 공의 상단부를 들이받았다.
통!
공이 잔디 위에 한 번 바운드된다.
골키퍼가 그것을 잡기 위해 손을 뻗지만, 절묘하게 그 위를 스쳐 지나가고 그대로 골대를 한 번 맞고서 튕겨 나가 골라인 안으로 떨어져 들어갔다.
툭, 데구르르르.
“와아아아아아!”
교민들의 함성 소리가 울려 퍼진다.
-한윤석 선수! 고공 폭격기가 되었습니다! 3 대 1! 대한민국이 세 번째 골로 스웨덴을 2점 차로 앞서갑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15분 정도입니다. 하지만 아직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집중해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승리가 눈앞에 보인다고 하지만, 경기는 아직 끝난 게 아니거든요!
공을 넣은 윤석이 포효하는 사이, 교민들의 박수 소리와 스포트라이트가 윤석을 향했다.
-오늘 한윤석 선수 대단합니다! 사실상 오늘 경기를 내내 이끌어 가던 것도 한윤석 선수였고, 팀의 득점에 모두 기여한 선수도 한윤석 선수입니다! 1골 2어시스트! 국제 대회에서 이처럼 화려하게 데뷔한 미드필더는 없을 겁니다!
-정말 대단한 선수네요. 이런 선수가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던 겁니까?
-분명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에서 뛰는 선수예요, 그런데 골과 어시스트를 기록하고, 그렇다고 수비가 결코 부족한 선수도 아니에요, 요즘 축구계에서 요구하는 완성형에 가까운 미드필더입니다! 이 선수, 정말 앞날이 기대되는 선수입니다!
-하하, 이형표 위원이 이리 흥분하고 극찬하는 선수는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한윤석 선수의 임팩트가 대단하다는 뜻이겠죠?
-그렇습니다.
해설들이 극찬하고, 관중들이 열광하는 사이.
신태형 감독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속으로 환호성을 터뜨리고는 박수를 쳤다.
“좋아, 이제 내 역할은 여기까지.”
윤석은 보여 줄 수 있는 것은 다 보여 줬다.
이제 좀 쉬어도 될 듯싶었다.
그리고 다른 선수들을 점검해 볼 필요도 있었고 말이다.
신태형 감독의 교체신호와 동시에 이장민과 한윤석이 교체되었다.
윤석은 들어가면서 수만 관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런 관중들에게 감사의 인사로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이고 윤석도 박수를 치며 안으로 들어왔다.
“잘했다. 멋진 경기였다.”
신태형은 애정 가득한 시선으로 들어오는 윤석의 어깨를 두들겨 줬다.
“재밌었냐?”
기분 좋게 웃음 짓고 있는 윤석을 보고 김기정 코치가 물어 오자 윤석은 씨익 웃었다.
“최고였습니다.”
윤석은 선수 생활을 하면서 평생 가도 기억에 남을 경기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오늘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윤석이 들어간 뒤 막판 집중력 저하로 1골을 내주긴 했지만, 대한민국은 3 대 2로 스웨덴을 이기고 기분 좋게 올림픽 본선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윤석의 국제 대회 데뷔전이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