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68)
형제의 축구-68화(68/251)
형제의 축구 68화
“제길.”
윤정안 감독이 혀를 찼다.
이대로 가다가는 1골 더 먹어도 할 말이 없었다.
기습적인 1골이 울산의 전술을 모두 말아먹었다. 변화가 필요했다.
사실 울산은 측면에서 크로스를 통해 골을 넣는 경우가 많았다. 중앙의 미드필더들 또한 측면으로 빠져서 중앙으로 공을 올려 주는 경우가 많은데, 부천에게는 그것이 통하지 않았다.
1차전에서 시범 삼아 시도해 봤지만, 보기 좋게 부천의 중앙 수비수들에게 막혔고, 윤석이 가세하면 절대로 공중 볼을 소유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중앙에서 무언가를 풀어 나가기도 어렵다.
이미 중원은 부천의 소유였다.
“답답하군.”
답답했다.
문득 부천이 자랑하는 선수들이 눈에 들어온다.
중원을 지배하고 골대를 가르는 무서운 형제.
저 둘만 있어도 중원과 공격력이 강화될 거다. 지금의 울산에게 정말로 필요한 자원이었다. 하지만 그 둘을 원하는 팀은 한두 곳이 아니었다.
지금 당장 전북과 서울 같은 강팀들도 그들이 필요했고, 중국에서도 그들을 원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결국, 승자는 유럽이라지?”
이미 그들이 유럽으로 진출할 예정이라는 소문 정도는 형제를 원하던 구단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럴 때가 아니지, 빌어먹을.”
이적은 이적이고 지금은 이 빌어먹을 상황을 타파해야 했다.
하지만 윤정안 감독이 머리를 굴리기 전에 그가 두려워하던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바그지뉴, 한윤석의 공을 받고 그대로 중앙으로 침투해 들어갑니다. 루키앙과 한정우가 선수들을 유인하고 있군요, 울산이 수비력이 나쁜 팀이 아닌데 지금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한정우를 막아야 하는가, 아니면 루키앙을? 바그지뉴를?
“뭐 하냐, 미드필더들아! 지원 가야지!”
윤정안이 답답한 듯 외쳤다.
하지만 그들도 수비수들을 지원하기에 어려운 상황이었다.
부천의 중원이 최전방으로 올라서고 있었다.
“이게 무슨 챔피언십의 팀이야?”
밀고 올라오는 기세가 심상치 않아 울산의 미드필더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일사천리였다.
공격진의 움직임이자, 미드필더의 지원이나 결코 프리미엄의 구단들 못지않았던 것이다.
-바그지뉴, 침투해서 슈팅합니다!
모두가 그 공이 골대를 향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공은 골대 가까이 다다른 시점에서 골대 안으로 휘지 않고 오히려 밖으로 휘었다.
바그지뉴는 좁은 각도에서 골대를 향해 슈팅해 봤자 실패하리라 생각했고, 슈팅을 가장한 크로스를 시도한 것이다.
그 크로스는 골키퍼까지 감쪽같이 속였다.
공을 쳐 내기 위해 뛰어오른 골키퍼는 절망 섞인 얼굴로 바깥쪽으로 휜 공을 향해 머리를 들이미는 선수를 바라봐야 했다.
그리고 자신의 옆구리쯤을 스쳐 지나가는 공 역시도.
-부천의 두 번째 골! 바그지뉴와 루키앙이 합심해 두 번째 골을 만들어 냅니다! 대단한 선전이로군요! 지난 1차전이 무색한 멋진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부천!
-이거 정말 14초 만에 넣은 골이 치명적이었어요. 울산의 모든 계획을 엉망으로 만들었거든요?
-울산은 애초에 1차전에서 단 1골이라도 만들어 뒀어야 했습니다. 원정에서 무승부를 만들고 홈에서 여유롭게 경기를 펼치고자 했던 그들의 계획은 배수진이 되어 버렸어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울산은 지금 상황에서 세 골을 더 넣어야지 이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울산의 공격력은 프리미엄의 팀 중에서 좋다고 볼 수가 없어요.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코비가 이번 시즌 겨우 7골의 기록을 지니고 있습니다. 부천은 이미 프리미엄에서 최고의 득점력을 지닌 전북과 서울을 상대로도 뛰어난 수비력을 보여 준 바 있습니다. 울산이 과연 부천의 수비진을 뚫고 골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저는 의문이 드네요.
울산 선수들의 표정은 심각할 정도로 굳어 버렸다.
반대로 부천은 축제 분위기였다.
벌써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처럼 서로 얼싸안고 환호하고 있었다.
“더블이다, 더블!”
“챔스 가는 거야!”
“챔스!”
FA컵 우승 팀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참여할 자격이 주어진다.
부천으로서는 첫 국제 무대가 되는 셈이었다.
더블은 물론이오, 국제 무대 데뷔의 길까지 보이기 시작한다.
선수들만큼이나 송진호 감독도 들뜬 표정이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벌써부터 거의 대부분을 다음 시즌 이적료로 보장받은 형제의 이적료를 가지고 어떤 선수를 데려와야 할지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렇게 부천의 우세 속에 전반전이 마무리되었다.
송진호는 즐거운 마음으로 선수들을 맞이했다.
그 반대로 윤정안 감독은 누구보다도 화난 얼굴로 울산의 선수들을 맞이하게 되었다. 초반 골에 당황한 선수들을 질책하면서도 후반전을 준비했다.
부천은 중원이나 공격진이나 무서운 공격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아직 활로는 있었다.
“우리는 그대로 측면을 통한 역습으로 경기를 풀어 간다.”
윤정안은 선수들에게 말했다.
이미 측면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1차전을 통해서 알고 있는 선수들은 의아한 얼굴로 윤정안 감독을 바라봤다. 물론 계속 시도하다 보면 골로 연결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세 골을 넣어야만 이길 수 있는 상황에서 선수비가 선행되어야 하는 역습이라?
“하지만 그 전에 선행되어야 할 게 있어.”
윤정안은 그리 말하며 선수들에게 진지한 얼굴로 전술을 설명했고, 선수들의 얼굴은 점차 결연해지기 시작했다.
* * *
-네, 전반전은 부천의 독무대였습니다. 울산은 홈에서 속수무책으로 부천에게 휘둘렸죠? 이대로라면 FA컵의 우승컵은 부천이 들어 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쉽지 않아요. 2골을 넣었습니다. 울산은 무승부를 거둘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후반전 동안 3골을 넣기 힘들리라 생각되네요.
울산의 팬마저 암울한 얼굴을 하는 사이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 가운데 울산은 더욱더 두꺼운 수비로 진영을 구축했다.
포백에다가 그 위에 또다시 세 명의 미드필더를 뒀는데 수비진과 간격이 좁아 사실상 일곱 명이서 수비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게 만들었다.
-아, 이거 뭔가요? 2골이나 뒤처지고 있는 상황에서 울산은 일곱 명의 선수가 수비벽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미드필더 셋이 모두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하게 되는군요.
고딕]-지금 같은 상황에서 굳이 저런 극단적인 수비전술이 필요로 할까요? 오히려 공격력을 강화해도 모자란 상황에서 윤정안 감독의 생각을 알 수가 없습니다.
송진호도 필드를 바라보고 의아한 얼굴로 흘끔 윤정안을 바라봤다.
무슨 생각일까?
우승컵이니 경기를 포기할 리도 없는데.
“흐음…….”
그래도 송진호는 윤정안이 지금의 스코어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여유는 자신의 팀에게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머지않아 바뀌게 되었다.
세 명의 미드필더와 포백 라인이 간격을 극단적으로 좁혔다. 심지어 풀백도 간격을 좁혀서 중원에 위치해 있었다. 울산의 일곱 선수가 페널티에어리어 앞에서 극단적인 밀집 수비를 시도한 것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공은 울산이 가지고 있었다.
텅텅 빈 중원에서 자연스럽게 부천이 라인을 끌어 올리며 울산의 공을 빼앗기 위해 들어갔다.
좁은 공간 안에서 부천의 선수들과 울산의 선수들이 뒤엉켰다.
좁은 공간 안에서 울산의 선수들의 패스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패스가 아무리 좋지 못하더라도 동료와 동료 사이가 가깝기 때문에 패스 성공률이 떨어질 수가 없었다.
그 속에서 부천의 선수들은 공을 뺏어 오기 위해 압박을 시도했다.
하지만 쉽지가 않았다.
부천의 수비 라인은 분명 뛰어난 압박과 수비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반대로 지금 부천의 주전 쓰리톱인 루키앙과 바그지뉴, 정우는 압박 전술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었다.
정우는 항시 최전방에서 역습을 위해 수비수들과 같은 선상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루키앙과 바그지뉴는 측면에서 공을 운바하는 역할만 도맡아 해 왔다.
부천은 항상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사이까지 상대방을 유인해와 압박해 공을 빼앗고 역습을 하는 스타일이었다.
지금과 같은 좁은 공간에서 루키앙과 바그지뉴는 어쩔 수 없이 공을 뺏기 위해 안으로 들어왔지만 공간만 차지하고 공을 쫓기만 할 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정우는 수비와 같은 선상에서 지금과 같은 상황을 지켜만 봤다.
더욱이 문지형도 활동량이 많은 선수가 아니었고 수비력이나 압박이 뛰어난 선수가 아니었다.
조준석과 윤석만이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공을 쫓았다.
이미 충분히 골을 넣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부천의 수비 라인은 역습을 대비하기 위해 지나치게 올라가지 않고 간격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점차 알게 모르게 윤석과 조준석이 2선 가까이 올라가게 되면서 부천의 수비진과 미드필더 사이에서 제법 넓은 공간이 생겨났다.
“아차……!”
송진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순간 울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느린 템포로 공을 몰아가며 부천의 1선과 2선을 바짝 유인한 뒤 기다렸다는 듯 중원의 미드필더 하나가 부천의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의 빈 공간의 측면으로 공을 찔러 넣었다.
중원에 가세하고 있던 울산의 풀백들이 측면으로 뻗어나갔고, 레프트 풀백, 김태의는 미드필더가 찔러 준 공을 받고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미 약속되어 빠르게 움직인 그와 달리 그를 막기 위해 움직일 부천의 선수들은 없었다. 뒤늦게 부천의 미드필더 진이 내려가는 사이, 이미 측면 깊숙이 들어온 김태의는 부천의 풀백인 이함준이 자신에게 달려오기 전에 중원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그는 울산에서 올린 크로스의 절반을 성공시킬 정도로 크로스에 일가견이 있었다.
그의 크로스가 정확하게 공격수인 코비의 머리에 맞아 떨어졌고, 코비가 흘린 공을 최태준이 슈팅했다.
철썩!
-골인! 골입니다! 울산이 추격골을 성공합니다!
-이번 골이 희망의 불씨가 되어 줄까요?
-성공적인 역습이었습니다! 울산의 수비는 부천의 선수들을 유인하기 위한 미끼였군요. 여유를 가지고 수비 라인이 역습에 대비해 올라가지 못한 것이 공간을 만들어 냈고 골로 연결됩니다!
송진호는 이를 물었다.
“이걸 노린 거군.”
굉장히 극단적으로 간격을 좁히면서 미드필더 라인을 유인해 왔고 역습에 대비하기 위해 수비 라인이 올라가지 않은 것이 오히려 역습의 빌미가 되어 줬다.
송진호는 머리를 짚었다.
“굳이 공격적으로 나갈 필요는 없지.”
분명 깜짝 놀랄 공격이었지만, 이제 볼은 자신들의 손아귀에 있었다.
그들의 유인에 굳이 넘어갈 필요가 없었다.
“윤석아, 아래로 내려와서 템포를 늦춰라!”
이번에는 반대로 부천이 느린 템포로 공을 돌리며 시간을 끌 생각이었다.
경기가 다시 재개되면서 부천이 공을 뒤로 돌리자 이번에는 울산은 이번에는 아까와 전혀 다른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수비 라인부터 세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모두 하프라인을 넘어서 공간을 좁혔다.
세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중 한 명은 중앙 수비수와 삼각형을 이뤄 정우를 가뒀고, 나머지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와 공격수가 내려와 삼각형을 이루면서 윤석을 가뒀다. 풀백들도 아까처럼 중원에 가담해 각자 문지형과 조준석을 따라다녔다.
행여나 윤석의 공이 조준석이나 문지형에게 향하면 해당 방향에 위치한 울산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가세해 그들을 압박해 공을 앞으로 전개하지 못하게 했다. 측면에는 바그지뉴와 루키앙을 견제하기 위해 울산의 윙 포워드들이 내려와 풀백 역할을 했다.
공간을 좁혀 삼각형을 만들어 유기적으로 동료들을 도울 수 있는 환경까지 만들었다.
“이게 순식간에 되는 거야?”
송진호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좁은 공간에서 삼각형을 만들어 압박하는 방식은 뛰어난 효율을 자랑하지만, 높은 팀워크와 활동량, 그리고 전술을 이해하고 있어야 했다.
한순간에 이렇게 만들어서 실행할 수 있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당황한 송진호 감독과 달리 윤정안 감독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사실 이는 이번 초반이 지난 시점부터 차츰차츰 준비해 오던 것들이었다.
단지 대놓고 활용하지 못한 것일 뿐이지 경기 시에도 선수들에게 항상 삼각형을 생각하라고 주문하긴 했었다.
지금처럼 간격을 매우 좁히고 서로의 위치가 파악이 되기 시작하니 오히려 편하게 삼각형의 압박 형태를 만들어 내고 있었고, 울산의 풀백들이 중원과 측면 포지션이 소화가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 자원이기 때문에 중원에서도 어렵지 않게 선수들을 견제할 수 있었다.
사실상 수비 라인의 선수들이 대부분 멀티 플레이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한국 축구의 특성이 지금 같은 모험을 시도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지나치게 좁은 간격에서 강도 높은 압박에 당황한 문지형이 마침내 공을 빼앗겼다.
-아, 이거 어떻게 보면 지난 1차전의 텐백 전술과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위로 올라가서 공간을 극단적으로 좁히고 압박한다는 차이점이 있네요.
-울산의 수비력은 시즌 초반과 후반이 많이 다릅니다. 윤정안 감독의 전술에 익숙해지면서 점차 능숙해진 모습을 보였는데, 오늘 그 모습의 절정을 보는 듯하네요.
-네, 말씀드리는 순간 공을 빼앗은 울산, 김태의에게 다시 공이 갑니다! 중원에서 측면으로 빠져가는 김태의 선수를 향해 조준석과 이함준 선수가 달려가는데요!
김태의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부천의 선수들을 확인하고 전방을 바라봤다.
윤석을 감싸던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물론이고 쓰리톱의 선수들 모두가 문지형이 공을 뺏기는 순간 최전방으로 올라가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새 부천의 최후방은 울산과 부천의 선수들로 뒤엉켜 있었다.
특히 윤석의 주변에는 두 명의 미드필더, 그리고 한 명의 공격수가 근처에 위치해 윤석에게 볼이 갈 경우를 대비하고 있었다.
부천은 세 명의 수비수와 윤석이 자리 잡고, 울산에서는 다섯 명의 선수가 골대 안으로 들어간 상황.
김태의는 골대 좌측을 향해 크로스를 올렸다.
빠르게 뻗어 나간 크로스를 향해 누군가가 머리를 들이밀었다.
퉁!
공이 허공을 갈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