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75)
형제의 축구-75화(75/251)
형제의 축구 75화
첫 선발!
일정은 빠르게 흘러갔다.
소집을 한 뒤에 스페인으로 전지훈련을 떠난 RB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은 후반기를 위해 휴식 기간 동안 떨어졌던 경기감각을 끌어 올리고 다시 조직력을 살려 갔다.
형제 역시 그 속에서 팀의 전술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고 동료들과 호흡을 맞춰 가면서 차츰차츰 팀에 녹아들었다.
그리고 대망의 1월 21일.
후반기의 시작인 18라운드가 시작되었다.
상대는 바로 RB 라이프치히의 바로 아래 순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승점 동률을 이루고 있는 프랑크부르크였다.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지면 윗순위 팀이 승리할 경우에 점수 차가 벌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6위 자리를 프랑크부르크에게 넘겨줘야 한다. 반대로 이긴다면 동률을 이룬 승점 차를 다시 3점 차로 따돌릴 수 있게 되고 상황에 따라서는 5위와 승점 동률을 이룰 수도 있는 경기였다.
져서도 안 되고, 상황에 따라서 무승부도 피하고 싶은 경기.
그렇기 때문에 라이프치히는 형제의 데뷔전 기회를 다음으로 미루게 되었다.
아직 호흡이 맞지 않는 선수를 굳이 데뷔전 선발로 내세울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경기 결과는 간소한 차이의 승리였다.
전반전 공격을 몰아붙여 2골을 넣은 RB 라이프치히는 후반전에 1골을 먹고, 두 번이나 골을 먹을 뻔한 위협적인 상황을 겪으면서 간신히 승리를 얻게 되었다.
프랑크부르크로서는 위에 랭크되어 있는 가시 같은 RB 라이프치히를 치워 버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날아가 아쉬울 따름이었다.
반대로 RB 라이프치히는 매우 값진 승리가 되었다. 프랑크부르크를 이긴 것도 기쁜 일이지만, 후반기에는 다르다는 듯 중하위권 그룹에서 허덕이던 레버쿠젠이 정신을 차린 듯 헤르타 베를린을 두들기며 2 대 0 승리를 거두게 된 것이다.
RB 라이프치히는 득실차에서 헤르타 베를린을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면서 5위권에 진입할 수 있었다. 그뿐이랴?
호재는 거기서 멈추지 않아, 4위인 쾰른이 마인츠와 동점을 거둬 단 1점만 챙기게 되어 RB 라이프치히와 승점 차가 2점으로 좁혀지게 되었다.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가능한 순위가 후반기를 시작하자마자 눈앞으로 다가오자 선수들의 기세가 올랐다.
후반기에 2연패와 바이에른 뮌헨에게 패한 덕분에 기세가 시들했던 그들은 다시 전의를 불태웠다.
하센휘틀 감독은 이 기세를 모아 다음 경기에서도 승리하기를 바랬다.
상대는 승점 32점으로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호펜하임이었다.
쉬운 상대는 아니지만 이번에 호펜하임을 잡는다면 그들과 승점 동률을 이루게 되면서 순위를 한 계단, 혹은 두 계단 더 올릴 수 있는 기회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경기였다.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는 어렵군.]혼전의 혼전을 거듭하면서 경기에 따라서 순위가 마구 요동친다.
그래서 1경기, 1경기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선수들의 피로도는 더욱더 올라가고, 전반기에는 막판에 혼전의 양상이 선수들의 피로도와 연결되어 패배로 연결되기도 했다. 형제를 영입한 것도 이와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당장 이번 시즌에도 이리 힘든데, 내년에 챔피언스리그와 포칼컵까지 병행하게 된다면 더욱더 험난한 여정이 기다릴 것이다.
이어지는 19라운드.
라이프치히는 호펜하임을 홈에서 맞이했다.
이번에도 형제는 선발로 뛰지 못했다. 지난 경기와 마찬가지로 둘 다 모두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K리그의 벤치와는 전혀 다른 안락한 벤치이기에 편하기는 했지만, 그저 경기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RB 라이프치히는 지난 경기와는 다른 선수들이 투입되었다.
경기가 시작되면서 지난 경기와 다르게 초반에는 밀리는 형세였지만 차츰 기세를 되찾아 간 RB 라이프치히는 전반에 티모 베르너의 1골, 그리고 후반 유스프 폴센의 1골로 2 대 0으로 앞서갔다.
[한윤석, 한정우. 준비해라.]2 대 0이라는 스코어, 게다가 호펜하임의 경기력이 별로 좋지 못하자 승리를 확신한 듯, 후반 24분, 감독은 한윤석과 한정우를 동시에 투입하게 되었다.
사실상 형제들의 첫 데뷔전이었다.
가볍게 몸을 푼 형제들이 마침내 필드 위에 섰다.
이 순간을 기다리던 한국의 기자들, 그리고 머나먼 고국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주목했다.
결과는 두 사람 다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팀의 전술에 잘 녹아든 모습을 보여 줬고, 윤석은 나비 케이타와 함께 후방에서 효율적인 수비와 압박을, 정우는 두 차례의 드리블 돌파와 한 번의 속도를 이용한 침투를 보여 주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결과적으로 팀은 승점 3점을 추가하면서 리그 4위에 입성하게 되었다. 다만 베를린과 호펜하임이 동률을 이루게 되어 3위, 4위, 5위의 승점이 같았다. 이런 일도 드문 일이지만, 세 팀의 입장에서는 단 한 번의 패배로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놓칠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다.
피곤하기 그지없는 상황에서 어느덧 2월로 넘어가게 되었다.
형제의 독일 생활도 3개월 차가 되었고, 독일어도 점점 빨리 늘어나 단어 몇 가지를 알고서 유추해서 그들의 대화가 어떤 것인지 짐작할 정도는 되었다. 물론 매우 빠르게 말하거나 낯선 단어들이 나오면 버벅거려 일상생활 수준의 독일어는 한참 멀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동료들과는 대화가 가능해졌고 팀의 전술에도 어느 정도 적응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들의 훈련을 가만히 지켜보던 하센휘틀은 마침내 형제를 선발로 투입할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 다음 상대가…….]상대는 도르트문트.
이제 막 분데스리가로 입성한 신예에게 선발 출전을 염두에 두기에는 어려운 상대였다.
지금까지는 바이에른 뮌헨의 유일한 대항마로 불리는 강팀이었다.
[이런 너무 아꼈나, 하필이면…….]도르트문트라니…….
과연 이들에게 선발 출전을 맡겨도 좋을까?
전반기에는 도르트문트를 이겼지만, 후반기 떠나간 선수들의 공백을 메운 도르트문트는 다시 무서운 팀으로 거듭났다. 오히려 자기의 팀과 패배가 무언가 영감을 준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괜찮은 선택일 수도 있었다.
여전히 도르트문트의 기본 베이스는 게겐프레싱이었다. 그 위에 투헬만의 철학이 더해지긴 했지만, 압박이 거센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 압박을 피지컬만으로도 벗겨낼 수 있는 윤석의 가세는 괜찮은 선택일 것 같았다.
정우도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본다.
전체적으로 팀의 공격진은 발이 빠른 편이었지만, 정우의 발은 단연 압권이었다. 분데스리가에서도 정우보다 빠른 선수가 없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정우의 무기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상식을 파괴하는 개인기도 있었으며, 보고서 놀랐던 날카로운 프리킥도 있었다.
다만 팀이 추구하는 압박 축구에는 아직 능숙한 편이 아니었지만, 역습의 선봉장이 되어 줄 것이다.
[그래, 투입하자.]하센휘틀 감독은 지난 경기의 패배로 칼을 갈고 나올 투헬 감독을 상대로 정보가 별로 없는 카드를 뽑아 들기로 했다.
하센휘틀은 그 즉시 형제를 불렀다.
[이번 도르트문트와 경기에서는 너희가 선발이다.]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형제의 눈빛은 예리하게 변했다.
긴장하기보다는 투쟁심을 보이는 그들의 눈빛에 하센휘틀은 이 둘이 뭔가를 해내진 않을까 기대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경기 날이 다가왔다.
* * *
-분데스리가 20라운드! 2월 첫 주차 경기가 시작됩니다. 도르트문트와 RB 라이프치히의 경기가 잠시 후 시작됩니다. SBC 스포츠 TV에서 단독 중계합니다!
-네, K리그와 대한민국을 뒤흔든 형제가 독일에 진출했습니다. 지난 3경기 동안 선발 출전을 하지 않아 벌써부터 많은 분들의 걱정을 샀었는데 오늘 드디어 선발 출전하게 됩니다! 상대는 분데스리가의 강팀, 도르트문트입니다!
-RB 라이프치히가 로테이션 시스템을 활용해서 여러 선수를 골고루 기용하고 있지만, 그래도 경기 출장 수가 많은 고정 선수들 때문에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생각했고, 이번 경기가 리그 2위인 도르트문트와 중요한 경기이기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도 선발 출전은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하센휘틀 감독은 과감하게 형제를 선발로 기용했습니다.
-그만큼 형제의 위치가 중요하다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전방위에 강력한 압박과 빠른 패스 전개가 장점인 라이프치히의 입장에서 팀워크가 맞지 않은 선수를 즉각 기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부디 이번 경기에서 눈도장을 제대로 받아서 선발 출장이 잦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바이에른 뮌헨을 누르고 분데스리가에서, 그리고 세계에서도 평균 관중이 가장 많은 팀으로 꼽히는 도르트문트였다.
노란색, 꿀벌의 유니폼을 입은 홈 팀의 팬들이 무서운 기세로 자신의 팀을 응원하며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침입자 RB 라이프치히에게 야유를 보낸다.
그 가운데 형제는 필드 위로 입장했다.
“야유가 장난 아니네.”
“티스 씨가 그랬잖아, 안티가 장난 아닐 거라고.”
형의 말에 정우는 웃었다.
“악당이라, 좋네. 나는 정의의 용사보다는 옛날부터 대마왕이 좋았어.”
“헛소리 그만하고, 집중해라. 이번에 잘해야 해. 너나 나나.”
형의 진지한 말에 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투덜거렸다.
“형은 다 좋은데 너무 진지한 경우가 있어. 경기는 즐겨야지. 너무 굳어서 경기하면 무슨 재미야?”
“나는 이미 충분히 즐기고 있어. 단지 표현하지 않을 뿐이지.”
“그러셔?”
-네, 경기 시작에 앞서 오늘의 선발 라인업입니다. 먼저 홈팀인 도르트문트의 선발 라인업입니다.
FW 아우바메양.
MF 뎀벨레, 괴체, 로이스, 게헤이루, 바이글.
DF 슈멜처, 바르트라, 소크라티스, 피슈첵.
GK 바이덴펠러.
이상입니다.
-전반기 경기에서 패배했던 투헬 감독이 이번에 단단히 칼을 갈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 외에도 1경기, 1경기가 순위를 결정하는 혼전의 양상이다 보니 라이프치히와 경기는 반드시 이길 필요가 있죠. 오늘은 그것을 보여 주는 라인업 같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다음으로는 RB 라이프치히의 라인업입니다.
FW 한정우, 젤케.
MF 포스베리, 한윤석, 일잔커, 사비처.
DF 할스텐베르그, 콤퍼, 오반, 베르나르두.
이상입니다. 형제가 나란히 오늘 첫 선발로 뛰게 되겠습니다.
-오늘 라이프치히에서 주목할 점은 한윤석 선수의 파트너로 일잔커 선수를 기용했다는 점입니다. 한윤석 선수는 공수에서 두루 좋은 평가를 받는 선수이고, 일잔커 선수는 팀 내 미드필더인 나비 케이타나 카이저, 케디라와 비교할 때 가장 수비력이 좋은 선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수비의 안정을 꾀하면서도 일잔커 선수가 수비력이 좋기 때문에 한윤석 선수가 보다 더 공격적인 롤을 마음껏 수행할 수 있도록 해 줄 것 같습니다.
-과연 용형호제라 불리던 형제가 분데스리가에서도 맹활약해 줄지 기대됩니다.
한국의 해설들이 기대를 모으는 가운데, 그리고 한국 축구 팬들이 시청하는 가운데 마침내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려 퍼졌다.
도르트문트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한윤석은 지금 이 순간이 믿기지 않았다.
“내가 살다 살다 TV에서나 보던 팀이랑 싸우다니.”
지난 경기에 호펜하임과 달리 도르트문트는 한국에서도 익숙한 팀이었다.
일찍이 이형표가 활약했던 팀이기도 했으며, 한국에서도 축구 팬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클롭 감독이 바이에른 뮌헨을 누르고 두 번의 우승을 기록했던 팀이기도 했다. 게다가 검은색과 노란색이 조화를 이루는, 꿀벌 군단이라는 애칭을 만들어 준 유니폼도 친숙하다.
스쿼드도 화려하다.
당장 모르는 선수들이 더 많을지도 모르지만 괴체나 로이스는 한국 사람들도 잘 아는 선수들이었다. 그들이 그야말로 벌떼처럼 밀고 올라오기 시작한다.
윤석은 일잔커의 위치를 확인하며 함께 라인을 올리기 시작했다.
수비 시에도 RB 라이프치히는 내려가지 않는다.
오로지 전진, 또 전진해서 압박해 공을 빼앗는다.
그것은 도르트문트도 마찬가지.
벌떼와 황소가 부딪친다.
이번 시즌 이적 와서 본래의 포지션인 측면이 아닌 중앙에서 활약하면서도 뛰어난 능력을 보여 준 게헤이루가 공을 몰다가 2선으로 내려온 젤케와 사비처의 압박을 받고서 공을 왼쪽으로 끌고 가 선수들을 그쪽으로 집중시키며 로이스에게 롱패스를 보낸다.
로이스가 공을 받아 든다.
이미 세계적인 명문 팀의 주목을 받으며 도르트문트의 에이스로 자리 잡은 그가 공을 몰아가자 포스베리가 달라붙는다.
바짝 붙어서 압박하려는 포스베리를 상대로 로이스는 어지럽게 발을 놀리며 포스베리의 균형을 무너뜨리면서 중앙으로 파고들어 온다.
그런 그의 앞에 윤석이 길을 막아선다.
로이스는 자신에게 그늘이 드리운다 생각하며 흘끔 위를 바라봤다.
말 그대로 거대한 윤석이 그를 마주하고 있었다.
필드 위에서 윤석은 결코 순박한 미소를 지어 보이지 않는다.
마치 불법을 수호하는 사천왕처럼 근엄하니 위압감 넘치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어디서 이런 선수를 데려온 거야.]이번 경기를 준비하면서 투헬 감독은 한윤석의 선발을 짐작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조사를 해 두고 선수들에게 가르친 상황이었다.
가급적이면 그와 마주할 경우에 드리블하지 말고 몸싸움을 하지 마라.
투헬 감독의 지시였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선수는 너무나도 커서 자신이 드리블하면 결코 반응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이스는 윤석을 시험해 볼 요량으로 볼을 왼쪽으로 툭 치고 들어갔다.
TV에서 보던 로이스를 보며 사인이나 받아 볼 생각을 하던 과거를 생각하며 윤석은 로이스가 공을 치고 가는 방향으로 몸을 기울였다.
씨익.
로이스가 웃었다.
그러면 그렇지, 하고 생각하면서 빠르게 공을 다시 오른쪽으로 쭉 밀어내면서 그쪽으로 빠져나갔다.
“흠.”
윤석은 로이스가 자신을 우습게 본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렇기 때문에 속아 넘어간 척해 준 것뿐이다.
기다란 다리를 쭈욱 뻗어 정확하게 공을 걷어 냈다. 로이스가 놀라며 훌쩍 윤석의 다리를 뛰어넘는 사이 윤석은 공을 자신의 앞으로 가져가면서 힐끔 일잔커를 바라봤다.
일잔커가 지난 훈련을 생각하며 윤석에게 앞을 가리키며 눈짓했다.
일잔커를 믿고서 윤석이 공을 몰고서 힘차게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런 윤석을 따라 일잔커도 전방으로 올라갔지만, 결코 수비와 간격을 벌리지 않았다.
윤석은 그 와중에 상대방의 게헤이루가 괴체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뒤에는 공을 뺏긴 로이스가 귀신같이 달려오며 삼각 편대를 이루며 압박하려 든다. 간격을 좁히면서 두 명, 세 명이서 압박하는 도르트문트의 전형적인 수비였다.
이에 대항하는 라이프치히는 공을 오래 소유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지금 상황은 도르트문트가 라인을 바짝 올린 상황도 아니었으며, 수비진도 안정적으로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을 마크하고 있었다. 빠른 패스로 역습을 이끌어 나갈 상황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윤석은 이 셋을 자신에게 묶어 두기로 했다.
윤석이 볼을 가지고 툭툭 치며 전진한다.
어느새 게헤이루가 앞길을 막고, 괴체가 옆에서 이를 지켜본다.
그들은 윤석에게 함부로 몸싸움을 걸지 말라는 것을 의식하고 코스만을 차단하고 있었다.
‘오지 않겠다고?’
그럼…….
‘내가 가 주마.’
윤석이 공을 차고 앞으로 빠르게 전진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거인의 돌진에 게헤이루가 당황하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그사이 괴체는 윤석과 나란히 달리면서 태클 타이밍을 잡았다.
붙잡아 둬.
괴체는 게헤이루를 바라보며 눈짓했다.
그사이 옆에서 자신이 태클로 윤석의 공을 뺏어 갈 생각이었다.
게헤이루는 괴체와 눈을 맞추고는 이내 윤석에게 달려들었다.
윤석이 달리는 속도가 줄어들면서 태클하기 애매하게 움직이는 발도 멈춰 선다. 그 순간 괴체가 윤석을 향해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했다.
윤석의 눈이 빛났다.
괴체가 태클하는 순간 오른쪽 전방으로 공을 툭 하니 밀어내면서 게헤이루에게 달려든다. 게헤이루는 갑작스러운 그의 전진에 공이 향하는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어느새 게헤이루가 달려가는 방향에 들어온 윤석이 게헤이루를 팔로 막아 내면서 돌파했다.
괴체의 슬라이딩 태클은 허무하게 빈 곳을 지나갔고, 게헤이루는 윤석의 힘 앞에 공을 향해 전진하지 못하고 오히려 뒤로 밀려났다.
단숨에 두 명을 제친 윤석의 눈에 환한 전방이 보였다.
“하하.”
그리고 윤석은 웃었다.
K리그 때와 다를 바 없이, 정우가 자신을 바라보며 살금살금 위치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때와 달리 체격 좋은 서양인들이 붙어 있음에도 먹이를 노리듯 형형한 그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이제는 라이프치히의 스타일대로 빨라질 타이밍이다.
정우는 로이스가 없어져 자유로워진 포스베리에게 공을 패스했다.
포스베리가 공을 가지고 전진했다.
젤케가 그런 포스베리를 바라보며 아래로 내려왔다.
자신에게 공을 달라는 듯한 그 모습에 포스베리는 지체하지 않고 그에게 공을 패스했다. 그가 공을 받으려 하자 바르트라가 그에게 전진했다.
그 순간 소크라티스와 바르트라의 사이에 대각선의 공간이 생겨났다.
젤케는 공을 받는 순간 바르트라를 등지면서 그대로 반대로 턴해 바르트라의 뒤를 노리고 길게 패스했다.
단숨에 공이 깊숙이 파고들어 수비 라인을 지나친다.
소크라티스가 그것을 보고 즉시 달려든다.
소크라티스는 준족을 지닌 수비수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소크라티스의 앞을 스쳐 지나간다.
-한정우 선수 달려갑니다!
-전광석화! 단숨에 공을 낚아채는 한정우 선수!
한정우가 달려가는 사이, 이미 바르트라와 젤케의 움직임을 보며 뚫릴 것을 예상하고 뒤로 빠져들어 가던 슈멜처가 대각선으로 달려가 정우의 앞을 가로막는다.
-아, 슈멜처가 그 앞을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골키퍼와 1 대 1 상황이 아닌, 슈멜처라는 장벽을 만나는 한정우 선수!
슈멜처는 한참은 앳돼 보이는 소년을 바라봤다.
[축구가 아니라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와야 하는 거 아니냐?]어린 소년이 쉽게 흥분하길 바라며 슈멜처가 일부러 정우를 도발했다. 정우는 그런 슈멜처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흥분한 것인가?
“뭐라는 거야?”
[으응?]낯선 말에 오히려 슈멜처가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정우의 속도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비켜, 이 자식아!”
형, 동생, 선후배의 개념이 애매한 이 나라가 정우는 참 마음에 들었다.
그에게 거친 말을 쏟아 뱉으면서 정우의 발이 정신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속의 시저스 페인팅.
공을 바라보는 슈멜처의 눈이 어지러워지는 순간 정우는 그대로 그에게 달려든다. 충돌할 것 같았다.
슈멜처가 자신도 모르게 아주 가까이 다가온 정우를 보며 기겁하고 순간 눈을 깜빡하는 순간.
정우는 그 속도에서도 매우 능수능란하게 공을 가지고 빙글 돈다.
마르세이유 턴!
정우는 슈멜처를 기점으로 빙글 돌아 슈멜처를 지나치면서 그대로 전진했다.
-미친 속도! 그리고 미친 드리블입니다! 저렇게 가까이 붙으면서 충돌 없이 마르세이유 턴으로 상대를 피해 가는 한정우 선수! 1 대 1 상황입니다!
슈멜처가 바보가 되는 순간을 뒤에서 똑똑히 목도한 바이덴펠러가 서둘러 달려 나왔다.
정우는 바이덴펠러가 어느 정도 다가오는 순간 공을 찼다.
슈웅.
바람을 가르며 바이덴펠더의 오른쪽 어깨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귀로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들은 바이덴페럴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다 못해 뒤로 젖혀 골대를 바라봤을 땐, 공은 이미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골라인을 넘어서 골 그물을 출렁이고 있었다.
-하, 한정우 선수의 환상적인 골!
-첫 선발 경기, 전반 12분 만에 한정우 선수가 분데스리가 첫 골을 기록합니다!
공을 든 정우는 때마침 도르트문트 골대의 뒤에 원정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보고는 그들을 향해 달려갔다.
“잘 보라고, 내가 당신들의 에이스가 되어 줄 사람이니까!”
-전반 12분, RB 라이프치히의 선제골이 나왔습니다. 지금 득점한 사람은…….
정우는 뒤돌아 양손 엄지로 자신의 등 번호와 이름을 가리켰다.
-17번 한정우!
와아아아아!
라이프치히의 원정 팬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