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72)
형제의 축구-72화(72/251)
형제의 축구 72화
코타베그
RB 라이프치히의 트레이닝 센터는 그들의 경기장인 레드불 아레나와 강을 마주하고 있었다. 코타베그의 위치한 이곳은 아직까지도 땅을 매입하고 트레이닝 센터 증축의 열을 올리고 있었는데, 오랜 시간 한 지역에서 명문으로, 강팀으로 자리 잡아 이미 모든 것들이 존재해 낡은 곳과는 달리 새로운 느낌을 주고 있었다.
사람의 따라서는 RB가 뒤를 봐주는 곳이 고작 이 정도야?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코타베그 안으로 들어서는 형제는 이곳이 아직도 발전하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뭐, 발전하는 곳 치고는 순위가 만만치 않다.
리그가 16라운드까지 펼쳐진 지금 시점에서 그 순위는 6위로 중상위권에 랭크되고 있지만, 공룡이라 불리며 분데스리가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이 승점 38점으로 단 1패만을 기록하면서 여전히 최강팀의 면모를 보이고 있지만, 그 아래 2위인 호펜하임이 승점 6점 차로 가까이 따라붙고 있었고, 3위인 도르트문트는 승점 29점, 헤르타 베를린 역시도 동률인 29점, 쾰른이 27점, 그리고 라이프치히가 26점, 프랑크푸르트가 25점으로 언제든지 순위가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었다.
굳이 기적을 요구하지 않아도 이번 전반기를 이 순위로 유지하기만 한다고 해도 어떤 팀이든 1위를 노릴 수도 있는 양상이었다.
명문이자 강팀으로 군림하던 레버쿠젠이나 살켸04와 같은 팀이 하위권, 심지어 살켸04는 강등권 싸움을 하고 있고, 상위권에서는 한국의 입장에선 낯선 구단들이 상위권에서 1위를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니 혼전과 혼란의 연속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가능성을 보자 RB 라이프치히는 이번 시즌에서 최소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겨울 이적 시장에서 형제를 영입하면서 리그에서 경쟁력을 높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특별한 추가 영입 없이 그저 형제만을 영입했다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 리그밖에 바라볼 게 없는 RB 라이프치히의 입장에서 그들을 그만큼 믿고서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런 기대를 형제는 아직 체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지금 코타베그 트레이닝 센터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형제의 가슴은 요동치고 있었다.
“우와…….”
다른 구단을 생각하면 여전히 공사가 진행되고 증축이 이뤄지고 있는 이곳이 형편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형제의 입장에선 이런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울 따름이었다.
“부천은 이름을 내세울 그것도 없네…….”
“그러게…….”
이렇다 할 클럽하우스조차 없던, 유럽의 기준으로 보면 열악하기 그지없는 곳에서 지냈던 형제였다.
격세지감이랄까…….
신앙촌에서 다 허물어가는 집에서 그 흔한 가스레인지도 없어 곤로의 불을 피워 밥을 해 먹었던 그들이 호화로운 펜트하우스에서 지내고, 이제는 수십억의 연봉을 받으며 체계적인 훈련을 받고 수만 관중 앞에서 뛸 날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사람 인생은 모르는 거네.”
뜬금없는 정우의 말에 할머니가 흘흘 웃음을 흘렸다.
“아직 앞날이 창창한 눔이 벌써 그런 소리를 하면 어쩌누.”
“헤헤, 그런가?”
정우가 씨익 웃자 티스가 말했다.
“맞습니다, 한정우 선수. 아직 앞날이 창창하시죠. 여기서 만족해서는 안 됩니다. 더 높은 곳, 더 넓은 세상이 있거든요.”
“지금으로선 상상도 되지 않네요.”
“익숙해지셔야 됩니다. 이곳에서 더 큰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과 마주하게 될 테니까요. 당장 이곳에서도 세계적인 강팀과 싸워야 하거든요.”
“세계적인 강팀이요?”
정우가 머리를 갸웃할 때, 윤석이 말했다.
“뮌헨을 말씀하시는군요.”
“아, 바이에른 뮌헨.”
정작 자신이 하는 축구를 제외하고 유럽의 강팀이 뭐가 있구나, 라고 알기만 하지 그들의 자세한 사정이나 그들이 어느 나라의 어느 소속인지 모를 정도의 정우와 달리 유럽 리그의 경기를 꾸준히 챙겨 보면서 그들의 역사까지 대충이나마 알고 지내는 윤석이 즉각 답하자 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프랭크 리베리, 아르옌 로벤, 레반도프스키 등. 하나같이 월드 클래스로 불리는 선수들이죠.”
“리베리, 로벤…… 레반도프스키…… 와, 나도 들어 본 사람들인데요?”
정우가 헤, 하고 입을 벌리며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유명한 선수들의 이름조차 모를 수는 없었다.
“그렇습니다. 그 선수들과 싸워야 합니다. 그리고 이겨야 하고요. 여기서 한창 공사 중인 트레이닝 센터를 바라보며 감탄하고 자신의 현실에 만족해서는 안 됩니다.”
티스가 웃음기를 지우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윤석은 티스의 그런 반응에 자신 역시도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정우는 되레 더욱더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설레네요.”
“네?”
“그런 선수들을 상대로 40골을 넣어야 한다니 말이죠.”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할 수가 없네요.”
“반은 농담, 반은 진담이죠. 설마 하루아침에 40골을 넣는 공격수가 되겠어요? 한번 비벼 봐야죠. 꿈이 커야 적어도 이번 시즌 10골은 넣지 않겠어요?”
“하하, 꿈은 큰 게 좋은 법이긴 하죠.”
티스는 정우가 철이 없는 것인지, 담이 큰 건지 아직도 짐작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어린 소년의 치기가 나쁘다고 생각지는 않았다. 한국은 겸손이 미덕이라고 생각하지만, 서양은 자신감을 좋게 보는 편이다. 물론 그 자신감에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허풍쟁이가 되겠지만 말이다.
“도착했습니다.”
코타베그 트레이닝 센터 안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서 티스가 말했다.
“그런 것 같네요.”
윤석이 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곳에는 형제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구단의 직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형제와 할머니, 그리고 티스가 차에서 내리자 구단 직원들이 다가왔다.
[한윤석, 한정우 선수, 맞습니까?]젊은 독일인 청년의 말에 티스가 웃으며 말했다.
[맞습니다.] [블리히마이스터 씨가 함께 왔는데 제가 괜한 것을 물어봤군요. 안으로 들어가시죠. 단장님과 감독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젊은 청년은 형제 일행을 친절하게 트레이닝 센터 건물 안으로 안내했다.
그들이 향한 곳은 단장실이었다.
[단장님, 한윤석, 한정우 선수가 도착했습니다.]청년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문이 벌컥 열린다.
안경을 쓴 푸른 눈의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우는 그의 뾰족한 귀가 참으로 인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사이 사내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형제를 바라봤다.
“만나숴 반가스니다.”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국인에게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벙해 있는 형제의 표정을 바라보며 그가 쑥스럽게 머리를 긁적였다.
[인사말이 틀렸나? 나름대로 인사말 정도는 자국의 언어로 해 주고 싶어서 연습했는데 말일세.]티스가 웃었다.
[발음 연습 좀 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흠, 흠, 한국어라는 게 쉬운 게 아니더군. 안으로 들어가지. 아, 이쪽 부인은?]단장, 랄프 랑닉의 물음에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이 두 사람의 할머니 되는 사람입니다.]랄프 랑닉의 두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오우, 제 한국어 발음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정확한 독일어 발음이시군요. 만나서 영광입니다. 대단한 손주분들을 두셨습니다, 부인.]랄프 랑닉은 놀라워했지만 어색해하지는 않았다.
독일에서 거주하는 한국인은 생각보다 적지 않았다. 그것도 노년의 부인이라면 말이다. 독일의 역사나 사회에 관심이 있다면 이 할머니가 독일로 일을 하기 위해 온 한국인이었다는 것 정도는 유추할 수 있었다.
파독 간호사나 광부와 분데스리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이기도 했다.
그 당시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이름을 날리던 흑발의 동양인, 차붐에게 많은 한국인들이 열광했으니 말이다. 랄프 랑닉도 그 시대의 사람이었다.
[오, 이럴 때가 아니죠. 안으로 들어가시죠. 자네는 하센휘틀 감독을 어서 불러오게.] [알겠습니다.]청년이 물러난 뒤 랄프 랑닉은 단장실 안으로 형제 일행을 안내했다.
당장 독일어를 모르는 형제는 단장실 소파에 앉아서 멀뚱히 단장실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제 막 시골에서 상경한 순박한 촌사람 같은 느낌이어서 랄프 랑닉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도저히 우리 독일 선수들을 바보로 만든 그 선수 같지 않군.’
윤석에 대한 평가는 그것이었다.
신장이 큰 편인 독일인으로서도 놀라운 키와 덩치를 지닌, 마치 신화 속에 골리앗과 같은 모습과 달리 표정은 순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었다.
일행에게 커피를 제공한 뒤 랄프 랑닉이 그들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사이에 단장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오, 하센휘틀!]랄프 랑닉의 목소리에 형제의 시선이 일제히 그를 향했다.
비록 윤석보다는 키가 작은 편이지만, 191센티미터나 되는 장신의 체격이 좋은 사내가 일행을 바라보곤 환하게 웃음 지었다.
랄프 랑닉이나 하센휘틀 감독이나 차가운 이미지의 독일인답지 않은 따듯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기다렸다네, 형제!]하센휘틀은 반가운 목소리로 말하며 형제에게 다가왔다.
[이거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어마어마한 덩치군. 내가 올려다볼 일은 드문데 말이지.]일어서는 윤석을 바라보며 하센휘틀 감독은 감탄했다. 그 순간에도 머릿속에는 선수를 판단하고 전술을 생각한다.
윤석의 거대한 체격은 그 자체만으로도 전술에 가깝다.
저러니 벤더 형제가 아무리 몸싸움을 하고 압박을 해도 통하지 않았으리라.
보기만 해도 든든해지는 기분이었다.
[반갑네, 음, 유, 윤석.]어려운 발음인지라 힘겹게 윤석의 이름을 부르며 하센휘틀은 윤석의 손을 마주 잡았다. 그 뒤에 정우를 바라본다.
형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
서양인이 보기에는 너무나도 앳된 외모를 지니고 있는 아이였다.
도저히 한 리그에서, 비록 하부 리그라고 하지만 1경기당 1골이라는 순도 높은 골 결정력을 자랑하는 선수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하센휘틀은 봤다.
필드 위에서 전광석화와 같은 움직임으로 필드를 가로지르던 그 모습을 말이다.
문득 정우의 다리를 바라봤다.
골대를 때리는 벼락.
좋은 선수를 대하면 하센휘틀 감독, 아니, 모든 감독이라면 흥분하게 된다.
어서 이 선수를 내 필드 위에 올려놓고 싶다고.
환상적인 활약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자, 어서 계약을 마무리 짓도록 하지. 그다음에 우리 코타베그를 둘러보도록 하세. 그래도 되겠죠, 랑닉?] [당연히.]그와 동시에 마케팅 부서의 직원들이 들어왔고, 형제는 그들이 바라보는 와중에 계약서에 정식으로 사인을 했다.
“부인, 여기다 이름을 쓰면 됩니다.”
티스는 정우의 계약서 한편을 가리켰다.
법정대리인인 할머니는 펜을 받아 들고 종이를 바라봤다. 이제는 가물가물한 글자를 하나하나 읽어 내리던 할머니는 마침내 그 위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적으셨다.
여정례.
한글로 또박또박 적힌 그 이름을 바라보며 랄프 랑닉과 하센휘틀 감독은 웃음을 머금었고, 구단 홍보 직원이 기다렸다는 듯 유니폼을 건넨다.
[이걸 들고 찍을까요, 입고 찍을까요?]직원의 물음과 동시에 윤석은 건네받은 유니폼을 바라봤다.
14
HAN. Y. S.
17
HAN. J. W.
새하얀 유니폼에 흉부에는 두 마리 황소가 서로를 향해 마주 보고 있었고, 등에는 형제의 새로운 등 번호가 이니셜과 함께 마킹되어 있었다.
“이 황소 마음에 드는데, 형?”
정우는 자신의 유니폼을 들어 올리며 해맑게 웃었다.
펑!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모양인지, 카메라를 들고 있던 직원은 그런 정우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얼마 가지 않아 구단 SNS의 그런 정우의 모습과 옆에서 유니폼을 바라보는 윤석의 모습이 게시되었다.
구단으로서는 이례적인(?) 동양인의 영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