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65)
형제의 축구-65화(65/251)
형제의 축구 65화
서울마저도 무릎 꿇리고 FA컵 결승전에 진출하게 된 부천은 그 기세를 이어서 리그의 마지막 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상대는 고양.
리그 최하위로 K3리그까지 승강제를 펼치게 된다면 강등을 면치 못하게 될 팀이었다.
하지만 전 세계 축구사를 찾아봐도 이런 팀에게 덜미를 잡혀 우승을 놓친 팀이 한둘이 아니었다. 남은 마지막 경기에 필사적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 한 경기에 모든 게 달린 팀원 모두가 부담을 느끼는 탓도 있었다.
그래도 이겨야 한다.
그래서 더욱더 안달이 났다.
-아, 부천 40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좀처럼 골을 넣지 못하고 있습니다. 점유율도 압도적이고 슈팅 수도 우월하게 많습니다. 유효 슈팅수만 해도 열두 번이 되고 있는데도 정작 들어가는 골은 단 1골도 없습니다. 고양은 텐백으로 골대를 감싸고 있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골대 대신 공에 얻어맞은 선수가 한둘이 아니에요.
“와, 꼭 이런 식으로 해야 하나.”
정우는 혀를 내둘렀다.
이건 골이다 싶은 순간 수비수가 머리를 들이밀고, 또 이건 들어갔다 싶은 순간 골키퍼가 기적 같은 선방을 펼친다.
그뿐이랴? 보다 못한 윤석이 슈팅했는데 그것을 또 엉덩이로 막아 냈다. 두 번째 슈팅은 장갑과 팔 보호대까지 착용하고 나온 골키퍼가 막았다.
꼴찌임에도 부천의 우승을 바라지 않는다는 듯 필사적이었다.
“후우…….”
전광판을 바라보니 남은 시간은 어느덧 5분여.
“안산은 어떻게 되고 있으려나…….”
“역시나 이기고 있겠지?”
정우의 말에 옆에 있던 김운도가 입을 열었다.
“그럴까요?”
“잘하잖아.”
그렇다.
확실히 잘하는 팀이었다.
송진호가 심각한 얼굴로 안산의 경기 결과를 알려 주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더 필사적이었다.
제발 들어가라.
제발…….
또다시 공과 공이 오가고 부천은 맹렬하게 골문을 두들긴다.
“흡!”
윤석이 힘껏 공을 찼다.
쾅! 뻐억!
윤석이 찬 공이 뒤돌아선 수비수의 엉덩이에 맞고 튕겨 나갔다. 엉덩이가 얼얼한 듯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수비수였지만, 공을 향한 집념은 놓지 않고 그대로 공을 향해 달려간다.
“어딜!”
수비수보다 한발 앞서 김운도가 공을 잡고서 골대를 향해 공을 찼다. 뻗어 나간 공을 바라보며 김운도가 인상을 찌푸렸다.
골키퍼가 또다시 선방을 펼친 것이다.
손끝에 닿은 공이 튕겨 나가자 또다시 선수들이 구름같이 달려든다.
“에라잇!”
이번 공의 주인공은 바그지뉴.
바그지뉴가 슈팅한다.
이번엔 들어간다.
선방 끝에 골키퍼도 공을 잡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바그지뉴가 희열에 물든 얼굴로 슈팅하는 순간.
뻑!
“우욱!”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고양의 미드필더가 복부로 공을 받아 냈다.
저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필사적인 방어였다. 공은 또다시 허공으로 튕겨 나가 주인 없는 공이 되었다.
공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 오늘 이 지긋지긋한 경기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 또 많은 선수들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들보다 한발 더 앞선 선수가 있었다.
“끝이다, 진짜!”
정우였다.
정우는 정말 신중하게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위치를 향해 떨어지는 공을 향해 발리로 슈팅했다.
퉁!
공이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뻗어 나간다.
철썩!
그리고 마침내 터지는 골.
와아아아아!
사람들의 함성 소리와 함께 정우가 두 주먹을 굳게 쥐고 들어 올렸다.
-골입니다! 골골골! 한정우 선수가 마침내 골을 넣었습니다! 뚫리지 않을 것 같던 고양의 골문이 마침내 열리네요!
-고양 선수들 필사적으로 경기를 펼쳤습니다만, 결국에는 부천에게 골을 내줍니다! 남은 시간은 추가 시간까지 채 2분도 남지 않았습니다!
고양의 선수들은 낙담한 표정을 지었다.
어떤 목표를 지니고 있던 그들은 그들의 목표를 지키지 못한 것이다.
남은 시간.
동점 골을 만들기에는 어렵다고 생각되는 시간이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삐익, 삐익, 삑!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과 함께 부천 선수들의 시선이 송진호를 향한다.
누구보다도 무겁던 표정을 짓고 있던 송진호 감독은 환한 표정으로 주먹을 불끈 쥐고 웃으며 선수들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자식들아 우승이다, 우승!”
“네?”
“안산이 무승부로 끝났어! 우리가 이겼다!”
“진짜입니까?”
“표정은 그게 아니셨는데…….”
“너희들이 긴장 풀까 봐 그랬지! 이겼다, 우리가!”
“맙소사……!”
선수들이 멍한 표정으로 송진호를 바라보다 이번에는 관중석을 바라봤다.
부천의 팬들이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전광판에서 화려한 그래픽과 함께 부천의 우승을 자축하는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우승……!”
윤석이 모처럼 환하게 웃으며 동생을 바라봤다.
“형, 우리가 우승이야?”
“그래……! 우승!”
우승이 확실해진 순간 형제는 동시에 감독에게 달려갔다.
감독은 기쁜 얼굴로 그런 형제를 맞이했다.
“고맙다, 자식들아! 너희들 덕분에 우승했어! 고마워! 내 새끼들!”
“저희야말로 감사합니다, 감독님!”
“감독님…… 와…… 감독님!”
형제가 감독을 부둥켜안고 감격에 젖은 얼굴을 할 때, 구단의 직원들이 가져온 샴페인을 들고서 권지용이 다가왔다.
뽕! 촤아아아악!
마구 흔든 샴페인은 뚜껑을 열자마자 분수처럼 감독과 형제를 덮쳤다.
“샴페인입니다!”
“우왓, 차가워!”
“와하하하하!”
2016년 10월 30일.
부천은 창단 이래 첫 우승을 기록하게 되었다.
* * *
아직 FA컵 결승전이 남았기 때문에 구단은 크게 파티나 회식을 열지 않았다. 회식이나 파티는 FA컵까지 지내 보고 결정할 일이었다.
우승의 기쁨도 잠시, 다가올 FA컵 결승을 위해서 선수단은 바로 숙소인 호텔로 이동하게 되었다. 숙소로 도착한 선수들은 그래도 우승을 기념하기 위해서 가볍게 맥주를 들이켰다.
선수들에게 제공되는 라운지에서 선수들 모두가 모여서 엄격한 송진호의 지도 아래 대놓고 마시지 못하던 맥주를 즐겼다.
아, 단 한 사람.
정우만 빼고 말이다.
“맥주…… 맛있어, 형?”
정우가 안달 난 얼굴로 윤석에게 물어봤다.
윤석은 흘끔 자신의 손에 들린 맥주병을 보고서 말했다.
“먹고 싶냐?”
“아니, 뭐, 그런 건 아니고…… 맛있게 먹길래, 형이.”
정우의 말에 윤석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별로…… 쓰기만 한데? 무슨 맛으로 먹는지 아직은 모르겠다.”
“그래? 씁쓸하니 감칠맛 나지 않아?”
윤석의 얼굴이 굳었다.
“네가 그걸 어찌 아냐?”
순간 움찔한 정우였지만, 이내 능글맞게 웃으면서 말했다.
“유소년 팀에서 친구들이랑 몰래…… 형도 있었지 않나?”
“아…….”
문득 과거에 호기심 삼아 다 같이 술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 나서 다음 날 몇몇 친구가 숙취를 호소하다 감독에게 걸려서 신나게 혼났던 기억이 있었다.
“하, 그럴 때가 있었지.”
“그러게…… 우승했으니 친구들한테도 가 봐야 하는데.”
“그래라. 내년부터는 자주 볼 수 없을 테니.”
윤석의 말에 정우가 멈칫했다.
“결정한 거야?”
“어, 너는?”
정우는 윤석의 말에 어깨를 으쓱했다.
“알잖아. 형만 OK 하면 나는 무조건 간다고.”
“음…….”
정우는 동료들을 바라봤다.
더 오랫동안 함께할 것 같았는데 이 사람들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드니 기분이 묘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좋은 형들이었고 정도 많이 들었다.
“흠…….”
감상에 젖어 들려는 순간.
누군가가 형제에게 다가왔다. 송진호였다.
“감독님.”
“그래, 둘이 뭐 그리 진지하게 떠들고 있나 해서 와 봤다. 다들 들떠 있는데 말이지.”
“그러게요.”
윤석이 웃으며 말하자 송진호는 가만히 두 사람을 바라보다 말했다.
“마음을 정한 모양이구나?”
“잉? 어떻게 아셨어요?”
“후후, 너희를 본 지가 몇 년인데, 딱 보면 알지 않겠냐?”
송진호는 그리 말하면서 형제를 바라봤다. 감회가 남다르다.
감상에 젖어서 한참을 말없이 바라보던 송진호는 이내 웃으면서 말했다.
“이제 하나 남았다.”
“네?”
“우승컵.”
“아…… 하하하, 그러게요.”
송진호는 형제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말했다.
“부탁한다. 그리고…… 이 스승을 생각해서라도 반드시 성공해 다오.”
“……네.”
아쉽기는 하지만 형제는 자신의 기대에 크게 부응해 줬다. 이제 남은 것은 형제가 크고 또 커서 세계적인 선수가 되어 주는 것뿐이었다.
형제라면…….
자신도, 그리고 한국의 그 어떤 선수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던 그 큰 목표를 이룰 수 있으리라, 송진호는 생각했다.
* * *
형제와 통화를 끝낸 티스는 쾌재를 불렀다.
“그래, 그렇지! 좋아!”
그런 티스를 한심한 듯 바라보던 빌이 물었다.
“그렇게 좋으십니까?”
“당연하지! 형제를 드디어 내 손에 쥐었는데 기쁘지 않을 수가! 기쁨을 나누기 위해 우리 오늘 술잔을 기울여 볼까?”
티스의 말을 들은 빌은 머리를 짚었다.
“또 술입니까? 술은 어제도 양껏 마신 것 같은데요?”
“어제는 잠이 오질 않아서 마신 술이고. 오늘은 기쁨을 나누는 술이네! 성공이 보이지 않는가?”
“성공은 모르겠지만, 사장님이 알콜 중독자가 되는 미래는 보이는 것 같네요.”
“그런가? 하하하하! 하지만 아니야. 나는 일을 하는 순간에는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아. 오늘까지만, 내일부터는 일을 해야 하니 당분간 술과는 이별이지.”
그의 말을 들은 빌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시겠죠. 아무튼, 축하드립니다.”
“그래, 그래. 음…… 정말이지 기대되는군. RB에서 활약하는 형제의 모습을 말이지.”
하지만 빌의 표정은 시큰둥했다.
“자네 표정이 별로 좋지 못하군?”
빌은 당연하다는 듯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일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만, 함부르크의 팬으로서는 별로 달갑지 않은 일입니다. 라이프치히…… 음…….”
빌의 말을 들은 티스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분데스리가에서 라이프치히의 이미지는 좋지 못했다. 과장 하나 보태지 않고 공공의 적이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말이다.
독일의 재정 규칙을 편법을 부려 가면서까지 어기는 그들을 축구 팬으로서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물론 그 반대로 이들이 공룡이라 불리는 뮌헨을 무찔러 주길 바라는 사람, 그리고 과거 동독 지역에서 유일무이하게 분데스리가에 입성한 팀으로서 해당 지역 사람들의 희망이 되어 주길 바라는 사람들도 적지 않지만 말이다.
다만 함부르크의 열렬한 팬인 빌의 입장에서는 결코 달가운 팀은 아니었다.
“어쩔 수 없지. 나도 함부르크의 팬으로서는 마뜩잖지만…… 우리 분데스리가는 변화의 바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쪽이네. 그리고 지금까지 분데스리가는 서독에 너무 집중되어 있지 않은가. 그쪽 사람들이 뭔 재미로 사나 안타까울 정도야.”
“분단의 아픔이 아직도 회복되지 않은 걸 축구만 봐도 알 수 있네요.”
“음…… 아무튼, 우리 고객은 라이프치히의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거야.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네.”
빌은 희망만 가득 찬 티스의 말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래도 그게 가능할까요? 인정하긴 싫지만, 라이프치히의 선수들도 보통은 아니에요. 어린애들이 매우 잘해 주고 있지 않습니까.”
“벤더 형제를 바보로 만든 한윤석이 아니면, 누가 라이프치히의 주전이 될 수 있단 소리지?”
“음…… 그건 인정합니다만, 한정우는 라이프치히가 원하는 스타일의 선수가 아닙니다. 라이프치히는 공격수들도 강력한 압박과 수비를 요구한다고요.”
“물론 그렇지. 하지만 쓰기 나름 아닐까? 무엇보다…… 공격수로서 능력은 결코 젤케나 베르너 못지않다고 생각한다만? 라이프치히의 로테이션은 매우 유동적이어서 기회도 계속 주어질 거야. 나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네. 무엇보다 감독과 단장이 원하질 않는가. 형제를!”
“흠…… 뭐, 사장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이유 없이 데려오려고 하진 않을 테니까요.”
두 사람도 전망만 할 뿐 형제의 미래를 크게 확신하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