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83)
형제의 축구-83화(83/251)
형제의 축구 83화
Rekordmeister
A매치에서 복구한 형제는 다시금 RB 라이프치히에 합류해 일정을 소화했다.
4월 1일, 다름슈타드와 경기에서 형제는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고, 이날 경기에는 아예 출전을 하지 않았다.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면 교체 선수로라도 나왔을 법도 했지만, 이날 경기는 RB 라이프치히가 홈에서 다름슈타드를 압도한 날이었다.
2 대 0이라는 스코어로 가뿐하게 다름슈타드에게 이긴 RB 라이프치히의 4월 일정이 시작되었다.
마인츠, 레버쿠젠, 프라이부르크, 샬케04, 잉골슈타트.
RB 라이프치히의 지금 위상과 순위를 생각하면 그렇게 어려운 상대가 없었다. 레버쿠젠이나 샬케04는 과거였으면 충분히 위협적인 상대였을 수도 있었지만, 샬케04는 과거의 위상과 전혀 다른 시즌을 시작하면서 감독이 중간에 경질당하기까지 했고 간신히 팀을 수습한 지금에 와서도 기껏해야 강등권에서 탈출해 중위권과 중하위권을 오가는 게 전부였고, 레버쿠젠은 기복 있는 경기력으로 중위권에서 헤매고 있었다.
RB 라이프치히는 4월의 여섯 경기에서 4승 1무 1패라는 준수한 성적을 냈다. 그중 1패는 강등이 확실시된 것이나 다름없는 잉골슈타트에게 얻은 것이어서 충격을 선사했다. 이는 4월 중반 바이에른 뮌헨에게 패배한 도르트문트를 따돌려 얻은 2위라는 순위를 다시 도르트문트에게 돌려준 결과를 낳았지만, 애초의 목표인 챔피언스리그 진출은 따 놓은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아쉽긴 해도 큰 타격은 없었다.
그렇게 이번 시즌의 마지막 달인 5월이 찾아왔다.
33라운드의 상대는 헤르타 베를린.
이미 바로 4위인 호펜하임과 격차가 8점이나 벌어진 뒤라 이번 경기, 그리고 마지막 경기까지 치른다고 해도 RB 라이프치히의 순위는 변하지 않는다. 그저 도르트문트와 2위 싸움을 할 것이냐 아니냐 차이였을 뿐이다.
하센휘틀 감독은 과감하게 그들과 경기를 버렸다.
1군 선수들이 아닌 유소년 팀을 대거 기용해 헤르타 베를린을 상대한 것이다.
헤르타 베를린은 남은 2경기에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냐, 아니냐가 달려 있었기 때문에 그런 RB 라이프치히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그들은 필사적으로 RB 라이프치히를 상대해 3 대 0, 승리를 거뒀다.
이 경기 덕분에 헤르타 베를린은 승점 57점을 만들어 2점 차로 바짝 추격하던 호펜하임을 1점 차로 누르고 호펜하임이 차지하던 4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RB 라이프치히는 이번 경기에서 패배하게 되면서 도르트문트와 격차를 오히려 벌리면서 3위에 안착하게 되었다. 일부에서 예측한 3위 자리였기 때문에 크게 놀라운 일이 아닐 수도 있었지만, 이제 막 분데스리가에 입성한 신생 팀이 첫 시즌 만에 3위를 차지한 것은 어마어마한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지루하기만 한 바이에른 뮌헨의 독주체제에서 바이에른 뮌헨에게 대항할 수 있는 새로운 대항마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기존의 서독의 팀이 아닌 동독 지역의 팀인 RB 라이프치히였다.
언제나 분데스리가에선 뒷전이 될 수밖에 없어 정작 자국의 리그임에도 소외당해야 했던 동독 사람들의 자부심이 커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RB 라이프치히는 돈으로 팀을 꾸렸다는 비난을 받아야만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보다 더한 바이에른 뮌헨의 콧대를 눌러주길 바라는 사람들이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34라운드, 분데스리가의 마지막 라운드.
RB 라이프치히는 이번 시즌 안첼로티 감독의 체제로 새롭게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리그 5연패를 달성한 바이에른 뮌헨과 싸움을 앞두고 있었다.
지난 전반기에 3 대 0 대패를 당했던 RB 라이프치히는 그들의 홈인 레드불 아레나로 그들을 불러들이며 칼을 갈고 있었다.
하센휘틀 감독이 바이에른 뮌헨을 이기기 위해 팀의 전력에 휴식을 취하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이미 순위가 확정되고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획득한 RB 라이프치히인 만큼 어쩌면 무의미한 경기일 수도 있었다. 그것은 이미 우승한 바이에른 뮌헨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RB 라이프치히는 이번에 그들을 이김으로써 그들의 저력과 미래를 보여 줄 필요가 있었다.
그들의 실질적인 구단주인 RB에게, 그리고 동독 사람들에게 우리가 이런 저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기대해 달라, 투자해 달라, 경기장을 찾아와 달라 어필할 수 있는 경기인 셈이었다.
하센휘틀 감독은 지역 일간지에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이번 경기는 그들에게 무의미한 경기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다릅니다. 우리는 오늘 경기를 내년 시즌 바이에른 뮌헨을 향한 선전포고로 삼을 생각입니다. 더 이상 우리 작센주, 과거 동독 지역이 자국의 1부 리그에서 변방 취급을 받는 것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를 대표해서 분데스리가의 공룡에게 대항하고자 합니다.”
……라고 말하면서 동독 지역 사람들의 전의를 불태우게 만들었다.
그 이면에는 이번 시즌 바이에른 뮌헨과 경기에서 가능성을 보여 주면서 본사에게 더 많은 투자를 이끌어 올 수 거란 계산도 있을 것이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충분히 그럴 곳이긴 하지만 말이다.
물론, 복수심도 있었다.
정말로 무력하게 패배했던 RB 라이프치히의 젊은 황소들은 이번 경기에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당한 만큼 본때를 보여 주고 싶어 했다.
게다가 라이프치히는 그때와 지금은 또 다르다.
팀이 융화되었고, 새로 영입한 선수가 팀의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 새로운 선수들은 형제였다.
형제는 27라운드 이후 펼쳐진 7경기에서 윤석이 5경기를, 정우가 4경기를 소화했는데, 윤석은 3도움과 경기당 평균 6개의 태클을 기록했으며, 정우는 4경기에서 2골을 기록했다.
후반기 16경기에서 윤석은 13경기를 소화해 3골 8도움까지 기록하면서 사실상 핵심 선수로 완전하게 자리 잡았고, 정우는 16경기 중의 10경기에 투입되면서 공격수 중에서는 가장 많이 투입되었고, 6골 2도움을 기록해 공격수들 중에서 가장 높은 골 결정력을 보여 줬다.
후반기, 형제가 팀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 수치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뛰어난 활약을 보여 줬지만, 하센휘틀은 지금 고민에 빠져 있었다.
공격수의 딜레마였다.
티모 베르너, 폴센, 다비 젤케, 그리고 올리버 버크, 심지어 측면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비처와 포스베리까지, 라이프치히는 지금 공격수가 포화 상태나 다름없었다.
물론 그중에서 득점력으로 따지면 티모 베르너와 정우가 가장 뛰어났고, 그중에 경기 수 대비 골로 따진다면 정우는 단연 압권이었다.
하지만 최근 투입된 4경기에서 정우가 골을 기록한 경기는 단 1경기뿐이었다. 그 이후 3경기 내내 골은 물론이고 단 하나의 공격 포인트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고민에 빠진 것이다.
최근 3경기에서 득점을 하지 못했지만, 결정력은 입증된 정우와 그런 정우를 받쳐 줄 공격수를 투입하느냐, 아니면 다른 옵션을 고려해 볼 것이냐.
정우는 잘해 줄 때는 정말 미친 활약을 보여 주고, 전율이 일어날 정도로 멋진 플레이를 만들어 내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수비수들 속에서 묻혀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다.
점차 정우가 어떤 선수인지 다른 팀에서 파악해 가고 있었다.
공간을 주고 돌파를 시도하는 정우는 뛰어난 드리블과 속도를 자랑하며 막기 힘든 존재가 되어 주지만, 근접 마크해 거친 몸싸움을 시도하면 정우는 그저 그런 선수가 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활동량이었다.
활동량이 없어도 경기를 압도하던 것은 축구 변방의 K리그 챔피언십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서는 정우 스스로가 자신의 공간을 만들지 못하면 정상급 수비수들의 견제를 벗어나기 어려웠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많이 움직이도록 지시하고, 압박 훈련과 수비 훈련을 병행하고 있지만, 아직은 어설펐다. 훈련 이후 훈련 결과가 먹혀든 것은 갑작스러운 플레이 스타일 변화를 보인 초반에 불과하고 지금은 다시 고전하고 있었다. 더 많이 움직여야 했다. 그게 압박을 위해서든, 아니면 자신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든 말이다.
물론 그것을 깨 버리고 활약할 때가 있었지만, 그것은 자신의 컨디션이 아주 좋을 때 이야기. 결론은 기복도 어느 정도 존재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우는 미련을 두게 만드는 득점력과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RB 라이프치히에서 득점력과 잠재력으로만 따지면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하센휘틀 감독은 선발에서 정우를 포기했다.
정우를 선택하기에 바이에른 뮌헨은 정우를 충분히 제압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정우로서는 불만이 없을 수가 없었다.
내심 기대하고 있던 경기였다.
자신에게 기회가 오지 않을까 기대한 경기였는데, 미리 언급된 선발에는 자신이 없었다.
감독의 마음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뛰고 싶었다.
하센휘틀은 정우가 자신에게 항의하러 오지 않을까 걱정하며 답변을 미리 준비하기까지 했지만, 의외로 정우는 찾아오지 않았다.
아무리 드세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우도 한국 축구 환경에서 자란 선수였다.
감독에게 항변이란 있을 수 없었다.
그래도 이번 일이 자극이 되었다.
정우는 다가오는 바이에른 뮌헨과 경기를 위해 그들의 경기를 찾아 집에서 쉬지 않고 봤으며, 자신의 경기를 지켜보고, 자신의 단점을 찾았다.
“야, 쉬엄쉬엄해.”
오죽하면 형이 걱정할 정도였다.
새벽 늦은 시간까지 매일같이 경기 영상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괜찮아, 이번 경기만 보고 잘 거야.”
“그래도 피곤하면 컨디션도 나빠진다. 관리 잘해야지.”
윤석의 말에 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우의 앞, 테이블에 따듯한 핫초코가 올려졌다.
“이거라도 마시면서 해라.”
“으응.”
정우는 머그잔을 들었다.
달달한 핫초코의 향기가 코를 자극했다.
단 것을 싫어하지만, 피곤해서 그런 것인지 오늘따라 핫초코 향기가 좋았다.
“그래, 뭐라도 건진 건 있어?”
“뭐, 그냥. 다른 건 모르겠는데 내가 너무 안 움직인다는 건 보이더라. 습관이 무섭나 봐.”
정우는 자신의 스타일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은 기회만을 노리고 적은 활동량으로 수비진에만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압박을 위해 움직이는 것도 훈련 때문에 익힌 것이지 사실 큰 영향가가 없어 보였다. 처음 배워서 해 먹을 때보다 갈수록 좋지 못했다. 자신의 기존 스타일에 적응해 하는 시늉만 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은 그저 현대 축구를 맛보고 있는 과거의 축구 선수 같았다.
예전에 윤석은 정우의 스타일을 마이클 오웬이나 페르난도 토레스와 같은 선수라고 했던 적이 있었다.
수비와 같은 선상에서 기회를 잡게 되면 득달같이 파고들어 득점으로 연결하는 스타일의 이 선수들은 현대 축구에서는 살아남기 힘든 유형이었다.
거친 압박과 좁은 공간, 그리고 피지컬을 요구하는 현대에서 말이다.
물론 제이미 바디와 같이 기적을 일궈 내는 데 일조한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RB 라이프치히에서는 제이미 바디와 같은 선수는 필요 없었다.
공격수 전체가 압박하길 원하고 있었고, 그것을 따라가 주지 못한다면 자신은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후우…… 이제 좀 알 것 같아.”
정우는 형이 왜 그렇게 열심히 경기 영상을 살펴보는지, 다른 팀, 심지어 다른 리그의 경기까지 챙겨 보는지 알 것 같았다.
눈이 뜨이는 기분이었고,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은 부분에서 도움이 되었다.
“그래, 그러면 다행이고.”
윤석이 그리 말하면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려는 사이, 정우는 TV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서 입을 열었다.
“만약 출전한다면 있지.”
“응?”
윤석의 시선이 다시 정우를 향한다.
정우는 말했다.
“꼭 뭔가를 보여 줄 거야.”
“음.”
“꼭.”
정우는 전의로 불타올랐다.
* * *
-2016-17 분데스리가 마지막 경기입니다. 이번 시즌의 챔피언 바이에른 뮌헨과 떠오른 다크호스 RB 라이프치히의 경기가 잠시 후 펼쳐집니다. 여기는 레드불 아레나입니다.
RB 라이프치히의 홈구장인 레드불 아레나는 평소보다도 많은 관중이 모여들었다. 8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곳 경기장이 거의 만석이었으니 말이다.
리그 최강의 팀, 그리고 동독 지역에서 유일하게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는 팀의 경기인 만큼 라이프치히 인근 지역에서도 관중이 몰려왔다.
-마지막 경기이지만, 오늘 열기는 한창 시즌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라이프치히에서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네요.
-하지만 오늘 라인업을 보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RB 라이프치히와 달리 뮌헨은 다소 힘이 빠진 라인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말씀드린 김에 오늘의 라인업을 볼까요? 우선 라이프치히입니다.
FW 다비 젤케, 티모 베르너.
MF 포스베리, 한윤석, 카이저, 사비처.
DF 할스텐베르크, 오반, 콤퍼, 베르나르두.
GK 굴라치.
라이프치히는 베스트 라인업으로 오늘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하는군요.
-최선의 라인업이라고 봅니다. 지난 3경기에서 큰 활약을 보여 주지 못한 한정우가 빠지고, 다비 젤케, 티모 베르너라는 독일 최고의 재능으로 손꼽히는 공격수 둘을 최전방에 세웠습니다. 중원에서는 카이저와 한윤석을 내세우고 양 측면은 라이프치히가 자랑하는 두 윙어가 자리 잡았습니다. 라인업만 봐도 오늘 RB 라이프치히가 전방위 압박을 통해 공을 빼앗고 측면을 통해서 공격을 전개해 갈 것이란 예상을 할 수 있게 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이번에는 바이에른 뮌헨의 라인업입니다.
FW 코망, 뮐러, 로벤.
MF 외즈튀르크, 알론소, 헤나투 산체스.
DF 알라바, 훔멜스, 보아텡, 필림 람.
GK 마누엘 노이어.
네, 오늘 뮌헨을 보면 베스트 11이라고 말하기에는 손색이 있습니다. 리그 3위에 강팀인 데다가 자존심이 걸린 이번 싸움에서 주전 선수들을 완전히 배제하진 못했지만 코망과 외즈튀르크, 헤나투 산체스와 같은 유망주나 백업 맴버를 기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수비는 핵심 전력으로 구성하며 안전을 꾀했습니다.
-그래도 이것 하나는 확실하네요.
-어떤 거요?
-라이프치히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구성이라는 거요. 자신들은 전력을 다하는데 뮌헨은 그렇지 못하니까요.
-하하,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 구성으로도 라이프치히의 라인업이 손색이 있어 보이는 건 저만 그런 건 아닐 것 같은데요?
-뭐,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이번 시즌 젊은 선수들을 이끌고 멋진 모습을 보여 줬습니다만, 바이에른 뮌헨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백업 맴버들 역시 뛰어난 재능과 실력을 겸비한 유망주들입니다. 사실 라이프치히의 선수진들과 비슷한 수준의 선수들이라는 얘기가 되겠죠.
확실히 평소 주전 라인업을 생각하면 다소 손색이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공룡이라 불리는 분데스리가의 절대자.
오죽하면 Rekordmeister, 직역하면 기록 챔피언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분데스리가의 역대급 기록들을 모두 보유한 진정한 챔피언이라는 뜻이었다.
26회라는 압도적인 우승 횟수는 그냥 있는 게 아니었고, UEFA가 주관하는 모든 대회 우승, 유러피언 컵 3연패, 그리고 트레블까지 모두 달성한, 단 두 팀 중 하나였다.
분데스리가를 넘어 세계를 호령하는 강팀이었다.
RB 라이프치히가 분데스리가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먹이사슬 최상위의 자리를 넘본다?
바이에른 뮌헨의 입장에서는 우스운 소리였고, 기분 나쁜 이야기였다.
RB 라이프치히는 아직 자신들의 상대가 아니다.
바이에른 뮌헨은 그렇게 말하고 있는 듯했다.
그것은 필드 위에 올라선 선수들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비록 원정이지만, 매우 여유로웠고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복수심에 불타 이때가 오기를 기다린 라이프치히의 젊은 선수들이 오히려 긴장하는 게 보였다.
그것은 윤석도 마찬가지였다.
TV나 인터넷으로나 보던 선수들이 자신의 앞을 배회하고 있었다.
그렇게 닮고 싶었던 사비 알론소도 있었다.
그의 대지를 가르는 롱패스만을 모아 놓은 유투버 영상만 몇 번을 재생해서 봤던가?
지금도 그의 스마트폰 인터넷 북마크에는 그 유투버 링크가 등록되어 있을 정도였다.
머릿속에는 승리보다 경기가 끝나고 유니폼을 교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온다.
짝!
“정신 차리자.”
경기가 시작되기 전.
그런 상상을 하는 자신을 향해 윤석은 자신의 양 뺨을 때리며 정신을 부여잡았다.
그 가운데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라이프치히는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로벤, 달려갑니다! 미친듯한 속도! 분데스리가 최고의 발이 필드를 휘젓습니다!
뮌헨의 선축으로 시작된 경기에서 공을 받은 로벤이 무서운 속도로 측면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이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호흡을 맞추며 동시에 빌드 업 해 온다.
당황한 라이프치히의 젊은 선수들이 수비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로벤을 압박하려 했지만, 로벤은 가뿐하게 자신을 압박하는 할스텐베르그를 가뿐하게 제치며 중앙으로 파고 들어왔다.
당황한 오반이 로벤의 앞을 가로막는 순간, 로벤은 그대로 살짝 공을 띄워 올렸다.
-뮐러어어어어어!
오반의 머리 위를 지나가는 공을 향해 그 뒤에서 파고든 뮐러가 머리를 가져가고 있었다.
툭!
가벼운 헤딩으로 골대 구석으로 방향이 바뀌면서 공이 굴라치의 손에 닿지 못한 채로 그대로 골라인을 넘어섰다.
-고오오오오올! 전반 14초! 뮌헨이 너무나도 손쉽게 라이프치히를 상대로 선제골을 달성합니다! 골을 넣은 선수는…….
경기장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전반 17초, 바이에른 뮌헨의 득점입니다. 득점 선수는 25번 토마스…….
“뮐러!”
원정석에서 바이에른 뮌헨의 팬들이 뮐러를 부르짖었다.
유유히 골 세리머니를 즐기는 뮐러를 바라보며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이 멍하니 서 있었다.
최악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