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71)
형제의 축구-71화(71/251)
형제의 축구 71화
이미 구두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지만, 정식적인 계약과 구단을 방문해야 하는 목적으로 RB 라이프치히를 방문해야 했다. 그곳을 방문해야 하는 것은 형제뿐만이 아니었다. 정우가 아직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보호자인 할머니도 동행해야 했다.
할머니는 그런 곳에 가야 한다는 것에 불편해했지만, 그렇지 않으면 정우가 계약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해야 했다.
“이런 추레한 모습으로…….”
할머니가 부끄러운 듯 자신의 옷매무새를 만졌다.
옷차림이야 형제가 사 준 좋은 옷으로 차려입었지만, 화장기 하나 없는 맨얼굴과 오랫동안 머리를 하지 않기 위해 흔히 ‘뽀글 파마’라고 불리는 파마를 하고 있었다. 할머니의 입장에선 자신의 모습이 추하다 생각하고 있었고, 형제에게 누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할머니, 무슨 걱정이야, 할머니는 지금도 충분히 곱거든? 그지, 형?”
“네, 할머니 차림새가 어때서요. 좋기만 한데.”
형제의 말에 티스는 웃었다.
“오, 이런 형제분, 할머니는 알지만 숙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시는군요.”
티스의 말에 형제가 의아한 듯 티스를 바라봤다.
그런 형제를 보며 티스는 연신 웃음을 흘렸다. 하긴 자신도 형제의 나이쯤에는 그랬다. 어머니는 단지 어머니일 뿐이라고, 그저 자신을 키운 부모로서만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외로운 어머니를 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어머니는 어머니이기 이전에 여자라는 것을 말이다.
“이런 것도 에이전트의 역할이라면, 두 분?”
“네?”
“예?”
“제가 할머니에게 자신감을 되찾아 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도 되겠습니까?”
“아, 뭐…… 그래 주시면 고맙죠.”
“좋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새로운 보금자리부터 찾아가 보실까요?”
형제가 라이프치히에 있는 동안 머물 집이었다.
이미 RB 라이프치히에서는 형제와 구두 계약이 완료된 시점에서 형제의 거처를 구했다.
RB 라이프치히의 레드불 아레나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새로 지어진 펜트하우스였다. 예전의 형제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월 2백만 원이나 되는 고가의 집이었다.
처음 집을 방문한 형제와 할머니는 넋을 놓았다.
“우와…….”
“허어…….”
흰색과 회색, 그리고 검은색이 적절히 조화된 모던 분위기에 세련된 집이 형제를 반겼다.
방은 총 네 개였고 서재로 활용되는 방을 제외한 모든 방에는 화장실이 있었고, 거실에도 손님용 화장실이 따로 있었다.
한 집에 네 개의 화장실이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큰 주방과 다이닝 룸, 그리고 아파트라고 믿기지 않을 아담한 정원까지 있었다.
“이런 좋은 집을 거저 빌려준다는 겨?”
할머니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티스를 바라봤다.
그럴 만했다.
할머니가 살아왔던 독일은 결코 이렇지 않았다.
당신을 포함한 모든 파독 간호사는 이방인이었고, 그들은 파독 간호사들에게 자신들이 하기 힘든 모든 일을 맡긴 채 그 어떤 대우조차 해 주지 않았다.
파독 간호사의 일이 끝날 즈음에 그들은 파독 간호사들을 추방하려고까지 했었으며, 그들이 돈을 모아서 자신의 거처를 얻기 전까지는 병원에서 버린 낡은 침대가 서너 개 자리 잡은 좁은 방에서 지내야 했다.
이역만리 땅에서 그 모진 고생을 해 왔던 거다.
왜?
가난했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세상에 내던져진 할머니는 그렇게라도 살아야 했다.
그래서 사실 걱정이 들었다.
그 큰돈을 준다는 것도, 형제가 유럽으로 향한다는 것도 말이다.
행여나 속은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까지 들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나 보다.
이곳에서 형제는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었고, 궂은일을 시키는 그런 사람이 아닌 모양이다.
궁궐같이 으리으리한 집이라니…….
할머니는 지금 상황에서도 저 정원에다가 텃밭을 일구면 상추며 고추며 걱정 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너무 과헌디…….”
할머니가 걱정스럽게 말하자 티스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구단주가 팔고 있는 에너지 드링크로 1분 동안 버는 돈이면 이 집 한 달 월세를 감당할 수 있을 겁니다. 전 세계에서 팔리고 있거든요.”
“흘흘…….”
할머니로서는 도저히 적응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반대로 형제는 그저 신이 난 듯 각 방을 돌아다니면서 집을 구경하기 바빴다.
형제는 벌써부터 각자의 방을 정하기에 바빴다.
“이게 안방인가 봐, 형.”
“그 뭐냐, 서양에서는 마스터 룸이라고 하더라.”
“그래? 아무튼 다른 방에는 욕실이 없고 샤워실밖에 없는데, 여기는 거실 화장실처럼 큰 데다가 욕조도 있네. 드레스 룸도 엄청 커. 여기는 할머니가 쓰시면 되겠다, 그지?”
“그래, 그러면 되겠다. 정원도 가깝고, 바깥 경치도 여기가 제일 좋네.”
그의 말대로 마스터 룸 쪽 창문에는 멀찍이 강이 보이고 공원도 보였다. 거기다가 칙칙한 회색의 한국의 도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 운치가 좋았다.
“창문 열면 옆집이 코앞에 있던 옛 집과는 수준이 다르네.”
좁디좁은 옛날식 다세대 주택에서 전세살이를 하던 자신들이 하루아침에 이런 집에 산다는 게 신기해 윤석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래, 형, 형은 어느 방 쓸래? 역시 형이 면적이 크니 안방 다음으로 큰 방 쓰는 게 낫겠지?
“형한테 면적이 뭐냐, 면적이.”
“헤헤, 아무튼, 사실 나는 저 세 번째 방이 마음에 들어. 방이 무슨 계단식으로 되어 있어! 정원으로 바로 나갈 수도 있고!”
“네 마음대로 해.”
윤석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가구들이 다 붙박이네. 없는 게 없어, 식기들도 미리 준비되어 있고…… 에어컨도 천장형이야! 와, 독일은 전기세가 어떻게 되지?”
“글쎄…….”
수다스러운 정우의 말을 듣던 티스가 형제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펜트하우스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빌트인들이지만, 식기와 같은 것들은 내가 해결했습니다. 아, 더 필요한 생필품이 있다면 당분간은 저에게 얘기하면 됩니다. 조만간 매니저가 그 일을 대신할거고요. 그리고 독일은 한국에 비하면 전기세가 무척 저렴합니다. 누진세 걱정 없이 쓰세요.”
“그거 다행이네요.
정우가 안심하는 사이 윤석이 물었다.
“매니저요?”
“네, 통역과 스케줄 외에 생활의 전반적인 것을 저 대신해서 책임져 줄 겁니다. 아, 물론 구단에서 별도의 통역사 겸 강사를 구해 드리겠지만, 그건 구단 내부 한정이어서요. 아무튼, 복잡합니다.”
“그렇군요…….”
딩동.
그 사이에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를 방문할 만한 사람이 없는데?”
정우가 의아한 얼굴로 말하자 티스가 나섰다.
“오, 이건 제 손님입니다. 손님이라기보단 정확히는 제 직원이죠.”
그리 말한 티스는 서둘러 현관으로 걸어갔다. 예전 집에서는 고작 몇 걸음 만에 현관까지 다다랐는데 지금은 티스 정도 되는 사람이 그 몇 배는 걸어야 현관에 도달할 수 있었다.
“형, 현관이 개멀어.”
“……그러게.”
“형 봤어? 거실 화장실? 우리 집 거실만 하더라?”
“지금은 여기가 우리 집이지.”
“어, 그래, 아무튼, 짱이야. 욕조도 개커! 수영해도 되겠더라!”
동생의 말에 윤석은 웃었다.
“너는 가능하겠지.”
“……좋겠수, 키 커서.”
형은 껄껄 웃음을 흘렸다.
그사이에 티스가 누군가를 데려왔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그곳으로 향하는데, 굉장히 아름다운 외모의 라틴 계열 여성이 매우 밝은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소개할게, 이쪽은 사라 페르난데스.”
티스의 설명에 여인, 사라는 인상을 찌푸렸다.
“로렌조.”
“오, 그래, 사라 로렌조. 정확히 얘기하면 사라 페르난데스 로렌조입니다. 한국 분들에겐 익숙지 않겠지만, 스페인은 부모의 성을 모두 물려받습니다. 첫 번째 성은 아버지에게, 두 번째 성은 어머니에게 받죠. 흔히들 첫 번째 성을 이름과 함께 이야기하지만, 뭐, 첫 번째 성이 너무 흔한 경우에는 어머니 성을 사용하기도 하죠.”
“정확히는 이름도 굉장히 흔해서요. 사라 페르난데스라는 이름만 제 고향에 가면 다섯 명은 있을 거예요.”
사라는 매우 능숙한 한국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백인의 입에서 청산유수와도 같은 한국말을 듣는 것은 할머니의 입에서 독일어를 듣는 것만큼이나 어색했다.
“한국어를 굉장히 잘하시네요.”
“네, 아주 잘하죠. 어릴 때 한국이 너무 싫었거든요.”
“네?”
의외의 말에 형제가 인상을 찌푸리는 것을 보고 사라가 유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2002년 월드컵 즈음 저는 막 축구를 좋아하는 소녀가 되었답니다. 나의 조국은 멋지게 졌죠. 한국에게. 그게 너무 분해서 한국을 알아가게 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아, 물론 지금은 한국을 아주 사랑합니다. 두유 노우 김치? 예스! 라고 할 정도?”
“하하…….”
사라는 꽤나 당찬, 아니, 솔직히 말하면 괴팍한 여성이었다.
멋진 몸매와 외모와는 달리 말이다.
“아무튼, 이 여성이 부인을 여자답게 만들어 드릴 겁니다.”
“안녕하세요, 부인. 사라 로렌조입니다.”
“흘흘, 반갑수. 참으로 예쁜 처자구려.”
“그런 소리는 자주 들어요. 그럼 저랑 같이 가실까요? 할머님 좀 제가 모시고 나가도 되겠죠, 형제분?”
사라의 말에 형제는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다시 돌아온 할머니는 소박하고 수수한 전형적인 한국 할머니의 모습에서 매우 우아하고 단아한, 그리고 품위 있는 여인이 되어서 돌아왔다.
빠글거리는 파마는 부드러운 웨이브가 진 머리가 되어 있었고, 입고 있는 옷은 마르고 왜소한 체격에 절대 과하지 않은 고급스러운 정장 차림으로 바뀌어 있었다.
“우와…….”
“짱이다…….”
사라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고, 형제는 달라진 할머니의 모습에 넋을 놓았다.
“우리 할머니가 멋쟁이가 돼서 왔네.”
정우가 넋을 놓고 말했고, 윤석도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할머니는 항상 허름한 차림에 낡고 해진 옷을 입고 지내셨다. 비록 허리는 굽지 않으셨지만, 항상 허리가 아프셨고 무릎과 같은 관절통으로 고생하셨다.
그래서 좋은 옷을 사 드리고, 병원에 모셔 가고, 이것저것 좋은 것들을 선물하면 그게 전부인 줄로 알았다.
항상 고맙고 좋아하셨지만, 그래서 마음을 놓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호강시켜 드린다고 했지만, 확실히 형제이기 때문에 할머니를 전부 이해하고 할머니의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흘흘, 어째…… 괜찮누?”
지금 할머니는 수줍어하면서도 환하게 웃음을 짓고 있었다.
마치 처녀 시절로 돌아간 듯 즐거워하셨다.
그런 할머니를 바라보면서 정우는 형의 옆구리를 툭 하니 쳤다.
“왜?”
“아무래도 우리 빨리 장가를 가야 할 것 같아.”
“응?”
“지금 보니까 우리는 할머니를 너무 몰라. 여자 맘은 여자가 알 거야. 그지?”
“……그럴지도.”
독일어가 차츰 기억이 나기 시작하셨는지, 뜨문뜨문 사라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는 할머니를 보고 형제는 생각했다.
지금 이 독일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할머니의 새로운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었으리라고.
새삼스럽게 독일이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형제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