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51)
형제의 축구-51화(51/251)
형제의 축구 51화
분노
올림픽은 젊은 유망주들의 각축장이다.
정작 유럽국가들은 관심이 적은 편이긴 했지만, 그래도 메달 욕심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포르투갈을 4 대 0으로 무찌른 독일이 일찍이 준결승전 진출을 한 가운데, 덴마크에게 덜미를 잡히면서 1점 차로 조 2위로 진출한 브라질은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축구를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듯 나이지리아를 5 대 0으로 대파하면서 독일과 마주하게 되었다.
반대편 각각 온두라스와 덴마크를 격파하고 준결승전에 진출한 대한민국과 콜롬비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월드컵에서 6 대 0으로 치욕적인 패배를 당한 브라질의 젊은 선수들이 독일의 젊은 선수들을 상대로 복수전을 펼친다는 식으로 기사가 퍼졌기 때문이었다.
한때는 세계 최강이라 불리며 세계적인 선수, 전설로 불리는 선수들을 줄줄이 배출했지만, 점차 과거 영광의 빛이 바래고 있는 브라질, 전차 군단으로 불리지만 세대 교체를 통해 아픈 시간을 보내와 마침내 결실을 맺고 세계 최강으로 자리 잡은 독일.
젊은 선수들의 각축장인 올림픽이라고 해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빅 매치였다.
결과는…….
브라질의 승리였다.
브라질은 네이마르의 활약에 힘입어 2 대 0으로 승리를 거머쥐며 일찍이 결승전에 올랐다.
이제 남은 것은 대한민국과 콜롬비아의 대결.
최소 은메달 확정이냐, 아니면 동메달을 쟁취하기 위해 독일과 또다시 박 터지는 싸움을 하게 될 것이냐가 이번 경기에서 결정될 것이다.
콜롬비아는 사실 조별 예선에서 만난 독일이나 멕시코와 비교한다면 단순 전력으로만 본다면 어려운 상대는 아니라고 볼 수 있었다.
언론에서는 그로 인해서 벌써부터 은메달은 확보했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었지만, 정작 이들을 상대해야 할 신태형은 진중했다.
시합을 앞두고 로커 룸에서 준비하는 선수들에게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솔직히 네임 밸류로 따지면 우리나라가 더 무게감이 있을 정도로 콜롬비아에서 특출난 선수가 없는 건 사실이야.”
선수들을 잠시 바라보던 신태형이 말을 이었다.
“그래도 조심해라. 우리나라는 의외로 유럽에는 강한 모습을 보이지만 옛날부터 기술이 좋은 남미 축구에는 쥐약 같은 모습을 보였어. 멕시코 때 어땠냐? 힘들었지? 콜롬비아도 마찬가지일 거다. 하나하나가 판타지 스타처럼 생각지도 못 한 방법과 기술로 너희들을 뚫고 골로 연결할 녀석들이야. 게다가 비겁한 수도 잘 써. 남미 애들이 좀 그래. 사짜야 다들.”
그 비겁함으로 멘탈을 흔드니 멘탈이 단단한 편이 아닌 어린 선수들은 쉽게 흥분할지도 모른다. 신태형은 그게 제일 걱정되었다.
“그러니 골대와 가까운 거리에서는 슬라이딩 태클은 최대한 자제해라. 녀석들 할리우드 액션 당해서 열 받니 뭐니 하지 말고. 알았냐?”
“예!”
선수들의 외침에 신태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불안했다.
그러다 문득 그의 시선에 들어오는 한 사람.
커다란 덩치를 가지고 있는 주제에 유연하게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한윤석이었다.
“윤석아! 형들이 흥분해서 난리 치고 그러면 네가 한 대씩 쥐어박아라. 정신 차리라고. 감독인 내가 허락할게!”
신태형의 말에 선수들의 시선이 모두 윤석을 향한다. 윤석은 자신에게 시선이 쏠리자 스트레칭하던 것을 멈추더니 따로 챙겨 온 호두를 손에 쥐었다.
까드득.
그 단단한 호두 껍데기가 윤석의 손에서 처참하게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윤석은 손에서 우수수 떨어지는 껍데기 속에서 호두의 속살을 하나 집어 먹으면서 웃었다.
“그럴까요?”
“어우, 야…….”
“가, 감독님, 그 말씀은 철회해 주시는 게…….”
윤석이 덩치만 있는 놈이라면 우습게 여기겠지만, 윤석은 인간 병기요, 흉기였다.
호두를 맨손으로 깨부수는 악력을 지닌 녀석이었다.
그뿐이랴? 공으로 사람의 손가락을 깨부수는 각력도 지니고 있었다.
타고난 힘은 또 어떤가?
임꺽정의 재림이다.
“아냐, 윤석이 열의를 생각해서라도 그렇게 하라고 해야겠어. 때리는 건 좀 그렇고, 흥분해서 뭔가 사고 칠 것 같으면 정신 차리라고 그 손으로 머리라도 꽉 쥐어뜯어라.”
“아, 감독님!”
“보세요, 호두 부숴 먹는 거!”
“호두보다 머리통이 더 단단하지 않겠냐?”
신태형의 농담 속에서 선수들은 긴장을 풀어 나갔다. 결연하게 경직된 분위기가 풀린 것 같자, 신태형 감독은 다시 진지하게 말했다.
“아무튼, 잘하자. 집중하고. 흥분하지 말고. 알았냐?”
“알겠습니다!”
선수들이 로커 룸을 빠져나왔다.
-마침내 4강전입니다! 대한민국 대 콜롬비아. 과연 대한민국은 콜롬비아를 넘어 결승으로 진출할 것인가.
-콜롬비아는 남미의 국가인 만큼 기술이 좋습니다. 이럴수록 중요한 것은 집중력이고, 전술입니다. 선수들이 그 점을 유의하고 경기에 임했으면 합니다.
-네, 오늘 한국의 선발 라인업입니다.
FW 류성우 석준현 손형민
MF 문창준 한윤석 권장훈
DF 심창민 정승효 장헌수 이승찬
GK 구성훈
이상입니다.
오늘 신태형 감독은 공격적인 4-3-3 포메이션을 활용합니다. 한윤석 선수가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닌 중앙 미드필더로 뛰게 되겠군요. 활동량이 많아지겠지만, 공수의 전환을 책임지는 플레이 메이커로 활약할 것 같습니다.
-오늘 신태형 감독은 한윤석 선수의 수비적인 능력보다도 공격적인 능력을 더욱더 끌어 올릴 생각인 듯싶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에서도 빌드 업을 통해 공격을 결정지을 정도로 뛰어난 선수인 게 한윤석 선수인데 보다 더 위로 올려 보냈다는 것은 그 모습을 더 자주 연출해 달라는 것이죠.
-이제는 올림픽 대표 팀에서 빠질 수 없는 선수가 되었습니다.
“아따, 오늘도 사람 많네.”
문창준이 경기장을 바라보며 그리 말했다.
“그러게요.”
문창준의 앞에 있던 윤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창준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야, 어제 너네 동생 또 골 넣었더라?”
“네, 6경기 연속 골이더라구요.”
“와, 미쳤네, 진짜 동생 뭔가 일내려나 보다. 프리미엄 올라오면 진짜 걔 막느라 박 터지겠는데?”
“하하, 벌써부터 그런 걱정 하세요?”
“인마야, 거의 1경기 1골인데, 그 정도 결정력 가진 선수가 얼마나 된다고.”
“그런가…….”
윤석은 머리를 긁적이면서도 속으로는 웃음을 지었다.
26경기 25골, 최근 6경기에서만 13골을 넣은 정우.
동생은 자신이 없는 동안 자신이 당부한 대로 골을 팍팍 넣으면서 팀을 이끌어 가고 있었다.
‘이제 내가 동생의 당부를 지켜야겠지.’
메달.
이번 경기만 이기면 최소한의 약속은 지키게 되는 셈이었다.
-선수들 나옵니다. 아, 이렇게 보니 한윤석 선수를 안 보려야 안 볼 수가 없네요. 필드 위에서 가장 큽니다. 한눈에 들어오네요.
-상대편 콜롬비아 선수들의 평균 신장이 낮다고 하는데, 그래서 더 한윤석 선수가 돋보이고 있네요. 중원에서 공중 볼 경합은 어림도 없을 거 같습니다.
-콜롬비아가 세트피스를 주의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입장한 뒤 각자의 위치를 잡고 필드의 위치와 선축을 정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린다.
-경기 시작됩니다!
콜롬비아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 * *
한국 시각으로 야심한 새벽인 3시 45분.
Rrrrrrrrrrr……!
요란하게 울리는 알람 소리에 정우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시작이야?”
경기를 치른 직후인지라 무거운 몸을 일으키며 정우는 방에서 빠져나왔다.
“할머니?”
거실은 벌써부터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고, TV도 켜져 있었다.
축구 경기 제대로 봐야 한다면서 오래된 TV를 치우고 인터넷에서 싸게 주문한 LED 평면 TV 앞에는 할머니가 평소와 달리 경직된 얼굴로 TV를 바라보고 있었다.
“더 자지 않구, 인났나?”
“형, 경기 봐야지. 할머니 안 잤어?”
정우는 모처럼 경기를 치르자마자 집으로 온 뒤였다. 할머니와 함께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서 구단 허락을 얻었다.
“일어난 겨. 나이를 먹음 아침잠이 없응께.”
“하긴…….”
할머니는 항상 저녁 9시, 10시쯤에 주무시고 4시 전후에 일어나셨다. 손주를 키우기 위해 일찍 일어나 일을 하던 습관이 그대로 남아서 지금도 생활 패턴이 그대로 굳어진 거였다.
정우는 TV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할머니를 보고 피식 웃음을 흘리고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들이켜고 자신도 할머니 옆에 앉았다.
“니 형 봐라. TV서 봐도 훤칠하네!”
“그러게, 경기장에서 형만 보인다.”
“잘해야 할 터인데.”
할머니는 자신이 경기를 뛰기라도 하는 것처럼 긴장해서는 두 손을 꽉 붙잡고 있었다. 그런 할머니의 손을 잡아 주면서 정우는 웃으며 말했다.
“이길 거야, 할머니. 형이잖아.”
“그려, 우리 장남이지. 잘할 겨.”
할머니 시선 가득, 클로즈업되는 윤석의 모습이 가득 들어왔다.
그 작고 어리던 아이가 장성해서 태극 마크를 달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할머니가 가장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어디 다치지 않고 몸 성하게 돌아오는 것뿐이었다.
* * *
콜롬비아는 시작부터 거세게 공격적으로 나왔는데, 그들은 중원이 아닌 측면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중원을 거의 거치지 않고서 대한민국의 진영으로 넘어오려 했다.
그들도 중원을 지키고 있는 윤석의 존재를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중원의 선수들은 곧바로 측면으로 볼을 배급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단순히 중원을 피하기 위해서 한 그들의 선택이 의외의 결과를 낳았다.
대한민국의 간격이 넓어진 것이다.
아무래도 양 측면을 견제하기 위해서 좁은 공간을 만들지 못한 탓이 컸다.
넓어진 공간에서는 아무리 한윤석이 날고 기더라도 그를 피할 수 있는 곳이 많았기 때문에 약삭빠른 그들은 중원에서도 활로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대한민국이 간격을 좁히며 가두기라도 하려면 어김없이 측면으로 볼을 돌려서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기세는 그렇게 콜롬비아로 넘어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렇다고 대한민국이 손해를 보고 있지는 않았다.
정작 최전선에서 번번이 막혀서 더 깊이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크로스를 올리면 신장이 높은 대한민국이 공중 볼을 장악하고 있어 어려웠고, 그렇다고 중앙으로 침투하고자 한다면 어김없이 중원 라인이 수비진과 간격을 좁혀 수비의 가담에서 뚫고 들어가는 게 어려웠다.
-영양가 없는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느덧 전반전도 절반이 흘러가고 있지만, 양 팀 이렇다 할 유효 슈팅 하나 거두지 못하고 있어요.
-지루한 공방은 선수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습니다. 이럴수록 더 긴장해야 해요. 언제 기습적으로 파고들어 올지 모릅니다.
-아!
해설들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선수가 벼락같이 좁은 공간에서 두 명의 선수를 따돌리면서 공간을 만들고 파고들어 오기 시작한다.
가벼운 상체 페인트와 발재간을 부리는 것뿐인데도 속도가 붙어서 막는 게 쉽지 않았다.
공격형 미드필더의 위치에 있던 그 선수가 어느새 페널티에어리어 가까이 다가서는 순간!
-한윤석!
윤석이 나타나 그 선수에게 바짝 붙어 발을 가져갔다. 그 선수는 반칙을 유도하기 위해 공을 바깥을 돌리며 한윤석의 다리에 자신의 다리를 가져갔는데, 윤석은 그것을 귀신같이 눈치채고 발을 뒤로 빼고서 몸싸움만을 시도했다.
윤석을 밀어내지 못하고 시간을 끄는 사이에 대한민국은 공간을 정리하고 다른 선수들을 마크하면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틈을 주지 않았다. 그 선수는 어쩔 수 없이 윤석을 등진 채 몸을 돌려 공을 뒤로 빼 준다.
꾸욱.
그러면서 뒤로 물러서는 가운데 노골적으로 윤석의 발을 밟아 온다.
“음.”
윤석의 눈썹이 꿈틀했다.
모르고 한 거라고 하기엔 너무 노골적이었다.
시선이 마주치자 콜롬비아 선수는 기분 나쁜 웃음을 지어 보인다.
“도발인가.”
다분히 윤석을 도발하려는 의도가 보였지만, 윤석은 개의치 않았다.
그 정도에 휘둘리기에는 윤석은 이런 일에 아랑곳할 성격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콜롬비아의 도발은 멈추지 않았다.
그것은 윤석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고, 다른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몸싸움이 시작된다 하는 순간에 심판의 눈을 피해 교묘하게 한국 선수들을 건드렸다.
옆구리를 찌르고, 꼬집기도 하고, 윤석에게 한 것처럼 발을 밟거나 심판이 보지 못하게 몸싸움을 하면서 선수를 손으로 민다.
그리고 결국 참아 오던 게 터졌다.
“야, 이 개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