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44)
형제의 축구-44화(44/251)
형제의 축구 44화
자극
스웨덴과 경기가 마무리될 때까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지켜보던 부천의 선수들이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음에도 불구하고 멍하니 TV를 바라봤다.
그러길 잠시.
“대단하네.”
주장인 지용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다들 너 나 할 것 없이 심호흡하며 현실로 돌아왔다.
“그러게, 진짜 대단하다.”
지형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함께할 때와 달리 이렇게 제삼자가 되어 경기를 지켜보니 알 것 같았다.
“괴물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진짜 괴물이네! 저 자식.”
저런 녀석이 중원에 든든하게 버티고 있었으니 다른 선수들이 마음껏 활개를 칠 수 있었으리라.
그 와중에 유현우는 부르르 떨면서 말했다.
“저 자식 국제 대회에서도 사람 하나 골로 보냈네. 골키퍼 킬러 같은 자식.”
“하하하, 그러네. 어떻게 아다리가 저렇게 맞아 들어가냐. 교체된 골키퍼 봤냐? 수비수들도 그렇고, 제가 슈팅하려고 하면 쫄더라. 지들도 기절할까 봐 그러나.”
“무서운 자식, 으으으…… 훈련 때 나도 긴장하고 있어야 할 거 같네요.”
현우의 말에 다른 선수들도 피식 웃음을 흘렸다.
친구인 한희준이 능글맞게 웃으면서 말했다.
“평소에 네가 잘해야지. 하는 거 보면 넌 축구공으로 맞는 것뿐만 아니라 조만간 주먹으로 맞을지도 몰라, 자식아.”
“아무리 그래도 형을 때리겠어, 윤석이가?”
“모르지, 지 동생은 끔찍하게 여기니까. 윤석이가 한때 동생 때문에 쌈박질하다가 부천시에서 알아주는 주먹이었다고 하던데?”
“카더라는 안 믿는다. 근데 그건 왜 신뢰가 가지…….”
“그러니까. 그나저나, 동생 놈은 어디 갔냐? 지 형 경기 보자마자 사라졌나 보네?”
유재현이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바로 나가더라. 할머니한테 전화하는 거 같던데?”
“효자들 납셨다 아주.”
“그럴 만하지.”
그리 말하면서 부천의 선수들은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텔 라운지를 너무 오랜 시간 점령하고 앉아 있었다. 물론 뭐라 하는 사람들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눈치가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의 객실로 걸어가면서 그들은 하나같이 생각했다.
윤석이 언젠가는 저 높이, 저 멀리 훨훨 날아가 버릴 것 같다고 말이다.
* * *
“응, 할머니. 형, 경기 다 봤어?”
-그랴, 다 봤지!
“잘하지? 헤헤.”
정우의 말에 할머니가 답했다.
-이 할미가 뭘 알겄나, 그냥 나오니 좋은 게지. 그래도 골도 넣고 그 뭐냐…… 도움도 했다카드라. 잘하는 게지?
“그럼, 오늘 시합에서 형이 제일 잘한 거야. 다른 사람들하고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이구, 그럼 되었다. 장하네, 우리 장남.
“그지? 헤헤”
-그려, 그려. 장남도 장하고 우리 강아지도 장하다.
“이 씨, 이제 강아지 아니야.”
-흘흘흘, 이 할미 눈에는 아직도 강아지인 걸 어쩌누? 우리 강아지, 밥은 먹었누?
할머니의 말에 정우의 표정이 따듯해졌다.
할머니한테는 싫다고 앙탈을 부리고 있지만, 언제까지고 귀여운 손주이고 싶었다.
“그럼 엄청 잘 먹었지. 우리 이제 호텔에서 살아서 밥은 잘 나온다니까? 걱정 마.”
-그려, 이 할미 노파심인 게지. 늙어서는 주책이여.
“할머니야말로 밥 잘 잡쉈어?”
-잉, 된장찌개 해다가 맛나게 묵었다.
“나도 할머니가 해 준 된장찌개 먹고 싶네.”
-시간나면 오거라, 할미가 해 줄 테니께.
“으응, 알았어요. 이제 자러 가야 해. 내일 시합 때문에 이동해야 해서.”
-그려, 얼른 들어가라. 이 할미 걱정 말고.
“응, 할머니.”
뚝.
어김없이 바로 끊기는 할머니의 전화를 잠시 바라보던 정우는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챙겨 넣고 객실로 올라갔다.
카드 키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아무도 없이 썰렁한 객실이 정우를 반겼다.
평소라면 옆에 침대에 형이 있었겠지만, 그 형은 조금 전 TV 너머에서 올림픽 대표 유니폼을 입고서 맹활약하고 있었다.
“어구구.”
정우는 털썩 침대 위에 쓰러지면서 천장을 바라보며 아까의 경기를 생각한다.
부르르.
생각만 해도 전율이 일어났다.
확실히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 틈에서 유난히 빛나던 형의 모습.
“역시 형은 대단해.”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다.
자신도 저기 함께 있었다면.
자신도 저기 안에서 뛰고 있었다면.
오늘 뛴 공격수들만큼 할 자신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뽑히지 않는 것을 보면 아직 멀었나 보다.
물론 나이가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정우의 입장에서는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정말 잘하고 뛰어났다면 불려 갔을 거다.
그렇게 생각했다.
“아, 나도 뛰고 싶다.”
형이 달고 있던 태극 마크가 그리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 * *
[신성등장!] [경기를 지배한 대형 신인!] [올림픽 대표, 든든한 키 플레이어를 얻다!] [신태형, 한윤석은 대체 선발된 선수가 아니다. 와일드 카드만큼 귀중한 카드.] [캐논 슈터, 스타디움을 진동케 하다.] [올림픽 대표 청신호!]다음 날, 올림픽 대표 경기와 관련된 뉴스 기사는 대부분 윤석에게 집중되었다.
1골 2도움, 경기 그 자체를 지배했다고 볼 수 있는 그의 활약은 단숨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국가 대표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올림픽 대표인 만큼 K리그를 찾아보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를 주목했다.
부천에서 활약할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인지도가 한윤석에게 생겨났다.
그리고 각종 포털 사이트, 축구 관련 사이트에서는 윤석을 거론하기 이르렀다.
-부천에서 잘한다 잘한다 했는데 국제경기에서도 경기 씹어 먹을 줄은 몰랐다.
-우리나라 2부 리그가 이렇게 수준이 높았나요? 이 선수 뭐임?
-피지컬 오지더라. 스웨덴 선수들이 비비질 못하더라. 얘랑 부딪치면 최소 부상일 듯.
-피지컬만 있는 펠라이니 같은 선수인 줄 알았더만, 까고 보니 펠라이니 좆밥행.
-펠라이니보단 잘하는 듯.
-비교할 걸 비교해라! 아무리 그래도 프리미어 리그 선수랑 비교가 되냐 얘가?
-피지컬 그 이상, 센스도 펠라이니 이상인 것 같은데 왜? 맹구충 ㅂㄷㅂㄷ 중이냐?
-아무튼, 우리나라에선 귀중한 선수임. 수비적으로도 좋고, 공격도 좋고.
-무엇보다 소름 돋는 건 이제 스무 살짜리가 경기를 조율한다는 거다. 존나 침착하니 마치 베테랑 보는 듯했음.
댓글에서도 한윤석의 대한 칭찬 일색이었고, 많은 사람이 한윤석이 누구인지 알아보려 했다.
그 덕에 포털 사이트에서 상위권에 한윤석의 이름이 올라올 정도였으니 그만큼 한윤석이 스웨덴전에서 보여 준 임펙트는 강했다는 뜻이다.
심지어는 국가 대표 팀에서도 한윤석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윤석이 국제 대회에서 화려하게 데뷔하는 와중.
부천은 충주와 일전을 시작하고 있었다.
-지난 안산과 경기에서 2 대 1로 아쉬운 패배를 당하면서 3위에 머물게 된 부천인데요, 그만큼 선두권 다툼을 위해서는 매 경기의 승리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과연 오늘 충주를 상대로 충주의 홈에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 것인가! 오늘 경기 어떻게 보십니까?
-네, 충주는 최하위권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최근 경기에서 3연패를 하면서 최하위권 다툼이 가시화 되고 있는 상항이죠. 하지만 부천과는 1승 1패의 성적으로 상대적으로 강팀인 부천을 상대로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경기에서는 부천이 베스트 11을 기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충주가 1 대 0 승리를 거뒀죠.
-그렇군요.
-그리고 현재 부천의 상황이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습니다. 비록 전북과 선전을 펼쳐 FA컵에서는 4강까지 진출하게 되었지만, 리그에서는 5경기 1승 4패를 거두면서 1위인 안산과 격차가 벌어진 것도 모자라 순위도 4위로 내려왔습니다. 그중 4패에서 한윤석 선수의 부재가 연결되면서 부천이 한윤석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감독 스스로도 말하기를 한윤석이 차지하는 전술적인 부분이 매우 크다고 언급했죠? 실제로 한윤석 선수는 수비적인 안정과 공수의 조율, 공격의 빌드 업까지 많은 부분에 가담하면서 전술의 다양성을 부여하고 있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난 시즌 중원 장악력이 부실했던 부천의 약점을 보완하고 있었던 선수라는 점이죠. 송진호 감독은 지금 한윤석 없이 평소의 중원 장악력을 유지하고 다양한 공격 패턴을 만들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을 겁니다.
-그래도 긍정적인 면이 없는 것도 아니죠?
-네, 맞습니다. 한윤석 선수의 동생이죠? 현재 15골로 리그 득점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정우 선수의 존재가 있습니다. 팀이 전술적으로 부실한 모습을 보이는 와중에도 한정우 선수의 득점 감각은 예리합니다. 혼자서 득점을 만드는 등 팀의 비수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충주에서도 한정우 선수를 많이 경계할 거예요. 하지만 또 부천이 한정우 선수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루키앙 선수와 바그지뉴 선수도 각각 8골과 9골로 준수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충주의 필드.
우뚝 선 정우는 주변을 훑었다.
“여기가 내 무대지.”
지금 자신이 최선을 다해야 할 곳.
이곳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자신도 그곳으로 갈 수 있을까?
“해 보면 알겠지.”
-네, 한정우 선수의 몸놀림이 오늘 가벼워 보입니다. 저 선수를 조심해야 해요. 판타지 스타의 재능을 지니고 있는 선수입니다. 방심하는 순간 기상천외한 슈팅을 선보이곤 합니다.
-형의 어시스트를 자주 받아 득점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한정우 선수는 형이 없어도 충분히 무서운 선수라는 걸 최근 자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아, 말씀드리는 순간 한정우 선수 공을 받습니다. 그대로 전진! 역시 빠릅니다!
여름의 뜨겁고 습한 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간다.
그와 동시에 충주의 선수 한 명이 정우의 옆을 스쳐 갔다.
가벼운 발동작과 상체 페인트만으로 가볍게 선수를 제친 정우는 페널티에어리어까지 달려들어 갔다. 네 명의 수비수들이 나란히 라인을 만들고 대기하고 있는 것을 바라보면서 정우는 공을 왼쪽으로 차고 들어간다.
충주의 라이트 윙백이 정우를 맞이해 다가오자 정우는 다시 몸을 틀어 오른쪽으로 달려간다. 윙백이 그대로 따라오다 멈추고 중앙의 수비수가 정우를 경계하는 가운데 정우는 오른쪽 일직선으로 쭈욱 달리면서 그 중앙 수비수마저 스쳐 지나가고 또 다른 중앙 수비수를 마주했다.
수비수를 앞에 두고 우측으로 파고들어 갈 듯 사선으로 정우가 공을 몰아 들어가려 하자, 수비수는 정우와 간격을 두면서 나란히 사선으로 움직였다.
빠른 정우의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할 거라 판단하고 거리를 두고 정우에게 슈팅 각도를 만들어 주지 않기 위함이었지만, 정우는 그것을 이용해 더 빨리 달리려는 듯하다 우뚝 멈춰 선다.
허벅지가 불끈 근육이 솟아오르고, 발목에 힘이 들어갔지만, 이 정도 급정지에 나갈 발목이 아니었다.
반대로 수비수가 아차하면서 몇 걸음을 더 걸어 들어가자 골대를 향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정우는 훤히 보이는 대각선의 왼쪽 골대 상단을 노리고 오른발을 디딤발 삼아 왼발로 공을 감아 찼다.
공이 바깥쪽으로 향하는 듯하다가 그대로 휘어서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한정우 선수, 고오오오올!
-한정우 선수의 환상적인 슈팅! 감아 차는 게 일품이네요!
-저렇게 휠 수가 있나요? 하긴 그렇기 때문에 일전에 안양과 경기에서 각도 없는 위치에서 슈팅을 성공시킬 수 있었을 겁니다.
-전반부터 수월하게 부천이 앞서갑니다!
아직은 부족하다.
더 많은 것을 보여 줄 수 있다.
정우는 갈증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