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84)
형제의 축구-84화(84/251)
형제의 축구 84화
-시작부터 이렇게 꼬일 수가 있을까요? 최악의 전개가 시작부터 펼쳐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여유로운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과 달리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은 표정이 많이 굳어 보입니다. 긴장한 걸까요? 아니면 너무 흥분해 경직된 걸까요? 분위기를 수습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센휘틀 감독이 불같이 화내는 모습이 보입니다. 원하던 상황은 아니었죠. 선수들에게 경기에 집중할 것을 요구하는 것 같네요.
시작부터 준비한 것들이 엉망이 되어 버린 하센휘틀의 기분도 마찬가지로 엉망이 되었다. 다소 붉어진 얼굴로 선수들에게 버럭 소리치며 집중할 것을 요구하면서 선수들을 다독였다.
반대로 안첼로티는 벤치에 앉은 채로 팔짱을 끼고 여유롭게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굳이 그가 나서서 선수들에게 무언가를 주문할 필요가 없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감독이 필요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분데스리가에서는 괴물 같은 팀이었다. 시작부터 전술적으로 무언가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았음에도 바이에른 뮌헨은 이번 시즌 단 두 번의 패배만을 기록하며 우승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죽을 쑨 것과는 많이 다른 상황이었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정신을 수습한 카이저가 동료들을 다독였다.
윤석은 카이저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러려고 분데스리가 온 거 아니잖냐.”
윤석은 자신에게 말했다.
유명한 선수 뒤꽁무니 쫓으려고 온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 선수들을 압도하며 유럽에서 성공하기 위해 온 것이지 않은가.
경기 재개를 알리는 휘슬과 함께 자신에게 향하는 공을 받으면서 윤석은 앞으로 힘차게 전진했다. 그런 윤석을 향해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이 포위하기 시작했다.
질식할 것 같이 들어오는 압박 속에서 윤석은 동료들을 훑었다.
좁은 공간에서 촘촘히 자리 잡은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은 윤석이 패스를 하면 기계적이다 싶을 정도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서 다시 공을 가진 사람을 압박할 것이다.
자신이 이 자신만만한 상대편 선수들을 가둬 두고 공간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었다.
동료가 아닌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을 살핀다.
산체스와 로벤, 그리고 알론소가 삼각형을 만들며 자신을 포위하고 있었다.
그들이 열어 둔 곳은 뒤에서 먹이를 노리는 눈빛으로 전방을 바라보는 람을 향한 길뿐이었다. 함정을 파 두고 기다리는 것이다.
윤석은 그 함정을 바라봤다.
“원한다면 들어가 주지.”
윤석은 거침없이 그곳으로 파고들었다.
함정을 파 뒀다고 해서 선수들이 윤석을 저지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1차에서 윤석을 막고 공을 빼앗으면 더할 나위 없을 테니 말이다.
산체스가 용감하게 윤석에게 달려든다.
헤나투 산체스, 한국인들에게는 모 게임에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알려진 선수였다.
하지만 게임이 아니더라도 2016년 골든보이 수상자이며, 유로 2016에서 역대 최연소 토너먼트 득점 기록과 동시에 결승전과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선수였다.
그는 싸움닭이라 불리던 에드가 다비즈의 재림이라는 칭찬까지 듣던 선수였다.
비록 키가 작지만 단단한 피지컬을 보유해 저돌적인 몸싸움을 자주 보여 주던 선수였다.
-산체스가 저돌적으로 한윤석에게 달려듭니다. 전사에게 체급 차이는 문제로 보이지 않는 듯싶습니다!
해설들마저도 산체스와 한윤석의 접촉을 관심 있게 바라봤다.
한윤석은 정면에서 달려오는 산체스를 상대로 비스듬히 몸을 돌려 그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쿵!
산체스가 마침내 윤석에게 몸싸움을 시도했다.
최고의 재능, 초신성이라 불리던 그.
하지만…….
“음.”
제법 단단한 게 느껴지긴 했지만, 윤석에겐 아무런 충격도 주지 못했다.
윤석은 어깨를 들이밀고 팔을 벌리는 것으로도 충분히 산체스의 돌진을 막아 낼 수 있었다.
그래도 산체스는 기죽지 않았다.
윤석의 힘이 보통을 넘는다는 것은 이미 분데스리가에서 알려진 상황이었다.
‘싸움은 몸으로 하는 게 전부가 아니지.’
산체스는 그리 생각하면서 윤석의 하체를 노리고 몸을 움직였다. 상체는 비록 멀리 떨어져 있지만 우직스럽게 다리를 공이 있는 쪽으로 집어넣는다.
그 순간 윤석은 오히려 산체스가 있는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면서 산체스의 상체를 밀었다.
쿠웅!
산체스가 볼품없이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는다.
버티려야 버틸 수가 없는 힘이었다.
윤석은 놀란 얼굴의 산체스를 흘끔 바라보고는 바로 공을 움직였다.
그사이에 알론소가 달려오고 있었다.
그를 이미 봐 둔 뒤였기 때문에 그가 오기 전에 윤석은 서둘러 앞으로 전진했다.
그 순간 뒤에서 들어오는 다리 하나.
-로벤의 태클!
로벤이 뒤에서 기회를 보다가 윤석을 향해 태클을 집어넣은 것이다.
윤석은 공이 걸리는 것을 보면서 로벤의 다리를 훌쩍 뛰어넘으면서 왼발로 로벤이 걷어 내려는 공을 앞으로 찼다.
-아, 이마저도 피해 냅니다. 눈이 뒤통수에도 달린 건가요, 이 선수?
-미리 예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선수가 덩치와 다르게 머리도 굉장히 좋은 선수거든요. 한윤석은 이미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저런 대처가 가능한 겁니다!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라이프치히의 공격이 거셉니다! 그 선봉에 선 한윤석!
선수들을 걷어 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진영이 다시 짜여지면서 윤석의 앞에는 많은 선수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공간이 좁으니 이렇게 빠르고 유기적으로 수비진을 새롭게 형성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럴 때 젤케와 베르너가 움직여 주면서 수비진을 흔들어줬으면 좋겠지만, 그들은 아직도 경직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윤석은 어쩔 수 없이 그들을 더욱더 좁은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유인하고서 측면으로 빠져나가는 사비처에게 패스했다.
사비처가 라인에 바짝 붙어서 달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좁게 뭉쳐졌던 바이에른 뮌헨의 진영이 반 박자 늦게 반응하면서 발 빠른 사비처가 깊숙이 올라갈 수 있었다.
사비처는 공격수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그들을 향해 크로스를 올렸다.
공은 젤케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고, 젤케가 뛰어오르는 순간 보아텡이 뒤에서 젤케를 흔들었다. 균형을 잃은 젤케를 짓누르면서 보아텡이 오히려 훌쩍 뛰어올라 공을 걷어 냈다.
만들어 낸 공격 기회가 손쉽게 무산되면서 바이에른 뮌헨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떨어진 공을 훔멜스가 잽싸게 람에게 보냈고 람은 알론소에게 공을 패스했다.
알론소는 기다렸다는 그 특유의 롱패스를 뿌렸다.
선수들의 사이를 가르고 패스가 코망의 발에 닿았다.
베르나르두는 전방으로 깊숙이 올라간 뒤여서 그를 저지할 선수가 없었다.
코망은 자신 있게 중앙으로 파고들어 왔다.
할스텐베르그가 로벤을 막고 오반이 뮐러를 견제하면서 콤퍼가 코망의 앞을 가로막았다.
코망은 욕심을 부리지 않고서 그대로 뒤에서 백업해 들어오던 외즈튀르크에게 패스했다. 외즈튀르크는 공을 몰지 않고서 원터치로 뮐러에게 패스했다.
토마스 뮐러.
전차 군단의 핵심과도 같은 이 스트라이커는 특출하게 잘하는 게 없었다.
하지만 못하는 것도 단 하나도 없는 선수였다.
그는 드리블을 자주 보여 주지 못하지만, 마음먹고 필요할 때는 드리블을 이용해 선수를 제칠 줄도 아는 선수였다.
오반은 자신을 막을 수 없다는 듯 발을 놀려 오반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오반을 마주한 상태에서 오른쪽으로 잽싸게 파고들어 간다.
오반이 뒤를 돌아보는 사이, 굴라치가 간격을 좁히며 뮐러의 앞을 가로막으려는 순간 뮐러는 한 박자 빠르게 굴라치를 피해 골대를 향해 공을 차고 있었다.
허우적거리듯 팔을 휘둘러 공을 막으려 했지만, 공은 굴라치의 손을 절묘하게 피해 골대를 흔들었다.
“와아아아아!”
홈 관중이 침묵하는 가운데 다시 원정석에서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바이에른 뮌헨의 두 번째 골, 토마스 뮐러가 또다시 골을 만들어 냅니다!
-바이에른 뮌헨, 역시 무섭습니다. 라이프치히는 그들과 수준 격차를 느끼고 있을 겁니다. 빠른 패스와 뮐러의 개인 기량을 통해 만들어진 이번 골은 방심했다는 변명의 여지도 없습니다!
-오늘 원정석에 가득 자리 잡은 뮌헨의 팬들은 무섭게 치고 올라온 라이프치히의 콧대가 꺾이는 것을 보고 싶어서 온 것 같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기뻐하네요.
두 번째 골이 들어가는 순간 라인 앞에서 열성적으로 소리를 치고 있던 하센휘틀은 땅을 걷어차며 욕을 내뱉었다.
[제기랄! 빌어먹을! 망할!]전반, 그것도 이제 겨우 19분이 지나가는 시점에 벌써 2골이나 헌납했다.
지금 상황이면 몇 골을 더 두들겨 맞아도 할 말이 없었다.
선수들 대부분은 얼어붙어 있었고, 단연 압권은 공격수들이었다.
[독일인이라고 뮌헨으로 가는 게 꿈이라도 되는 모양이지?]하센휘틀은 두 선수에게 그리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독일 선수들은 최종 목적지로, 꿈의 구단으로 바이에른 뮌헨을 꼽을 테니 말이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나중 일이었다.
그리고 두 선수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리라 하센휘틀은 믿고 싶었다.
자신의 팀은 분데스리가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반역자가 되어야 한다. 선수들도 그런 마인드여야 했다.
[지지 마라! 아직 진 게 아니다! 더 치열하게 싸워라!]하센휘틀은 라인 앞에서 선수들에게 그리 소리쳤다.
그런 하센휘틀의 외침에 그를 바라보고 자극을 받은 선수들은 몇 없어 보였다.
어제 그 복수심에 불타던 선수들이 시작되자마자 없어진 것이다.
긴장이 골을 만들고, 그 골이 선수들의 기를 죽였으며, 이번 두 번째 골은 선수들을 바보로 만든 모양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필드 위에서 탑처럼 홀로 우뚝 선 한 선수만은 열의를 보이고 있다는 것 정도랄까?
그 외에도 사비처나 카이저와 같은 중원의 선수들은 아직까지 의욕을 가지고 있는 듯싶었다. 자연스럽게 그들을 통해서만 공격이 이어지고 있어서 쉬이 파악할 수 있었다.
사비처는 저돌적으로 파고들고 카이저는 그를 보호하고 윤석은 끊임없이 공을 소유하면서 패스를 하고 있었다.
다만 패턴이 단순해지면서 뮌헨은 수월하게 라이프치히를 저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안첼로티의 눈에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윤석이 공을 가지고 있으면 그 공을 뺏어 오기 쉽지 않았다. 아마 다른 선수들이 뒤늦게라도 정신을 차려 먹고 라이프치히의 기세가 살아난다면 윤석을 기점으로 다양한 패턴의 공격이 전개될 것이다.
안첼로티는 윤석을 유심히 보다가 입을 열었다.
[저 동양인 선수 나이가 몇이라고?]안첼로티가 자신의 수석 코치에게 물었다.
[열아홉 살입니다. 조만간 스무 살이 되겠네요.] [허, 열아홉 살이라고?]거대한 선수, 필드 위에서 홀로 우뚝 선 모습을 보면 결코 열아홉 살의 어린 선수로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경기력도 그렇고, 저 침착한 모습마저도 말이다.
마치 축구 판을 한참 굴러 경험이 풍부하고 노련한 선수를 보는 것 같았다.
[대단한 재능이군.]분데스리가에서는 적수가 없다는 뮌헨의 선수들이 윤석을 막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단순한 피지컬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노련하게 공을 간수하며 압박에 벗어난다. 그러다가 본인의 힘으로도 여의치 않다 생각하면 주변으로 공을 돌려 공을 뺏기지 않는다.
그가 그런 능력을 보이니 패턴이 단순해도 공을 뺏어 오기 힘들어진다. 공을 뺏길 것 같으면 그가 공을 보내는 몇 안 되는 선수들은 다시 그에게 공을 돌렸기 때문이다. 영양가 없는 점유율을 늘리고 있지만, 그 덕에 뮌헨에게서 더 이상의 실점을 얻지 않고 있다.
[좋은 선수야.]안첼로티는 윤석이 탐이 났다.
하지만 지금은 시즌을 앞둔 이적 시장이 아니었다.
[더 밀어붙여! 한 사람에게 공 하나 뺏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나, 친구들!]안첼로티가 모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라인에서 선수들에게 외쳤다.
감독을 힐끔 바라본 뮌헨의 선수들은 이어서 윤석을 바라봤다.
뭐 저런 녀석이 있나 싶을 정도로 괴물 같았다. 윤석이 공을 가지고 있기 시작하면서부터 뮌헨은 쉬이 공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윤석을 막지 못한다면 다른 선수들에게서 어떻게든 공을 빼앗으면 그만이다.
그래서 더욱더 윤석을 압박했다. 윤석이 다른 사람에게 공을 보내도록 말이다.
아무리 윤석이라도 한계가 있는 법이고, 공격을 위해선 공을 앞으로 전개해야 했다. 별수 없이 사비처에게 공을 보내는 순간.
그 기나긴 패스를 향해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람이 공을 인터셉트합니다!
어느새 중원으로 지원을 온 람이 공을 빼앗아 들었다.
풍부한 경험과 시야, 그리고 노련한 플레이까지, 당대 최고의 윙백이라 불리는 람은 노련하게 빈 공간을 노리고 전진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람을 따라서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빌드 업 하기 시작한다.
라이프치히는 기계적으로 그들을 향해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지만, 역시나 평소의 압박이 아니었다. 뮌헨이 공을 잡은 것만으로도 시야가 막힌 듯, 겁을 집어먹은 듯 적극적이지 못하고 공간을 차단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람이 소유하던 공은 헤나투 산체스에게서 알론소로, 다시 코망에게 그리고 로벤으로까지 이어졌다.
윤석은 빠르게 이어지는 패스 속에서 공을 빼앗으려 달려들기보다 수비진에 가세했다. 어쨌든 골이 만들어질 최종적인 장소는 이곳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가운데 로벤은 할스텐베르그를 제치고 여유롭게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앞서 수비 진영으로 내려온 윤석이 다른 선수들을 대신해서 로벤의 앞을 막았다.
로벤은 자신의 앞으로 드리워지는 그림자를 보고 고개를 들었다.
정면을 막아서는 윤석이 그 자리에 있었다.
[휘유.]큰 키를 보고 감탄 섞인 휘파람을 불면서 로벤은 발을 놀렸다.
윤석은 로벤이 정신없이 발을 놀리는 것을 집중해 바라봤다. 발뿐이 아니라 상체와 로벤의 눈까지 모든 것을 지켜본다.
로벤은 쉬이 윤석이 속아 넘어가지 않자 공을 뒤쪽으로 보낸다.
1선까지 침투한 헤나투 산체스가 그것을 받았고, 윤석이 그것에 반응하기 전에 산체스는 골대를 향해 곧바로 슈팅했다.
굴라치가 공의 방향을 확인하고 자리를 잡는 순간.
누군가 다리를 들이민다.
-로베에에엔!
어느새 윤석의 뒤를 파고들어 온 로벤이 중거리 슛이 들어가지 않을 것 같자 공의 위치를 바꾸기 위해 발을 내민 것이다. 공이 로벤의 무릎에 맞고서 굴절한다.
이건 골이라고 모두가 생각하고, 굴라치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드는 순간.
턱!
윤석이 골대 바로 앞에서 가슴으로 로벤이 방향을 바꾼 공을 막아 냈다.
-슈퍼 세이브! 골키퍼가 아닌 윤석이 공을 막아 냅니다!
해설이 흥분해서 외치는 순간, 윤석은 전방으로 힘껏 공을 찼다.
단숨에 역습이 시작되었다.
젤케와 베르너, 그리고 사비처와 포스베리가 그 공을 보고서 미친 듯이 달려갔다.
아무리 몸과 마음이 굳어 있다고 해도 저 공을 포기한다면 경기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라이프치히의 선수들 필사적으로 공을 쫓습니다. 반전의 기회는 지금뿐인 것처럼 달려갑니다.
-하센휘틀도 라인 앞에 서서 그런 선수들을 독려합니다. 모든 선수가 달려 나가고 있습니다. 지금 시간이…… 네, 전반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는 시점입니다. 1골을 넣고 끝내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차이가 큽니다!
떨어지는 공은 젤케가 잡았다.
힘이 실린 공이 젤케의 발에 맞고 앞으로 튕겨 나가는 순간 젤케는 그 공을 향해 다리에 힘을 주고 전력으로 달리려 했다.
[이익!]그 순간 옆에서 달려오는 람을 보고서 젤케는 인상을 찌푸렸다. 어느새 여기까지 내려왔나. 젤케는 람을 피하기 위해 공을 오른쪽으로 길게 차면서 방향을 틀었다.
그때였다.
뚜둑.
다리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느낄 때, 끔찍한 고통이 젤케를 맞이했다.
[욱!]젤케는 더 이상 달리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벤치의 의료 팀과 하센휘틀, 그리고 선수들이 벌떡 일어섰다.
[뭐지?]하센휘틀이 당황해 외치는 사이, 람은 매너 있게 공을 라인 밖으로 걷어 냈다.
팀닥터가 젤케를 유심히 보고선 말했다.
[햄스트링 부상인 것 같네요.]그의 말대로 젤케는 허벅지 뒤를 햄스트링 부위를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햄스트링은 아무리 단련해도 부상을 피하기 어려운 부위였다. 급격한 방향 전환이 햄스트링 부상을 부른 모양이다.
[하필이면 이럴 때…….]하센휘틀은 인상을 찌푸렸다. 부상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절호의 기회가 최악의 상황으로 바뀌어 버렸다.
[젤케를 데려오세요.]하센휘틀은 팀닥터에게 그리 말하고 뒤를 돌아봤다.
벤치에서는 걱정스러운 듯 젤케를 바라보는 동료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 오늘 벤치를 지키고 있는 공격수는 폴센과 정우가 있었다.
폴센이냐 정우냐…….
잠시 고민하던 하센휘틀은 이내 입을 열었다.
[정우!] [……예.]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 정우의 눈빛이 바뀌었다.
그런 정우를 바라보며 하센휘틀이 말했다.
[나가라.]하센휘틀이 정우에게 한 말은 그게 전부였다.
굳이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먹이를 노리듯 무시무시한 눈을 하고 있는 정우를 보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