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5)
형제의 축구-5화(5/251)
형제의 축구 5화
한편, 자신의 팀을 뒤로 하고 동네로 차를 몰고 온 송진호는 신문 배급소를 먼저 찾았다. 인터넷이 생기고 점점 신문의 역할이 사라지는 요즘, 이 동네에서 신문 배달을 시킬 만한 배급소는 단 한 곳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난항이었다.
배급소 사장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 얼굴을 굳히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우리는 그런 애들 모릅니다. 어린 애들 함부로 쓰다간 경찰서 끌려갑니다, 끌려가요.”
“아이, 그러지 마시고. 제가 다 봤다 이겁니다. 그 아이들 여기서 신문 배달 하는 거 맞죠?”
송진호의 말에 배급소 사장은 더욱더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아, 글쎄, 우리는 그런 아이들 모른다니깐?”
“제가 아이들 부린다고 신고하려고 그러는 거 아닙니다. 아, 그렇지.”
송진호는 품에서 지갑을 꺼내 지갑 안에 명함을 사장에게 건넸다.
“축구 감독? 그런 분이 애들은 뭣하러……?”
사장의 말에 송진호가 입을 열었다.
“제가 감독이긴 한데, 프로 축구팀 스카우터도 했던 사람이라서요. 애들이 신문을 돌리는데 발로…….”
……하고 말을 이으려던 송진호 감독은 문득 발로 신문을 찬다는 이야기를 해 봤자 배급소 사장이 좋아할 리 없다는 것을 생각하고는 말을 바꿨다.
“아니, 발이 엄청 빠르더라고요, 작은 놈이. 큰 놈은 덩치도 좋고. 축구를 시켜 봐도 좋을 거 같아서 말이죠.”
송진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사장은 이내 고개를 저으며 담배를 입에 물고 말했다.
“축구는 무슨, 그 아이들 형편에? 거, 감독님 얼굴이 하도 간절해 보여서 솔직히 말씀드리는 건데, 걔들 축구할 형편이 아니에요. 요즘 세상에 걔들처럼 가난하게 사는 애들은 없을 겁니다. 축구할 돈은커녕 끼니 때울 걱정을 하는 애들인데요.”
“그래요?”
“예. 할머니 밑에서 사는 아이들입니다. 워낙 가난한데, 할머니 도와준다고 간곡하게 사정사정해서 알바를 시키고 있는데, 정말로 가난한 애들입니다. 오죽하면 고생하는 게 딱해서 배달 다녀온 애들한테 파인애플 같은 과일을 먹였던 적이 있는데 중학생 다 된 애들이 태어나서 처음 먹어 본다고 합디다, 파인애플을.”
파인애플이 귀하긴 하지만, 못 먹어 볼 과일은 아니었다.
그런 말을 들으니 무언가 애잔해지는 송진호였다.
“그래도…… 그런 애들 재능 썩는 게 아깝지 않습니까.”
송진호의 말에 가만히 생각하던 사장이 입을 열었다.
“그러면…… 뭐, 사실 나도 걔들 집은 정확히 모릅니다. 어느 동네 사는지 알지.”
“그래요? 어디요?”
“저 위에 있잖소, 신앙촌. 거서 삽니다, 걔들.”
신앙촌.
부천에서, 특히 이 동네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모를 리가 없었다.
벌써 반백 년 가까이 자리 잡고 있는 신앙촌은 한때는 사이비나 다름없는 종교 단체의 터전, 지금에 와서는 가난한 사람들의 터전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재계발로 인해서 점점 사라져 가는 그런 곳이었다.
“허…… 아무튼, 감사합니다, 사장님. 아, 신문 꾸준히 보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만약 아이들에게 관심이 가거든…… 잘 봐줘요. 축구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만.”
사장이 그리 말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서자 송진호는 꾸벅 인사를 하고선 차를 몰아 신앙촌으로 향했다.
신앙촌 문턱에 선 송진호는 차에서 내려 신앙촌을 바라봤다.
한쪽에선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었고, 그나마 남은 신앙촌의 집들은 마치 폐가와도 같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가뜩이나 추운데 더 춥게 느껴지네.”
그 분위기에 압도되어 송진호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도 걸음을 옮겼다.
차를 타고 들어가고 싶었지만, 좁은 콘크리트 골목길인데다가 그 콘크리트 길조차도 다 깨지고 닳아서 걷는 것조차도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허, 무슨 쌍팔년도 보릿고개도 아니고…….”
지나가면서 집들을 바라보며 송진호는 자신도 모르게 혀를 찼다.
이리저리 균열이 잔뜩 가서 언제 무너져도 이상할 거 없는 집들이 신앙촌 골목 양옆에 잔뜩 자리 잡고 있었다. 어떤 집은 이미 무너진 벽을 판넬로 고정하고 비닐 천으로 막아 둔 집들도 있었고 지붕도 제대로 없어서 어디서 주워 왔는지 모를 합판과 패널 같은 것들로 대충 지붕을 만들어 놓은 곳도 있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이 찢어지게 가난하진 않았어도 그렇다고 유복했다고 절대로 볼 수 없었던 것을 생각하더라도 그 시절 살던 집보다도 형편없는 집들이었다. 그 당시 모두가 배고프고 가난했던 시절로 돌아가도 이런 집에서 어떻게 사느냐 생각했을 것 같다.
“어이쿠.”
그러는 가운데 콘크리트 길을 잘못 디뎌 하마터면 발목이 나갈 뻔했다.
“뭐 이런 길이…….”
정부에서 관심을 끊었다는 것을 보여 주듯 신앙촌의 골목길은 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지 오래였다.
바닥에 들러붙었던 콘크리트의 자갈들이 발로 차면 떨어져 나갈 정도로 형편없었다.
“허, 이런 집에서 산다면…… 하고 싶어도 축구를 못 하겠네.”
축구화 가격만 해도 아무리 싼 시장 보세 신발을 사도 3만 원은 할 거다.
이런 집에서 살 형편이면…… 3만 원도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그나저나 얘들 집은 어디야?”
송진호는 너무 무턱대고 왔나 싶은 마음에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행이라면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신앙촌이 달라졌다는 거랄까?
무슨 이끌림에 아이들을 보려고 여기까지 왔는지 자신도 모르지만 송진호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이왕 마음먹은 거 아이들을 보기 위해서라도 신앙촌 전체를 뒤져 볼 생각을 했다.
그리 마음을 먹으니 막막했던 발걸음이 가볍다.
“어이쿠, 이런 또…….”
그것도 이내 발을 헛디뎌 멈추게 되었다.
“에이, X팔.”
절로 욕이 나오는 가운데…….
“음?”
송진호의 귀에 어떤 소리가 잡혔다.
쿵. 쿵.
무언가 벽을 때리는 소리가 들려온 거다.
“이거…… 공사 소리인가?”
웅성웅성.
하지만 이내 들려온 소리에 송진호의 얼굴이 밝아졌다.
남자 아이들의 목소리였다. 이 좁은 골목에 인적이 없다 보니 아이들의 목소리가 멀리 있는 것 같은데도 들려온 것이다.
“니들이냐?”
며칠 전 봤던 아이들, 이름이…… 윤석과 정우였던가.
그 아이들이라 내심 짐작하며 송진호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가면서도 몇 번이나 헛디딜 뻔했지만 걷다 보니 고른 길을 찾아 갈 수 있는 기술이 생겼다.
점점 빨라지는 발걸음으로 작은 고개를 하나 넘는 순간.
“아.”
송진호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윤석, 정우 형제였다.
누가 가져다 놓은 건지도 모를, 골목길에 흔하게 보이던 다 낡아 빠진 축구공을 가지고 형제는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
“자, 찬다.”
덩치가 큰 아이, 형인 윤석이 공을 가운데 두고 뒤로 물러선다.
쾅!
뒷걸음질 치다가 앞으로 달려가며 윤석이 공을 슈팅했다.
차는 폼이 제법이다, 하고 느껴지는 순간 송진호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공이 힘 있게 뻗어나가 허름한 담벼락을 때렸는데…….
“이게 이제 중학교 1학년 슈팅이라고…….?”
담벼락이 쿵, 하고 울릴 정도로 힘 있고 빠른 슈팅이었다.
도저히 중학생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슈팅.
자신이 가르치는 대학생 중에서 지금 이 슈팅보다도 약한 슈팅을 하는 아이들이 있는 것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힘이었다.
“덩치가 보통이 아니더만…….”
감독이 혀를 내두르는 사이, 담벼락을 때리고 굴러가는 공을 향해 체구가 작은 아이, 동생 정우가 달려가고 있었다.
평탄하지 않은 다 깨진 아스팔트 길 위를 평지처럼 매우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자세히 보면 몇 번 헛디뎠는데도 개의치 않았다.
“발목 힘.”
송진호는 헛디뎌 발목이 꺾이려는 와중에도 빠르게 달리면서 부상을 입지 않는 것을 보고서 직감적으로 정우의 발목 힘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 가운데 정우는 굴러가는 공을 왼발 발등으로 차서 자신의 앞으로 가져가더니 이내 오른발을 이용해 부드럽게 턴해서는 형에게 달려갔다.
“허……!”
송진호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길 탓에 이리저리 불규칙하게 바운드되는 공을 가지고 녀석은 발을 이용해 살짝살짝 터치하면서 부드럽게 드리블해 달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공이 위로 튀면 발등으로 누르고, 옆으로 흐르면 옆 발로 막아 내면서 마치 아무런 장애물이 없는 깔끔한 평지 위에서 드리블하듯, 그리고 공을 끌고 감에 있어서도 공이 없는 것처럼 막힘없이 달려가고 있었다.
문득 브라질이 생각나는 그런 움직임이었다.
축구 제국으로도 불렸던 브라질의 아이들은 가난한 환경에서 형편없는 골목길에서 그 화려한 발기술을 배운다고 한다. 예측하지 못할 공의 움직임을 컨트롤 하면서 자연스럽게 볼터치 능력이 향상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던가?
마치 그 브라질의 축구 유망주들과 같은 아이가 지금 감독의 눈앞에 있었다.
척박한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볼을 자신의 신체 일부처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그런 아이가 말이다.
“보물이구나.”
송진호는 생각했다.
“전례가 없을지도 모르는 보물.”
자신이 스카우터 노릇을 하면서, 아니, 축구공으로 밥 벌어먹자고 다짐한 이래로 본 적이 없었던 다이아몬드와 같은 보물을 자신이 발견했다고 말이다.
“좋아, 찬다!”
쾅!
그것도…….
둘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