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52)
형제의 축구-52화(52/251)
형제의 축구 52화
공을 몰고 위로 올라가려다가 태클을 당하며 공을 놓치고 넘어지는 순간 상대방 선수의 주먹에 얼굴을 맞은 권장훈이 붉어진 얼굴로 벌떡 일어나 그 선수에게 다가간다.
그 선수는 억울하다는 듯 양손을 들어 올리면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연기하고 자빠졌네, 야, 게임 그따구로 할래?”
권장훈은 정색을 하고서 콜롬비아 선수에게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콜롬비아 선수들이 몰려들어 왔고, 한 선수가 권장훈을 밀었다.
“어? 이거 보게?”
가슴을 밀려 뒤로 주춤한 권장훈은 인상을 굳히고 그에게 다가가려 했고, 그 선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흥분이 터져 나오는 순간.
다급하게 양 팀의 선수들이 각자의 동료를 붙잡고 말리기 시작했다.
심판 역시 이 상황을 중재하기 위해서 다가와서 권장훈과 콜롬비아 선수에게 구두 경고를 내리고는 반칙을 저지른 선수에게도 마찬가지로 구두 경고를 내렸다.
옐로카드, 아니, 퇴장이 나와도 할 말이 없을 상황이었기에 권장훈이 억울하다는 듯 심판에게 다가와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맞았다고요, 주먹으로.”
얼굴이 빨갛게 오른 자국이 있었지만, 심판은 고개를 저었다.
고의가 아니라 넘어진 과정에서 어쩌다 보니 생긴 일이라고 판단한 듯싶었다. 그게 억울해서 항의하는 가운데 아까 장훈을 밀친 콜롬비아의 선수가 다시 다가와 장훈을 밀쳤다.
“아니, 이 새끼가……!”
장훈이 욱해서 주먹을 쥐었다.
싸움이라도 날 것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
커다란 덩치가 두 사람 가운데 끼어들었다.
“형, 그만하세요.”
윤석이었다.
자신의 앞을 막는 윤석을 보고 순간 권장훈이 멈칫했다.
“이대로 흥분하면 감독님 말씀하신 대로 저 자식들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겁니다. 참으세요, 형.”
“끙…….”
동생의 말을 듣고 장훈은 앓는 소리를 냈다.
그 가운데 윤석이 나타나자 움찔하던 콜롬비아의 선수가 호기롭게 윤석에게 뭐라 뭐라 말을 하기 시작한다. 그게 좋은 뜻이 아님을 직감적으로 알고서 윤석은 인상을 굳히고 가만히 그를 바라보며 한 걸음 내디딘다.
움찔.
다가오는 윤석을 보고 콜롬비아 선수가 움찔 놀라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선다. 또다시 윤석이 한 걸음 다가서자 이번에는 기가 죽어 윤석의 시선을 피했고, 윤석이 한 걸음 더 나서자 이번에는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윤석의 남다른 기세에 무서울 게 없는 콜롬비아의 선수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윤석은 항의하러 다가오는 콜롬비아 선수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무서운 시선을 주고서는 심판을 바라봤다.
선수들의 항의가 멈추자 심판은 윤석을 힐끔 바라보곤 대한민국의 프리킥을 선언했다.
“잘했다, 윤석아.”
주장인 장헌수가 자신을 대신해서 상황을 정리한 윤석의 어깨를 두드려 줬다.
“아니에요, 제가 뭘 했다고.”
그러자 장훈이 입을 열었다.
“야, 진짜 너 아니었음 주먹질할 뻔했어, 잘했어.”
“형, 또 그러면 감독님이 시킨 대로 할 거예요?”
윤석의 말에 이번엔 장훈이 움찔했다.
“하, 하하, 조, 조심할게.”
윤석은 어색하게 웃는 장훈에게 마주 웃어 주고는 시선을 돌리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콜롬비아 선수를 발견했다. 그는 윤석과 시선이 마주하자 바로 시선을 피했다.
“남미가 험한 동네라고 하더니만, 별거 없네요, 형.”
“너라서 그래, 자식아.”
“음.”
약간의 소동이 수습되고 다시 경기가 시작되었다.
프리킥은 윤석이 차게 되었다.
윤석은 힘 있게 공을 차 전방으로 공을 보냈고, 공은 손형민의 발 앞에 떨어졌다.
요주 인물인 손형민이 공을 받아 들자 콜롬비아 선수들이 분주해진다.
손형민은 공을 가지고 중앙으로 침투해 들어오다, 자신을 막기 위해 두 명의 수비수가 길을 막고 선 것을 보고 그대로 공을 옆으로 굴려 석준현에게 패스했다.
뻗어 오다 바닥에 한 번 튕겨서 튀어 오르는 공을 향해 석준현이 발을 휘둘렀다.
펑!
석준현의 슈팅이 뛰어온 수비수의 허벅지에 막혔다.
높이 뛰어오른 공을 향해 선수들이 몰려왔다.
슈팅한 뒤 곧바로 공중 볼 경합에 참여한 석준현은 헤딩으로 공을 따내 옆으로 떨궈 줬다. 다가온 류성우가 다시 슈팅했다.
이번에는 다른 수비수가 등으로 공을 막아 내면서 공이 골대 반대쪽으로 튕겨 나갔다.
그리고…….
-한윤서어억!
떨어져 내리는 루스볼을 향해 분주히 달려온 한윤석이 달려오고 있었다.
“알아서들 피해요!”
윤석은 그리 소리치곤 그대로 힘껏 슈팅했다.
쾅!
소리부터 다른 한윤석의 슈팅이 빠르게 뻗어 나갔다.
떵!
-아, 아쉽습니다. 한윤석 선수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밖으로 나가네요. 제대로 뻗은 슈팅이었는데 간발의 차이였습니다.
우우웅…….
공이 때린 골대가 진동하자 골키퍼는 그것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확실히 남다른 슈팅이었다.
골키퍼에게 공포심을 심어 주는 슈팅이었다.
“아쉽다, 죽일 수 있었는데!”
그걸 보면서 류성우가 말했다.
“죽이다뇨, 형!”
“죽이려고 찬 슈팅 아니었어?”
류성우의 장난기 어린 말에 윤석은 당황하다 말고 웃음을 흘렸다.
“그러게요, 형, 맞힐 수 있었을 텐데.”
“뭐야? 날 죽이려고 한 거였어? 이 자식!”
-콜롬비아 선수들의 도발로 선수들이 흥분해 있었는데, 금방 멘탈을 수습한 모습입니다. 지금과 같이 흔든다고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경기를 이어 나가면 충분히 이길 수 있습니다!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는 콜롬비아 선수들의 기량이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닙니다!
콜롬비아는 개인 기술을 최대한으로 살리는 전술을 택한 게 아니라, 상대를 도발해 멘탈을 흔드는 방법을 선택한 모양이었다.
지금도 연신 거친 플레이로 한국을 도발하려 하고 있었다.
그에 따라 한국의 플레이도 조금 거칠어지긴 했지만, 지나치게 흥분해서 경기를 망칠 정도로는 되지 않았다.
그렇게 치열한 경기는 양 팀 모두 소득을 얻지 못하고 전반전이 마무리되었다.
로커 룸에서 휴식을 취하고 다시 필드로 나선다.
콜롬비아는 대한민국이 쉬이 도발에 넘어가지 않자 멘탈을 흔드는 수를 거두고 시작부터 제대로 공격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다른 건 몰라도 측면을 통해 빠르게 올라오는 그들의 드리블 실력은 남다르긴 했다. 국가마다 스타일이 다르긴 하지만 남미가 공통적으로 발 기술이 좋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이승찬, 따돌려집니다! 그대로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어 오는 콜롬비아!
이승찬이 뒤를 허용하면서 콜롬비아 선수가 빠르게 중앙으로 침투해 들어간다. 이승찬을 대신해 장헌수가 그를 맞이하러 나가자 그는 올라오지 않고 일직선으로 공을 몰고 가다가 장헌수의 뒤로 파고드는 콜롬비아의 공격수에게 공을 찔러 넣었다.
-위험합니다아아!
해설이 비명처럼 외치는 사이.
언제 나타났을지 모를 한윤석이 콜롬비아 공격수에게 공이 닿기 전에 나타나 공을 걷어 냈다. 그 순간 콜롬비아의 공격수는 이미 공이 떠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발을 내밀었다. 달려오면서 공을 걷어 낸 뒤라 윤석은 꼼짝없이 공격수의 다리에 걸려 넘어졌다.
쿵 하고 바닥에 쓰러지는 순간 공격수의 눈이 흉흉하게 빛났다.
그대로 쓰러진 윤석의 머리 위로 발을 세운다.
스터드가 눈앞으로 다가온다 생각한 순간 눈이 번쩍한다.
퍼억!
“크윽!”
윤석은 그대로 얼굴을 부여잡았다.
주심의 휘슬 소리와 함께 선수들이 모여들었다.
윤석의 옆에서 그 모습을 생생하게 지켜본 장헌수는 이성을 잃고 그대로 콜롬비아 선수에게 달려들려 했고, 정승효가 잽싸게 달려와 장헌수를 붙잡았다.
“놔, 자식아! 저 새끼 노리고 그런 거야, 미친놈!”
“그래도 참아요, 형. 경기 중이잖아요.”
“경기가 뭐 어때서! 윤석이 좀 봐라!”
몰려들던 대한민국의 선수들은 장헌수의 말에 윤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허!”
얼굴을 가린 손 틈 사이로 진득한 피가 철철 흘러내리고 있었다.
벤치에서도 난리가 났다.
-아, 한윤석 선수 심각한 부상 같습니다!
-콜롬비아 선수 다분히 고의적이었습니다! 접촉이 없었어요, 본인이 일부러 넘어뜨린 것도 잘못된 건데 얼굴을 저런 식으로 밟나요! 스터드는 흉기나 다름없습니다!
“야, 윤석아 괜찮냐?”
“어디가 다친 거야 얼굴 좀 보자.”
형들이 윤석에게 몰려들었다.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돌아온 윤석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피가 흥건하다.
얼굴도 마찬가지.
흘러내린 피로 얼굴 전체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이마가 찢어진 것 같네요.”
윤석은 침착한 목소리로 말하면서 자신의 이마를 더듬어 봤다. 살가죽을 그대로 베어 들어간 모양이다. 다행히 깊은 것은 아니었지만, 길게 찢어진 데다가 혈관을 건드린 모양인지 피가 멈추질 않았다.
“하하…….”
윤석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흘리더니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밟은 선수를 찾았다.
심판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그를 발견한 윤석은 피가 흥건한 손을 굳게 쥐고서 그에게 다가갔다.
“야, 야, 말려!”
“윤석이 폭발한다!”
문창준과 권장훈, 심창민이 다급하게 윤석을 잡았다. 하지만 윤석을 말릴 수는 없었다. 윤석은 그 세 사람을 질질 끌면서 그대로 그 선수에게 다가갔다.
얼굴이 피로 물든 채, 장정 셋을 달고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걸어오는 그 모습은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흉신악살과도 같아 보였다.
절로 자신의 만행이 상기되면서 콜롬비아의 공격수는 침을 꿀꺽 삼켰고, 다급하게 콜롬비아의 다른 선수들이 윤석의 앞을 막아선다.
“아아, 안 때릴 테니까, 비켜. 형들도 놔줘요. 할 말이 있어서 그러니까.”
윤석의 목소리는 화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깊이 가라앉아 더없이 차분해 보였다.
슬그머니 형들이 자신을 놓자 윤석은 콜롬비아 선수들을 헤치고 들어가 그 선수를 마주했다.
“아무리 이기고 싶어도, 이건 아니지. 그지?”
윤석의 한국말을 알아들을 리 없는 그가 긴장한 얼굴로 윤석을 바라보는 가운데 심판도 긴장하며 윤석을 바라봤다. 윤석은 심판을 향해 흉측하게(?) 씨익 웃음을 보이며 안심하라는 무언의 제스쳐를 취하고는 공격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악수하자고, 악수. 악수 모르나?”
공격수는 멀뚱히 윤석을 바라봤다.
윤석은 피식 웃고는 피 묻은 손을 그대로 콜롬비아 공격수의 어깨를 두들겨 주고는 자신에게 달려오는 팀 닥터에게 마주 걸어갔다.
“…….”
피 묻은 자신의 유니폼을 멍하니 바라보는 공격수를 바라보며, 심판은 마침내 카드를 꺼내 들었다.
피보다 더 소름 돋는 붉은색의 카드였다.
“……Why?”
공격수가 억울하다는 듯 말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심판이 제대로 그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이었다.
-콜롬비아, 결국 자신들의 꾀에 넘어가게 됩니다. 퇴장을 당하게 되네요. 충분히 퇴장이 나올 만한 상황이었어요.
-살인이나 다름없는 행위를 할 뻔했습니다. 잘못해서 눈이라도 맞았다면…… 아, 정말 천만다행이네요. 한윤석 선수는 압박붕대만 하고 곧바로 경기에 투입됩니다. 생각보다 상처가 깊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고통이 상당했을 텐데,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확실히 배짱이 남다른 것 같네요. 퇴장당해 나가는 콜롬비아 선수의 유니폼에는 한윤석 선수의 손자국이 보입니다.
“그래, 해보자 이거지.”
윤석은 이를 악물었다.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지만, 사실 차갑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 * *
“아이고, 윤석아!”
피를 철철 흘리는 형의 모습을 보고 할머니가 기겁했다.
손이 벌벌 떨리는 게 장손이 잘못되기라도 할까 봐 겁내고 있었다.
“아, 저 개자식! 진짜 못됐네!”
정우는 흥분해서 할머니 앞인 것도 잊고 욕을 내뱉었다.
그 가운데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차갑게 상황을 정리하고 다시 필드로 들어오는 형의 모습이 비친다.
“와, 쟤들 어쩌냐…….”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정우는 안다.
남들은 화내지 않고 침착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지금 형은 누구보다도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건드리면 큰일 낼 사람을 건드렸네…….”
정우는 화를 내던 것도 잊고 혀를 끌끌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