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77)
형제의 축구-77화(77/251)
형제의 축구 77화
한인회
RB 라이프치히가 도르트문트를 대파했다!
도르트문트는 승점 38점에서 멈추면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과 더욱더 격차를 벌리게 되었다.
1위진 바이에른 뮌헨이 승점 51점으로 저 멀리 앞서가는 상황을 제외하면 나머지 상위권 다툼은 더욱더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당장 2위인 도르트문트의 승점이 38점, 이번 경기 승리로 인해 3위까지 올라간 RB 라이프치히의 승점은 35점으로 불과 1경기의 승점 차이밖에 나지 않았으며, 4위인 헤르타 베를린도 승리를 거두면서 승점은 RB 라이프치히와 동률을 이루고 있었다. 이번 20라운드에서 무승부를 거둔 호펜하임도 고작 2점 차 뒤진 33점이었으며, 쾰른도 승점 32점, 프랑크푸르트도 승점 30점으로 누구 하나 패배하기라도 하면 순위가 요동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어려운 상대 하나를 물리친 RB 라이프치히는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 가운데 첫 선발 경기에서 2골을 기록한 정우와 1골을 기록한 윤석은 RB 라이프치히의 팬들은 물론이고, 도르트문트의 팬들에게도 기억에 남게 된다.
게다가 2골의 활약을 펼친 정우는 이날 경기의 MOM으로 선정되었다.
첫 선발에서 골을 넣은 것도 대단하지만, MOM까지 차지했으니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관심이 정우에게 몰렸다.
구단 팬포럼의 반응도 뜨거웠다.
-TWO 한이 해냈어! 😀
-우리 구단은 최고의 동양인을 영입해 왔어. 그것도 둘이나. 우리 구단 스카우트와 단장에게 경의를 표하겠어.
-이 두 선수의 실력을 의심하던 사람들 모두 어디 갔지? 나는 그들이 우리 구단에서 성공할 줄 알았어.
-우리 라이프치히에 차붐의 후예가 왔다!
-한윤석의 앞에서 바이글은 담장을 넘지 못하는 어린아이가 되어 버렸어.
-난 한정우가 너무 어려 보였는데, 그의 발은 결코 어리지 않았어. 마치 한 마리 황소 같았지.
-난 이 형제의 성공이 너무나 기뻐. 나의 할아버지, 할머니는 한국에서 오셨거든. 그 둘도 마치 차붐을 보는 것 같았다며 좋아하셨어.
└우리 할머니도 한국에서 오셨는데.
└생각보다 우리나라에는 한국에서 왔던 사람들이 많아. 그들은 간호사로, 광부로 활동했지.
-그 둘 때문에 PUB이 만석이 되었어. 나는 집에서 캔 맥주를 마실 수밖에 없었어.
-환상적이야!
-다음에도 멋진 활약을 해 줬으면 좋겠어.
많은 사람들의 칭찬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같은 반응으로 뜨거웠다.
-꿀벌들 황소 꼬리에 치이고 벌꿀 털렸답니다.
-로열젤리 섭취 개이득.
-승점 3점 로열젤리 인정. ㅇㅇ
-첫 선발, MOM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ㅋㅋㅋㅋㅋㅋㅋ 쩐닼
-형제가 유럽 간다고 했을 때, 미쳤다고 생각했는데 도르트문트를 가지고 놀았네.
-ㅋㅋㅋㅋㅋㅋㅋ시작부터 이 정도로 활약할 줄은 몰랐다.
-하센휘틀, 윤석이가 골 넣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거 봤냐?
-난놈은 난놈이다.
-도르트문트는 이상하게 한국 애들한테 골 잘 먹는 거 같네. 지동운이랑 손형민도 골 넣지 않았음?
-형제가 뭘 하든지 형제가 최초라서 라이프치히 기록에 남음 ㅋㅋㅋ 웃긴다 ㅋㅋㅋ
-진짜 한윤석은 어딜 가도 감독이 사랑할 것 같다.
-정우는 프리킥이 갈수록 좋아지나 보다, 감독이 전담 프리키커로 삼은 모양인데.
-송진호도 봤을까?
-형제 이적료로 부천 폭풍 영입 중임 ㅋㅋㅋ 영입하느라 못 봤을 듯.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정작 형제는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경기가 끝난 다음 날, 대승을 기념해 특별 휴식이 주어진 가운데 세상모르게 잠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흘흘.”
잘 자는 형제를 확인한 할머니는 형제가 일어나 먹을 음식들을 준비해 놓고 외출 준비를 했다. 요 며칠 여독 때문에 집에서 쉬었더니 답답해 라이프치히를 둘러볼 생각이었다.
사라와 함께 고른 옷 몇 벌 중에서 유난히 마음에 드는 옷을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는 펜트하우스를 나섰다.
한국에 비하면 따듯한 지역이지만, 그래도 찬 공기가 반갑지 않아 할머니는 옷깃을 여미며 걸음을 옮겼다.
“동독이나 서독이나 다를 바가 없누.”
한국과 마찬가지로 분단의 아픔을 겪었지만, 지금의 독일의 거리는 동독, 서독과 크게 차이가 없어 보였다. 옛것을 지우기보다는 멋스럽게 살리는 유럽 특유의 거리가 할머니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옛 시절의 추억에 사로 잠겨 할머니는 버스에 몸을 맡겼다.
파독 간호사 시절 힘든 하루를 보내고 모처럼 주어지는 쉬는 날에는 할 게 없어서 답답한 마음에 버스에 올라타 한없이 돌아다녀 보거나, 이름 모를 곳에 내려서 구경하고는 했다. 그러다가 길을 잃기를 몇 번이었지만, 그 덕에 함부르크에서 모르는 곳이 없을 정도가 되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라 생각하며 버스에 올라탄 할머니의 눈에 얼마 가지 않아 무언가 눈에 들어와 서둘러 버스에 내렸다.
“한인 슈퍼가 여기 있었누?”
식자재를 사 두는 것은 티스가 데리고 온 매니저 게르트의 몫이었다. 항상 할머니가 부탁하면 한국 식자재들을 손쉽게 구해오는 게르트에게서 한국 물품을 파는 마켓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버스를 타다 보일 줄은 몰랐다.
반가운 마음에 할머니는 성큼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무리 매니저라고 해도 많은 것을 부탁하지 못해 아쉬운 것들이 있었는데 이 참에 본인이 직접 장을 볼 생각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캐셔를 보던 중년의 한인 여성이 할머니를 보고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안녕하시오.”
할머니의 한국어에 한인 여성이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국인이시군요, 처음 뵙는 것 같은데 어떻게 오셨어요? 관광하러 오셨나요?”
“아니우, 이번에 이민 왔소. 동네를 둘러보다 반가운 마음에 들어왔수.”
“아아, 그러시군요. 라이프치히는 한인이 살기에도 좋아요. 동네도 조용하고. 길 찾는 게 쉽지 않으셨을 텐데, 혼자 다니시는 거예요?”
한인 여성은 처음 보는 할머니에게도 친절하게 말을 걸어왔다.
이국에서 동포에게 유난히 친절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 여인이 그러한 듯싶었다.
“예전에 파독 간호사로 있었지. 길 찾는 거야, 말이 통하니 어렵지 않수.”
“어머, 그러셨어요? 한국 돌아가셨는데 다시 돌아오시다니, 쉽지 않은 선택이셨을 텐데.”
한국 여성의 말에 할머니는 그저 웃음으로 넘기며 화제를 돌렸다.
“좀 둘러봐도 괜찮겠수?”
“그러세요, 할머니.”
“고맙수.”
할머니는 슈퍼 안을 둘러봤다.
한국에서나 볼 법한 조미료나 인스턴트식품 같은 것들이 한가득이었지만, 가격을 보니 역시 만만치는 않았다. 형편이 예전과 전혀 달라졌다고 하더라도 사기가 망설여졌을 테지만, 그래도 할머니는 챙겨 온 카트에 이것저것 담기 시작했다.
형제가 독일 음식에도 무난하게 적응하긴 했지만, 그래도 형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된장찌개 같은 한국의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못 들겄는디?”
한참 정신없이 담다 보니 할머니가 들기에 버거운 만큼 장을 봤다.
“어쩐댜…….”
한국과 달리 독일에서는 배달 시스템이 있는지 의문이었다.
할머니는 어쩔 수 없이 카트를 끌고서 카운터로 가서 캐셔 여인에게 물었다.
“미안한디, 여기 택시 좀 불러 줄 수 있수? 전화번호를 몰라서 말이우.”
“그럴게요. 어머, 장을 엄청 많이 보셨네요. 혼자 어떻게 들고 가시려고요.”
여인의 말에 할머니는 헐헐 웃으며 말했다.
“생각 없이 손주들 먹일 생각에 잔뜩 담았지 뭐요.”
“아아, 손주분들하고 같이 오신 거예요?”
여인은 할머니가 자식과 손주와 함께 이민 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를 두고 올 수 없어 데리고 온 사람들도 종종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우.”
“그렇군요. 어, 박 회장님?”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던 캐셔 여인은 누군가가 입구로 들어오자 알은척을 했다. 중년의 남성이었는데 그는 아줌마를 보고 인사했다.
“성희 씨가 계시네요. 바깥양반은 어디 갔습니까?”
“물건 떼러 갔어요. 우리 그이랑 하실 이야기라도 있으신가 봐요?”
“아아, 별건 아니고…… 으응? 여기 할머님은?”
“이번에 이민 오신 분이세요. 할머님, 여기 이 분은 우리 라이프치히 한인회 회장이세요.”
한인회라는 말에 할머니가 흥미를 보였다.
“이곳에 한인회도 있수?”
할머니의 물음에 박 회장이 웃으며 말했다.
“지금 독일에서 한인회가 없는 지역을 찾는 게 더 쉬울 겁니다. 타향살이가 쉽지 않으실 텐데, 큰 결심을 하셨네요, 할머님.”
“여기 할머님이 예전에 파독 간호사셨대요.”
그 말에 박 회장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말했다.
“아이고, 그러셨습니까? 다시 돌아오셨군요. 여기도 파독 간호사나 광부셨던 분들이 계시죠.”
“이곳에 말이우?”
“네, 서독에서 사시다가 통일되면서 이쪽으로 오신 분들도 적지 않으십니다. 아, 들어 보니 택시를 부르시던데, 짐이…… 많으시군요?”
“그렇다우. 막상 담고 보니 짐이 많아서 택시라도 타고 가야지 않겄수.”
할머니의 말에 박 회장은 웃으며 말했다.
“마침 나갈 생각이셨는데, 집이 멀지 않으시다면 제가 태워다 드리겠습니다.”
“무신, 수고스럽게…….”
“같은 한인끼리 돕고 살아야죠. 어디서 사세요?”
잠시 머뭇거리던 할머니는 사는 곳을 이야기했다. 이번에도 박 회장과 캐셔 여인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좋은 집에서 사시네요. 아드님이 성공하셨나 봅니다. 하하.”
“흘흘.”
할머니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기분이 좋았다. 재물을 과시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성공이라는 말이 그렇게 좋았다. 아들이 아니라 손주들이 성공한 것이지만.
“타세요, 제가 모셔다 드릴게요. 마침 가는 길이기도 하네요.”
“그렇게 해도 되겠수?”
할머니는 그리 말하면서도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는 박 회장의 도움을 얻어 짐들을 차에 싣고 차에 올라탔다. 박 회장은 새로이 이민 오게 된 할머니에게 친절하게 이런저런 말을 건넸다.
“혹시 적적하시거든 한인회에 들르세요, 노인정 비슷하게 한쪽 사무실을 꾸려 놨는데…… 아, 혹시 아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죠. 간호사 일을 하셨던 할머님들도 자주 들르셔서 쉬다 가시거든요.”
“그거 반가운 소리구만. 안 그래도 남는 시간에 적적혔는디.”
하긴 머나먼 타국 생활에 아는 사람 하나 없으면 심심하기 그지없을 거다. 물론 집은 종종 들르는 사라나 매니저인 게르트, 티스가 방문하기도 하지만 할머니와는 나이 차 때문에라도 또래의 노인들과 대화하는 것처럼 살갑게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한인회에서 이런저런 행사도 많이 하니 가족분들이랑 자주 놀러 오세요.”
“그래야겄수.”
“안 그래도 가까운 시일에 한인들이 모두 모여서 파티를 열 예정입니다. 한윤석, 한정우 형제라고 아세요? 이번에 우리 지역 축구 팀인 RB 라이프치히로 이적했거든요. 그 두 사람이 뛰는 날에 맞춰서 파티를 하면서 대형 스크린으로 경기를 보면서 응원할 생각입니다.”
“한윤석, 한정우 말이우?”
할머니가 물어보자 박 회장이 신난 얼굴로 말했다.
“할머님 때는 차붐, 차붐 아시죠? 지금 형제가 그런 사람들이죠. 이제 막 이적 왔는데 활약이 대단합니다. 어제 도르트문트라는 곳과 시합을 해서 골도 넣고 대활약을 했는데, 그 덕에 하루아침 만에 우리 한인들 위상이 장난 아닙니다. 저도 오늘 아침 길을 지나가다 독일인들이 그 두 사람하고 같은 나라 사람이라고 어찌나 살갑게 굴던지, 참.”
동독 지역에서 가장 핫한 구단이라면 RB 라이프치히였다.
그래서 라이프치히 사람들은 자신의 구단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비록 생겨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팀이지만, 라이프치히 지역 사람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작센주에 사람들도 라이프치히를 응원하고 경기를 관람하고는 했다.
그런 구단에서 형제가 활약하자 라이프치히 사람들은 한국인만 봐도 엄지손가락을 내밀고 있는 상황이었다.
단 1경기 만에 만들어 낸 성과였다.
“국위선양 이런 거 좋아하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같은 한국인들이 이름을 날리니 기분이 좋더군요.”
“그렇소?”
할머니는 속으로 뿌듯한 마음에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으응?”
그때 울리는 핸드폰 벨 소리에 할머니는 주섬주섬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이민 오게 되면서 개통해서 가지고 다니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여보시오.”
-할머니, 어디야?
핸드폰 너머에서 정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미, 잠깐 나왔지? 일어들 났누?”
-으응, 할머니 없어서 전화했어. 언제 나간 거야, 혼자. 걱정했잖아!
“뭔 걱정이야, 말도 통하고 돈도 있는디. 어련히 알아서 할까.”
-헤헤, 그것도 그러네? 언제 들어와용?
“이제 가, 안 그래도 전화하려 했는디. 집 앞으로 좀 나오너라, 할미가 장을 봤는디 짐이 많어.”
-으응, 알았어! 형이랑 나갈게!
정우와 통화를 끝내는 사이 박 회장이 물었다.
“손주분인가 봐요?”
“그렇수.”
“손주분이 할머니를 참 좋아하나 봅니다.”
박 회장의 말에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주 덕에 호강하며 산다우. 부모 없이 키워서 늘 미안헌디, 나한테 그렇게 잘할 수가 없소.”
“그래요? 아이고, 그럼 손주분이 할머니를 모시고 계신 거군요? 손주분이 누구인지 몰라도 참 기특하네요.”
“잉, 손주가 아니라 손주들이우. 형제거든.”
“아아, 아, 도착했네요.”
형제라는 말에 박 회장이 할머니를 잠시 바라보다가 어느새 도착한 것을 확인하고는 차를 멈춰 세웠다. 할머니가 문을 열고 나가자 박 회장도 서둘러 차에서 내렸다. 짐을 내려 주기 위해서였다.
“할머니!”
“할머니이!”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형제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박 회장은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가 놀라서 주춤하고 말았다.
박 회장의 앞에 할머니에게 그렇게 자랑하던 RB 라이프치히의 형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눈앞에서 보니 이렇게 클 수가 없다고 생각될 정도의 형과 곱상하게 아주 잘생긴 동생이 웃으면서 할머니 앞에 서 있었다.
“점심 챙겨 놓은 거는 먹었누?”
할머니의 물음에 형제가 나란히 고개를 끄덕였다.
“잘혔어, 그랴, 여기 계신 분께 인사혀라.”
할머니의 말에 형제는 박 회장을 보고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할머니, 누구셔?”
정우의 물음에 할머니는 박 회장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여기 라이프치히 한인회 회장 되시는 양반이여. 이 할미가 짐이 많은 걸 보고 도와주셨다.”
“아, 진짜요? 고맙습니다.”
“아, 그, 뭐, 별말씀을…….”
박 회장이 당황해 손사래 치자 할머니가 말했다.
“숨길 생각은 없었는디, 본의 아니게 그리 되었수. 내 손주들이우.”
“하하, 이거 친할머니 앞에서 제가 손주분들 자랑을 했네요.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은 꼴입니다, 하하하.”
“흘흘, 우리 손주들 잘 봐 줘서 고맙수. 너무 칭찬혀서 민망해 말을 못 혔어. 니들도 고맙다고 혀라, 여기 계신 한국인분들이 니들을 그리도 자랑스러워하드라.”
“그래요? 하하, 이제 시작인데……. 감사합니다, 회장님.”
순박하게 웃는 윤석을 바라보며 박 회장이 말했다.
“아닙니다, 감사할 건 오히려 저희죠. 같은 한국인 위상이 올라가니 우리도 알게 모르게 대우가 달라지거든요. 낯선 타향에서 그것만큼 좋은 일이 없습니다.”
박 회장은 진심으로 그리 말했다.
형제의 말대로 이제 시작일지 몰라도, 아니, 이제 시작이어서 더욱더 형제에게 많은 기대되고 자랑스러웠다. 낯선 타향이어서 더욱더 그러했다.
“아이고,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할머니, 저는 이만 가 봐야겠습니다.”
“괜히 시간을 뺏은 건 아닌가 모르겄네. 고맙수, 정말로. 아니었음 택시 타고 혼자 고생했을 틴디.”
“아닙니다, 서로 도와야죠. 근데 저…….”
“이잉?”
“형제분들 함께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형제는 서로를 바라보곤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하하, 영광입니다.”
박 회장은 형제와 사진 촬영을 하고서 차를 타고 떠났다.
독일에서 처음으로 팬과 함께 찍은 사진이 되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본인이 더 기분이 좋았다. 파독 간호사들, 광부들은 이런 대접을 받을 수 없었고, 같은 한인들끼리 만나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슬픔과 고됨을 나누는 것들뿐이었다. 하지만 형제들은 한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까지 했고, 독일인들에게도 사랑을 받고 있었다. 형제의 위상이 이렇게 큰데 좋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편으론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다. 아직 품 안에 자식들 같은 손주들이지만, 손주의 어깨에는 어느새 막중한 책임감이라는 무게가 자리 잡고 있었다.
본인들이 원하지 않아도 짊어져야 하는 것이었다.
어쩌면 더없이 명예로운 일일 수도 있었지만, 할머니는 그저 형제가 그것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했다.
“들어가자, 내 새끼들.”
“네, 할머니.”
“벌써 팬도 생기고 기분 좋다. 그지, 형?”
“그러게.”
“한인분들이 우리 유니폼 좀 많이 사 줬음 좋겠네. 인센티브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랬던가?”
“돈이여, 돈! 헤헤헤.”
……안쓰럽던 마음이 싹 사라졌다.
형제는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머리 피두 안 마른 눔이 허구한 날 돈타령이여! 어여 들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