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58)
형제의 축구-58화(58/251)
형제의 축구 58화
-네, 잠시 후 후반전이 시작됩니다. 우리 선수들 오늘 아주 잘해 주고 있어요. 중국은 이번 경기를 통해서 한국을 따라잡으려면 아직 멀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있을 겁니다.
-중국이 축구굴기를 통해 막대한 자금을 이용해 해외의 유명한 선수들을 데려오고, 리그 자체도 엄청나게 커졌다고 하지만 정작 리그의 수준은 아직 우리 K리그를 따라잡기 어렵다고 봅니다. 기본이 되는 자국 선수들의 수준도 아직 우리 선수들을 따라잡기 어려울뿐더러, 리그 자체도 열악해요. 파벌과 각종 비리가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횡행하고 있거든요? 내부부터 다스리지 않는다면 중국은 세계 최고를 꿈꾸기 이전에 우리나라를 따라잡기에도 힘들 겁니다.
-네, 아, 경기 시작합니다. 후반전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 주길 바랍니다, 선수들!
정우는 다시 필드를 달렸다.
중국은 아까와 다를 바 없는 전술을 구사했다.
여전히 역습을 고수하는 것이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골을 먹긴 해도 역습 시에는 그게 어느 정도 통하고 있으니 거기에 기대를 걸어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까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쑨커가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에서 윤석을 따라다니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윤석을 어떻게든 붙잡아 두려는, 혹은 윤석의 공격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보였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 걱정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윤석에게서 공을?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그러다 작살나면 모를까.”
정우는 그리 생각하며 수비와 일직선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갔다.
이미 2골과 한 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한 정우를 중국의 쓰리백이 노골적으로 경계하는 게 보였다.
정우는 개의치 않았다.
오늘은 뭘 해도 될 것 같았다.
상대도 만만해 보였고, 몸도 가벼워서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어떻게 뭘 해 볼까 벌써 다리가 근질거린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에게 공이 와야 한다.
그런 정우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시작부터 중국에게서 공을 빼앗은 기선용이 구자천에게 공을 패스하면서 공격이 전개되었다.
구자천이 공을 굴리면서 수비수들을 유인하는 사이에 손형민과 이정용이 빠르게 중앙으로 들어온다.
구자천은 좌측에서 들어오는 손형민에게 공을 찔러 줬다.
손형민의 옆에는 런항이 있었다.
공을 받자마자 치고 들어가려는 모습을 보여 런항을 앞으로 나서게 하고 그대로 게걸음 쳐 시야를 확보하곤 그대로 크로스를 올렸다.
“아, 크로스는 약한데.”
헤딩은 유난히 약한 정우였다.
정우는 위치를 잡고 뛰어오르는 시늉만 하면서 자신에게 붙은 수비수를 잡아 두는 것에 만족했다. 그리고 크로스는 그들의 머리를 지나 골대 오른쪽 앞으로 떨어져 내린다.
펑샤오팅을 밀치고 들어온 이정용이 그 공을 향해 머리를 들이민다.
철썩!
“우우우우…….”
“와아아아아!”
중국 유커들의 야유 소리와 한국 관중의 함성 소리가 동시에 들려온다.
-후반 시작 4분 만에 네 번째 골이 터집니다! 손형민의 크로스와 이정용의 헤딩슛!
-모처럼 다른 나라를 상대로 대량 득점입니다.
-손형민 선수 폼이 좋아요. 지난 시즌에 부진으로 고생했는데, 이번 시즌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 줄 것 같은데요?
-그래 줬으면 합니다. 네, 다시 경기가 재개됩니다. 앞서가는 대한민국과 시작부터 기세가 꺾인 중국입니다.
중국의 가오홍보 감독의 얼굴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게 보인다.
아마 중국에선 엄청난 질타와 비난이 쏟아질 게 분명했다.
한국이 분명 몇 수 위이지만, 이제는 만만하게 보던 사람들이 아니던가. 아니, 애초부터 한국에게 경쟁의식,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중국이었다.
하지만 격차가 있다.
몸값은 더 나갈지 몰라도 몸담고 있는 리그의 환경부터가 다르다.
손형민이나 이정용, 기선용은 무서운 선수들이었다.
그런데 저 거인은 뭐고, 2골을 만들어 낸 저 어린 선수는 뭐란 말인가.
어린 선수에게 당하고, 거인 같은 선수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철저하게 준비한 모든 것들이 시도도 해 보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의 실점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마저 들고 있었다.
그런 가오홍보 감독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이번에도 어김없이 공을 차단했던 거인, 한윤석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늘 좀처럼 위로 올라오지 않던 한윤석 선수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쑨커가 따라붙지만 어림도 없네요! 무모한 몸싸움입니다!
가벼운 어깨 움직임에 쑨커가 튕겨 나가는 것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윤석이 기선용에게 공을 패스하고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기선용은 윤석이 올라가는 것을 확인하고 자신도 공을 가지고 올라갔다.
우시와 황보원, 둘 중 하나라도 끌어들이려는 그의 움직임에 기다렸다는 듯 성급한 중국의 미드필더들이 기선용에게 다가온다.
한윤석의 움직임은 보지도 않고 공을 따라오는 모습에 기선용이 웃으면서 그들의 사이에 공을 찔러 넣었다.
공은 손쉽게 윤석에게 연결되었다.
공을 가진 윤석을 향해 장린펑이 중앙에 가세해서 막아선다.
측면에서 깊숙한 태클이 들어온다.
윤석은 공을 안으로 접었다가 장린펑의 슬라이딩 태클을 피해 오른쪽으로 파고 들어갔다.
윤석의 눈앞에 중국의 쓰리백과 그 틈에 파고드는 손형민과 윤석, 이정용, 그리고 자신과 가까운 거리에서 기다리는 구자천의 모습이 보였다.
윤석은 구자천에게 공을 패스했다.
정즈가 구자천을 막기 위해 올라가는 사이에 윤석이 정즈가 있던 자리로 파고든다.
구자천은 그대로 일대일 패스를 통해 윤석에게 다시 공을 건넸다.
뻥 뚫린 중앙에서는 정우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들고 있었다.
“그래, 받아라!”
윤석은 정우에게 공을 패스했다.
펑샤오팅과 런항 사이에서 정우가 공을 받아 들었다.
펑샤오팅이 공을 뺏기 위해서 정우의 앞으로 파고들어 정우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 순간 이미 정우는 펑샤오팅이 있던 자리를 길 삼아 파고들어 가고 있었다.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정우를 향해 누군가가 맹렬하게 달려와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어라?”
언제 달려온 것인지 리쉐펑이 내려와 있었고 펑샤오팅을 제치는 순간 정우보다 한발 더 앞서서 움직였던 것이다.
펑샤오팅을 보느라 미처 보지 못한 리쉐펑이 정우의 앞에 놓인 공을 향해 발을 뻗었다.
이미 가속해 달려 들어오고 있어 정우라도 멈춰 설 수 없으리라…… 모두가 그리 생각했다. 리쉐펑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공이 아니라 정우의 얼굴을 봤다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을 거다.
정우는 그 순간에도 환하게 웃고 있었다.
공을 굴리며 리쉐펑의 옆으로 몸을 회전시킨다.
마르세이유 턴!
그 속도에서 이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의 우아한 턴을 통해 펑샤오팅을 벗겨 내며 정우는 왼쪽 골대를 향해 공을 찼다.
툭!
낮게 깔린 공이 크게 회전하면서 쩡청의 손을 스쳐 지나간다.
심지어 바닥에 한 번 바운드된 공은 스핀을 먹은 상태로 튕겨서 골라인을 넘어갔다.
-맙소사……. 골, 골입니다! 한정우 선수의 골! 데뷔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합니다! 이럴 수가…… 정말 놀라울 따름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최연소 해트트릭, 그것도 데뷔전에서 해트트릭 기록입니다! 과거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지도 모르는, 전무후무한 기록이 지금 이 순간 탄생했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정확하게 찾아봐야겠지만, 세계적으로도 A매치 데뷔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선수는 없을 겁니다! 설마 했지만, 기어이 이 선수가 이런 대기록을 작성하는군요!
관중석에서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엄청난 함성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가운데 오늘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정우는 양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자신을 대한민국 전체에 알렸다. 일순 모든 카메라가 그를 주목하고 있었고, 대한민국 전체에 이 놀라운 순간이 전파되고 있었다.
-하, 진짜 놀라운 일입니다.
-논란이 많았던 차출이고 논란이 많았던 등 번호 10번이었는데, 오늘 하루 만에 그 논란을 잠식했습니다. 스타가 탄생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천재의 출연입니다!
선수들이 하나같이 정우에게 뛰어든다.
그 가운데 정우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스틀링켈 감독은 굳게 쥔 채 흠뻑 젖은 주먹을 폈다.
손에 땀을 쥐고, 골을 넣는 순간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전율이 일어난 순간이었다.
최고의 재능을 발굴해서 꽃피우는 것.
모두에게 선보이는 것.
이 순간만큼 감독에게 짜릿한 순간이 있을까?
스틀링켈 감독은 그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자, 중국 5 대 0입니다. 더 이상 우리에게 축구굴기의 자신감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있을 겁니다. 이제는 역전 자체가 불가능해요! 아무리 기적이 일어난다고 해도 지금 중국에겐 그 기적을 일으킬 선수조차 없습니다!
-온 국민이 중국이 우리에게 몇 수 배워 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을 텐데 오늘 그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햐, 진짜 돈이 아깝다, 아까워.”
골을 넣고 하프라인으로 돌아간 정우는 그리 중얼거렸다.
자신이 지금 골을 넣은 상대방 골키퍼의 연봉이 50억 가까이 된다고 했던가?
수비수들조차도 수십억의 연봉을 받고 있다고 들었다.
그런 그들을 무릎 꿇린 자신의 연봉은 기껏해야 3천 남짓.
정말이지 국적을 잘 만나서 금수저가 된 것이나 다를 바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부럽진 않았다.
왜냐.
“나는 더 큰 무대로 가서 더 많이 벌거니까.”
A매치를 통해서 느끼고 있었다.
한국, 나아가 아시아 무대가 좁게만 느껴지고 있었다.
여기서는 닿고자 하는 하늘에 닿을 수조차 없다고 말이다.
“형도 그렇게 느끼고 있나?”
뒤를 돌아 윤석을 흘끔 바라본다.
윤석은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전방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자신의 이런 생각을 알게 된다면 지금에 충실하라고 할 거다. 그러면 언젠가 빛을 볼 거라고.
틀린 말은 아니다.
경기 재개를 알리는 휘슬과 함께 정우는 다시 움직였다.
한껏 기세가 오른 정우는 더욱더 미친 듯이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드리블과 빠른 발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체력도 남다르다는 것을 어필하고 있었다.
분명 19세, 아직 완성되지 않은 피지컬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활동량이었다.
어려서부터 체력 훈련을 위주로 해 왔던 선수들보다도 말이다.
그럴수록 중국의 수비진은 갈팡질팡하며 라인이 흩어졌다.
정우 하나를 의식하자니 이정용과 손형민도 무섭고, 구자천도 무섭다.
그러다 보니 전술은 뒷전이고 누구를 막아야 할지도 몰라 혼란스러워진 것이다.
몇 수 아래, 중국 선수들의 한계였다.
뒤에서 그런 중국 선수들의 모습과 동생을 바라보던 윤석도 목을 양옆으로 꺾으며 몸을 풀었다.
뚜둑, 뚜둑.
스코어는 이제 1~2골 먹는다고 해도 욕먹을 수가 없는 스코어였다.
수비적인 면모에서 자신의 역량은 모두 보여 줬다.
정우를 향했던 아까의 패스는 시작에 불과했다.
“나도 시작해 볼까.”
본격적으로 공격적으로 나서 보기로 했다.
사기가 한풀 꺾인 중국의 중원에서 윤석이 움직인다.
손쉽게 중국의 공을 빼앗고 기선용에게 패스하면서 다시 앞으로 나온다.
“윤석아!”
금방 다시 돌아온 공을 바라보며 윤석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골대와 30미터 거리.
견제가 없는 공간에서 윤석이 다리를 휘두른다.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던 기선용이 입을 열었다.
“터진다……!”
콰앙!
중국 축구 국가 대표 팀이 터져 버렸다.
그것도 아주 처참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