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91)
형제의 축구-91화(91/251)
형제의 축구 91화
프리 시즌이 곳곳에서 시작되는 가운데 마침내 이적 시장은 활발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빅클럽들은 입맛에 맞는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해 지갑을 열었고, 약소 클럽은 지금의 선수들을 지키거나, 혹은 비싼 값에 팔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과 달리 이번 시즌은 모두를 놀라게 할 빅샤이닝은 없이 잠잠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 속에서 RB 라이프치히는 분주했다.
다행스럽게도 팀 내 선수들은 이탈을 원하는 선수들이 얼마 없었다. 리그 3위,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출전이 확정된 팀에서 굳이 다른 팀으로 이적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없는 게 당연할 수도 있었다. 젊은 선수들이지만, 주급 대우도 좋은 편이기도 해서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RB 라이프치히의 입장에서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는, 전력 외 평가를 받은 선수들은 짐을 싸야만 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더 큰 미래를 구상하고 있는 라이프치히의 입장에서는 명단을 채우기만 하는 선수들을 보내야 했다.
가장 먼저 라니 케디라가 프라이부르크로 임대를 가게 되면서 본격적인 물갈이가 시작되었다.
디아우시, 테런스 보이드도 그 뒤를 따라 이적하게 되었고, 1번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이번 시즌 출장이 적었던 골키퍼 콜토르티도 짐을 싸서 떠났다.
단숨에 네 명의 선수를 정리한 RB 라이프치히는 이어서 이적 시장에 뛰어들어 선수들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그들의 레이더에 걸린 것은 AS 로마에서 뛰고 있는 안토니오 뤼디거였다.
24세의 이 독일인 선수는 국가 대표로 차출될 정도로 좋은 선수였고, 중앙 수비수와 우측 수비수로도 뛸 수 있었고, 주력도 빠른 편인 데다가 몸싸움이 강해 제공권도 매우 좋았다. 게다가 수없이 움직여야 하는 라이프치히의 스타일과 어울리는 체력을 지니고 있었다.
로마에서 차츰 주전 센터 백으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내심 본인 스스로는 독일로 복귀를 희망하고 있다는 소리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영입하기 위해 작업을 하고 있었다.
더불어 그와 파트너를 이루고 있는 코스타스 마놀라스도 물망에 올랐으며, 망해가는 팀에서 분전하고 있는 AC 밀란의 어린 선수, 알레시오 로마뇰리와 라치오의 스테판 데 브라이 역시도 물망에 올랐다.
수비수들의 추가 영입 작전은 이탈리아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았지만, RB 라이프치히의 마수는 자국 리그에도 뻗어 있었다.
최악의 활약으로 이번 시즌 중위권과 하위권을 오가면서 챔피언스리그는커녕 유로파에도 진출하지 못한 레버쿠젠이나 살케, 강등 수모를 당한 함부르크 등에서 선수들을 데려올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보물 창고와도 같은 곳이긴 하지만 쉽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그 보물 창고를 노리는 곳이 비단 RB 라이프치히뿐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 같은 곳에서도 그들의 선수들을 데려올 생각을 하고 있었다.
특히 바이에른 뮌헨 같은 경우에는 리베리와 로벤의 노화와 계속되는 부상으로 그들의 대체자를 꾸준히 물색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더 치열한 영입전쟁이 시작될 전망이었다.
그 와중에 RB 라이프치히의 첫 영입이 성사되었다.
도메니코 베라르디.
사수올로에서 활약하던 이 선수가 RB 라이프치히로 온 것이다!
그것도 그의 명성을 생각하면 매우 저렴한 가격인 18M, 한화 240억 정도에 말이다.
빅샤이닝이라고 볼 수 없지만, 놀라운 이적임은 확실했다.
일찍이 유벤투스에게 바이백 조항이 있던 이 선수는 유벤투스 이적을 거부하고, 인테르 팬으로서 인테르로 갈 것으로 전망되던 차에 그가 독일의 RB 라이프치히로 이적하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스트라이커와 윙 포워드를 소화 가능한 이 선수는 측면과 최전방에서 두루 활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문제는 기복이 있는 데다가 성격이 불같아서 퇴장을 자주 당하는지라 가뜩이나 젊은 팀에 불을 끼얹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나왔다. 하지만 그 능력만큼은 빅클럽에서 넘볼 정도로 뛰어난 선수임에는 확실했다.
애초부터 인테르를 향할 생각이었던 그였지만, 인테르에서 제시한 계약이 걸림돌이 되었다.
중국의 쑤닝 그룹이 인수하면서 자금력을 확보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인테르에선 그의 주급 상한가를 한화 7천만 원을 상한가로 두고 그가 원했던 바이아웃 금액 8백억을 인테르에서 고사했던 반면, 인테르와 영입 경쟁을 벌인 유일한 팀 RB 라이프치히는 그의 바이아웃 조항을 받아들인 데다가 9천만 원의 주급과 각종 수당을 약속했고, 인테르가 가지 못한 챔피언스리그를 RB 라이프치히가 가게 되었으니 베라르디는 다른 리그로 도전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일찍이 그에게 관심을 두고 있던 빅클럽들이 이 이적 성사에 매우 아쉬워했을 정도로 신속하고 은밀한 거래였다.
베라르디를 영입하면서 이적 시장에 박차를 가한 RB 라이프치히는 이어서 레버쿠젠의 선수를 탐내기 시작했다.
비록 어리지만 뛰어난 실력으로 국가 대표로도 차출되었던 조나단 타와 이적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레버쿠젠의 입장에서는 절대로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젊은 선수들이 많고 챔피언스리그 진출까지 한 데다가 그곳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거라 판단한 조나단 타가 RB 라이프치히의 이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이적이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거기에 더불어 율리안 브란트까지 영입 물망에 올랐다.
손형민이 이적한 이후 주전으로 급부상했지만, 그 역시 챔피언스리그 출전이라는 유혹은 쉽게 뿌리치지 못하고 있었고, 무한 로테이션 속에서도 딱히 경쟁자가 많지 않은 RB 라이프치히로 이적이 달갑게 여겨지고 있었다.
게다가 독일 리그에서도 RB 라이프치히는 주급을 많이 주는 편이어서 경제적으로도 매우 매력적이었다.
그들과 이적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샬케04의 특급 유망주인 레온 고레츠카도 영입 물망에 올랐다.
그 외에도 모나코의 베르나르두 실바, 킬리안 음밤페, 레알 마드리드의 마르코 아센시오 등 다양한 선수들을 문의하면서 RB 라이프치히는 이적 시장의 태풍의 핵이 되어 가고 있었다.
미래가 보장된 뛰어난 유망주들을 모두 쓸어 담을 기세였다.
독일 분데스리가 유수의 팀에서 RB 라이프치히를 성토할 정도로 그들의 이적 시장은 매우 공격적이었지만, RB 라이프치히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장차 세계적인 팀으로 만들 기회가 생겼는데,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 또다시 RB 라이프치히가 편법을 도용해 막대한 자금을 굴리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조용히 묻혀가고 있었다.
[이들 중 절반 이상만 영입되어도 우리 팀은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군.]랄프 랑닉 단장의 말에 하센휘틀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너무 지나친 이적료를 투입하기도 힘들고요.] [끄응, 돈이 있어도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게 문제일 줄이야.] [하지만 순조롭지 않습니까?]하센휘틀이 차를 마시며 그리 말하자, 랑닉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다.
랄프 랑닉은 턱을 쓸었다.
물망에 오른 선수들 중에서 과연 누가 RB 라이프치히로 오게 될지 모를 일이었다.
[굳이 필요할까요?]하센휘틀은 경험 있는 선수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시즌, 사람들은 경험 없는 이 젊은 황소들이 리그 3위를 달성하리라고 쉬이 짐작하지 못했다. 경험 없는 어린 선수들이 오히려 시즌을 망칠 것을 우려했지만, 그들은 훌륭하게 해냈고 스스로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냈다.
그런 하센휘틀의 생각과 달리 랑닉은 고개를 저었다.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는 달라. 그 압박감은 보통이 아닐세. 그리고 각 나라의 스타일 자체가 다르기도 하고. 이를 알려 줄 사람이 필요하지. 당장 자네도 경험이 없지 않은가.]랄프 랑닉의 말에 하센휘틀은 별다른 반론을 펼칠 수가 없었다.
그는 이제 겨우 7년 차 감독으로 선수로서도 챔피언스리그를 경험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도 영입해야 할까요?]가만히 생각에 잠겼던 하센휘틀의 말에 랑닉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그게 가능했다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겠지.]당장 RB 라이프치히의 입장에선 꿈의 선수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영입 목록을 바라보며 열띤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 * *
[한식은 처음 먹어 보는데 생각보다 맛있네요. 이 고기…… 이거 뭐라고 하죠?]윤석은 지금 한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이보네가 한국 음식을 먹으면서 감탄사를 터뜨리고 있었다.
어설프게 젓가락질을 하면서도 음식을 맛있게 먹는 그녀를 넋 놓고 바라보던 윤석이 그녀의 물음에 뒤늦게 놀라며 입을 열었다.
[아, 갈비. 갈비입니다.] [갈비…… 달콤하면서 맛있네요.] [갈비는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편이에요.]윤석의 말에 이보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갈비를 입으로 가져갔다.
어느덧 두 번째 데이트였다.
첫 번째 데이트는 그저 하릴없이 공원을 걷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오늘은 그녀와 함께 카페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저녁까지 함께하게 되었다.
그녀는 먹는 것도 예뻤다.
다홍빛 입술을 오므리며 깔끔하게 먹는 그 모습도 아름다웠고, 음식을 먹을 때마다 동그랗게 뜨는 그 눈도 예뻤다.
볼 때마다 넋을 놓게 만드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윤석? 뭐 해요?]말없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윤석이 먹지 않고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 것을 알아챈 이보네가 물어오자, 윤석은 그제야 젓가락을 들면서 말했다.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좋게 봐 줘서 고맙네요.]그녀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몇 번 만나고 연락을 주고받는 가운데 윤석은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적극적이었다. 스킨십과 같은 것들은 일절 하지 못하면서 하는 말들은 사람을 민망하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이 천성이 순진한지라 야하거나 노골적인 말은 절대 하지 못했다.
자신의 몸이나 외모만이 아니라 성격을 칭찬하며 자신과 같거나 비슷한 생각을 할 때마다 좋아하는 모습도 마음에 들어온다.
이 남자라면 왠지 자신을 함부로 하지 않고 오랜 시간 아껴 줄 것 같은 느낌이랄까?
보호받고 살아갈 생각 따위는 일절 없지만, 적어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 같아서 좋았다.
많은 돈을 벌면서도 검소한 것도, 그리고 자신을 과시하지 않는 것도 말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마음에 드는 것 같았지만, 그녀는 좀 더 그를 알아 가고 싶었다.
오늘 대화만으로도 그의 생각이 어떤지는 어느 정도 알게 되었지만,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의 속 이야기도 궁금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축구 선수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가 주목받을수록 자신도 남들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할 것 같았다.
[아, 맛있었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새 저녁을 해결하고 자리를 나오게 되었다.
낮과 달리 서늘해진 저녁에 그녀가 몸을 부르르 떠는 사이, 윤석은 자신의 외투를 벗어서 그녀에게 건넸다.
[아, 괜찮아요. 그렇게 춥지 않은데…….] [제가 더워서 그래요. 잠시만 입고 있어요.]윤석의 말에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물었다.
[한국에서는 이런 게 당연한가 봐요? 서슴없이 옷을 벗어주고.] [아, 그건 모르겠네요.] [네? 예전 여자 친구한테도 이런 거 아니에요?]그녀의 물음에 윤석은 말없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윤석의 모습을 보고 이보네가 눈을 게슴츠레 뜨며 물었다.
[혹시 지금까지 연애를 못 해 봤다는…… 그런 거짓말 할 거 아니죠?] [음…….] [설마…… 정말?]윤석은 얼굴을 붉혔다.
[그럴 겨를이 없었어요.] [에…… 왜요?]이보네의 물음에 윤석은 지난 과거를 잠시 떠올리다 말했다.
[우리 집은 엄청 가난했거든요. 일찍이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할머니 밑에서 컸어요. 제가 축구 선수가 된 것도 축구를 좋아하는 이유도 있지만, 가난에서 탈출해서 할머니를 모시고 싶어서였어요. 제 동생도 그렇고. 그래서 연애는 음…… 사치? 그래요. 사치였죠.] [아…….]그녀는 그의 말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도 연애 경험이 많이 없는 편이긴 하지만 그것이 살아온 환경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독일에서 흔한 이혼 가정이 아닌, 화목한 부모님 아래 컸고, 아버지는 기술자인 데다가 어머니는 선생님이었다. 부자 같은 삶은 아니어도 모자란 거 없이 풍족하게 자란 것이다.
[그렇군요……. 제가 괜한 걸 물은 건 아니죠?] [괜찮습니다. 그래도 한없이 사랑받으면서 컸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원하는 길을 가고 있잖아요.]그의 말에 이보네는 또다시 웃었다.
이 남자와 함께 있으면 이상하게 웃을 일이 많아졌다.
[아, 그리고 저…… 당분간 독일에 없을 것 같아요.] [네?]윤석의 말에 이보네는 화들짝 놀랐다.
[전지훈련을 가게 되었거든요. 프리 시즌을 해외에서 보내게 될 것 같습니다.] [아…… 그렇군요.]굉장히 아쉬워하는 윤석의 표정을 바라보면서 이보네는 태연한 척했지만, 그녀 역시 속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 남자를 더 많이 만나고 싶었는데, 당분간 그러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오니 어딘가 허전하달까? 그런 묘한 기분이 들어왔다.
[그래도 TV를 틀면 저를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런가요?] [네. 빅클럽과 친선경기를 할 예정이거든요. TV 중계도 될 거고요.]그 말에 새삼스럽게 윤석이 라이프치히의 축구 선수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그녀는 중계 일정을 확인하기로 마음먹으며 말했다.
[경기장에는 없지만, TV를 통해서 응원할게요.] [그럼 저야 고맙죠. 그러기 위해선 TV에 자주 나오게 활약해야겠네요.] [꼭 그래 주세요. 보고 싶을 거…… 아…….]이보네는 자신의 속내를 보이고 당황해 윤석을 바라봤다.
윤석은 더욱더 붉어진 얼굴로 쑥스러워했고, 그 모습을 본 이보네는 무언가에 홀린 듯 윤석의 셔츠 옷깃을 잡아당겼다.
윤석의 허리가 굽혀졌고, 자신과 얼굴을 마주하게 된 윤석의 양 볼을 손으로 감싸며 이보네는 윤석에게 얼굴을 가져갔다.
따듯하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윤석의 입술을 덮었다.
[음…….]‘아, 이런 기분이구나.’
윤석은 처음 느끼는 황홀함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지금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 이보네가 무언가에 홀린 듯 윤석의 입술을 찾았다면, 윤석은 이보네의 키스에 단단히 홀렸다.
스물한 살, 윤석의 생애 첫 키스는 바로 오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