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76)
형제의 축구-76화(76/251)
형제의 축구 76화
-18세, 어린 한정우 선수가 라이프치히의 선제골을 만들어 냅니다! 정말 기가 막힌 돌파, 그리고 젤케와의 호흡이었습니다!
-그것도 그것이지만 분데스리가에서도 그 특유의 속도를 잃지 않는 개인기가 압권이었습니다. 슈멜처 선수는 이 어린 선수가 자신을 바보로 만들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모양입니다.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 올리며 짜증을 부리고 있네요. 그와 반대로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이 웃으며 한정우 선수에게 달려갑니다.
정우의 주변으로 젤케나 포스베리, 사비처와 같은 선수가 달려와 정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했어!] [역시 빠른데!]선수들의 말을 모두 알아듣긴 힘들었지만, 정우는 자신을 향한 칭찬임을 알고 그저 웃었다. 마음 같아서는 수다를 떨고 싶지만, 그 정도 독일어는 아직 요원했다.
아직 호흡을 맞춘 지 얼마 되지 않은 선수들이지만, 이런 느낌 나쁘지 않았다. 정우는 젤케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젤케도 그런 정우에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내보였다.
어려 보여 나이 차가 많이 날 것 같지만, 사실은 몇 살 차이도 나지 않는 이 동료는 정말 빛살같이 빠른 발은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능숙한 드리블도.
훈련장에서 터져 나오는 그 모습에 놀라워했는데, 경기장에서 그대로 보여 주며 침착하게 골을 넣는 것을 보면 보통내기는 아니었다.
-도르트문트로서는 유쾌한 상황은 아니군요. 투헬 감독이 라인 가까이에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반대로 하센휘틀 감독, 박수 치며 선수들을 응원합니다.
하센휘틀 감독은 지금의 패턴이 마음에 들었다.
젤케가 공간을 만들어 주고, 정우가 그 공간으로 파고든다.
물론 그 반대로 정우가 공간을 만들어 주고, 젤케가 파고드는 장면도 생각해 볼 수 있었지만, 정우는 타인에게 공간을 만들어 주는 역할이 분데스리가의 기준으로 보자면 능숙하지 않았고, 젤케는 솔직히 정우보다 골 결정력의 순도가 높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뛰어난 압박 능력과 공간을 만들어 주는 연계력이 있었다. 점차 성장하면서 다른 선수와 비교하자면 벤제마와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로 커 가고 있었다. 몸싸움이 약하고 압박 능력이 약한 정우를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파트너이기도 했다.
[이대로 가자! 더 많이 움직여라!]하센휘틀 감독은 선수들이 더 많이 뛰도록 주문했다.
RB 라이프치히의 강력한 압박은 무시무시한 활동량에서 나온다.
초반에는 2위, 지금에 와서는 리그 1위에 해당하는 활동량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리고 중원에는 기존의 RB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을 압도하는 선수가 있었다.
유난히 커서 한눈에 들어오는 이 거인은 도르트문트가 공을 몰고서 전체적으로 빌드 업해서 올라오자 기존의 위치에서 더욱더 올라가서 도르트문트의 패스 기점이 되어 주는 바이글 근처에 있으면서 게헤이로까지 자신의 영역 안에 두고 있었다. 이 선수는 뛰어난 축구 지능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를 압박하는 것만으로 도르트문트의 공격 기점을 차단한다. 그것도 모자라 바이글의 앞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의 시야를 방해하고 있기까지 했다.
바이글이 움직이며 전방을 향해 시선을 두려고 하면 집요하게 몸을 움직여 그의 앞을 가로막는다. 워낙 크기에 시야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바이글이 패스를 보내고자 하는 곳을 절묘하게 차단한다. 도르트문트는 이 생소한 선수에게 전술의 흐름 자체가 끊기는 황당함을 겪어야 했다.
-앗! 바이글 선수, 패스가 끊깁니다!
기어코 바이글의 패스 코스를 차단해 커팅해 공을 빼앗은 윤석은 그대로 사비처가 있는 쪽으로 롱패스를 보냈다.
도르트문트가 라인을 올린 상황에서 빠르게 라이프치히의 역습이 전개되었다.
일잔커보다 몇 박자 빠르게 윤석이 전방으로 올라갔다.
일잔커가 수비진을 보호하면서 빌드 업 한다면, 윤석은 보다 공격적인 롤을 수행했다.
그의 주변에는 도르트문트의 선수들이 함께 올라가고 있었지만, 윤석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올림픽 때도 느낀 거지만…….
‘유럽 선수들의 몸싸움도 신통치는 않아.’
윤석의 기준으로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저 나약한 인간에 불과했다.
사비처는 최대한 전진하다가 자신에게 상대방 선수들이 삼각형을 만들며 압박해 들어오자 윤석에게 공을 패스했다. 윤석은 이들의 압박을 풀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좌측의 라인 가까이 공을 밀어 줘 포스베리가 공을 잡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간격을 벌릴 수 있도록 했다.
공간이 넓어지면 선수들의 활동 범위가 넓어진다.
넓어진 공간에서 중앙으로 좀 더 파고들면서 안으로 공을 몰고 들어온 포스베리가 다시 윤석에게 패스했다.
윤석은 빠르게 주변을 훑은 뒤였다.
바이글은 자신의 옆쪽에서 따라오고 있었고, 게헤이루는 좀 더 후방에 위치해 있었던 터라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측면은 라인을 넓히는 바람에 아직 지원 오기엔 시간이 필요했다.
윤석은 전진했다.
게헤이루가 아까의 돌파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듯 꾸역꾸역 윤석의 옆에 붙었다. 바이글은 뒤에서 윤석의 공을 뺏기 위해 발을 들이민다.
윤석은 팔로 게헤이루가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밀어내며 그대로 젤케에게 패스했다.
단숨에 게헤이루와 바이글을 치워 준 상황에서 남은 것은 중앙의 두 수비수, 소크라티스와 바르트라 뿐이었다.
풀백들이 중원을 지원하려다 뒤늦게 내려오는 것을 확인하면서 젤케는 서둘러 정우에게 패스했다.
[아!]조금 빨랐다.
정우에겐 소크라티스가 붙어 있던 것이다.
정우는 공을 받으면서 머리를 굴렸다.
돌파할까? 아니면…….
하지만 찰떡같이 붙은 소크라티스는 벌써부터 힘을 줘 정우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었다.
정우는 그대로 공을 게걸음쳐서 옆으로 밀어내며 앞으로 나가려 하면서 슬쩍 볼을 내밀었다. 그것을 보고 소크라티스가 발을 들이미는 순간.
정우는 소크라티스의 발이 공에 닿기 전에 한발 빠르게 발을 내밀며 그의 다리와 접촉한다.
털썩!
누가 봐도 정우가 소크라티스의 다리에 걸려 넘어진 것 같은 상황이 연출되었다.
삐익!
즉시 주심이 파울을 알리는 휘슬을 불었다.
소크라티스는 억울한 표정으로 주심에게 항의했지만, 주심은 단호했다.
그 가운데 정우는 고개 숙여 천천히 일어서면서 혀를 내밀었다.
이런 방식의 플레이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형은 파울 유도도 경기의 방식이며 기술이라고 했다.
그래도 꺼려서 부천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 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프리킥을 차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프리킥으로 골을 넣는 것도 꽤나 짜릿했기 때문이다.
하센휘틀 감독은 중국전에서 본 정우의 프리킥을 보고 이곳에서도 그의 프리킥을 시험해 봤으며, 뛰어난 그 능력에 정우를 골대와 근접한 거리에서는 프리키커로 기용하고자 했다.
페널티 라인과 불과 3미터 정도 떨어져 골대와 매우 가까운 거리.
프리킥으로 직접 골을 노려 볼 수 있는 위치였다.
잠시 후 주심이 스프레이를 뿌리고 정우는 그 위에 공을 올려놨다.
[정말 네가 찰 수 있겠어?]부주장이자, 이번 경기 주장인 윌리 오반의 물음에 정우가 그를 바라봤다. 윌리 오반이 정우에게 공을 가리키고 골대를 가리킨다.
“내가 찰 거냐고?”
정우의 손짓에 윌리 오반이 대충 대화가 통했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이자 정우도 고개를 끄덕이며 하센휘틀 감독을 가리켰다.
하센휘틀 감독이 윌리 오반에게 정우를 가리키며 뭐라 말하자 윌리 오반이 뒤늦게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서 선수들에게 정우가 공을 찰 거니 준비하라 외친다.
준비라는 말은 알아들었다.
정우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주춤주춤 오른발로 찰 것처럼 왼쪽으로 물러서자 그것을 본 바이덴펠러가 수비벽을 만든 선수들을 자신의 기준으로 왼쪽으로 밀어내면서 자신은 오른쪽에 자리 잡았다.
삐익!
주심의 휘슬과 동시에 정우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치를 옮겨서 공에게 달려들었다.
바이덴펠러의 눈이 휘둥그레 떠지고, 수비벽의 선수들도 의아한 얼굴을 하는 순간.
정우는 왼발로 공을 찼다.
양발잡이라는 정보는 있을지언정, 정우가 왼발로도 프리킥을 차리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우는 왼발, 오른발을 가리지 않았다.
신문 배달하면서 신문을 발로 차 현관 앞으로 배달하던 발도 오른발 못지않게 왼발도 많았다.
주主 발이 어디인가 헷갈릴 정도로 왼발로 찬 공은 크게 휘면서 수비벽의 옆을 스쳐 지나가 수비벽의 뒤를 향해 휘어 들어갔다.
그것도 오른쪽 구석에 들어갈 정도로 매우 크게 휘면서 말이다.
엄청난 스핀을 먹이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정우의 양 발목은 그것을 가능하게 해 줬다.
철썩!
“와아아아아!”
프리킥으로 두 번째 골을 만들어 낸 정우는 주먹을 불끈 쥐고 펄쩍 뛰어올랐다.
[오오, 제기랄!]하센휘틀 감독은 기가 막힌 나머지 거친 말을 내뱉으며 정우와 마찬가지로 주먹을 쥐었다.
[저 영악한 자식!]골키퍼를 희롱했다.
그야말로 영악하기 그지없는 소년이었다.
-한정우 선수가 첫 선발경기에서 멀티 골을 기록하게 되는군요. 하센휘틀 감독이 좋아하는 모습이 여기서도 보여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오늘 경기를 지켜보는 고국의 팬들을 환호로 물들게 만들었습니다. 아, 라이프치히의 팬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어린 소년, 아, 이제 한국 나이로 스무 살이니 성인이군요. 아무튼, 이제 겨우 2년 차에 불과한 선수가 만들어 낸 프리킥을 보세요! 저 나이에 저 정도 침착함이라니요! 무엇보다 그의 스승인 송진호 감독이 기뻐할 게 보입니다. 그의 가르침이 무서운 발을 만들어 낸 것이나 다름없을 테니까요!]
투헬 감독은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잔디를 찼다.
단단히 벼르던 이번 경기가 엉망이 되어 가고 있었다.
공격진은 어린 선수가 휘저어 2골을 만들어 냈고, 수비 진영에서는 거인 하나가 경기의 흐름을 뚝뚝 끊어 가며 패스를 망쳐가고 있었다.
압박을 중시하는 양 팀이지만, 압박에 질식하고 있는 것은 자신의 팀이었다.
골을 넣고 세레머니를 하는 RB 라이프치히의 선수들 사이에서 하프라인으로 올라가는 자신의 선수들을 바라봤다. 아직은 선수들의 상태가 나빠 보이지 않았다.
불쾌해하긴 했지만, 의지가 꺾이지 않았다.
투헬은 전반전에 무언가를 해 보기 위해 바이글을 지속해서 윤석에게 미끼로 주면서 양 측면을 더욱더 활용하기로 했다.
바이글에서 시작되는 공격을 괴체를 조금 더 아래로 내리면서 괴체가 그 역할을 해 줄 수 있도록 하고 로이스와 뎀벨레가 더욱더 공격적으로 침투해 공격할 수 있도록 쪽지를 적어서 전파했다.
바이글의 역할은 이제 게헤이루나 괴체에 공을 보내는 것으로 마무리될 것 같았다. 윤석이 너무나도 집요하게 바이글을 잡아둬서 그의 역할이 좁아졌다.
지금은 이게 다였다.
거세게 밀어붙이는 RB 라이프치히의 공세를 라인 밖에서 지시만으로 해결할 수가 없었다.
추가 골만 허용하지 않고 유지해 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 가운데 바이글은 윤석에게 집요하게 시달리면서 벌써 진이 다 빠진 기분이었다. 덩치는 산만 한 게 날렵하고 빠른 데다가 지치질 않는다.
[으으으으…….]그렇게 시간이 덧없이 흘러갔다.
결국, 도르트문트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전반전을 보내야 했다.
양 팀의 선수들이 로커 룸을 향했다.
[좋았어, 잘해 줬다. 이 기세로 더욱더 많이 움직이고 압박해서 후반전에도 꿀벌 녀석들의 정신을 쏙 빼 논다. 벌이 아무리 매섭더라도 황소가 휘두르는 꼬리에는 꼼짝 못 하는 법이지!]썰렁한 농담을 내뱉으며 로커 룸 안으로 들어오는 선수들에게 하센휘틀 감독이 말했다.
[정우는 골을 넣는 것까지는 좋은데 좀 더 많이 움직여 주도록 해! 우리 팀이 요구하는 건 더 많은 활동량이야, 아직은 조금 모자란 감이 있다.]정우의 말을 칼츠가 전달해 주자 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칼츠, 자네가 있는 게 참 다행이야.] [별말씀을.]그런 칼츠를 하센휘틀 감독이 치하했다.
예전에는 폐쇄적이어서 통역사도 로커 룸 안으로 들이지 않았지만, 이곳은 다르다. 자신과 랄프 랑닉 단장이 꾸려 가는 이곳에서 자신은 대화가 되지 않아서 전술의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칼츠를 형제의 통역으로 활용하게 된 것이었다.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지금 지시를 내릴 윤석에게 세밀한 전술을 지시할 수 없었으리라.
윤석은 머리가 좋았다. 자신의 주문을 그대로 소화하고 해낼 능력이 있었기에 더 많은 것을 지시하고 움직이게 해야만 했다.
[잘해 주고 있다. 자네는 우리 팀의 전술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어. 하지만 공격 시에는 더 위로 올라와 주지 않겠나? 공중 볼 능력을 보여 줘도 좋고, 아니면…….]문득 그가 가장 임팩트 있게 보였던 장면이 떠오른다.
[그 강력한 슈팅을 보여 줘도 좋을 것 같네만?]칼츠의 통역을 들은 윤석이 진지하게 말했다.
“원하신다면.”
그의 말을 들은 하센휘틀은 말없이 그의 어깨를 두들겨 주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사람들과 전체적인 전술을 지시했다.
짧은 시간에 구비된 바나나를 하나 챙겨 먹은 정우가 가장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 뒤 선수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체력에는 자신 있다는 듯 그렇게 전반전 내내 뛰어다녔으면서 아직 지친 선수들은 없어 보였다.
[좋아, 가자!]하센휘틀은 듬직한 젊은이들을 이끌고 로커 룸을 빠져나왔다.
-네, 후반전이 시작되는 이곳은 시그널 이두 파크입니다. 전반전은 라이프치히가 도르트문트를 압도하며 2골을 넣으며 앞서갑니다. 2골을 만든 주인공은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20세 청년, 한정우 선수입니다.
-형제의 이적, 그리고 3경기 동안 제대로 된 경기가 없어서 조국의 축구 팬들에게 걱정을 사게 만들었지만, 첫 선발 경기에서 형제 모두가 뛰어난 활약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한정우 선수의 2골도 대단하지만, 정말 대단한 것은 도르트문트의 공격 기점이 되어 주는 바이글 선수를 꽁꽁 묶어 놔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 한윤석 선수입니다. 도르트문트는 한윤석 선수 때문에 공격시 아무런 모습도 보여 주지 못했습니다.
-이대로라면 더 많은 선발 출장의 기회가 부여될 것 같습니다. 로테이션 시스템이라고 해도 아무래도 하센휘틀 감독의 신임을 받는 선수들은 정해져 있거든요?
-그렇죠. 무엇보다 중원과 수비 진영에서는 약간 고정적인 선수들이 있어요. 나비 케이타나 카이저가 그런데, 한윤석 선수가 여기서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정우 선수는 지속적으로 오늘과 같은 득점력을 보여 줄 필요가 있습니다. 현대에 들어서 많은 역할을 부여받는 스트라이커지만, 결국 득점력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어요. 여기에 압박 능력을 기른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요.
그사이 도르트문트의 선수들이 자리를 잡는다.
-투헬 감독이 이번 시즌 보여 주던 4-1-4-1 포메이션으로 돌아가는군요. 바이글이 후방에서 수비적인 롤을 수행하고 괴체와 게헤이루가 전방에 포진됩니다. 오늘 아우바메양 선수가 활약이 없는데 그대로 기용됩니다. 전술의 변화로 아우바메양 선수도 전반과 다른 모습을 보여 주리라 판단한 걸까요?
다시 경기가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RB 라이프치히의 선축이었다.
선수들이 차분하게 공을 돌리면서 빌드 업하기 시작했다. 전반전과 달리 RB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은 여유가 넘쳤다. 2골이나 앞서는 상황에서 모험을 하지 않고서 볼을 간수해 스스로 위험한 상황을 만들지 않았다.
-RB 라이프치히, 여유가 넘칩니다. 조급해진 것은 도르트문트네요.
-한정우 선수, 전반에만 2골을 넣었습니다. 해트트릭을 노려 볼 만도 한데요.
-공격수로서 해트트릭은 최고의 영광이죠. 첫 선발에서 해트트릭까지 넘보다니 대단합니다.
그 가운데 윤석은 차츰 전방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일잔커는 수비 능력만큼 패스가 좋은 선수는 아니었고, 윤석이 중앙에서 양 측면으로 볼을 배급하는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윤석에겐 익숙한 상황이었다.
다만 도르트문트 선수들이 집요하게 윤석을 압박하면서 지금의 RB 라이프치히의 템포를 흐려 놓으려고 했다. 그들은 윤석이 그랬던 것처럼 경기의 흐름을 끊고 역습을 시도하려 하고 있었다.
물론 쉽게 거기에 응해 줄 윤석이 아니었다.
윤석은 여유롭게 상대방에게서 벗어나면서 이번에는 우측의 사비처에게 공을 보냈다.
사비처는 조금 전진하려는 듯하다가 자신에게 압박이 가해오자 무리하지 않고 후방에서 올라온 베르나르두에게 공을 보냈다.
베르나르두가 중원으로 침투하기 시작하자, 윤석은 그것에 맞춰서 앞으로 더욱더 전진했다. 베르나르두는 자신에게 압박이 오기 전에 윤석에게 공을 보냈고, 윤석은 최전방 가까이에서 몸을 돌리면서 앞을 바라봤다.
바이글이 무리하지 않고 가까이서 윤석을 경계하기만 했다.
게헤이루와 괴체가 내려오면서 뒤에서 압박이 들어오자 윤석은 공을 몰아서 바이글에게 전진했다. 바이글은 다가오는 윤석이 부담스러웠다.
그것이 윤석에게 기회를 만들어 줬다.
윤석은 옆으로 툭 치고 밀고 들어가면서 내려오는 젤케에게 공을 연결했다.
젤케는 원터치로 왼쪽에서 파고 들어오는 포스베리에게 패스했다.
퉁!
포스베리의 슈팅이 골문을 두드린다.
-아, 아쉽습니다. 회심의 슈팅이었지만, 바이덴펠러 골키퍼의 정면이었습니다. 도르트문트의 역습이 시작되네요!
바이덴펠러는 서둘러 전방으로 공을 보냈다.
RB 라이프치히가 바짝 올라온 상황, 도르트문트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측면에서 공을 잡은 로이스가 할스텐베르그를 제치며 그대로 중원으로 침투해 들어갔다. 윌리 오반이 서둘러 로이스에게 붙는 순간, 로이스는 윌리 오반의 자리로 들어가는 괴체에게 공을 패스했다.
괴체가 그 빈 공간으로 파고들어 가자 마음이 급해진 마틴 콤퍼가 괴체에게 달려든다.
하지만 그것은 함정이었다. 베르나르두도 일잔커도, 윤석도 돌아오지 않은 상황에서 마틴 콤퍼까지 없어져 자유로워진 아우바메양에게 괴체가 공을 찔러 줬다.
마틴 콤퍼는 아차 하는 심정으로 옆을 바라봤지만, 아우바메양의 발에는 이미 공이 떠나가고 없어진 뒤였다.
-골! 도르트문트가 추격골을 만들어 냅니다! 포스베리의 슈팅 실패가 역습 상황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번에는 라이프치히가 공격 후 돌아오는 시간이 너무 늦었어요. 바이덴펠러에서 아우바메양까지 단 세 번의 패스로 도르트문트가 골을 만들어 냅니다!
-이렇게 되면 경기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후반 9분, 시간은 아직 충분합니다! 도르트문트의 기세가 살아납니다.
완벽한 역습이었다.
하센휘틀 감독은 차분하게 선수들을 독려했다. 지금 골은 어쩔 수 없었다고, 좀 더 경기에 집중하도록 선수들을 다그쳤다.
그 뒤로 지루한 공방전의 연속이었다.
RB 라이프치히가 치고 들어가면 도르트문트가 필사적으로 막고, 도르트문트가 필사적으로 공격하면 RB 라이프치히가 동점 골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분주하게 달렸다.
하지만 점차 활동량을 밀어붙이는 RB 라이프치히가 우세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단순하게 빠른 패스로 점유율을 무시하고 도르트문트가 공수를 전환하는 사이에 집요하게 도르트문트의 골문을 괴롭혔다.
분데스리가로 처음 진입한 팀이 바이에른 뮌헨마저 위협하는 팀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도르트문트로서도, 오늘 경기를 찾아온 팬들로서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 후반 30분이 넘어서는 시점.
마틴 콤퍼가 아우바메양의 공을 빼앗아 일잔커에게 패스했다. 일잔커는 그대로 사비처에게 공을 패스했고, 사비처가 그대로 전진했다.
순간 밀고 들어오는 삼면의 압박.
사비처는 더 이상 전진이 어렵다고 판단하던 찰나, 누군가 사비처를 불렀다.
“사비처!”
어색한 발음이지만, 분명 자신의 이름이었다.
고개를 돌려 보니 자신을 압박해 들어오던 선수가 비운 자리에 윤석이 들어오며 손을 들고 있었다. 사비처는 지체하지 않고 그에게 공을 패스했다.
공을 받으며 윤석은 앞을 바라봤다.
훤한 전방을 바라보며 윤석은 다리에 힘을 모았다.
다른 사람들이 다가오기 전에, 윤석의 터질 것 같은 다리 근육이 힘껏 휘둘러져 공을 때렸다.
콰앙!
이역만리, 타국에서 윤석의 전매특허인 중거리 슛이 터져 나왔다.
공은 무서운 속도로 뻗어 나가 골키퍼의 앞까지 당도했다.
힘이 실린 공을 보고 바이덴펠러가 자세를 잡는 순간, 바이덴펠러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공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무회전!]스핀을 주지 않은 공이었다.
생각지 못한 슈팅이었다.
윤석이 무회전 슈팅을 한다는 말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석의 볼 터치 능력과 강력한 힘을 생각한다면 무회전 슈팅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굳이 활용하지 않았을 뿐이다.
흔들리는 공을 바라보는 바이덴펠러의 눈도 흔들리는 가운데, 공은 바이덴펠러의 왼쪽으로 꺾여 들어갔다.
바이덴펠러는 멀어지는 공을 향해 반응해 보지도 못하고 골 망을 뒤흔드는 공을 바라만 봐야 했다.
-터졌습니다! 골!
-한윤석 선수의 전매특허! 캐논 슈팅이 터져 나왔네요! 게다가 업그레이드되었어요! 무회전 슈팅이었습니다. 바이덴펠러도 반응할 수 없었습니다!
-형제가 나란히 첫 선발 경기에서 골을 터뜨립니다! 하센휘틀 감독의 눈에는 지금 형제밖에 보이지 않을 겁니다!
도르트문트 관중석에서 어마어마한 야유가 터져 나왔다.
상대방 선수들을 향한 야유가 아니었다.
이는 홈에서 이 정도 플레이밖에 보여 주지 못하겠냐는, 자신의 팀을 향한 야유였다.
그 야유 속에서 도르트문트의 선수들이 고개를 숙인 가운데 윤석은 크게 포효했다.
RB 라이프치히의 팬들의 가슴속에, 그리고 하센휘틀 감독의 눈에 형제가 가득 들어왔다.
이날 경기는 윤석의 골을 마지막으로 RB 라이프치히가 도르트문트의 홈인 시그널 이두 파크에서 3 대 1 대승을 거두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