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69)
형제의 축구-69화(69/251)
형제의 축구 69화
-아아, 한윤석 선수…… 이 선수를 뭐라 평가해야 합니까!
-폭군답습니다! 세 명의 선수들이 달려들지만, 무용지물! 코비 선수까지 튕겨 내며 공을 걷어 냅니다! 그리고 한희준 선수가 공을 잡습니다!
“에라이!”
뻥!
한희준은 전방을 향해 있는 힘껏 공을 찼다.
빠르게 뻗어 나가는 공은 울산의 수비 뒤를 향해 뻗어 나가고 있었다.
울산의 선수들과 부천의 선수들이 공을 차지하기 위한 달리기 시합이 펼쳐졌다.
그리고 그 달리기 시합의 1등은…….
두말할 것 없이 정우였다.
-K리그, 아니, 한국 선수들을 모두 통틀어 가장 빠른 선수가 달립니다!
-한정우 선수의 주력은 단연 발군입니다! 비공식 기록이지만, 부천에서 측정한 기록에서 이미 대한민국 단거리 달리기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는 선수입니다! 누가 따라잡겠습니까!
정우는 여유롭게 발등을 이용해 공을 자신의 앞으로 가져가며 그대로 달려 나갔다.
-한정우 선수의 장점은 그 달리기 속도가 드리블하고 있음에도 죽지 않는다는 겁니다! 수비수들과 격차를 두고 빠르게 달려가는 한정우 선수!
윤정안 감독은 눈을 질끈 감았다.
퉁! 철썩!
-한정우 선수의 두 번째 골! 부천이 다시 격차를 벌립니다! 울산 절망적입니다! 다시 3골을 더 넣어야 하는 상황! 경기는 어느덧 후반 18분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윤정안 감독이 뒤돌아 벤치로 걸어가는 모습이 보이네요. 실망이 클 겁니다.
-하지만 깜짝 전술로 한윤석 선수와 부천의 중원을 묶어 두는 데 성공했습니다. 좋은 선수들을 더 보강하면 내년의 울산은 더욱더 무서운 팀이 될 것 같네요.
“후…….”
나름대로 회심의 전술이었는데…….
분명히 먹혀들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실패가 지금과 같은 역습의 기회를 제공했다.
선수들에게 어떻게든 막아 주길 바랐지만, 한정우의 주력은 대항할 수 없었다. 저리 빠른 선수를 역습 시 어떻게 따라잡는단 말인가. 반칙으로 끊지 않는 이상에야…….
“그렇다고 반칙하지 않았다고 욕할 수도 없고.”
윤정안 감독은 입맛을 다셨다.
그래도 아직 포기하기엔 일렀다.
단 한 번의 실패라도 같은 방법으로 울산은 부천을 압박했다.
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송진호는 라인에 가까이 있는 문지형에게 외쳤다.
“지형아, 정우보고 내려오라 해! 내려와서 뛰라 해!”
“네!”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지형은 이와 같은 사항을 정우에게 전달했다.
정우는 송진호를 흘끔 바라보곤 아래로 내려와 뛰기 시작했다.
최전방에 스트라이커에서 정우의 위치가 공격형 미드필더의 2선으로 변경되었다.
다른 세상이 눈에 들어왔다.
매일 최전방에서 역습과 돌파의 기회를 엿보던 정우의 눈에 자신보다 앞서 있는 동료들이 보였고, 수비수들이 더욱더 멀리 있었다.
뭘 하라는 걸까?
고민하는 사이에 새로운 송진호의 지시를 들은 조준석이 정우에게 다가왔다.
“감독님이 내려와서 공이 있는 곳을 쫓아다니란다. 수비진까지는 말고 미드필더들한테까지는 공을 쫓아서 달리라고 하시네?”
“아…….”
“너한테 압박을 주문하시는 모양이다. 루키앙이나 바그지뉴는 그런 거 잘 못하니까.”
“저도 잘 못하는데요?”
“대신 너는 빠르잖냐.”
“아.”
확실히 정우의 속도는 상대를 당황하게 하기 충분했다.
아직 체력이 남아도는 정우는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스트라이커 지역에서 골 기회만을 노리는 흔히 말하는 포처 역할이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이 움직이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 그것을 한 꺼풀 벗겨 낸다.
정우의 빠른 발이 미친 듯이 필드를 누비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라운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공을 소유한 울산의 선수들이 정우가 달려오기 시작하면 서둘러 공을 돌리면서 알게 모르게 템포가 빨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울산은 빠른 템포에서 정확한 패스가 어려운 팀이었다.
점차 패스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한정우 선수가 최전방에서 내려와 필드를 누비기 시작하자 울산의 선수들이 당황하고 있습니다. 홍길동 같네요,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합니다!
“응?”
정우는 선수들을 따라다니면서 무언가를 보기 시작했다.
바로 상대의 발.
빠른 속도에서 드리블을 하고 정확한 발 기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정우의 발끝이 좋아서인 것도 있지만, 그 속도에서도 순간 상대의 반응을 파악할 수 있는 예리한 시야와 재빠른 반응속도가 있어서였다.
“어쩌면…….”
그 반대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다른 점은 그저 상대가 공을 소유하고 있을 뿐이다.
상대방을 파악하고 자신이 공을 뺏어 올 수 있지 않을까?
정우는 상대방에게 다가가는 시늉을 하다가 상대방이 패스하자 그 패스가 향하는 곳으로 방향을 바꿨다.
중간에 코스를 바꾼 덕에 공의 주인에게 금방 다다를 수 있었다.
상대는 더욱 당황하여 다급하게 옆으로 공을 보내려 했고, 정우는 그 다리 놀림을 정확하게 보고서 발을 들이밀었다.
퉁!
정우의 오른발 인 풋에 공이 걸려 튕겨 나간다. 정우는 빠르게 오른발을 들어 아웃 풋으로 공을 바깥쪽으로 돌리면서 재빨리 공이 있던 자리에 몸을 들이밀어 상대를 등졌다.
-아, 한정우 선수, 열심히 뛰더니, 기어코 공까지 뺏어옵니다!
-매우 정확한 태클이었어요!
공을 가진 정우는 전방을 바라봤다.
확실히 평소보다 골대가 멀었다. 길을 가로막는 상대편 선수들도 훨씬 많았다.
하지만 윤석으로 인해 중원에 선수들이 집중되어 있어 측면이 텅텅 비어 있었다. 중간지점에 있는 풀백의 등 뒤를 노리고 측면으로 빠져나갔다.
풀백이 다급하게 정우를 따라 달렸지만, 역부족인 상황.
하지만 정우가 공을 잡는 순간 역습이 진행되리라 생각한 울산의 수비 라인이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정우가 빠르게 측면을 통해서 최전방으로 올라가 중앙으로 파고 드려는 즈음에는 이미 울산의 선수들이 각자의 위치에 거의 도착해 있었다.
“쳇.”
정우는 아쉬워하면서도 눈을 빛냈다.
모처럼 윤석이 손을 번쩍 들어 올리고 있었다.
다급하게 내려오느라 윤석을 가까이서 둘러싸던 울산의 선수들이 조금 더 넓은 공간을 윤석에게 제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우가 윤석을 향해 공을 보냈다.
다급하게 울산의 선수들이 윤석에게 달라붙었지만, 공중 볼 경합에서는 윤석을 당할 자가 없었다.
윤석이 높이 뛰어올라 공을 잡고서 자신의 옆에서 위성처럼 붙어 있던 조준석에게 공을 떨궜다. 공을 잡은 준석이 공중 볼 다툼으로 인해 자신에게 달라붙을 선수들이 줄어들고 공간이 있자 자유롭게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윤석도 준석을 따라 올라갔다.
이미 준석을 잡기엔 늦었다는 듯 울산의 선수들이 함께 달렸다.
윤석은 이들이 귀찮다 생각하고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움직였다.
오른쪽으로 들어가는 준석을 보고서 왼쪽으로 빠지는 시늉을 하자 윤석을 견제하던 선수들의 위치가 한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윤석이 잽싸게 오른쪽으로 달려간다.
순간적인 그 움직임에 선수들이 윤석을 감싸지 못하고 윤석의 양옆에서 붙을 수밖에 없었다. 윤석은 힘으로 둘을 버텨 내면서 조준석을 계속 주시했다.
준석은 바그지뉴에게 공을 밀어줬다.
바그지뉴가 페널티에어리어 중앙으로 파고들어 온다.
윤석은 그곳을 노리고 달려갔다.
바그지뉴를 막기 위해 수비수와 풀백이 달라붙은 가운데 준석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
바그지뉴는 윤석의 머리를 노리고 크로스를 올리려 했다. 그 순간 풀백이 바그지뉴의 옆을 밀면서 균형을 잃는다.
바그지뉴는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공을 중앙으로 보냈다.
균형을 잃으면서 크로스를 한 탓에 크로스가 부정확하게, 그리고 선수들의 옆구리 정도 높이로 떠서 뻗어 나간다.
용케 다른 선수들이 잡지 못하고 안으로 파고드는 공을 향해 윤석이 달려들었다.
골대를 등지고 골키퍼를 가리면서 무릎을 들어 공을 받는다.
발끝으로 공을 받았다간 윤석에겐 낮게 들어 올린 다리가 선수들의 얼굴을 위협하는 정도가 되기 때문에 반칙이 되기에 무릎을 이용한 것이다.
퉁, 하고 튕겨 오르는 공을 향해 어깨를 들이밀어 발밑으로 떨구면서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다른 선수의 방해를 막아선다.
우람한 윤석의 팔에 가로막힌 선수는 안간힘을 쓰며 밀어내려 했지만, 이내 혀를 내둘렀다.
‘인간의 팔이냐, 이게?’
마치 곰의 앞발을 상대하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떨어질 수는 없었다.
양옆에서 두 선수가 바짝 붙어 윤석을 압박했다.
“비…….”
윤석은 온몸에 힘을 줬다.
“켜!”
마치 포효하듯 그리 외치며 몸을 털자 선수들이 튕겨 나간다. 그 순간 윤석은 공을 가지고 몸을 돌리며 골대를 바라봤다.
골키퍼가 지근거리에서 윤석과 공을 정확하게 보고 있었다.
윤석의 슈팅은 살인 슈팅이라는 비난까지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단단히 준비하고 왔다. 그 공을 어떻게든 막아 내기 위해서 갑갑한 보호대를 여러 곳에 착용하고 왔다.
올 테면 와 봐라, 호기로운 눈빛으로 골키퍼가 공을 기다렸다.
“흡……!”
윤석은 발끝에 힘을 집중해 다리를 휘둘렀다.
짧게 휘둘러진 윤석의 다리가 공을 때리는 순간 골키퍼는 공의 위치를 파악했다.
그리고 휘둥그레 눈을 뜬다.
공은 강한 힘이 실려 있었지만, 결코 떠오르지 않았다.
잔디를 가르는 낮은 슈팅이 잔디를 사방으로 튕겨 내며 골대의 구석을 향해 뻗어 갔다.
골키퍼가 공을 향해 다급하게 슬라이딩했지만, 공의 속도는 이 짧은 거리에서 따라잡기엔 너무나도 빨랐다.
떠엉!
공이 골라인을 넘어서 골대의 밑 부분을 때리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마치 징을 때린 것처럼 사방으로 그 쇳소리가 울려 퍼진다.
-고오오올! 결국 이 선수가 마무리를 짓네요! 한윤석 선수, 지금 울산의 선수들에게 방해를 받으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어코 골까지 넣습니다! 누가 이 선수를 막을 수 있을까요! 그야말로 움직이는 성입니다! 아무리 함락시키려 해도 함락할 수 없는 철옹성이 대포를 뿜어냅니다!
-스코어는 어느덧 4 대 1이네요. FA컵 결승에서 챔피언십의 왕자가 프리미엄의 팀을 대파하고 있습니다. 남은 시간은 불과 10여 분 정도입니다. 더 이상 가망성이 없어 보입니다.
-결국, 1차전의 한 수가 악수가 되어 선수들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주면서 경기가 틀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울산의 선수들의 멘탈은 더 이상 정상일 수가 없었다.
그들은 공허한 표정으로 어렵사리 경기를 이어 갔다.
더 이상의 실점은 없었지만, 프리미엄 팀으로서 대망신이라 생각할 수도 있었다.
-부천은 다음 시즌을 향한 희망을 볼 수 있었습니다. 프리미엄으로 승격해도 결코 하위권의 팀이 아닌 경쟁력을 갖춘 팀이라는 것을 증명했어요.
-아쉬운 점은 이 팀의 구심점인 형제가 이적이 확실시되고 있다는 거죠? 형제의 빈자리를 어떻게 메꾸느냐에 따라서 부천의 다음 시즌이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해설들이 다른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덧 경기 마무리 시간이 다가왔다.
삐익! 삐익! 삐이익!
그리고 경기 종료 휘슬과 동시에 벤치에 있던 선수들도, 그리고 필드에 있던 선수들도 모두 다 하나같이 한곳으로 몰려들었다.
-경기 종료됩니다! 한국은행 FA컵의 우승 팀은 부천입니다! 돌풍의 팀이 결국 우승컵까지 들어 올리는 기적을 보여 줍니다! 부천은 작게나마 챔피언십 우승과 FA컵 우승으로 미니 더블을 달성하네요! 대단한 팀입니다!
-포항, 전북, 서울, 그리고 울산까지! 결코, 쉬운 대진이 아니었음에도 우승을 이뤄 냈어요! 누가 이 팀을 약팀이라 하겠습니까? 누가 이 팀을 불과 1년 전에는 하부 리그의 꼴찌를 다투는 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울산까지 원정 온 팬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선수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선수가 지난 과거 최악의 상황까지 직면했던 부천에서 시즌을 보내던 선수들이었다. 송진호 감독이 부임하고 1년 반 가까운 시간 만에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지난 과거는 없었다.
찬란한 미래만이 있을 부천이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
“고생했다. 그리고 고맙다.”
송진호는 가장 먼저 형제를 바라보며 말했다.
형제는 서로를 바라보다 송진호를 바라보며 웃었다.
“감독님도 수고하셨습니다.”
“우리 그거 한 거 맞죠?”
“그게 뭔데?”
송진호와 윤석이 정우를 바라봤다.
“그 있잖아요, 그…… 아, 유종의 미. 맞죠?”
“음……!”
송진호는 정우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그래, 맞다. 유종의 미! 제대로 마무리 지었구나!”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윤석은 송진호에게 그리 말했다. 그 말에 송진호는 순간 울컥해졌다.
짧다면 짧은 시간, 6년이란 시간 동안 이 형제를 지켜봐 왔다.
비록 1년이라는 짧은 시간을 자신과 부천에서 함께했지만, 형제는 그 지난 6년이란 시간을 보상해 줬다. 값진 더블로 말이다.
문득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윤석아, 정우야.”
“네.”
“나중에 아주 나중에 말이다. 먼 훗날 은퇴할 시기가 되거든.”
송진호는 그리 말하며 슬쩍 팬들이 들어 올리는 부천의 엠블럼 깃발을 바라본다.
“다시 부천에서 함께하자꾸나. 돌아와다오. 나는 10년이고 20년이고 여기서 기다릴 테니.”
그 말에 형제는 웃었다.
“전 좋습니다. 감독님. 그때에는 프리미엄에서 반드시 함께해요. 프리미엄 우승도 해 보죠. 너는 어때, 정우야.”
“프리미엄 우승뿐이야? FA컵이랑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해야지.”
“트레블……! 그래, 그때 꼭 같이 도전하자꾸나.”
스승과 제자들은 기약 없는 약속과 목표를 잡았다.
그래도 언젠가는 반드시 돌아오리라.
이곳 형제의 고향 부천으로.
형제가 나고 자란 이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