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47)
형제의 축구-47화(47/251)
형제의 축구 47화
공이 잔디 위를 스쳐 지나가며 레이저처럼 뻗어 나가는 순간, 손형민이 쉴레가 있던 그 빈자리로 침투해 들어갔다.
쾅!
공을 잡은 손형민이 전매특허나 다름없는 강슛을 시도했다.
-아! 티모 호른 골키퍼! 잘 막아 냅니다. 아쉬운 슈팅! 손형민 선수, 제대로 경기를 읽어 내고 있습니다! 시작부터 좋은 움직임을 보여 주네요!
-한윤석 선수의 패스가 빛나는 순간이네요. 선수들의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고 빈 공간에 정확한 스루패스를 넣어 줬습니다. 그 이전에 벤더 형제의 압박을 벗어나는 움직임도 좋았습니다. 피지컬을 바탕으로 공을 간수하면서 전진하는데 벤더 형제는 한윤석 선수가 가진 공을 건드리지도 못했어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한국의 날카로운 일격에 경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수많은 관중이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고, 독일이나 한국이나 상기된 표정으로 필드 위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번에는 독일의 공격이었다.
티모 호른에게서 쉴레로, 쉴레의 패스가 스벤 벤더에게 향한다.
스벤 벤더는 내려온 권장훈을 피해 자신의 형에게 패스했고, 라르스는 그대로 브란트에게 공을 이어 줬다.
-대한민국, 집중해야 합니다! 지금 1선으로 올라오고 있는 독일의 선수 모두가 스스로 득점을 해결할 수 있는 기량을 지니고 있어요!
-심창민 선수가 브란트를 막아섭니다, 브란트 그대로 크로스!
크로스는 낮고 빠르게 뻗어 나가 수비진의 뒤 공간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미처 공을 향해 머리를 뻗지 못한 선수들이 공을 향해 몸을 돌리는 가운데 젤케가 한발 더 빠르게 앞으로 나섰다.
뻥!
그 순간 한발 먼저 나온 구성훈이 공을 걷어 내며 젤케의 침투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젤케가 아쉬운 듯 탄성을 터뜨리며 뒤를 돌아보는 가운데 중원으로 떨어지는 공을 향해 선수들이 몰려든다.
-한윤서어어억!
그 가운데 가장 높이 솟아오른 윤석이 공을 낚아채 옆으로 떨궜다.
공중 볼을 제압한 윤석이 땅 위로 착지하는 가운데 루스볼을 차지한 장헌수가 그대로 권장훈에게 공을 밀어 줬다.
쉴레가 앞서 나와 그 공을 인터셉터 하면서 다시 독일이 공을 차지한다.
-시작부터 숨 막히는 공방을 벌이는 양 팀입니다!
-대한민국, 잘해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일도 팀워크가 많이 향상된 모습을 보여 주네요. 지난 멕시코전에서 지금과 같은 빠른 공수 전환에 대응하지 못하고 힘겨워했는데, 어렵지 않게 공을 걷어 냅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팀워크가 향상되는 건가요?
-주전으로 예정되었던 선수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새롭게 선수진을 구성한 만큼 초반에는 호흡이 맞지 않았지만, 기량도 기량인 만큼 빠르게 적응하고 호흡을 맞춰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제자리를 찾았다고 보기는 힘들어요. 버거운 상대임은 맞지만, 지금은 팀워크가 좋은 한국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집중해야 해요!
이형표는 선수들의 집중을 요구했다.
경험이 적은 선수들인 만큼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경계하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가 굳이 염려하지 않아도 지금의 선수들은 날카로운 집중력을 보이고 있었다.
그 가운데 중앙까지 올라온 톨리안의 패스가 마이어를 향했다.
공을 차지한 마이어가 다가오는 이장민에게 등을 보이면서 빠르게 전방을 훑었다.
왼쪽에서 침투해 들어가는 나브리를 확인한 마이어가 발을 놀려 공을 패스하는 순간.
퉁!
한윤석이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나타나 다리를 뻗어 패스를 막아 낸다.
튕겨 오르는 공을 향해 어깨를 들이밀어 바닥에 떨군 윤석은 그대로 공을 가지고 전진했다. 마이어가 따라가려 하지만 이장민이 영리하게 마이어의 앞을 가로막으면서 시간을 벌었다.
윤석은 하프라인 가까이 올라온 독일의 수비 라인을 보고 그 뒤를 노리고 힘 있게 공을 찼다.
황휘찬이 윤석이 발을 휘두른 순간 전방을 향해 뛰어갔다. 그런 황휘찬을 따라 귄터와 쉴레가 동시에 따라 달렸다.
그 순간.
전방으로 일직선으로 뻗어 나갈 것처럼 나아가던 공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왼쪽으로 휘기 시작했다.
곡선을 그리며 휘어간 공은 류성우의 앞으로 떨어져 내렸다. 류성우가 빠르게 달려 나와 공을 차지하는 순간 톨리안과 귄터가 류성우의 앞과 옆을 가로막기 위해 달려 나왔다.
류성우는 공을 잡는 순간 자신에게 달려오는 선수들을 확인하고선 그대로 중앙으로 공을 찔러 넣었다.
원터치로 이뤄진 패스가 귄터가 빠져나간 자리를 스쳐 지나가면서 그대로 황휘찬의 발에 안착했다.
쉴레의 시선을 피해 한발 앞서 공을 차지한 황휘찬이 사선으로 골대를 향해 달려 나가는 가운데 손형민이 나란히 달리면서 패스를 어필하면서 쉴레의 시선을 분산했고 그 틈을 노리고 방향을 바꿔 직진하면서 쉴레와 거리를 벌렸다.
대각선 방향이긴 하지만 골대와 가까워지는 순간.
티모 호른이 골대의 공간을 좁히기 위해 앞으로 달려 나왔고, 황휘찬은 그런 티모 호른의 옆구리를 스쳐 지나가는 감아 차기를 시도했다.
티모 호른이 아차 싶어 손을 뻗었지만, 이미 공은 옆구리를 스쳐지나 골대 안 옆 그물을 뒤흔들고 있었다.
와아아아!
-고오오오오올! 전반 28분! 대한민국의 선제골!
-기가 막힌 역습이었습니다! 독일을 상대로 선제골! 좋아요, 아주 좋습니다!
골을 넣은 황휘찬이 그 자리에서 펄쩍 뛰어오르며 환호했고, 그런 황휘찬을 향해 동료들이 달려들었다.
“좋았어!”
“잘했다!”
“새끼, 골 한번 침착하게 잘 넣네!”
그것을 지켜본 신태형 감독도 아낌없이 박수를 쳤다.
원하던 그림이 제대로 그려진 순간이었다.
“좋아, 그렇게만 해라!”
신태형이 목소리를 키우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자, 이제 선수들 집중해야 해요. 통상적으로 선수들이 집중력이 가장 떨어지는 시기가 골을 넣은 직후입니다. 골을 넣은 직후 흐려진 집중력 때문에 동점 골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골 차이입니다! 점수를 더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점수를 지키는 것도 중요해요!
대한민국의 기세가 올랐다.
하지만 그만큼 선수들도 흥분했다.
다시 재개된 경기에서 대한민국의 선수들은 어떻게든 공을 빼앗아 공격을 이어 가기 위해서 저돌적으로 달려들었다.
“아.”
윤석은 인상을 찌푸렸다.
좋지 못했다.
공간과 간격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선수만 바라보고 달려드는 덕분에 빈틈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자신이 혼자 어떻게 한다고 빈틈을 좁힐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이장민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그 역시 흥분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저돌적으로 공을 가진 사람들을 추격하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신태형 감독의 얼굴이 대번 굳으며 버럭 소리친다.
“정신 차려라! 자기 자리 지키고 공간 봐야지! 뭐 하냐!”
쩌렁쩌렁, 신태형의 목소리가 필드 가득 울려 퍼질 정도로 들려왔지만, 제대로 듣는 선수들은 없어 보였다. 아니, 그의 목소리를 듣긴 했지만, 흥분으로 닫힌 시야가 펼쳐질 줄을 몰랐다는 게 맞는 것 같았다.
그 가운데 브란트가 공을 잡고 마이어와 나브리가 최전방으로 올라간다.
윤석도 빠르게 후방으로 내려가면서 마이어를 경계했다.
누누이 말하지만 혼자서 골을 해결할 수 있는 선수들이 즐비한 곳이 독일이었다.
몸을 돌려 움직일 때마다 상대 선수들의 위치를 파악하면서도 윤석의 얼굴은 펴질 줄 몰랐다. 젤케를 잡아 둬야 할 정승효는 브란트 쪽으로 치중되어 있었고, 장헌수가 젤케의 근방에 있는 사이에 나브리가 이승찬을 뒤에 두고 들어오면서 시선이 분산되고 있었다.
장헌수를 지원하자니 지금 자신의 앞에서 열심히 까불거리고 있는 작은 선수도 뭔가 한 건 해 줄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두고 갈 수가 없었다.
윤석은 등을 지고 그의 진입을 막으면서 언제든 수비수들을 지원할 수 있는 자세를 잡았다.
그때 브란트가 가벼운 발동작 하나로 심창민의 동작에 제동을 걸고서 그대로 안으로 파고든다. 확실히 기술의 차이가 보였다.
유려하게 움직이는 발은 일찍이 다른 상대 선수들에게서 본 적이 없었다.
기술보다 체력을 중시하는 한국 축구의 기풍 탓일까?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윤석은 입으로 중얼거리면서 마이어가 달려들어 오는 방향 그대로 따라 움직이면서 최대한으로 골대를 가렸다.
그사이 브란트는 정승효의 코앞으로 다가와 돌파할 듯하다가 그대로 공을 띄워 올렸다.
“음!”
공이 향하는 곳은 마이어의 뒤 공간이었다.
마이어가 윤석을 뚫고 들어갈 수 없을 듯하자 뒤에 공간을 활용하라는 듯 패스를 보낸 것이다. 마이어가 잽싸게 몸을 돌려 공을 향해 달려갔고, 윤석도 서둘러 마이어에게 달려갔다.
이번에는 마이어가 윤석에게 등을 지고 있었다.
윤석의 시야를 가린 상황.
마이어는 윤석의 피지컬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굳이 그와 부딪칠 생각을 하지 않고 마이어는 그대로 떨어지는 공을 옆으로 찔러 넣었다.
그곳에는 이승찬과 눈치 싸움을 하다 귀신같이 안으로 들어오는 나브리가 있었다.
상황이 좋지 못했다.
하지만 윤석은 움직일 수 없었다.
마이어가 공을 주자마자 공간을 찾아 들어오려 하고 있었고, 그것은 젤케도 마찬가지였다.
윤석은 좀 더 아래로 내려와 마이어를 견제하면서도 언제든지 젤케의 움직임을 막을 수 있는 위치를 잡으려 노력했다.
이승찬이 필사적으로 나브리에게 달려오는 사이, 나브리는 페널티 라인 인근에서 공을 옆으로 툭툭 차서 굴리다가 기습적으로 슈팅했다.
제법 거리가 있는 슈팅이었지만, 공은 빠르고 정확하게 골대 오른쪽 상단의 구석을 노리고 뻗어 나갔다.
철썩!
윤석도, 끝까지 젤케를 견제하던 장헌수도 어쩔 수 없는 벼락같은 슈팅은 그대로 골 망을 갈랐다.
-아, 동점 골입니다. 불과 10분 만에 독일이 동점 골을 만들어 냅니다.
-아까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골을 넣은 뒤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동점 골입니다. 골을 넣은 직후만큼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순간이 없습니다.
“이놈들…… 정신차리라니깐…….”
골을 넣고 환호하는 독일의 선수들을 바라보며 신태형 감독이 짜증스럽게 얼굴을 쓸어내렸다. 경기는 아직 전반 32분, 시간은 충분하지만, 골을 막는 것만큼이나 골을 넣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천금 같은 골을 지켰어야 하는 건데…….
“괜찮아, 괜찮아, 집중해! 다시 한번 만들면 된다! 집중해!”
신태형은 애써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선수들을 독려했다.
1골로 정신이 돌아온 모양인지 대한민국 선수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손형민이나 장헌수 같은 선배 선수들이 신태형을 따라 동생들을 독려했다.
“윤석아 미안하다, 내가 지원 나갔어야 하는데 정신없이 나갈 생각만 했네.”
이장민이 윤석에게 다가와 말했다.
윤석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다들 정신이 없었는데요. 뭘 저도 그렇고. 저라도 아까 형 같은 상황이었으면 앞으로 나가서 뺏으려고 했을 거예요.”
“자식, 말은.”
윤석은 씨익 웃고서는 위치로 돌아갔다.
경기가 다시 시작되면서 한국의 선수들이 공을 돌렸다.
독일은 이 기세를 이어 가려는 듯 빌드 업하면서 대한민국의 선수들이 하프라인을 넘어오지 못할 정도로 압박을 가했다.
좁은 공간에서 숨 막히는 압박을 통해 공을 빼앗고 공격을 이어 가려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지루한 공방이 이어 가면서 전반전이 마무리되었다.
-양 팀 1골씩 득점을 올린 상황에서 전반이 마무리됩니다. 선수들 지금까지는 아주 좋았어요. 후반에서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 주길 바라겠습니다.
-집중도가 흐려져 1골을 빼앗긴 것을 제외하면 독일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독일의 팀워크가 멕시코전에 비해 많이 살아났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완전치 못해요. 우리 선수들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습니다.
벌써부터 많이 지친 모습으로 선수들이 로커 룸으로 들어왔다.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매서운 표정의 신태형이었다.
“야, 봐라, 집중하라고 했지? 독일이 어디 빙다리 핫바지냐? 생각 없이 달려든다고 공을 내줄 애들이냐? 냉정하게 생각해라. 자라 온 환경이 다른 녀석들이다, 저것들이. 발 기술이 남달라 하나같이 다 골 넣을 수 있는 녀석들이라고 했잖냐, 어! 한 명이 들이받고 한 명이 경계하면서 공간 차단하고, 어! 인마들아, 어!”
벼락같이 쏟아지는 신태형의 호통에 선수들은 할 말이 없었다.
“다음이 멕시코다, 멕시코! 멕시코가 쉽냐? 무승부라도 하면 잘한 거라고 생각하지 말고 이길 생각을 해라! 그래야 적어도 지지 않을 경기를 하지 않겠냐? 필사적으로 최선을 다하자. 알았냐?”
“네!”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했다.
신태형의 말대로 다음은 멕시코.
지난 올림픽의 금메달을 획득한 국가였고, 유럽 유수의 국가들보다도 상대하기 어려운 올림픽의 강자였다.
독일을 잡자!
어려운 소리일 수도 있지만, 막상 붙어 보니 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비록 1골을 허용했지만, 선제골도 한국이었고, 한국의 공격 시마다 자신들만큼이나 매끄럽지 못한 독일의 선수들의 모습도 봤다.
마음을 다잡고 선수들은 다시 필드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