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66)
형제의 축구-66화(66/251)
형제의 축구 66화
계약
FA컵 결승은 울산과 치르게 되었다.
지금까지 FA컵이 단판 승부였다면, 결승은 2차전으로 치르게 된다.
부천의 홈에서 펼쳐지는 1차전에서 울산은 부천을 상대로 텐백 전술을 통해 무승부를 끌어냈다. 그들은 부천을 강팀으로 인정하고 철저하게 수비적인 전술을 통해서 부천의 홈에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낸 것이다.
어떻게 보면 프리미엄의 팀이 챔피언십의 팀을 두려워하고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 것처럼 보이지만, 다음 경기는 울산의 홈이었다.
울산은 홈경기에서 승부를 볼 생각이었고, 이는 결코 부천에게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팀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았다.
일단 우승을 했다.
아주 먼 옛날 자신들의 무대.
다시는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K리그 프리미엄으로 입성하게 된 것이다.
연고지 팀이 야반도주하고, 팬들이 스스로 창단해 K3 리그에서부터 시작하고,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사건과 사고를 딛고서 마침내 옛날 자신들의 무대로 돌아간 것이다.
벌써부터 팬들은 K리그 프리미엄에서 뛸 팀의 모습을 기대하기에 이르렀다.
그도 그럴 것이 FA컵에서 부천의 수비가 통한다는 것을 보여 줬고, 부천의 공격이 매섭다는 것을 보여 줬으니 프리미엄에서도 우승은 어려울지 몰라도 경쟁력 있는 팀으로 자리 잡으리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팬들에게 아쉬운 소식, 결승 2차전을 남기고 팀 분위기를 흐릴 소식이 터져 나왔다.
한윤석, 한정우.
부천의 용형호제라 불리던 이 선수들이 이적이 예정되어 있다는 기사가 터져 나온 것이다. 아니, 예정이 아니라 거의 확실한 것처럼 대대적인 보도가 이뤄졌다.
철저하게 비밀로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디서 유출된 것인지 몰라도, 형제의 이적 소식이 지금 나오는 것은 결코 좋지 못했다.
팀에게는 아쉬운 일이지만, 선수의 입장에서 다행인 점은 아직 이적할 팀이 어디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호재로 다가와 라이프치히가 형제의 이적을 서두르는 결과를 낳았다.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라이프치히는 형제의 이적을 나름대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고, 이적 사실이 공개되면서 누군가 중도에서 가로채 갈 것을 염려했다.
정작 당사자들은 의식하지 않고 있지만, 중국 슈퍼리그에서 막대한 이적료와 연봉으로 형제를 데려가려 한다는 소문이 있었기 때문에 라이프치히로선 급해질 수도 있었다.
이는 라이프치히가 한국 선수들의 입장에서 돈 때문에라도 중국 리그로 가는 것을 꺼려 한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어쨌든 그 덕에 이번 계약을 시작으로 형제의 에이전트가 되는 티스의 입장에선 원하던 것을 최대한으로 뽑아낼 수 있는 결과를 낳았다. 그것도 이적료를 대폭 상향해서 제시했음에도 말이다.
당초 한국 돈 40억 원 정도를 최소한의 마지노선으로 잡았지만, 성사된 이적 금액은 윤석이 63억, 정우가 51억으로 114억의 이적료가 부천에게 지급되게 되었다.
부천의 입장에서는 K리그 프리미엄에서도 잘 나오지 않을 거대한 이적 자금을 챙기게 되었고, 라이프치히의 입장에선 당초 목표했던 150억보다 적은 금액이 들어간 것에 대해서 만족했다.
그 덕에 계약 부분에서 라이프치히는 최대한의 좋은 조건을 형제에게 제시했다.
물론 지금도 형제의 영입을 부르짖는 중국 리그가 하이재킹을 시도해 지급할지도 모를 돈을 생각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일지도 모르지만, 유럽에 처음 진출하는 어린 소년들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좋은 금액의 계약이 제시된 것이다.
제시된 계약 조건은 이랬다.
한윤석
계약 기간 : 4년(2017.1.1~2020.1.1)
계약금 : 80만 유로(한화 약 10억)
주급 : 3만 유로(한화 약 4천만 원)
추가 옵션
출장 수당 : 1천2백 유로(한화 약 150만 원)
도움 수당 : 2천4백 유로(한화 약 3백만 원)
20경기 출장 후 : 8만 유로(한화 약 1억 원)
리그 종료 후 챔피언스 리그 진출 시 : 약 15% 급료 인상
리그 우승 시 상금 : 구단 선수 지급 예정금액과 동일(약 15억 원)
독일컵 우승 시 상금 : 구단 선수 지급 예정 금액과 동일(약 5억 원)
기타 옵션
렌트 하우스 제공 : 렌트 비용 구단 전액 지급
통역사 겸 독일어 강사 제공
선수 가족을 위한 의료 혜택 제공 : 구단 제휴 병원 가족에 한해서 무료 진료
한정우
계약 기간 : 4년
계약금 : 80만 유로
주급 : 2.5만 유로(한화 약 3천 2백만 원)
추가옵션
출장수당 : 799 유로(한화 약 1백만 원)
득점수당 : 1천2백 유로
도움수당 : 799유로
리그 득점 20골 : 7만 유로(약 9천만 원)
리그 득점 30골 : 19만 유로(약 2억 5천만 원)
20경기 출장 후 : 6만 유로(약 8천만 원)
그 외 조건 한윤석과 같음
기타 옵션
한윤석과 같음
제시된 조건을 티스에게 전달받은 형제는 멍하니 계약 조건들을 바라봤다.
지금 받는 연봉이 우스운 금액들이 무수히도 많이 적혀 있었다. 지금으로선 만져 보지 않아서 얼마나 많은 금액인지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티스는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는 형제를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
“그쪽에서 형제를 굉장히 많이 원하더군요. 이유는…… 직접 가서 들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곳의 단장이나 감독이나 에이전트보단 선수와 직접적인 대화를 원하는 분들이니까요. 아무튼, 손형민 선수가 처음 프로 계약을 맺었을 때보다 좋은 조건임은 확실합니다.”
“그래요?”
윤석의 물음에 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마음에 드십니까?”
티스의 물음에 정우가 하나를 가리키며 물었다.
“여기 득점 수당이 있는데요…….”
정우가 미처 말을 끝내기 전에 티스가 정우의 말을 끊고 말했다.
“오, 그 부분 말씀이군요. 아쉽게도 득점 10골에서는 수당을 지급할 수 없다고 합니다. 놀랍죠? 그들은 한정우 선수가 10골은 쉽게 넣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대단합니다, 한정우 선수.”
“아니, 10골이 아니라…… 왜 40골은 없어요?”
“아……?”
티스가 얼빠진 얼굴로 정우를 바라봤다.
40골이라니.
“이런…… 40골이라…….”
어린아이의 치기가 대단하다고 티스는 생각했다.
요즘 메시나 호날두가 40골 정도는 아주 우습게 넣다 보니 요즘 어린아이들은 득점 20골, 30골 정도를 매우 우습게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40골 고지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호날두도 40골을 넘기지 못한 시즌도 있었고, 메시도 그러했다.
무엇보다 분데스리가의 최다 득점왕 기록이 바로 40골의 게르트 뮐러였고, 30골의 고지조차 지난 시즌 뮌헨의 레반도프스키가 달성하기 전까지 그 누구도 30골의 고지를 넘지 못했었다.
“뭐, 나쁘진 않지.”
티스는 소년은 꿈을 크게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래, 구단에게 특별히 요청해 보도록 합시다. 잠시만…….”
티스는 가벼운 마음으로 곧바로 라이프치히에 전화를 걸었다.
분명히 승낙할 것이다.
어차피 불가능하리라 생각되는 40골이었고, 선수의 사기 진작 차원에서 이름뿐인 옵션 정도는 걸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에 아주 만약에 정우가 40골의 고지를 넘게 된다면 40골 득점 보너스가 결코 아깝지 않으리라.
그리 생각하는 사이 티스는 누군가와 전화 연결이 되어 한참 통화를 나눈다. 그런 티스를 바라보며 윤석이 정우의 옆구리를 쿡하니 찌르며 물었다.
“야, 너무 세게 나가는 거 아니냐?”
“아, 이 정도 목표는 있어야 할 맛 나지.”
그사이 티스의 스마트폰 너머에서는 누군가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내 전화가 끊겼다.
“흔쾌히 수락하네요. 50골 옵션도 필요하면 넣어 준다고 합니다. 그렇게 할까요?”
“좋죠!”
정우는 신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우의 모습에 티스는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영락없는 어린아이의 모습이었다. 누가 저 아이를 리그와 컵을 통틀어 40골을 넣은 선수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가만…….”
생각해 보면 비록 챔피언십이라고 하지만 17세 어린 나이로 프로 리그에서 40골이나 넣어 준 공격수가 얼마나 될까?
티스로서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메시와 호날두도 저 어린 나이에는 그렇게는 하지 못했었다.
문득 정말 어마어마한 천재에게 어쩌면 실현 가능한 옵션을 붙인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하하핫, 40골! 그까이꺼! 음핫핫!”
……아닌 것으로 치자.
* * *
“하하하하, 정말 당돌한 꼬마로군!”
독일에서 공공의 적, 가장 떠오르는 화두로 불리는 RB 라이프치히를 가장 앞에서 진두지휘하는 단장, 랄프 랑닉은 전화를 끊고서도 웃음을 멈출 줄 몰랐다.
그의 맞은편에 앉은 사내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우리가 이번에 영입하기로 한 아시안 형제들 있지 않나.”
“…….”
“그중에 꼬마 녀석이 40골 득점 옵션을 제시했네. 정말 당돌한 꼬맹이가 아닌가? 하하하.”
랄프 랑닉의 말에 맞은편에 사내, 랄프 하센휘틀도 피식 웃음을 흘렸다.
“대단한 포부군요. 40골이라니.”
“그러게 말이야. 아무튼, 이런 도전적인 자세는 매우 마음에 들어.”
랄프 랑닉은 그리 말하며 턱을 쓸었다. 그런 단장을 바라보는 하센휘틀은 앞에 놓인 커피를 홀짝이곤 말했다.
“모르죠, 정말 40골을 기록할지도.”
“적어도 이번 시즌은 아니지. 그 아이는 아직 완성된 아이가 아니지 않은가.”
랑닉의 말에 하센휘틀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다음 시즌, 어쩌면 다다음 시즌에는 또 모르죠.”
하센휘틀의 말에 랄프 랑닉이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자네는 어찌 꼬마아이에게 더 관심이 있는 듯하군. 애초에 영입해 달라고 조른 건 그 꼬마가 아니라 그 아이의 거인 형이 아니던가?”
“그렇죠. 그런 완벽한 선수는 처음 봤으니까요.”
하센휘틀은 자신의 선수를 지켜보기 위해 봤던 올림픽 경기를 떠올렸다. 그 경기에서 자신의 선수들은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단 한 사람.
전차같이 독일을 밀어 버린 거대한 선수뿐이었다.
그 경기를 보고 반해 버린 랄프 하센휘틀은 곧바로 랑닉에게 그 선수, 윤석의 영입을 요청했고, 마찬가지로 경기를 지켜본 랑닉도 흔쾌히 수락하고 이적 의사를 물었더랬다. 그 당시에는 보기 좋게 거절당했지만, 윤석을 계속 지켜보기 위해서 직원들을 파견했다.
그리고 그들이 제공한 영상에서 하센휘틀은 윤석은 물론이고 또 하나의 선수에게 반해 버리고 말았다.
질풍같이 필드를 횡단하며 믿을 수 없는 원더 골을 만들어 내는 어린 선수.
보이기에는 14세 정도로 보이던 그 선수는 알고 보니 17세, 게다가 한윤석의 동생이었다.
“‘큰 한’이 무결점의 선수가 된다면, ‘작은 한’은 엄청난 선수가 될 겁니다.”
“뭐, 대단하긴 하지. 아무튼, 기대되는군. 어서 그들을 봤으면 좋겠어.”
랑닉은 그리 말하며 커피를 들이켰다.
지금 라이프치히의 상황은 좋지 못했다.
물론 팀은 잘해 내고 있었지만, 무한 로테이션 시스템 속에서 활약해 줄 선수들이 부상에 신음하고 있었던 탓이다. 무한 경쟁 속에서 경쟁자가 부상에 신음해 긴장을 놓은 탓인지 선수들의 정신 상태가 약간이나마 해이해진 상황이었고, 부상자들의 빈자리를 메우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예상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기도 했다.
젊은 선수들로만 구성된 이 팀은 너무 혈기가 왕성했다. 그게 문제를 일으키곤 했고, 또 한편으론 나태함을 부르기도 했다.
랑닉은 동양에서 건너올 형제가 잠시나마 해이해진 팀의 정신 상태를 단단히 조여 줄 자극제가 되어 주길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