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55)
형제의 축구-55화(55/251)
형제의 축구 55화
형제 출격
올림픽이 끝나기 무섭게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이 시작되었다.
스틀링켈 감독은 이번에 펼쳐질 중국과 시리아를 상대로 할 대표 팀 선수를 선발했다.
GK 김성규(빗셀 고베), 김진형(세레소 오사카), 정석용(가와사키 프론탈레).
DF 김기휘(상하이 선화), 김민형(사간 도스), 김형권(광저우 헝다), 오재성(감바 오사카), 이형(상주 상무), 장헌수(광저우 R&F), 홍전호(장쑤 수닝).
MF 구자천(아우크스부르크), 권장훈(수원 삼성), 기선용(스완지 시티), 이재석(전북 현재), 이정용(크리스탈 팰리스), 한윤석(부천 UTD), 한국연(알 가라파).
FW 손형민(토트넘), 황휘찬(잘츠부르크), 한정우(부천 UTD).
K리거는 단 네 명밖에 없는 거의 대부분을 해외파로 충당한 이번 선발은 사람들의 화제를 불러 모으기 충분했다.
중국과 시리아라는 상대적 약팀을 상대로 1군급 선수들을 대거 선발한 것도 선발한 거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멋진 활약을 해 준 어린 후배들, 권장훈과 황휘찬, 한윤석, 이 세 사람의 어린 선수들이 대표 팀에 승선한 것도 기대를 모았다.
오랜 시간 동안 대표 팀에서 막내 역할을 도맡아 온 손형민, 그만큼 그 아래 세대에서 이렇다 할 재능을 지닌 선수들이 등장하지 않았던 가운데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가장 많은 화제를 모았던 것은 이들이 아니었다.
바로 한정우.
최연소 타이틀에 가까운 이 어린 선수가 누구인지 관심을 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 어린 선수의 정체가 K리그 챔피언십의 선수이고, 한윤석의 동생이라는 사실은 단연 화제를 모으기 충분했다.
-아무리 그래도 검증도 안 된 챔피언십 선수를 국가 대표로 선발해야 함?
-이정엽 생각 안나냐? 실력만 있으면 챔피언십에서도 데려오던 게 스틀링켈 감독 아님?
-아무리 그래도 너무 어린 거 아니냐? 얘 생일도 안 지나서 만 17세임.
-이성우도 안 데려오는 판국에 챔피언십에 어린애를…… 스틀링켈 감독 노 이해.
-이해를 못 하는 니들이 ㅂㅅ인 거임. 얘 지금 챔피언십에서 27경기 27골 넣었음. 이성우가 이렇게 넣어 주는 건 아니잖아?
-이성우면 챔피언십에서 메시 될 듯.
└응, 아니야.
└왜 아님? 바르셀로나가 무슨 껌으로 들어간 줄 아나.
└이성우가 챔피언십 갈 일도, 갈 생각도 없으니 이야기하지 마라. 쨌든 팩트는 경기당 1골임.
└ㅇㄱㄹㅇ ㅂㅂㅂㄱ
-챔피언십인데, 27경기 27골이 그리 대단한 건가? ㅋㅋㅋ K리그면 몰라도.
└그 챔피언십 팀한테 발린 K리그 프리미엄 팀들 클라스 오지구요
-내가 보기에 스틀링켈 감독이 2년 뒤를 내다본 거 같다. 지금 국산 공격수 중에서 2년 뒤 활약할 선수라고 해봤자 손형민, 황휘찬밖에 더 있냐? 지동운은 이미 나가리고 그렇다고 박수영을 데려올 일도 없고, 젊은 애를 미리 키울 생각 아니겠냐? 솔직히 아직 어리긴 해도 경기당 1골 넣는 괴물이다. 아무리 망해도 1, 2년 뒤면 K리그 탑급 선수가 될 재능임. 나중에 생각한다면 다음 월드컵, 다다음 월드컵에는 얘 없으면 욕할지도 모른다. 분명.
└이 댓글이 나중에 성지 예언 글이 될 듯.
└ㅈㄹ
윤석의 존재는 올림픽이라는 국제 무대에서 검증되어서 논란이 없었지만, 정우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이뤄지고 있었다. 나이도 나이였고, 아무리 대단한 활약을 해도 기본적으로 깔고 본다는 K리그, 그것도 하위 리그에서 활약이었으니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평소라면 씩씩거리면서 화를 냈을 정우였지만, 의외로 정우는 침착하게 댓글들을 읽으면서 파주를 향하고 있었다.
“웬일이냐, 네가 조용하고?”
함께 파주를 향하는 윤석의 물음에 정우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말했다.
“아직 나를 모르니까.”
“오……?”
“지금은 두고 보자는 심정이야, 형.”
“그래?”
“…….”
정우는 눈을 빛냈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 국가 대표 차출이었지만, 만약 자신을 내보내 준다면 반드시 무언가를 보여 줄 생각이라고 다짐하고 있었다.
“그때 내가 못하면 욕먹어도 할 말 없는 거고…….”
“아니라면?”
“날 욕한 사람들이 욕먹겠지. 아니면 날 찬양하든가.”
당돌한 말이었지만, 윤석은 웃었다. 동생다운 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짐하는 사이에 어느덧 파주 트레이닝 센터에 도착한다.
파주 트레이닝 센터 정문에는 벌써부터 적지 않은 수의 기자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도착하는 선수들을 취재하려는 열기가 뜨겁다.
그 가운데 택시에서 형제가 내리자 스포트라이트가 형제에게 집중되기 시작했다.
한윤석의 존재도 존재였지만, 최연소 차출이라는 동생까지.
그리고 대한민국 최초로 형제가 국가 대표로 차출되었으니 기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올림픽 활약으로 국가 대표로도 차출되었는데, 소감이 어떠십니까, 한윤석 선수?”
“한정우 선수! 최연소 차출로 많은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데 현재 소감은 어떠신지요?”
“두 사람이 국내 최초로 형제로 대표 팀 차출된 사실을 알고 있나요?”
왁자지껄.
사방에서 물어 오는 질문에 윤석과 정우는 질린 얼굴을 했다.
이런 환영은 처음이었다.
“아아, 음.”
윤석이 뭐라 답변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사이에 정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형과 함께 국가를 대표하게 되어서 기쁘고요, 그리고 일단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우가 꾸벅 고개를 숙이면서 형의 옆구리를 찌른다. 윤석도 뒤늦게 고개를 숙인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고개를 든 정우는 형의 손목을 잡고서 성큼성큼 기자들의 질문을 무시한 채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정우와 윤석에게 카메라 셔터가 요란하게 터져 나온다.
“와, 확실히 국가 대표 차출은 다르긴 다른가 봐, 형.”
여전히 자신들을 찍고 있는 기자들을 바라보며 정우가 말하자 윤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나라, K리그에는 관심이 없어도 국가 대표는 다른 나라 안 부러울 정도로 관심이 크니까.”
“맨날 왔으면 좋겠다.”
“부담되지 않아?”
“형, 난 있잖아, 관심 종자이고 싶다.”
“……그렇다고 SNS는 하지 마라.”
“응.”
그리 말하며 걷는 사이, 기자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응?”
정우가 의아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자, 고급스러운 차에서 누군가가 내리고 있었다.
“아.”
윤석이 반가운 얼굴을 했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다름 아닌 손형민이었다.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인 만큼, 기자들의 관심은 형제에게서 손형민으로 바뀌었다. 정신없이 셔터가 눌리는 가운데 손형민은 여유롭게 그들에게 인사하면서 정문 안으로 들어오다 형제를 발견하고선 반갑게 손을 든다.
“여! 윤석아!”
“안녕하세요, 형.”
윤석이 인사하는 사이 정우도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오, 네가 정우구나?”
“저를 아세요?”
“형이 동생 자랑이 보통이어야지. 워낙 잘해서 나도 기사도 좀 보고 그랬어. 잘생겼다, 너?”
“헤헤, 감사합니다.”
넉살 좋게 웃어 오는 정우를 바라보던 형민의 시선이 윤석을 향한다.
키, 외모…….
“형제가 닮은 구석이 단 하나도 없네?”
“그런 말 자주 듣습니다. 누가 보면 형제 아닌 줄 알아요.”
“성격까지 다른 것 같네. 형이랑 다르게 넌 넉살도 좋구나?”
“그런 소리도 자주 들어요. 헤헤, 잘 부탁드립니다. 팬이에요.”
정우는 손형민에게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인사했다.
스타일은 다를지 몰라도 손형민은 정우 세대에게는 롤 모델이나 다름없었다. 어린 나이에 빅리그인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고 한국 역대 최고의 몸값으로 프리미어 리그로 진출, 게다가 에이스 번호인 7번을 부여받은 선수가 흔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팬은 무슨, 요즘 죽 쒀서 욕하고 그러는데 사람들이. 너도 그러는 거 아냐?”
“에이, 적응 시기잖아요. 이번 시즌은 다를 거 아니에요. 그죠?”
“짜식, 말 잘한다? 그래야지. 이번에는 제대로 해야지.”
손형민의 다짐도 남달랐다.
무거운 짐 하나를 내려 둔 것도 있지만, 이번 시즌도 안 된다면…….
“뭐 무거운 이야기는 복귀하고 생각하고, 이번에도 잘 부탁한다, 윤석아. 그리고 잘해보자고, 정우야.”
“네, 형.”
손형민과 함께 파주 트레이닝 센터 안으로 걸어가자 먼저 와서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여, 휘찬아!”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잔뜩 긴장한 채로 걸어가는 휘찬이었다.
“어, 형! 안녕하세요!”
각 급 대표로 활약하면서 파주를 몇 번이나 온 휘찬이었지만, A대표 팀은 또 처음이기에 많이 긴장하던 차에 만난 낯익은 얼굴에 반가운 웃음을 지었다.
“이야, 우리 휘찬이 출세했네! A 대표도 나오고!”
손형민의 말에 황휘찬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게요, 아직도 실감이 안 나네요. 넌 어떠냐, 윤석아?”
“글쎄, 그냥 그러려니 해, 형.”
“너 답네…… 그러고 보니 옆에, 네 동생이구나? 진짜 하나도 안 닮았네.”
“안녕하세요, 한정우입니다.”
“그래, 반갑네. 경쟁자여!”
황휘찬의 말에 정우는 문득 두 사람을 바라봤다. 손형민과 황휘찬.
둘 다 국가 대표 팀의 공격수들이었다.
이번 소집에서 단 세 명만이 차출된 공격수.
“그러게, 정우도 그렇고 휘찬이도 그렇고 다들 공격수네. 이거 경쟁자들끼리 만나 버린 건가?”
이 자리에서 여유롭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손형민뿐이었다.
“처음이니까, 우리가 나설 일이 있겠어요? 형이 원 톱이죠, 뭐.”
황휘찬의 말에 손형민은 가만히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글쎄, 이번 감독님 생각이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주로 윙어나 윙 포워드로 투입하는 걸? 나도 거기가 제일 편하기도 하고. 아마…… 원 톱 경쟁은 너희 둘이 하게 되겠지.”
황휘찬과 정우가 서로를 마주 봤다.
둘 다 A매치 첫 차출.
게다가 각각 스물한 살, 열아홉 살 신출내기였다.
골을 넣어야 하는 중요한 자리에 자신들이 경쟁하게 된다고?
“에이, 설마요.”
“그래, 나도 설마……라고 생각하고 싶다.”
손형민은 파주 트레이닝 센터를 바라봤다.
스틀링켈 감독은 지금까지 뛰어난 감독이라는 소리를 들어오던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그만한 감독도 없으리라 생각된다. 그 정도 열의와, 그 정도 의지.
그리고 그는 그 열의와 의지를 대한민국에 모조리 쏟아붓고 있었다. 자신의 전부를, 자신의 축구 인생을 말이다.
“지금 대표 팀 감독님이 제일 좋아하는 말이 뭔지 알아?”
“…….”
세 사람 모두가 아무런 답변도 하지 못하고 손형민을 바라보는 가운데, 손형민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파격, 그리고 혁신.”
* * *
“감독님, 선수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자신의 집무실에서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던 스틀링켈 감독은 코치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이제는 한국말이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저 정도 말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래, 가세나.]스틀링켈의 옆에 코치와 통역사가 따랐다.
대회의실 강당 앞에서 통역사가 문을 열었다.
육중한 문의 소리와 함께 강당 안에서 웅성거리던 소리가 일순 조용해진다.
스틀링켈 감독은 그 강당 안으로 들어선다.
많은 선수가 자신을 바라본다.
몇 번이나 봐서 익숙한 선수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보는 선수들도 있었다.
스틀링켈 감독은 그들을 바라보며 웃었다.
[다들 반갑군! 다들 나를 잘 알겠지? 몇 번이나 본 친구들도, 오늘 처음 나를 마주한 친구들도 말일세.]통역사의 통역 이후에 선수들이 별말이 없자 스틀링켈 감독은 말을 이어 갔다.
[그럼 자기소개 같은 것은 생략하도록 하지. 선수들끼리 화합에서 구시대적인 어색한 자기소개는 다들 질색일 거야. 한국말로 ‘오글오글’이라고 하지?]하하하, 선수들이 웃자 스틀링켈 감독도 웃으며 선수들을 살펴봤다.
유난히 앳된 얼굴의 소년이 눈에 들어온다.
서양인에 비해서 유난히 동안이라는 동양인, 실제로도 어리지만, 동양인이기에 그의 눈에 더욱더 어려 보이는 소년이 있었다.
‘보이는군, 나의 원더 보이가.’
수많은 재능을 눈앞에서 지켜봐 왔다.
대한민국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대한민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모국 독일에서는 그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이 넘쳐났다. 그리고 자신이 몸담았던 스페인에서도.
그런 그의 눈에 독일과 스페인 유수의 선수들만큼이나 빛나는 재능을 보인 선수는 적어도 이곳에서는 몇 없었다.
하지만 보인다.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소년을.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망설일 필요도 없었다.
골을 넣는 순간 소년의 눈을 보았기 때문이다.
차갑게 가라앉은 채, 골대만을 바라보던 그 눈을 보는 순간, 이 아이에게서 어리다는 말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기껏해야 챔피언십에서 뒤는 19세 아이라고 평가절하 하는 그 선수를 데려온 것이다.
스틀링켈 감독은 그리 생각하면서 입을 열었다.
[이번 소집의 우리의 첫 번째 상대는 중국일세. 중국. 그래, 한국을 단 한 번밖에 이기지 못했던 나라야. 하지만 자네들도 알다시피 그 중국이 예전의 중국이 아니라고들 한다네. 동의하나?]스틀링켈의 물음에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웅성거리는 가운데, 스틀링켈은 기선용을 보더니 물었다.
[선용, 그렇게 생각하나?]기선용은 단호하게 말했다.
“아뇨, 한참 멀었죠. 지들이 잘하는 게 아니죠, 돈으로 산 용병들이 잘하는 거지.”
[그렇군? 형민, 자네 생각은?]“당연히 아니죠.”
[그렇군. 그럼 그래, 정우. 정우의 생각은 어떤가?]스틀링켈의 시선이 정우를 향했다.
순간 모든 선수들의 시선이 정우를 향했고 정우는 갑작스러운 시선에 자세를 바로 하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 이런 말을 해도 되나?’
원래 같으면 직설적으로 바로 내뱉었겠지만, 슬그머니 형의 눈치를 보고선 에라, 모르겠다 하고 입을 열었다.
“짓밟아야죠.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게.”
그리 말하는 어린 정우의 말에 윤석을 제외한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 단 한 사람.
스틀링켈만이 그런 정우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