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62)
형제의 축구-62화(62/251)
형제의 축구 62화
“역시 삼겹살은 최고야. 그것도 한국에서 먹는 삼겹살 말이지.”
무성한 수염의 유럽인 사내는 앞에서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익어가는 삼겹살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한국 맥주는 정말 최악입니다. 말 오줌이 이보다 더 맛있겠네요.”
맞은편에 앉은 또 다른 유럽인 사내가 말했다.
그는 수염 사내보다 열 살 정도는 어려 보이는 전형적인 게르만의 외모를 지니고 있는 사내였는데, 그의 손에는 어설픈 거품의 맥주가 잔에 담겨 있었다.
“하하, 그건 맞아. 정말 최악이야.”
수염 사내는 웃음을 터뜨리다가 이내 초록색 병을 집어 들었다. 소주였다.
그는 매우 능숙하게 소주를 소주잔에 따랐다.
“한국에서는 이게 최고지.”
“그거 보드카인가요? 투명한 게 딱 보드카네요. 잔도 샷잔이랑 비슷하고…… 독하지 않습니까?”
“오, 빌, 자네에게 내가 이걸 소개해 준 적이 없던가? 이건 한국의 국민적인 술이라네. 소주라고 하지. 보드카랑 비슷한 느낌이지만 덜 독하지. 대신 쓴맛은 더 강하네.”
“으음. 별로 마시고 싶진 않네요. 그래도 맥주보다는 독할 거 같은데 지금 그거 한 잔이라도 마셨다간 바로 기절할 것 같습니다. 시차 적응도 되지 않았는데 술부터 찾는 것도 참…… 대단하십니다, 사장님.”
젊은 사내, 빌의 말에 수염 사내는 호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각국의 모든 술을 먹어 보고 싶은 게 내 소원이야. 그러기 위해선 건강해야 하는데 다행히 내 간에는 별문제가 없다고 하더군. 삼겹살이 익었군, 가위 이리 주게.”
“고기를 가위로 자르는 것도 아직 적응되지 않습니다.”
빌이 고개를 저으며 가위를 건네자 수염 사내는 능숙하게 삼겹살을 자르며 말했다.
“각 나라의 문화가 있는 법이야. 에이전트는 여러 나라의 선수들을 상대해야 하네. 자네의 선입견과 다르다고 해서 무시한다면 큰 고객을 얻지 못해. 명심하게나.”
“음…… 말씀 감사합니다. 그래도 이 삼겹살은 최고입니다. 순수하게 굽기만 한 건데 이 기름과 소금으로 만든 소스에 찍어 먹으면…… 마법이 조화를 부린 것 같달까요?”
빌은 고기를 기름장에 찍어 먹으면서 감탄했다.
그런 빌을 바라보며 수염 사내는 고개를 저었다.
“자네 아직은 멀었군. 삼겹살은 말일세, 이렇게 채소에 싸서 먹어야 더욱더 맛있는 법이지. 소주와 함께!”
그는 이번에도 능숙하게 쌈을 싸더니 소주를 쭉 비우고는 쌈을 입안으로 욱여넣었다.
“햐! 최고군! 그거 아나? 나는 은퇴한다면 한국에 와서 매일 삼겹살을 먹으면서 살고 싶다네!”
“아직 은퇴하려면 멀었습니다. 벌어야 할 돈도 많고요.”
“우리 선수가 잘해 주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이번에 데리고 와야 하는 선수들도 잘해 줄 걸세.”
수염 사내의 말에 빌은 무언가를 떠올린 것인지 혀를 내둘렀다.
“다시 생각해도 올림픽에서 활약한 그의 모습은 대단했습니다. 아시아에서 그런 선수가 또 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요.”
“이 나라에는 우리 분데스리가를 빛냈던 선수가 있지! 바로…….”
“차붐 말씀하시는 거죠?”
“그래, 차붐! 참 대단한 선수였지. 그를 존경하는 선수들도 적지 않았어. 지금은 그가 독일에서 뛰었는지도 모르는 선수들이 있는 것 같다만.”
그는 그리 말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시간이 야속하다고 어느덧 한 사람의 축구 선수가 점점 잊혀 가고 있었다. 뭐, 그리 말하는 자신의 나이도 이제 겨우 40세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그 두 사람을 조사해 본 것은 있나?”
수염 사내의 물음에 빌은 어깨를 으쓱했다.
“조사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뉴스 기사를 검색하니 형제의 인생이나 커리어가 모두 나오던데요?”
“그래?”
“네, 정말 가난한 환경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할머니 밑에서 힘겹게 자랐고, 지금의 부천 감독은 그 두 사람을 어려서부터 발굴해서 키워 온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음…….”
수염 사내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술잔을 쥐고 굴리는 그를 바라보며 빌은 말을 이어 갔다.
“연봉으로 치면 3천만 원, 계약 기간은 앞으로 4년 정도 남았다고 합니다. 음, 이렇게 되면 적지 않은 이적료가 발생할 것 같은데요? 계약 기간도 넉넉하겠다 헐값으로 선수를 팔고 싶어 하는 구단은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자네의 예상 이적료는?”
“한 사람당 8백만 유로는 줘야 하지 않을까요?”
“8백만 유로라…… 자네도 아직 멀었군. 한국 시장의 선수들은 그리 몸값이 비싸지 않다네. 기선용이 한국에서 셀틱으로 이적할 당시에 이적료가 얼마인지 아나? 그 반도 안 되는 몸값이었지. 유럽으로 이적할 기회가 있다면 한국에서는 우리 기준으로는 헐값 수준밖에 되지 않는 비용으로도 선수를 위해서 이적시켜 주는 그런 관례가 있다네.”
“헐, 왜죠?”
“한국에서는 구단보다는 조국을 더 중요시하니까. 그 선수의 기량이 상승해서 나라의 이름을 알리고, 국가 대표에서 활약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음…….”
빌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그들을 ‘그쪽’과 연결할 수 있다는 거겠죠?”
“그렇지.”
“그러면 훨씬 더 편해지겠습니다. 구단에서 제시한 이적 금액이…….”
수염 사내는 빌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아니지, 우리의 고객은 지금 당장은 그곳일지도 모르지만, 향후에는 그 두 사람이 될걸세. 결코, 구단의 이익만을 위해서 움직여서는 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못한다네. 지금 눈앞에 이익 때문에 선수를 빨리 잃어버리는 일을 만들어서는 안 되지.”
“그럼……?”
“머리를 굴려야지, 후후후…….”
수염 사내는 그리 말하고 웃으면서 소주를 들이켰다.
소주가 달았다.
* * *
다음 날 수염 사내는 부천 유나이티드의 경기장인 부천 종합 운동장을 방문했다. 안산과 승리 이후에 모처럼 아흐레라는 긴 시간의 휴식 기간이 잡혀 있음에도 선수들은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진검 승부, 1위를 차지해 우승하기 위해서 매 경기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선수들의 집중력도 매우 높았다.
창단 이래 첫 우승을 향한 갈망은 그만큼 대단했다.
“라인이 어긋났잖아, 라인이!”
“그렇지! 간격을 좁히고 셋이서 압박하고! 그래!”
그리고 선수들보다 더욱더 우승에 목마른 사람, 송진호 감독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높았다.
[선수들의 열의가 대단하네요.]그것을 멀찍이서 지켜보며 빌이 말했다.
수염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시선은 자신들이 영입대상, 형제를 찾고 있었다.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유난히 덩치가 큰 사람이 패스를 주고받는 게 한눈에 잡혔기 때문이다.
[한윤석.]올림픽에서 독일을 무릎 꿇린 주인공.
훈련임에도 그의 시선은 공을 향하지 않고 주변을 훑고 있었다.
공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발을 놀리면서 눈은 경기장을 관찰하면서 패스를 줄 사람을 찾고 공간을 찾고 있다. 좋은 자세였다.
[키가 유난히 크니 시야 확보도 좋을 거야. 그지?]수염 사내의 농담에 빌은 그저 웃었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키가 큰 덕분에 윤석의 시야는 보다 더 높은 곳에서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 가 보지. 감독에게.]수염 사내는 빌의 어깨를 툭 하니 치고 걸음을 옮겼다.
한참 선수들에게 집중하고 있던 송진호는 구단 프런트 직원과 함께 낯선 서양인 둘이 걸어오는 것을 보고 그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뭐 하는 사람들이지?”
짐작 가는 것은 있었다.
이런 식으로 찾아온 사람이 한둘이어야지.
“감독님, 손님분들이 왔습니다.”
어느새 다가온 구단 직원의 말에 송진호는 그 두 사람을 훑었다.
통역사는 없었다.
그렇다는 뜻은…….
“한국어를 할 줄 압니까?”
“어느 정도. 가능함니다.”
제법 능숙한 한국어가 가능하다는 소리였다.
외국인에게서 제법 능숙한 한국어가 흘러나오자 송진호는 눈썹을 꿈틀하면서 물었다.
“형제를 보러 왔겠죠?”
분명 그럴 것이다. 아쉽게도 외국인이 이곳 부천까지 찾아올 일은 지금 당장으로서는 그것밖에 없으니 말이다.
“맞슴니다. 형제와 감독님, 이야기 나누고 싶어 왔슴니다.”
“음……. 어디서 오셨소?”
감독의 물음에 수염 사내는 자신의 명함을 꺼내 감독에게 건넸다.
명함에는 독일어와 한국어가 같이 적혀 있었다.
명함에는 딱딱한 고딕체로.
풋볼 유나이티드 스포츠 매니지먼트 사장 티스 블리히마이스트.
……라고 적혀 있었다.
“티스 블리히마이스트……?”
처음으로 자신과 형제에게 접근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생소한 이름이기도 했고.
“저를 잘 모르실 겁니다. 하지만…….”
수염 사내, 티스 블리히마이스트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
“손형민의 에이전시의 대표이자, 에이전트라고 하면 알 겁니다.”
그는 손형민을 독일로 이끌고 토트넘 핫스퍼로의 이적을 성사시켰던 주인공이었다.
지금도 한국의 인재들을 발굴해 독일과 유럽으로의 이적을 연결시켜주면서 한국에서는 나름대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무엇보다 한국 최고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가.
손형민이라는 이름 아래, 송진호의 얼굴이 경계에서 호기심으로 바뀌는 것을 확인하면서 티스는 웃으면서 말했다.
“난 형제와 그리고 그들의 스승인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슴니다.”
“흐음, 한번 들어 볼까요?”
안 그래도 유럽행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형제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송진호는 흔쾌히 수락하고서 형제를 불렀다.
필드 위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던 형제가 이내 감독에게 달려왔다.
서양인의 기준에서도 잘생겼지만 앳된 청년과 서양인이 보기에도 엄청난 키와 덩치를 자랑하고 있는 사내가 코앞으로 다가온다.
빌이 덩치 큰 사내, 윤석을 바라보며 티스에게 독일어로 말했다.
[이렇게 가까이 보니 숨 막힐 정도로 크네요. 벤더 형제가 힘도 못 써 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나도 지금 감탄 중일세.]티스도 빌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엄청나게 크다.
저 피지컬에서 민첩한 드리블과 패스가 나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키가 큰 사람들을 많이 봐 왔지만, 윤석이만큼 키가 큰 선수도, 윤석이만큼 덩치가 좋은 선수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음, 인사해라, 이분은 티스 블……리히마이스트 씨. 손형민의 에이전트 되시는 분이다.”
순간 이름을 까먹어 슬쩍 명함을 보고 말을 이은 송진호의 말에 형제가 꾸벅 인사했다. 한국의 문화를 잘 모르는 빌은 어색하게 따라 했지만, 티스는 아주 능숙하게 마주 인사하면서 손을 내밀었다.
“반가워요, 나는 티스 블리히마이스트. 편하게 티스라고 불러도 돼요. 한국에선 성보다 이름을 부르니까.”
“아, 네. 티스 씨.”
윤석이 어색하게 답하면서 송진호를 바라보자 송진호가 말했다.
“여기서 이야기하지 말고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합시다. 자, 가자.”
“네, 감독님.”
형제와 송진호, 티스와 빌이 나란히 구장을 향해 걸어가자 그것을 본 문지형이 하던 훈련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와, 우리 윤석이랑 정우가 진짜 가긴 가나 보다.”
마주 있던 준석이 말을 이었다.
“그러게, 이렇게 빨리 유럽으로 갈 줄은 몰랐네.”
왠지 기분이 묘하다.
한참 어린 후배에게 추월당한 기분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정든 형제가 떠난다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서서히 지금 상황이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확실히 많이들 컸어. 요즘 축구하는 거 보면 우리 봐주면서 하는 거 같거든.”
준석의 말에 지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패스를 이어 주는 윤석이나, 그 패스를 받는 정우나 자신들의 수준을 가늠하고 맞춰서 움직이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이제 막 K리그에 발을 들였던 애들이 단숨에 자신들을 추월한 거다.
“대단한 녀석들이긴 하지.”
지형은 그리 말하며 다시 공을 굴렸다.
재능을 주는 신이 얄밉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형제가 잘되길 바라면서.
한편 구단 사무실 안으로 들어선 송진호는 평소처럼 손님에게 주스를 건네면서 자리에 앉았다. 송진호가 앉자 형제와 티스, 빌도 자리에 앉았다.
“그래,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찾아왔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들어나 봅시다.”
“단도직입……?”
티스가 못 알아듣자 송진호가 다시 말했다.
“본론으로 넘어가자 이겁니다.”
“아, 본론! 본론이란 말은 압니다. 음, 내가 할 이야기는 간단함니다.”
그리 말한 티스는 슬쩍 형제를 바라봤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구단을 통한 이익도 이익이지만, 손형민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커 줄지 모르는 거물로 성장할 선수를 보유할 수 있는 최대의 기회가 말이다.
그 기회를 허투루 놓칠 수는 없었다.
“저는 한 구단에게서 의뢰를 받고 왔습니다.”
“의뢰요?”
때마침 사무실 테이블에 음료수 캔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유난히 업무 환경이 고된 한국인지라, 고카페인의 음료로 피로를 이겨 내는 모양이다.
티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 음료수 캔을 집어 들었다.
Red Bull.
“이 음료수가 구단주인 곳이죠. 들어 봤슴니까?”
유럽에 정통한 사람이라면 알고 있을 거다.
Red Bull이 최근 공격적으로 구단들을 인수하고, 창립하면서 축구계에 깊숙이 들어왔다는 것을 말이다.
당장 그들 산하의 축구구단만 해도 뉴욕 레드불스, RB 잘츠부르크, RB 브라질, RB 라이프치히까지 네 곳이나 되었다.
“막대한 자금으로 축구계에서 원대한 계획을 세운 곳이죠. 그리고 RB 산하 팀 중에서…….”
그들 중에서 형제를 원하는 곳은…….
“RB 라이프치히.”
7시즌 만에 분데스리가로 입성한 신흥 팀.
“그곳에서 형제를 원함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