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56)
형제의 축구-56화(56/251)
형제의 축구 56화
수많은 기자들이 둘러싼 그 앞에 스틀링켈 감독은 빛나는 스포트라이트에 살며시 인상을 찌푸리며 서 있었다.
오늘은 수많은 국민들이 기대하고 기대하던 한국과 중국의 월드컵 최종 예선을 벌이는 날이었다.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는 벌서부터 수많은 중국인들이 황색 옷을 입고 원정석을 가득 채운 상황이었고, 한국의 많은 사람들도 붉은색 옷을 걸치고 대한민국을 응원하기 위해 몰려든 상황이었다.
스틀링켈 감독은 그 속에서 가볍게 경기 전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지금에 와서 중국은 만만한 팀은 절대로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 대한민국은 단 한 번을 제외하고 중국에게 패배한 적이 없으며, 저는 개인적으로 이 위대한 기록을 이어 가고 싶습니다.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아직 중국은 우리나라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봅니다.]그의 얘기를 듣던 기자 한 명이 질문을 던졌다.
“중국을 상대로 신인 선수들을 대거 기용했습니다. 특히나 만 17세 어린 나이의 한정우 선수가 국가 대표로 차출된 것도 모자라 이번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하게 되면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한 말씀 들어도 되겠습니까?”
놀랍게도 이번 중국전 선발은 정우였다.
단 세 명뿐인 공격수 중에서 원 톱에서 황휘찬과 한정우가 경쟁을 펼쳐 그 자리를 정우가 쟁취한 것이다.
황휘찬은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일찍이 그 재능을 인정받아 잘츠부르크로 이적을 하고서 올림픽 대표 팀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국가 대표로 승선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선수였다.
그 반면 정우는 형의 이름이 더 유명한, K리그 챔피언십의 공격수일 뿐이었다. 물론 그 가공할 득점력으로 챔피언십의 역사를 하나둘 갈아치우고 있지만, K리그를 사랑하거나, 전문적인 축구 평론가가 아닌 이상 정우의 진정한 가치를 아는 사람들은 적었기 때문에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애초부터 정우를 차출하는 것에 있어서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스틀링켈 감독은 단호하게 말했다.
[한정우 선수의 진면목을 아는 분들이 적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입니다. 그만큼 이 자리를 찾아온 스포츠 기자분들이 K리그에 관심이 없다는 것으로 생각되네요. 만약 그의 경기를 단 한 번이라도 지켜본 사람이 있다면, 한정우 선수를 선발 기용한 것에 대해서 모두 고개를 끄덕일 겁니다. 그리고…….]스틀링켈 감독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오늘 경기가 끝난 뒤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겁니다.]* * *
“후우.”
정우는 심호흡하며 필드를 바라봤다.
아까부터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 것을 몸을 풀면서 지켜봤는데, 지금은 아까와 비교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 모양인지 벌써부터 시끌벅적한 소리가 귀를 때리고 있었다.
“뭐 그리 긴장하냐?”
그런 정우의 뒤에서 한윤석이 어깨를 툭 하고 치면서 말을 걸었다.
“아, 형.”
“긴장하지 마, 자식아.”
“긴장 안 했거든?”
정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런 동생의 모습에 윤석은 웃음을 흘렸다.
긴장 안 했다는 녀석이 연신 심호흡을 하며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마른 입술을 혀로 축이고 있었다.
“음…….”
사실 정우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자신도 긴장하고 있었다.
올림픽 대표와는 또 다르다. 국가 대표였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명한 선수들과 한 팀이 되어 호흡을 맞추게 되었다.
편하게 형이라고 부르라는 형들이 여전히 다른 나라 사람 같고, 사인을 받아야만 하는 스타들 같았다. 그 틈에서 자신이 뛴다고 생각하니 긴장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가슴에 자리 잡은 호랑이 무늬와 왼쪽 팔에 달린 태극기가 무겁게 느껴진다.
애국심?
사실 그런 것은 없었다.
이 나라가 자신에게 해 준 것이라곤 그 찢어지게 가난한 삶 속에서도 쥐뿔도 없었으니 말이다.
다만 대한민국의 대표 팀이 되면서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잘되길 바라며 TV를 지켜보고 계실 할머니가 있기에 더없이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다.
못해서 욕먹으면 할머니 얼굴에 똥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번 경기에서 결코 가볍게 뛸 수가 없었다.
-몸 성히 잘하고 와야 혀. 계란 삶았으니 가믄서 챙겨 묵고.
대표 팀에 합류하기 위해 떠나기 전 했던 할머니의 말씀이 귓가에 머문다.
“정우야.”
“응?”
“돌아가면 할머니가 무슨 말씀을 하실까?”
“음…….”
정우는 다시 필드를 바라봤다.
어느새 필드로 나서야 할 상황이었다.
유난히 작은 어린 소년의 손을 마주 잡으며 정우는 씨익 웃었다.
“아이구, 내 새끼들 잘했다! 대견하다, 대견해! ……라고 하시게끔 해야지.”
정우의 말에 윤석은 마주 웃으며 말했다.
“그래, 맞다. 우리가 그렇게 만들어야지.”
* * *
-대한민국의 애국가가 연주되었습니다. 선수들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 낼 수 있을지요! 스틀링켈호, 통산 28전 21승 3무 4패로 승률 77%, 달라진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뭔가 계속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스틀링켈 감독입니다.
-스틀링켈 감독이 부임한 이후에 선수들이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투지와 열정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중국을 상대로 좋은 모습, 아니,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합니다.
-네, 오늘의 선발 라인업입니다.
FW 한정우[10].
MF 손형민[7], 구자천[13], 이정용[17], 한윤석[8], 기선용[16].
DF 오재성[3], 홍전호[15], 김기휘[4], 장헌수[20].
GK 정석용[1].
이상입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차출 논란과 선발 기용 논란에 휩싸인 한정우 선수가 가장 눈에 들어오네요. 스틀링켈 감독은 에이스의 상징인 등 번호 10번을 그에게 부여했습니다. 그리고 올림픽 은메달의 주역이죠? 그리고 한정우 선수의 형이기도 한 한윤석 선수가 기선용 선수와 함께 중원을 지키게 되겠습니다.
-네,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한정우 선수의 경기를 여러 번 살펴봤는데, 대단한 선수입니다. 저는 이번 경기에서 한정우 선수의 활약을 가장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윤석 선수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드필더, 기선용 선수와 중원에서 호흡을 맞추게 되겠는데요, 두 선수 모두 중원 장악력이 좋고 패스가 좋은 선수들입니다. 중국이 중원에서 점유율을 차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네요.
-네, 축구굴기를 부르짖는 중국, 하지만 공한증은 무너지지 않았다고 믿고 있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경기…… 시작됩니다!
노란색, 중국의 선수들이 공을 돌리기 시작한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면서 정우는 눈을 빛냈다.
“얘들 몸값이 몇백억씩 한다고?”
예부터 한국보다 한 수, 아니, 몇 수 아래로 불리는 중국이었지만, 중국 슈퍼리그에서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면서 거액의 해외 용병들을 영입해 왔다.
유럽, 그것도 명문 팀에서 뛰어야만 할 것 같은 선수들 몇몇이 중국에서 활약하고 있었고, 그런 만큼 자국 선수의 발전과 보호 차원에서 중국 선수들이 반드시 경기에 투입되어야 하는 몇 가지 제약과 규정을 통해 국가 대표급 수준의 자국 선수들의 몸값은 해외 선수들 못지않게 비싸다고 들었다.
“그래서 다들 저리 자신감이 넘치나?”
그들 특유의 오만함인지, 아니면 실력에서 나오는 자신감인지는 모른다.
그래도…….
“내가 한 말은 지켜야지.”
스틀링켈 감독에게 자신은 짓밟겠다 말했고, 스틀링켈 감독은 그 말이 지켜지길 원했다.
데뷔전 선발 출장이라는 특별한 기회를 준 스틀링켈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긴 더욱 싫었다.
그것은 윤석도 마찬가지.
5백을 형성해 수비적인 포메이션을 유지하고 있는 주제에 거침없이 밀고 들어오는 중국의 선수를 바라봤다.
굉장히 호전적이다.
윤석을 제칠 생각인지 드리블을 시도한다.
상체를 움찔 떨었다가 옆으로 빠져나가려는 그를 바라보며 윤석은 생각했다.
‘내가 크기는 참으로 많이 컸구나.’
올림픽 대표라고 하지만 천하의 네이마르를 막아 냈고, 독일의 유수의 선수들을 막아 냈으며, 또 그들을 뚫고 전진하던 한윤석이었다.
비록 그들이 어리고 몇몇 와일드 카드만이 존재했다 하더라도 윤석이 보기에 이들 중국의 선수들이 그들보다 한 수 아래였다.
툭.
가볍게 발을 뻗어 중국의 공을 빼앗아 왔다.
-한윤석 선수 너무나도 손쉽게 공을 스틸합니다! 멋지게 드리블을 한 중국의 선수를 무안하게 만드는 장면이네요.
-한윤석 선수가 덩치가 크다고 해서 처음 상대하는 선수들이 흔히 착각하는 게 몸이 둔하고 발이 느릴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절대 아닙니다. 보신 바와 같이 덩치와 달리 굉장히 민첩하고, 머리가 좋아서 선수의 다음, 그다음을 파악하고 움직이는 선수입니다!
-콜롬비아 선수들을 전차같이 짓밟고서 홀로 골까지 만들어 내면서 폭군이라는 별명이 생긴 한윤석 선수입니다! 과연 중국 선수들을 상대로도 그런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까요?
-아, 그런데 중국 선수……! 거칠게 들어옵니다.
공을 빼앗긴 중국 선수가 신경질적으로 윤석에게 달려와 몸을 부딪친다. 윤석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았지만, 중국 선수는 기어코 어깨를 윤석의 앞으로 들이밀더니 팔꿈치를 휘두른다.
퍽!
“아?”
심판이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반칙을 저지른 중국 선수는 오히려 놀란 눈으로 옆을 돌아본다. 분명 복부를 향해 팔꿈치를 휘둘렀는데 무슨 돌덩이를 때린 기분이었다.
“콜롬비아나, 중국이나…….”
윤석은 인상을 찌푸리긴 했지만 이내 개의치 않고 팔을 움직여 그 선수를 밀어 냈다. 호기롭게 버텨 보려고 했지만 되레 그게 역효과가 되어 볼품없이 바닥을 뒹굴었다. 구차하게 그 와중에 반칙을 어필하는 중국 선수였지만, 심판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한 선수를 떨군 한윤석은 그대로 기선용에게 공을 패스하고 전진했다.
한윤석의 패스를 기점으로 대한민국 선수들이 대대적으로 빌드 업하기 시작했다.
기선용이 공을 가지고 버티다가 측면에서 올라오는 장헌수에게 패스했다.
공을 받은 장헌수는 라인을 타고 올라가다 이정용을 향한 코스가 막힌 것을 보고 중앙에서 올라오고 있는 한윤석에게 롱패스를 시도했다.
윤석은 중국 선수를 등진 채로 공을 받아서 원터치로 손형민에게 공을 찔러 준다.
공을 가지고 빠르게 전진할 수 있게 보내 준 패스를 그대로 앞으로 차 내면서 손형민이 측면에서 페널티에어리어 중앙을 노리고 파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중국에 있어서도 손형민은 단연 경계 대상 1호였다.
손형민이 빠르게 침투해 들어가자 중국의 윙어와 수비수가 부리나케 달려와 손형민을 차단한다. 손형민은 달려가던 그대로 공을 옆으로 굴리면서 게걸음 쳐 옆으로 이동했다. 단숨에 두 명의 선수를 비켜 내고 전방을 향한 침투 코스가 생겨났지만, 자세가 어정쩡해 앞으로 달려가기가 어려웠다.
그런 손형민의 눈에 수비수의 옆에서 눈을 빛내는 한 선수가 들어왔다.
“짜식…….”
앳된 얼굴의 선수, 다름 아닌 정우였다.
이렇게 보면 전혀 안 닮은 것 같은데…….
형형하게 빛나는 저 눈은 형이랑 판박이다.
뭔가 믿음직스럽고 사람을 기대하게 만드는 그런 눈을 하고 있었다.
퉁!
손형민은 가볍게 공을 찔러 넣었다.
뻗어 나가는 공을 바라보며 정우는 수비수의 등 뒤로 파고들었다.
-한정우 선수 침투합니다! 손형민 선수의 공을 받습니다!
발에 착 감겨들어 오는 공을 보면서 정우에게 중국 선수가 뒤돌아서며 발을 들이민다. 공을 자신 쪽으로 굴려 그 발을 피하고 오른발 아웃 풋으로 밀어내며 수비수와 거리를 벌렸다.
그런 정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골대 앞을 막아서는 중국의 골키퍼와 어느새 바짝 붙은 중국의 레프트 윙백이었다.
정우는 레프트 윙백을 흘금 보고서 골대를 향해 슈팅하려는 모션을 취했다.
빠르게 휘둘리는 발을 바라보며 중국의 레프트 윙백이 몸을 날리다시피 하면서 앞을 차단해 들어온다.
“짜식……!”
정우의 눈이 빛나며 입가엔 미소가 자리 잡았다.
슈팅 모션은 페인팅이었다. 정우의 허벅지가 꿈틀하는 듯하더니 힘이 실렸던 발끝에 힘이 풀리면서 약하게 공의 밑 부분을 툭 하고 차올렸다.
공이 오른쪽으로 튕겨 올라가자 몸을 날렸던 레프트 윙백, 펑샤오팅이 넘어지다시피 하면서 그쪽을 향해 발을 뻗었다.
어떻게든 방해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정우는 오른발을 한 번 더 움직여 공을 바닥으로 떨구면서 왼쪽으로 밀어내고 오른발이 땅에 닿는 순간 오른발을 지지대 삼아 왼발로 골대를 향해 감아 찼다.
공이 우아한 곡선을 만들어 내며 골키퍼가 닿을 수 없는 왼쪽 상단의 구석을 향해 정확하게 파고 들어갔다.
철썩!
“와아아아아!”
관중석에서 커다란 함성 소리가 들려온다.
-고오오오오올! 전반 15분, 대한민국의 선제골입니다! 만 17세 어린 선수가 데뷔 경기에서 데뷔 골을 터뜨립니다! 아마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이 아닐까요?
-제가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대단한 선수입니다! 어린 선수답지 않게 매우 침착하고요, 뛰어난 볼 터치와 함께 왼발, 오른발을 가리지 않습니다! 주로 사용하는 발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제대로 감아 차서 골키퍼가 닿지 위치에 정확하게 넣었어요!
-스틀링켈 감독의 선택이 이번에도 틀리지 않았네요!
정우는 자신의 국가 대표 첫 골을 기뻐하며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했다.
“이야, 축하한다!”
“대단한데?”
“어린놈이 짓밟는다더니 진짜 밟아 버리려고 그러네? 대단한 자식!”
정우는 형들의 품에서 아낌없는 칭찬을 들으면서 자신의 형을 찾았다.
윤석은 한 걸음 뒤에서 정우와 시선을 마주하고는 웃으면서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벌써부터 할머니의 칭찬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 정우도 마주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