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59)
형제의 축구-59화(59/251)
형제의 축구 59화
치트키
[6 대 0! 중국 대침몰] [가오홍보 감독, 축구굴기의 역적이 되다!] [역대급 공한증이 중국을 덮치다!] [A매치 최연소 해트트릭! 한국에서 작성하다!] [한정우, 그는 누구인가?] [K리그 챔피언십의 용형호제, 대한민국의 용형호제로 거듭나다!] [폭군의 캐논슈팅에게 감히 맞선 쩡청 부상. 역시 골키퍼 사냥꾼.]대한민국이 시끌벅적해졌다.
잘난 척이란 온갖 잘난 척은 다 하고 큰소리를 치던 중국이 단 한마디 반론도 제기할 수 없는 대패를 선물했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대승이었다.
아시아의 전체적인 수준이 올라간 지금에 와서 6 대 0 대승은 흔치 않은 일인데, 그것도 아시아에서 스스로 말하기는 세 손가락 안에 든다고 자부하던 중국을 상대로 이런 대승을 거뒀으니 대단한 일이었고, 통쾌한 순간이었다.
대한민국의 온갖 게시판이 난리가 났다.
-한정우, 왜 기용하냐고 뻘소리 했던 사람 반성해라.
└존나 반성 중…….
└한정우 레알 가자!
└한날두 ㄷ
-한정우 역대급 천재 아니냐? 진짜 거품 가득했던 선수들도 많았는데 얘는 진짜인 듯. 해트트릭 오졌다.
└마르세이유 턴 하고 골 넣는 거 보고 오줌 지림.
└이 새끼는 맨날 지리는 듯.
-부천에서도 잘했지만, A매치라는 큰 무대에서 포텐이 터지기 시작한 듯. 무대만 좀 더 크면 얘는 진짜 어디까지 성장할지 모르겠더라. 아니, 형제 둘 다 모두.
└인정.
└한윤석도 전북전에서 시작해서 국제 무대에서 포텐터지기 시작함.
-결국, K리그에서 담기에는 형제의 그릇이 작다는 거네. 그것도 챔피언십이니…… 감독 고민 좀 할 듯. 해외로 보내 줘야 하나, 데리고 있어야 하나.
└당연히 보내 줘야지. 국가적 손실 아니냐?
-그 와중에 골키퍼 손목 ㅂㅅ행ㅋㅋㅋㅋㅋㅋ
└역시 골키퍼 킬렄ㅋㅋㅋㅋ
└슈팅 파워는 진짜 세계 최고임.
└ㄴㄴ 역대 최고지.
└ㅇㄱㄹㅇ. ㅂㅂㅂㄱ
반대로 중국의 축구 관련 게시판은 초상집이나 다름없었다.
-다 합해서 수백억의 연봉을 받는 우리 중국의 선수들이 자신들의 연봉보다도 작은 몸값의 선수에게 당했다.
└그것도 올해 만 17세의 어린 선수에게.
└나가 죽어라! 가오훙보!
└펑샤오팅, 정즈, 런항 모두 총살해야함.
-빵즈에게 6 대 0으로 지다니, 정말 국치의 날이다.
└이봐, 착각하는데 우리는 빵즈에게 단 한 번밖에 이겨 보지 못했어.
-이정용, 기선용, 손형민도 모자라서 이제는 한윤석, 한정우까지…… 작은 땅의 빵즈에겐 특별한 유전자라도 있는 건가?
-난 한국은 싫어하지만, 그 선수들은 정말 대단하다. 아시아의 자랑이라고 생각해.
-또다시 유럽 무대에서 활약할 선수들이 등장하는가. 한국의 저력은 어디까지지?
-중국은 한국 축구보다 40년은 퇴보되어 있다. 따라잡기 위해서는 중국 리그 자체가 발전해야 해. 지금과 같다면 절대로 한국을 넘을 수 없어.
-비싼 선수들을 데려올 시간에 그 돈으로 중국 선수들을 한국에 유학 보내자!
-한정우, 이 어린 선수 정말 무섭더라. 발도 빠르지만, 드리블로 우리의 수비수들을 바보로 만들었지.
└그의 형은 골키퍼 쩡청을 병신으로 만들었지.
└우시의 팔꿈치가 한윤석을 때리는 걸 봤어. 그 팔꿈치는 부서지지 않은 듯.
-아……. 빵즈!
-헝다는 뭐 하냐! 저 형제를 당장 영입해라!
이와 같은 중국의 반응은 또다시 한국의 해외 반응 번역 사이트에 게시되면서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그리고 형제는 온 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그런 선수가 되었다.
단 하루아침 만에 달라진 변화였다.
시리아전을 치르기 위해 공항으로 가는 길에서 선수들을 배웅하는 팬들 중에서는 형제를 보기 위해 온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아니, 거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중에서 정우를 향한 여자들의 관심도는 어마어마했다.
요즘 잘나간다는 선이 고운 미청년 스타일의 남자 연예인처럼 생긴 정우의 외모와 중국전에서 보여 준 임팩트 있는 활약은 여성 팬들을 불러 모으기 충분했던 것이다.
“이야, 좋겠네.”
황휘찬이 부러운 듯 정우의 옆구리를 쿡 하고 찌르며 말했다.
“별로…….”
“응? 왜, 저 여자들 봐라. 예쁜 애들도 장난 아니게 많구먼. 안 좋아?”
“아직 실감이 안 되잖아요. 형 같으면 실감이 날 것 같아요?”
“음, 그런가…….”
“그리고 아직 여자는 관심 없어요. 이제 열아홉 살인데…….”
“아, 너 19세지.”
휘찬은 새삼스러운 얼굴로 정우를 바라봤다.
홀로 해트트릭과 한 개의 도움을 기록하면서 벼락같이 등장한 이 친구가 자신보다 두 살이나 어린 미성년자라니…….
자신도 축구라면 어디 가서 꿇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휘찬이었지만, 자신이라면 중국전에서 그런 해트트릭을 기록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누군가가 던진다면 쉬이 답변할 수 없었다. 게다가 하나같이 넋을 놓고 보게 만드는 어마어마한 골들이었으니 말이다.
“짜식…….”
자신의 바로 밑에 윤석과 정우와 같은 선수들이 즐비하다는 것을 생각하며 황휘찬은 적지 않게 자극을 받았다.
아직은 모를 일이었지만, 스페인 리그에서 활약하는 네 명의 후배들과 언젠가는 같은 국가 대표 유니폼을 입고 경쟁해야 했다. 뒤처질 수는 없었다.
그렇게 떠난 시리아 원정.
이번 경기에서 최고의 수훈은 한윤석에게 돌아갔다.
침대 축구 앞에서 유난히 약한 대한민국이었지만, 시작하자마자 터뜨린 윤석의 중거리 슛으로 선제골을 차지하고 시리아의 계속된 공격을 윤석이 모조리 막아 내다 기어코 두 번째 골까지 윤석의 어시스트로 만들어 내면서 2 대 0으로 가뿐하게 시리아를 무찌르게 된 것이다.
이 경기에서 선발로 뛴 황휘찬은 정우와 다른 결과로 정우의 명성은 더욱더 드높아졌다.
중국과 시리아를 무찌른 형제.
언론은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보이는(사실은 K리그 챔피언십에서 활약하고 있었으나,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는 게 맞다.) 이 형제를 주목했다.
각종 기록을 경신한 것뿐만이 아니라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 줬으니 당연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의 드라마 같은 과거가 또 다른 화제성을 가지고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비밀은 없다.
누가 누군가에게서 나온 것인지 몰라도 죽은 아버지의 품에서 구조된 형제가 할머니 밑에서 누구보다도 가난하게 성장했고, 지금 부천의 감독인 송진호가 이들을 거둬 축구의 길을 인도했으며, 그 가운데 순댓국을 처음 먹었다는 이야기까지.
모든 이야기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사람들은 영화 같은 형제의 인생에 탄성을 터뜨렸다.
정말이지 영화로 나와도 될 법한 이야기였다.
그 영화의 주인공들은 이제 빛을 보기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 * *
“이제 내일이면 애들이 구단으로 복귀하겠구먼.”
사무실에서 홀로 앉은 송진호는 스마트폰으로 형제와 관련된 뉴스 기사들을 확인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이렇게 빨리 클 줄이야…….”
내심 송진호는 형제를 유용하게 쓸 생각으로 바로 부천으로 콜 업 해 오긴 했지만, 그들의 첫 시즌이 중반밖에 흐르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 벌써부터 잠재력을 폭발시키면서 국가 대표로 차출되고, 어마어마한 활약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잠재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 잠재력이 완전히 터지기엔 시간이 좀 필요하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빠르면 내년 K리그 승격 후, 늦으면 3년 그 이상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뛰어난 재능만큼 터지는 것도 순식간이라 이건가.”
그럴 법도 하다.
따지고 보면 월드 클래스의 선수들은 그 어린 나이에 유럽 명문 팀에서 활약하기도 하지 않는가.
개인적으로 그들 못지않은 재능을 가진 형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상할 것도 없다고 생각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그가 이렇게 씁쓸해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K리그에 담기에는 너무 크다.”
간장 종지에 1.5리터짜리 콜라를 담으려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언젠가는 보내 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좀 더 함께하고 싶지만, 이적 시장이 열리지 않은 지금도 적지 않은 구단에서 연락이 오고 있었다.
심지어는 에이전트들 역시도 그들과 접촉하고 싶다고 연락이 오고 있었다.
차라리 그것들이 모두 한국에서였다면 단호하게 거절했겠지만, 한국뿐만이 아니었다.
당장 수십억의 연봉과 수백억의 몸값을 제시하는 중국 리그의 구단들도 있어, 먼저 연락 온 일본의 구단들도 우습게 여겨질 정도였고, 유럽에서도 이들을 주목하며 문의하고 있는 판국이었다.
“흐음…….”
송진호는 오랜만에 담배를 빼 물면서 그것과 관련된 서류 뭉치를 들춰 보았다.
“보여 줘야겠지. 그리고…….”
형제를 위해서는…….
“보내 줘야겠지.”
더 큰 무대로 가서 날개를 활짝 펴도록, 스승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송진호는 생각했다.
* * *
“이게 다 뭐야…….”
한국으로 돌아와 소집이 해제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형제는 당황한 얼굴로 집 앞을 바라봤다.
집으로 향하는 길부터, 집 앞에 좁은 골목길까지.
각종 차량과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당황한 얼굴로 집으로 들어가지도 못한 채 형제는 멍하니 섰다.
그 가운데 형제를 발견한 사람 하나가 외친다.
“한윤석, 한정우다!”
그의 외침과 동시에 모두의 시선이 형제를 향하고, 기다렸다는 듯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한다.
“SBC 기자입니다!”
“브라보, K리그 리포터입니다!”
“DS 에이전시입니다! 대화 좀 나눠 보려고!”
“한윤석 선수…….”
“한정우 선수……!”
방송국과 K리그 관련 예능, 신문사, 에이전시, 구단 관계자.
다양한 사람들이 형제를 보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놓치기라도 하면 다른 사람에게 뺏기기라도 할 것처럼 노심초사하며 말이다. 형제는 생각도 못 한 일이었다.
“아아…….”
“음.”
윤석과 정우는 당황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있었다.
그 와중에 골목이 시끄러워지자, 주민들이 하나둘 나와서 그 모습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야, 한정우다……!”
“오빠, 나와 봐! 한윤석이야!”
“형제다! 여보, 종이랑 펜 좀!”
……동네는 더욱더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 가운데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머리를 긁적이는 가운데 어디선가 사자후가 터져 나온다.
“아이고, 이게 뭔 소란이랴!”
형제의 표정이 밝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집 앞 대문을 향한다.
그리고 수많은 인파가 마치 홍해의 기적처럼 쫘악 갈라졌다.
“할머니!”
형제가 이구동성으로 외치면서 할머니에게 달려갔다.
“그랴, 내 새끼들 왔어?”
할머니가 형제의 얼굴을 만지면서 반가워했다. 한없이 자상한 그 모습에 기다렸다는 듯 기자들이 스포트라이트를 터뜨린다.
“그려, 할미가 맛난 거 하고 기다렸다. 얼른 들어가서 밥 묵자.”
할머니는 형제가 어디 가서 굶고 오기라도 한 듯 분명 한상 가득 음식을 차려 놨으리라.
평소라면 기다렸다는 듯 안으로 들어가겠지만, 오늘은 형제를 보기 위해 온 사람들이 한가득 인파를 이루고 있었다. 형제가 쉬이 들어가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자, 할머니가 뒤를 돌아보며 눈을 부라렸다.
“오늘은 우리 손주 눔들이 피곤하니, 다음에 오시오!”
“저 할머님, 오래 걸리지 않는데…….”
“그 전에 밥이 식겄소! 다음에 오라 하지 않소!”
할머니가 추상같이 말하자 말을 걸었던 사람 하나가 움찔하며 몸을 움츠린다.
형제를 낚고 싶지만, 그런 형제를 낚기 위해서는 절대로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이곳에 모인 모든 축구 관계자들이 잘 알고 있었다.
팥으로 메주를 만들라고 해도 형제가 기꺼이 만들어 바칠 사람.
막말로 축구를 하지 말라고 하면 축구를 안 할 수도 있게끔 만들 수 있는 사람.
할머니는 지금 이 자리에서 절대적인 갑이었다.
“할머니가 너무하시네…….”
그 가운데 그것도 모르는 눈치 없는 신입 기자 하나가 입을 열자 같이 온 선배 기자가 기겁하며 신입 기자의 입을 틀어막았다.
“쉿, 아무도 할머님을 건드리면 안 돼.”
“…….”
모두들 같은 생각이었다.
할머니를 건드리면 뭐 되는 거다.
할머니는 모두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자, 큼, 하고 헛기침을 하고선 형제를 떠밀어 대문 안으로 밀어 넣었다.
“오늘은 날이 아니오, 미리 연락하고 오시든가, 아무튼 그렇게 하시오!”
할머니가 짐짓 엄포하고서는 안으로 들어가고 이내 낡은 대문이 끼이익, 소리를 내더니 쿵 하고 닫힌다.
모두가 아쉬운 얼굴을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상황이 정리되고 형제는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집 안에서는 푸짐하게 한상 차려져 있었다.
먼 길을 다녀와서 고생을 한 형제를 위해 닭도 삶고, 고기도 삶은 할머니였다.
“할머니, 집에 올 때마다 이리 먹으면 형이랑 나 돼지 되겠다.”
“먼 길 다녀왔으니 묵어야지! 군말 말고 어여 앉아, 할미가 밥 퍼 오마.”
할머니는 그리 말하며 부엌으로 향한다.
형제는 자리를 잡고 앉으려다 정우가 멈칫하고 입을 열었다.
“형, 그거 꺼내 놔야지.”
“아, 맞다.”
윤석이 메고 있던 크로스백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붉은색 유니폼.
각각 등 번호 8번과 10번이 마킹되어 있는 형제의 국가 대표 팀 유니폼이었다.
“그게 뭐시여?”
때마침 고봉밥을 가지고 오던 할머니가 묻자 윤석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첫 국가 대표 된 기념으로 가지고 온 유니폼이에요. 경기 뛸 때 입었던 거요.”
“아이고, 그랴? 가보로 삼아야겠구먼?”
“그리고 이건…….”
이번에는 정우가 공을 꺼내 들었다.
“이건 내가 해트트릭한 공, 이건 형이 국가 대표에서 첫 득점 공.”
“이런 것도 챙겨 줘? 국가 대표가 인심이 후하구먼? 나라서 신경 많이 써 주네, 고맙게시리.”
“하하, 아무튼 기념이라서 가져왔어요.”
윤석의 말에 할머니는 밥을 내려놓고 윤석에게서 유니폼을 받아 들었다.
빨지도 않고 기념 삼아 가져온 그 옷은 파랗게 잔디 물이 들어 있고 땀 냄새가 물씬 풍겼지만 귀한 것을 만지듯 할머니의 손은 조심스럽기 그지없었다.
이 옷을 입고 형제가 그리 열심히 뛰었던 것이다.
아직도 TV를 통해서 형제를 칭찬하던 해설가들의 목소리가 선명했다.
기억이 가물가물할 법도 한 나이지만, TV에서 연신 형제들 이야기가 나와서 할머니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요 며칠 TV만 붙잡고 있었다.
“이 할미가 해 준 것도 없는디, 참으로 잘 컸어, 내 새끼들. 어찌 이리도 잘 컸댜. 내 진짜 죽어도 여한이 없다!”
“거참, 그런 말 하지 말라니까…….”
“훌쩍, 그래, 내 그런 말 하지 말아야지…… 이 할미가 주책맞네. 이 할미가 미안타!”
“미안하긴, 미안하면 오래오래 살아서 호강 좀 받자, 할머니. 그래, 안 되겠네. 자꾸 죽겠다 죽겠다 하는데 할머니 보약도 좀 짓고, 침도 좀 맞고, 종합검진도 좀 받고! 막! 그래야겠다. 그지, 형?”
“그래, 그러고 보니 그런 거 하나 않았네.”
문득 할머니 건강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생각에 윤석은 할머니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아니, 아니여. 이 할미는 건강혀. 요즘 같아선 증손주까지 볼 수 있겠는디? 니들 잘되는 거 계속 지켜보려면 어떻게든 오래 살아야지!”
할머니의 말에 형제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다음에 시간 내서 같이 병원 좀 가요. 알았죠?”
“그랴, 안 가면 손주들 섭섭해 하니께, 할미가 꼭 가마. 어여 밥부터 먹어.”
“약속이다?”
“그려!”
형제는 그제야 자리에 앉아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 형제를 바라보며 할머니는 유니폼을 꼭 쥐었다.
하염없이, 형제가 밥 먹는 모습을 바라본다.
닳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하염없이.
한윤석, 한정우
여정례
내 손주들, 내 보물들.
해 준 것도 없는데 이리도 잘 크오.
가문 빛내고, 이름 빛내니 어찌 기껍지 않겠소.
다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다치지 않고 건강했음 한다오.
영감이 하늘서 보고 있음, 손주들 돌봐주시오.
아들아, 보고 있으면 네 자식들 지켜다오.
하늘님, 보고 있소?
내 새끼들 아프지 않을 수 있담.
내 명(命)이라도 깎아서 써주시오.
내 기꺼이 드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