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63)
형제의 축구-63화(63/251)
형제의 축구 63화
“라이프치히라…….”
송진호는 잠시 생각해 보았다.
요즘 바쁜데다가 팀이 우승을 노리는 중요한 상황이어서 경기를 시청하지는 못하지만, 다른 빅리그와 마찬가지로 분데스리가의 동향은 인터넷을 통해서 종종 찾아보고는 하고 있었다.
라이프치히는 이번에 분데스리가로 승격한 팀이었지만, 팀은 상승세를 달리며 최근까지 공룡 바이에른 뮌헨의 아래에서 2위권 다툼을 하던 팀이었다.
최근에는 핵심 선수들의 부상 등으로 인해서 순위가 하락해 6위까지 떨어져 있었지만, 언제든지 반등해서 4위권 내에 안착하리라 짐작되고 있었다.
2부 리그에서 올라온 팀이 선수들의 면모도 만만치 않고 잘한다고 생각했더니 뒤에는 막대한 자금력을 지닌 모기업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 속사정까지는 몰랐던 송진호였지만, 아무튼 그런 구단에서 형제 모두에게 관심을 보인다니 귀가 솔깃해지고 있었다.
“라이프치히는 들어 봤슴니까?”
티스가 형제에게 물었다.
해외 축구에 크게 관심이 없는 정우는 고개를 저었지만, 윤석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신생 팀이잖아요, 생긴 지 얼마 안 된…….”
“알고 있군요. 맞슴니다. 그곳입니다.”
윤석은 라이프치히의 선수들 면면을 생각해 보았다.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유망주들로 채워져 있고 경쟁력 있는 선수들이 가득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라이프치히에서 굳이 우리를 원할 필요가…….”
“RB는 각 대륙에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두고 유망주들을 끌어 모아 잘츠부르크에서 키우고 라이프치히에서 현역 생활을, 그리고 뉴욕 레드불스에서 황혼기를 맞이하게끔 하는 시스템을 계획하고 있슴니다. 아시아를 제외하고 각 대륙별로 구단을 만들었슴니다. 여건이 안 되어 아프리카에선 철수했지만, 아프리카나 아시아에도 관심을 두고 유망주들을 계속해서 데려올 생각을 하고 있슴니다.”
그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정우가 물었다.
“그럼 잘츠부르크에서 우리를 원해야지, 라이프치히로 데려갈 이유가 있을까요?”
“이유는 간단함니다.”
“어떤……?”
“당신들, 형제의 실력이 분데스리가에서 통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
생각보다 좋은 평가를 받은 모양이다.
괜히 어깨가 으쓱거리는 가운데 티스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그래서 라이프치히는 한국과 밀접한 저를 통해 두 사람을 영입하고 싶어 함니다. 사실, 저도 개인적으로 두 사람과 계약하고 싶은 마음에 흔쾌히 허락했음니다.”
티스의 말에 이번에는 송진호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 물었다.
“라이프치히의 의뢰로 왔다면, 라이프치히가 유리한 쪽으로 계약을 준비하는 거 아닙니까? 얘들의 스승이기도 하지만 공적으로 나는 부천의 감독입니다. 결코 헐값으로 얘들을 보낼 생각은 없습니다만.”
“당연합니다. 만약 라이프치히와 관계만 생각했으면 난 이 두 사람을 잃겠죠. 나는 솔직히 말하면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임니다. 라이프치히와 관계, 이 두 사람과 관계 중에서 어디가 더 이익이 될지 생각함니다. 당연히 형제입니다.”
“그 말은……?”
“한윤석, 한정우, 발전 가능성 대단함니다. 차붐 그 이상. 손형민보다도 더 큰 가능성. 나는 봤슴니다. 그래서 생각함니다. 이 두 사람을 더 큰 무대에서 더 크게 키우고 싶다는 생각. 나는 에이전트. 돈도 중요하지만, 내 노력이 형제를 월드 클래스로 만들면 더 기쁜 사람임니다.”
송진호는 그의 말을 듣고 생각하는 바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는 추후 제시된 이적 금액이나 보도록 하고…… 너흰 어떠냐?”
송진호의 물음에 형제는 시선을 교환했다. 말주변이 좋은 정우가 입을 열었다.
“형이랑 저를 원한다니 좋은 거 같긴 한데, 우린 할머니도 모셔야 하고…… 걸리는 게 많아요.”
형제의 말을 듣고 티스는 웃었다.
“할머니, 나도 들었슴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할 겁니다.”
그리 말하며 티스는 송진호 감독을 바라봤다.
“원하는 이적 금액, 얼맙니까?”
“……음!”
대놓고 물어 올 줄은 몰랐는지 송진호가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신중하게 생각에 잠겼다. 마음 같아서는 1백억, 1천억이라도 불러도 아깝지 않은 형제였지만, 현실을 생각해야 한다. 과연 지금 세계를, K리그를 기준으로 형제의 현실적은 몸값은 어느 정도일까?
“각각 50억.”
송진호는 본인이 생각하던 것보다 더 큰 금액을 불렀다.
물론 구단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할 부분이지만, 사실 지금 구단의 선수와 관련된 부분은 모두 송진호가 전권을 쥐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축구를 잘 모르는 구단주와 프런트에서는 더 적은 금액을 불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송진호의 대답에 티스가 웃으며 말했다.
“큰 금액입니다만, 감당, 가능함니다. 하지만 10억씩만 깎슴니다.”
“40억 말이오?”
“그렇슴니다.”
“으음…….”
송진호가 침음을 흘리는 사이에 티스가 말을 이었다.
“감독님은 사적으로 이 두 사람 스승이라 들었슴니다. 이적료를 최대한 깎는 대신 형제에게 더 좋은 옵션을 붙이도록 하겠슴니다.”
“옵션 말이오?”
송진호는 물론이고 형제의 시선이 모두 티스를 향한다.
“제의만 수락한다면, 계약으로 넘어감니다. 나는 여기서 급여와 다른 옵션들을 협상하겠슴니다. 물론 나를 에이전트로 고용한다면.”
“예를 들어 주시겠어요?”
윤석이 궁금한 마음에 묻자 티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간단하게 계약금과 급여부터 들 수 있겠죠. 제 구상은 한국 돈으로 계약금 10억 이상, 급여는…… 한 4천 정도, 생각함니다.”
“4천……만 원이요?”
형제가 실망한 기색을 보이고 송진호 감독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 정도 금액은 우리도 지불할 수 있습니다.”
그러자 티스가 아차, 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아, 착각한 듯 함니다. 모두들. 제가 말한 건 연봉 아님니다. 주급, 주급 4천만 원.”
“…….”
송진호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고, 형제는 동시에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주급 4천만 원.
형제의 연봉 이상의 돈이 주급으로 지불된다는 뜻이다.
한 달에만 2억, 1년이면 20억 이상을 받게 된다.
지금으로써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한국 축구, 아쉽지만 작습니다. 하지만 유럽 큽니다. 분데스리가 아주 큽니다. 그리고 RB 돈 많슴니다.”
그의 말이 제대로 와닿았다.
4천만 원을 아무렇지 않게 제시할 수 있는 구단.
“와…….”
“그 외에 할머니와 살 수 있는 집을 제공해 달라 할 수 있슴니다. 원한다면 차도. 통역사나 독일어 강사도 가능함니다.”
“지, 집까지요?”
유럽으로 가면 집은 어떻게 마련해야 하나 고민까지 했던 형제였다. 정우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티스는 웃었다.
사실 라이프치히에서 형제에게 제시한 최대의 금액은 각각 한국 돈으로 80억과 70억으로 150억 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부천에게는 큰 이득이 가겠지만, 형제에게 제시되는 조건은 좋지 못할 수도 있었다. 아마 그럴 것이다. 분데스리가의 특성상 많은 돈을 마음껏 쓸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적료를 깎는다면 형제에게 더 좋은 조건의 계약이 가능할 것이다. 책정했던 이적 예산을 깎아 줬으니 형제에게 더 많은 예산을 투자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라이프치히가 큰 이적료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티스는 이것을 가지고 형제를 자신의 고객으로 만들 계획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 한국 잘 암니다. 손형민도 내 고객. 두 사람이 적응하기 쉽게 잘 도와줄 수 있는 사람, 독일에서 나밖에 없을 검니다.”
“으음…….”
윤석은 침음을 흘렸다.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그것은 정우도 마찬가지였다.
형제가 무의식적으로 감독을 바라본다.
송진호는 형제의 시선에 티스가 모르게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가라, 이 정도면 좋다. 가거라.
그리 말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생각해 볼게요.”
하지만 윤석은 쉬이 확답을 주지 못했다.
라이프치히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아 두고 싶었다.
만약 이적하게 되었는데 자신의 자리가 여의치 않다면?
할머니를 챙길 수 있고 돈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뛰지 못한다면 거기서 끝이다.
유럽을 가더라도 좋은 팀보다는 더 많이 뛸 수 있는 팀, 그것을 통해서 성장해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는 발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라이프치히가 아무리 좋은 팀이라고 해도, 분데스리가가 어느 정도 수준 있는 빅리그라고 해도 축구 인생의 최종 목표로 삼고 싶진 않았다.
그런 형제의 표정에서 귀신같이 그들의 속내를 읽은 티스가 말했다.
“라이프치히, 좋은 팀, 맞슴니다. 하지만 두 사람, 대단함니다. 보장된 자리보다, 싸워서 차지함니다.”
“……!”
윤석이 두 눈을 부릅뜨고 티스를 바라봤다.
티스는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거 내 명함임니다. 마음 정하면 연락 줌니다.”
“아…… 네.”
티스는 지금 당장 확답을 들을 생각은 없었다. 그저 명함 하나를 건네며 티스는 빌과 함께 구단 사무실을 벗어났다.
떠나간 그 자리에서 형제는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 * *
에이전트 티스와 만남 이후에도 리그는 계속해서 진행되었다.
안산과 경기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과시했던 형제는 이어서 대전과 원정 경기에서도 활약하면서 정우는 1골을 기록했고, 윤석은 2도움을 기록했다.
그리고 모처럼 홈에서 펼쳐진 경남과의 경기.
정우가 허공에서 떨어지는 공을 받아 들었다.
가까이에 두 명의 수비수가 정우에게 짓쳐 든다. 정우는 발끝으로 공을 받음과 동시에 띄워 올려 한 명의 수비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게 하면서 그쪽으로 달려갔다.
머리 위로 공이 지나가는 것을 확인한 수비수가 지나가게 할 수 없다는 듯 정우의 길을 막는다.
그 순간 정우가 수비수를 향하다 멈칫하고는 골대 쪽으로 뛰어간다.
무슨 일인가 싶어 수비수가 뒤를 돌아보는 순간, 어느새 나타난 윤석이 공을 받아서 전방으로 공을 스루패스를 넣은 뒤였다.
정우가 질풍같이 달려들어 형이 찔러 준 공을 차지하고 단숨에 골키퍼를 마주한다.
골키퍼가 닿지 않는 곳.
구석으로 낮고 빠르게 슈팅한 정우는 볼 것도 없다는 듯 양팔을 들어 올리며 환호했다.
-한정우 선수, 해트트릭! 리그에서 세 번째 해트트릭을 기록합니다! 과연 한정우입니다! 대단해요!
-한윤석 선수의 어시스트가 만들어 낸 골이나 다름없습니다! 한윤석 선수는 오늘 이 경기에서 도움 해트트릭을 기록하면서 팀은 5 대 2의 스코어를 기록하게 되네요! 남은 경기 시간은 이제 겨우 3분! 현실적으로 경남이 부천을 이길 확률은 없다고 보여집니다!
-와, 한정우 선수, 30경기 33골! 엄청난 득점력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 선수를 누가 19세 어린 선수라 생각하겠습니까? 이미 K리그 챔피언십에서는 적수가 없습니다.
-형제에게 챔피언십은 너무나도 작습니다!
-최근 유럽으로 링크가 이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제 생각에는 지금 간다고 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삐익, 삐익, 삐이익!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형제는 서로를 바라보다 동시에 하늘을 올려다봤다.
‘좁다.’
‘작아.’
표현은 다르지만 생각은 비슷했다.
더 이상 이곳은 그들의 무대가 아니었다.
더 크고 넓은 곳.
더 뛰어난 실력을 지닌 선수들을 상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