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53)
형제의 축구-53화(53/251)
형제의 축구 53화
“야, 너 진짜 괜찮냐?”
다시 경기를 준비하면서 권장훈이 지나가면서 윤석에게 물었다.
“네, 괜찮아요.”
윤석이 표정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리 말하고 휙 하니 가 버리자 장훈은 걱정되면서도 괜찮은가 싶어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
그 가운데 수비 진영에서 장헌수가 프리킥을 준비했다.
“헌수 형!”
윤석은 그런 헌수에게 자신에게 공을 달라고 어필했다.
멀리 공을 찰 준비를 하던 헌수는 윤석을 보고서 잠시 생각하다가 휘슬이 울리는 것을 듣고서 윤석의 요청대로 윤석에게 공을 패스했다.
조금 아래로 내려와 헌수의 공을 받은 윤석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즐비한 콜롬비아의 선수들, 그리고 동료들이 보였다.
“…….”
윤석은 말없이 공을 몰아갔다.
그런 윤석을 막기 위해 콜롬비아 선수 하나가 달려든다.
윤석은 공을 옆으로 툭 차면서 빠져나가려 했다.
덩치에 비해서 빠른 그 움직임에 콜롬비아 선수가 옆에서 붙으려고 하자 윤석의 몸이 미세하게 흔들린다.
쿵!
“으윽!”
콜롬비아 선수가 그대로 튕겨 나갔다.
놀란 얼굴을 하는 그 선수를 뒤로하고 나가려는 순간 이번에는 콜롬비아의 윙어가 지원 와서 윤석의 앞에 발을 들이민다.
윤석은 공을 왼쪽으로 차고서 그대로 달려 나간다, 이번에도 그런 윤석을 붙잡기 위해 달라붙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몸을 부비고 들어오던 선수가 그대로 나가떨어진다.
지금 윤석은 성난 황소와도 같았다.
한 명, 두 명이 윤석의 앞을 가로막지만, 윤석은 그들을 달고서도 공을 뺏기지 않고, 그렇다고 밀리지도 않고 우직하게 앞으로 나갔다.
“다…… 비켜라!”
윤석이 몸을 털자 반칙에 가깝게 윤석의 팔을 붙잡고 있던 콜롬비아의 선수가 그대로 휘둘러져 넘어져 윤석의 앞에 쓰러진다.
윤석은 공을 앞으로 띄워 올리면서 그대로 그 선수의 몸 위를 지나간다.
자신을 밟을 것 같은 그 기세에 콜롬비아의 선수가 겁을 먹고서 몸을 웅크리는 사이, 윤석은 그 선수 너머의 잔디를 강하게 딛고서 공을 패스했다.
-한윤석 선수 기세가 무섭습니다! 네 명의 선수가 한윤석 선수의 공을 뺏지 못하고 휘둘려집니다. 무수한 공간이 생겨났어요, 그대로 측면의 손형민 선수에게 패스하는 한윤석 선수!
단 한 선수의 질주로 넝마가 된 콜롬비아의 중원을 가르고 손형민이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어 페널티에어리어 안으로 들어선다.
골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콜롬비아 선수들이 손형민에게 달려들었다.
길이 막힌 손형민은 볼을 굴리며 침투하려다 여의치 않자 옆으로 공을 보냈다. 석준현이 골대를 향해 공을 찼다.
펑!
골키퍼의 손에 막힌 공이 튕겨 나가며 다급하게 콜롬비아의 수비수가 공을 걷어 낸다.
하지만 그건 큰 실수였다.
-한윤석 달려듭니다!
뒤에서 대기하던 한윤석의 앞으로 공이 떨어진 것이다.
기다렸다는 듯 달려든 윤석은 지금까지 찼던 슈팅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슈팅을 선사했다. 살면서 가장 있는 힘껏 찬 슈팅이었다.
콰앙!
공이 터지진 않았을까 생각될 정도로 강력한 소리와 함께 공이 미친 속도로 뻗어 나갔다.
빡!
공은 골대를 향해 뻗어 가다 휘면서 예기치 않게 콜롬비아 수비수의 얼굴을 때렸다.
털썩.
공을 맞은 콜롬비아 선수가 그대로 무릎을 꿇으며 얼굴을 부여잡는 가운데 하늘 위로 떠오른 공을 향해 선수들이 몰려들었다.
퉁!
근처에 있던 석준현이 제일 먼저 공을 건드리고 떨어지는 공을 손형민이 잡았다.
“형민이 형!”
어느새 안으로 들어온 윤석이 손형민을 불렀다.
손형민의 앞은 선수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기에 손형민은 미련 없이 윤석에게 공을 밀어 줬다.
콜롬비아 선수들이 다급하게 윤석의 앞을 가로막기 위해 달려가는 가운데 윤석이 한발 빠르게 슈팅했다. 이번에도 전력을 다한 슈팅이었다.
콰앙!
골키퍼가 손을 뻗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대한민국의 선수들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속에서 손형민은 생각했다.
‘이렇게 또 하나의 골키퍼가 갑니다…….’
빠악!
“아악!”
골키퍼의 고통스러운 비명과 골키퍼의 손을 튕겨 낸 공이 그대로 골대 안에 쑤셔 박혔다.
-고, 골입니다……. 대한민국이 앞서갑니다!
-분노의 일격인가요? 한윤석 선수의 슈팅이 매섭습니다! 골키퍼가 손을 부여잡고 쓰러집니다. 아, 그 가운데 아까 공을 머리로 받은 선수…… 얼굴이 선혈이 낭자한데요. 코, 코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상태를 보니 코가 부러진 것 같네요. 그렇지 않다면 저런…… 순식간에 필드가 피로 물듭니다. 자녀분들이 있으신 시청자 여러분들께선 잠시 TV 채널을 돌리는 것을 권해드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고의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어 휘슬이 울리지 않았죠? 하지만 지금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듭니다. 골 세리머니도 잊고서 선수들이 부상당한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콜롬비아의 수비수는 삐뚤어진 코에서 진득한 피를 뚝뚝 흘리면서 괴로움에 신음하고 있었고, 골키퍼는 장갑을 벗어 보니 손가락 하나가 뒤로 꺾여 있었다. 역시 부러진 것이었다.
“어떤 힘을 가지고 있으면 손가락이 저렇게 되고, 코가 저렇게 되는 거냐.”
석준현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말하자, 손형민이 고개를 저었다.
“저건 진짜 맞고 뒈지라고 찬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형이 생각해도 그렇죠?”
“어…… 우리 막내 화나면 무섭네.”
“그러게요, 화 안 난 줄 알았는데, 화난 거였어……. 이제 진짜 장난치지 말아야지.”
손형민이 혀를 내두르다 류성우를 바라보고는 말했다.
“야, 너 이제 어쩌냐? 맨날 윤석이 놀리더니 너도 저 꼴 나는 거 아니냐, 내친김에?”
“내, 내친김이라뇨! 설마 동료한테 윤석이가…… 그렇지, 윤석아?”
……라고 말하며 윤석을 바라본 류성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표정 없는 얼굴을 하고서 콜롬비아 선수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윤석의 압박붕대에는 어느새 붉은 피가 스며들어 붉게 물들어 있었고 얼굴 쪽에도 다시 흐르고 있었다. 봉합하지 않은 상태니 벌어진 이마에서 여전히 피가 나오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 모습이 살벌해 차마 말을 걸지 못하고 류성우가 다시 시선을 돌리자, 손형민과 석준현이 웃음을 흘렸다.
그 와중에 콜롬비아가 선수 교체를 했다.
골키퍼와 수비수가 나란히 필드를 빠져나가는 것을 보니, 한편으로는 쌤통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윤석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재개된 경기에서 윤석은 다시 공을 독차지하다시피 하면서 그라운드를 누볐다.
달려오는 선수들은 튕겨 나가고 무릎 꿇린다.
한 선수가 윤석과 부딪혔다가 종아리를 부여잡고 쓰러진다. 윤석과 무리한 몸싸움에 근육이 놀라 쥐가 난 것이다.
그 선수가 쓰러진 가운데에도 경기는 그대로 진행되었다.
공을 가진 측이 대한민국이었기 때문이다.
한 선수가 쓰러지면서 생겨난 공간으로 돌진한 윤석은 27미터 거리에서 다시 슈팅했다.
콰앙!
이번에도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그 괴물 같은 위력을 경험한 선수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움찔 피하는 게 보였다.
그것은 골키퍼도 마찬가지였다.
겁먹은 얼굴로 골대를 향하는 공을 바라본다.
정면에서 자세를 잡고 있지만 그래도 겁이 난 모양인지 골키퍼는 결국 공을 잡을 생각을 하지 않고 주먹을 내질렀다.
쾅!
주먹을 쥐었음에도 주먹이 튕겨 나간다.
그것도 그것이지만, 장갑 너머로 전해지는 얼얼함에 두 눈을 휘둥그레 뜨는 가운데, 그런 것을 신경 쓸 여유 자체가 없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퉁!
골키퍼의 어깨를 스쳐 지나가며 공이 또다시 골라인을 넘어섰다.
-석준혀어어어어언! 불과 6분 만에 두 번째 골이 만들어집니다!
-후반 26분! 2점 차로 앞서가는 한국! 그나저나 한윤석 선수 정말 노도와도 같네요. 콜롬비아는 건드려선 안 될 대한민국의 역린을 건드린 것 같습니다!
-한윤석 선수, 압박붕대에 스며드는 피가 많습니다. 얼굴에도 흐르는 게 찢어진 부위가 다시 벌어진 것인지, 아니면 지혈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이대로 경기 진행되나요?
아니었다.
2골이나 앞서간 것도 있었고, 윤석의 부상이 가벼워 보이지 않으니 선수 보호 차원에서라도 윤석을 교체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한 신태형은 아까부터 이장민을 준비시키고 있었다.
“장민아, 윤석이 자리로 들어가라.”
“예, 감독님.”
결국, 한윤석이 교체되었다.
-네, 한윤석 선수 결국 교체되네요. 하지만 오늘 활약 인상 깊었습니다. 진짜 필드 위의 폭군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경기였어요.
-관중도 한윤석 선수가 나가니 박수를 보냅니다.
“후우…….”
한윤석이 한숨을 내쉬며 들어가는 가운데, 콜롬비아 선수들도 한숨을 내쉬며 안도하는 것이 보였다.
그것을 보고 신태형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다가온 윤석을 안아 주었다.
“수고했다, 윤석아.”
“아닙니다.”
“어이구, 이거 피 봐라. 박사님, 윤석이 상태 좀 봐주세요!”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윤석은 그 자리에서 소독하고 경기장을 빠져나와 봉합해야만 했다.
눈썹 위에서 3센티미터 정도 위에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상처가 크게 벌어져 있었는데, 훗날 그 상처는 필드 위 폭군이라 불린 윤석의 트레이드마크가 된다.
그리고…….
-경기…… 끝납니다! 3 대 0! 류성우 선수의 마무리 골로 대한민국이 3 대 0의 스코어로 결승에 진출하게 됩니다! 최소 은메달을 확보한 대한민국! 런던 올림픽의 선배들을 앞섭니다! 장합니다, 우리 선수들!
대한민국은 결승전에 오르게 되었다.
상대는 브라질.
하지만 이미 전례가 없는 결승전 진출인 만큼 대표 팀의 분위기는 축제 분위기나 다름없었다. 다음 경기는 패배하더라도 역사상 최초로 은메달을 획득하는 것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번 올림픽 대표의 23세 이하, 젊은 선수들이 골짜기 세대라 칭하며 축구의 암흑기라고 평가하던 상황이었고, 실제로도 지난 런던 올림픽 대표의 선수들은 일찍이 국가 대표로도 차출될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해외에서,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국가 대표 차출조차 없는 이들은 골짜기 세대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그 골짜기 세대가 생각지도 못한 활약을 펼치며 역대 최강의 스쿼드라 자부하던 런던 올림픽 대표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낸 것이다.
물론 지난 세대와 비교한다면 8강, 4강 상대들이 약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독일과 멕시코를 격파한 것을 생각하면 이들의 행보를 평가절하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이번 콜롬비아 전에서도 활약한 윤석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사람들은 벌써부터 그를 대한민국의 기대주, 역대급 재능으로 평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네 덕분이다, 자식아.”
신태형도 그런 마음으로 전술 노트에 기재된 윤석의 이름을 바라봤다.
윤석은 신태형 감독의 전술 노트를 두껍게 만들 정도로 전술의 다양성을 제공해 주었다.
벌써부터 해외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윤석이 얼마나 클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먼 훗날 사람들이 한국 최고의 선수가 누구였냐 물을 때 열 명중 아홉 명은 한윤석의 이름을 댈, 그런 날이 오리라 신태형은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