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78)
형제의 축구-78화(78/251)
형제의 축구 78화
압박 또 압박
도르트문트를 잡으면서 기세를 올린 RB 라이프치히는 21라운드에서 강등권 싸움을 하고 있는 함부르크와 마주하게 되었다.
이날 경기에서 형제는 지난 도르트문트 전에 활약에 힘입어 선발되었다.
다만 정우의 파트너가 젤케에서 티모 베르너로, 그리고 윤석의 옆에는 일잔커가 아닌 카이저가 함께하게 되었다.
RB 라이프치히는 지난 경기보다 더욱더 공격적으로 함부르크를 두들겼다.
오늘 형제의 경기를 지켜보러 온 티스는 이렇다 할 공격을 하지 못하고 막기에 급급한 함부르크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팀이 아니었는데…….]함부르크에서 나고 자란 티스는 골수 함부르크 팬이었다. 자신의 선수가 활약하는 것은 좋았지만, 그 대상이 함부르크라는 것이 슬펐다.
시선을 돌려 전광판을 바라본다.
스코어는 후반 19분이 지나가는 지금 RB 라이프치히가 1 대 0으로 앞서가고 있었다. 1골의 주인공은 사비처였다.
어시스트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윤석의 허를 찌르는 패스가 만들어 낸 골이었다.
정우는 이번 경기에서 함부르크의 선수들 사이에서 몸싸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주진 못했지만 선수들을 피해 침투해 두 번이나 위협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비록 골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하지만 좋지 않아…….”
두 차례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 줬다고 해도 몸싸움에서 밀리는 단점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었다. 분주히 뛰고는 있지만 압박이 좋다고 볼 수도 없었다.
골이라도 만들지 못하면 평점이 좋지 못할 확률이 높았다.
그런 걱정이 텔레파시로 통하기라도 했을까?
정우가 뒤에서 뻗어 오는 롱패스를 보고서 미친 속도로 파고들어 들어갔다.
워어어…….
관중석에서 아쉬움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롱패스가 너무 길어서 골대 옆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각도가 없어서 골을 넣기 어려운 상황.
그럼에도 정우는 포기하지 않고 공을 향해 달려갔다
“패스 좀 잘하지……!”
정우는 그리 말하며 이를 악물고 멈춰 선다.
“이런…….”
멈췄음에도 미끄러진 나머지 공을 지나쳤다.
정우는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공이 떨어질 즈음을 생각하고 옆을 확인하고서 발을 뒤로 휘둘렀다.
퉁.
공이 정우의 뒤꿈치를 맞고서 왼쪽으로 뻗어 나갔다.
그 공은 정우처럼 포기하지 않고 들어오던 티모 베르너의 발에 걸렸다.
철썩!
와아아아아아아!
팀의 두 번째 골이 터져 나왔다.
라이프치히의 팬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함성을 지르는 가운데 티스도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렇지!]공격 포인트를 추가하면서 정우는 자신의 가치를 또다시 입증했다.
함부르크와 경기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2 대 0으로 후반기 시작 이후 4연승을 거둔 라이프치히는 승점 38점으로 여전히 도르트문트를 승점 3점 차이로 바짝 따라붙었다.
그 가운데 승점 동률로 쫓아오던 헤르타 베를린이 샬케에게 덜미를 잡히면서 RB 라이프치히와 3점 차로 뒤처지게 되었고, 5위를 차지하고 있던 호펜하임은 또다시 패배하면서 6위로 떨어지고, 쾰른이 승리하면서 헤르타 베를린과 승점 동률로 5위를 차지했다.
여전히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획득하기 위한 순위 싸움이 계속되고 있었다.
패배하면 뼈아플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다음 상대는 중위권의 뮌헨 글라드바흐였다. 비슷한 승점에 상대들보다는 부담이 덜 되는 팀이었지만, 방심할 수가 없었다.
하센휘틀 감독은 함부르크와 경기 이후 펼친 훈련에서 정우를 따로 불렀다.
2경기 연속으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정우를 하센휘틀 감독은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유소년 팀에서 훈련해야겠다.]그 말을 들은 칼츠가 흠칫했다.
정우에게 전달하기 전에 칼츠가 오히려 놀라 하자 정우는 상황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그 가운데 하센휘틀 감독이 칼츠를 바라보며 너털웃음을 흘렸다.
[이런 내가 너무 단도직입적이었나?] [2경기 연속으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선수를 유소년 팀으로 내려보낸다고 하시니…….] [아, 그런 말이 아니네. 정우에게 개별 훈련을 시키기 위해서라네.] [개별 훈련이요?] [그래, 정우에게 전해 주게. 유소년 선수들과 꼬리 잡기를 할 생각이라네. 정우는 그 안에서 공을 뺏는 연습을 할 걸세. 물론 1군에서도 하는 훈련이긴 하지만, 정우는 집중적으로 그것을 할 필요가 있어.]하센휘틀의 말을 들은 칼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칼츠는 그 즉시 정우에게 이 말을 전달했다.
“중요한 훈련인가요?”
“중요하고말고. 감독은 정우, 자네에게 압박과 수비를 가르치려 하는 거라네.”
“그렇군요.”
정우도 감독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RB 라이프치히는 최전방에서부터 강도 높은 압박과 활동력을 요구한다.
정우도 딴에는 열심히 뛰고 있지만, 압박 능력이 다른 공격수들보다 모자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득점력이 있다고 해도 현대 축구에서 공격수의 압박 능력은 필수 불가결이었다. 아니, 모든 포지션이 그러했다.
압박 능력이 좋지 못하면 점차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
압박이 좋지 못한 팀 역시도 도태된다.
현대 축구는 점점 높은 압박 능력을 요구하게 될 것이고, 점차 압박 능력이 떨어지는 선수는 도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어 갈 것이다.
그것에 반해 정우의 선수 경력은 이제 시작이었고, 이에 적응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정우의 빠른 발과 득점력을 생각하면 굳이 익혀 둬야 하나 싶을 수도 있었다. 정우의 파트너가 그 부분을 메꿔 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표적으로 지난 시즌 기적 같은 우승을 일궈 낸 레스터 시티에서 바디는 최전방에서 압박과 수비적인 롤을 수행하기보다는 역습의 마지막 지점이 되어 자신의 빠른 발로 골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했으며, 그런 그와 달리 바디보다 조금 아래 위치에서 오카자키가 압박과 수비적인 롤, 그리고 공중 볼을 감당했었다.
4-4-2이지만, 깊이 파고들면 엄연히 4-4-1-1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레스터 시티와 같은 경우 상대적 약팀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강팀의 압박과 달리 최전방이 아닌 미드필더 라인까지 끌어들여 보다 안정적으로 볼을 뺏는다는 특징이 있었다.
반대로 지금의 RB 라이프치히의 경우에는 그들과 달리 최전방에서 어떻게든 볼을 뺏어 내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라인을 최대한 위로 올리고 공격수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볼을 빼앗아 역습의 기점이 되어야 했다.
정우가 선발로 나설 경우에는 이게 되지 않았고, 한 선수가 반드시 정우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만약 정우가 이 부분을 보완한다면?
RB 라이프치히는 평소대로 최전방에서부터 극단적인 압박을 통해 볼을 뺏어 올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하센휘틀 감독도 생각하지 못한 게 있었다.
정우가 이미 단 한 번이나마 이와 같은 롤을 수행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송진호 감독의 밑에서, K리그에서 마지막 경기인 FA컵 결승에서 말이다.
정우는 거기서 압박과 수비를 하는 법을 익힌 것은 아니지만, 느껴 보고 온 것이다.
자신의 속도가 상대 공격 방향을 바꾸고, 템포를 바꿀 수 있다는 것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정우는 이 훈련에 대해서 군말 없이 따르기로 했다.
* * *
RB 라이프치히 성인 팀의 바로 아래 단계의 유소년 팀은 사실 정우와 나이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았다. 대부분이 한두 살 차이였고 체격은 오히려 정우보다 더 좋았다.
딴에는 키가 크고 또 커서 174센티미터가 되었지만, 유소년 팀에서 정우보다 작은 사람들은 그다지 없어 보였다.
“다음 생에는 백인으로 태어날까 보다…….”
자신을 지나가는 유소년 선수들을 바라보며 정우는 입술을 삐죽였다.
그래도 여기서 불만을 터뜨릴 수는 없었다.
자신의 개별 훈련을 도와줄 사람들이 아니던가.
물론, 이 훈련은 비단 정우만을 위한 훈련이 아니었지만, 정우는 그렇게 생각되지 않았다.
그렇게 정우는 유소년 선수들 중에서 열 명이 원을 그리고 서 있는 가운데에서 그들의 공을 뺏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이었지만, 쉽지 않았다.
공간이 좁을뿐더러 선수들은 정우가 움직이기도 전에 정신없이 볼을 돌렸다.
“와, 이거 쉽지 않네, 헥헥.”
1시간이 되도록 한참이나 뛰어다니면서 정우는 볼을 단 한 번밖에 건드려 보지 못했다. 그러면서 유소년의 수준도 결코 낮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은 공을 거의 바라보지 않았고, 상대를 보고, 그 건너편에 공을 보낼 사람을 확인한다.
기본기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그들과 한참 꼬리잡기를 하고 난 뒤에 정우는 성인 팀으로 이동해서 연습 게임을 함께 하고, 윤석과 추가적으로 몸싸움을 연습하게 되었다.
아무리 속도와 기술로 선수를 따돌린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상대와 몸싸움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부천에서도 나름대로 형과 함께 연습하면서 해 봤던 거지만,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윤석은 더욱더 적극적으로 정우를 압박했다.
쿵! 데구르르.
형에게 밀려 바닥을 구른 정우는 그대로 잔디 위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아무리 몸싸움 요령을 가르친다고 해도 그렇지 형이랑 붙여 주는 건 반칙이야.”
“군말 말고 일어나. 감독님도 말했잖아, 몸싸움은 피지컬이 전부가 아니라고. 네 균형 감각이라면 요령껏 할 수 있을 거야.”
“그게 가능해야지.”
투덜거리는 정우에게 윤석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힘으로 버티지 말고 유연하게 대처해 봐. 부드러움이 강함을 제압한다는 말이 있잖아. 힘의 흐름에 따라서 움직이는 거야.”
윤서의 말에 정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요즘 무협지라도 보는 거야? 뭔 소리야, 그게.”
“일어나, 너도 요령은 알고 있어.”
“끄응…….”
그렇게 정우의 바쁜 하루가 지나간다.
반대로 윤석의 훈련은 다른 선수와 다를 바 없었다. 다만 별도의 피지컬 트레이닝이 없었고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고 빠른 템포를 익히면서 롱패스를 보다 많이 연습하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최전방에서 공을 뺏으려 하지만 그게 되지 않고 윤석이 있는 중원지역까지 내려오고 나서야 공을 빼앗을 경우 윤석의 임무는 최대한 빠르게 양 측면으로 공을 패스하는 게 주였다.
RB 라이프치히의 공격은 양 측면이 전담하곤 했다.
본인들이 중앙으로 들어와 골로 연결 짓거나, 공격수에게 공을 연결한다.
그들은 라인 가까이 붙지 않고 상대방 포메이션의 사이 사이에 위치하는 반공간이라는 곳에 자리 잡게 되는데, 그곳을 통해 침투해 적진을 흩어놓는다.
물론 그 상황에서 윤석도 가만히 있진 않는다.
부천에서 윤석은 수비적인 역할을 부여받았다면, 이곳에서는 좀 더 공격적인 역할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공수가 전환된다면 공격수의 뒤에서 적들의 공을 뺏기 위해 압박한다. 공격적으로 올라오고 난 뒤에는 전방에서 그의 수비 능력을 활용하게 된 것이다.
아직 많은 팀들이 겪어 보지 않았지만, 전방에서 밀어붙이는 윤석의 수비 능력은 위력적이었다.
이미 모든 면에서 완성된, 그래서 그 능력을 성장시키는 일만 남은 윤석이었지만, RB 라이프치히의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는 윤석이 가장 뛰어났고, 하센휘틀 감독은 내심 윤석을 잠재적인 주전으로 두고 나비 케이타와 일잔커, 카이저를 순환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형제와 선수들 모두가 훈련에 치중하는 사이 어느덧 2월 3주차, 22라운드 경기가 다가왔다.
상대는 중하위권에 위치한 뮌헨 글라드바흐였다.
이날 경기에서 정우는 벤치 멤버로, 윤석은 선발로 출전하게 되었다.
RB 라이프치히는 이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주면서 5연승을 거뒀다.
도르트문트도 마찬가지로 승리를 거둬 순위는 여전히 3위였지만, 아래 순위들과 승점 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4위였던 헤르타 베를린은 바이에른 뮌헨에게 패배하면서 7위로 추락했고, 그 아래로 호펜하임, 쾰른, 프랑크푸르트가 나란히 승점 36점으로 동률을 이루면서 4, 5, 6위를 차지했다. RB 라이프치히는 마침내 끈질기게 따라붙던 다른 팀들을 5점 차이로나마 격차를 벌릴 수 있게 되었다.
그 뒤 이어지는 23라운드는 쾰른과 경기.
쾰른을 이긴다면 5점 차로 추격해오는 적들 중 하나와 격차를 8점이라는 큰 승점 차이로 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진다면 승점이 2점으로 좁혀지기 때문에 골치 아파지겠지만 말이다.
그 가운데 정우의 개별 훈련은 계속되었다.
정우는 점차 공을 빼앗는 것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빠른 속도를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상대방의 발과 시선, 그리고 작은 움직임들을 보고 상대가 공을 어디로 보낼지 알아내기 시작했다.
점차 유소년 팀 사이에서 정우가 볼을 뺏거나 차단하고 패스의 흐름을 끊는 횟수가 눈에 띄게 늘어나자 이를 보고받은 하센휘틀 감독은 놀라워했다.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적응할 줄은 몰랐다.
[태클 훈련을 병행해야겠군.]하센휘틀은 기뻐하면서도 다음 훈련을 추가했다.
예전에는 공격수들은 굳이 태클이 뛰어나지 않아도 되는 포지션이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전방에서 압박뿐만이 아니라 수비해서 공을 뺏어 역습의 기점이 되어 줘야 했다.
당장 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월콧은 매 경기 1회 이상의 태클을 성공시키면서 공격의 기점이 되어 줬고, 득점도 14골로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었다. 단순히 발만 빠르던 선수가 압박과 태클을 배우면서 전혀 다른 선수가 되었다.
이미 나이가 제법 되는 이 선수가 변화만으로 아스날의 핵심 선수로 거듭난 것이다.
하센휘틀 감독은 정우가 이와 같은 역할을 해주길 바랐다.
막말로 뺏긴 공을 스스로 뺏어 빠른 속도로 역습하는 혼자서 다 해먹는 그런 선수 말이다.
만약 자신의 생각이 제대로 먹혀들어 정우가 발전한다면…….
상상만 해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짜릿한 전율이 일어난다.
[좋아, 이번 선발은 정우와 폴센으로 간다.]정우와 폴센은 새로운 조합이었다.
젤케, 베르너와 상성을 확인했으니 이 로테이션 시스템 속에서 폴센과 궁합은 또 어떤지 볼 생각이었다. 폴센은 제공권도 좋지만 이타적인 플레이도 좋은 편이기에 큰 걱정은 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