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93)
형제의 축구-93화(93/251)
형제의 축구 93화
-동아시아 네 개 팀 친선 대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RB 라이프치히의 경기가 잠시 후 펼쳐지는 이곳은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입니다! 이야, 정말 많은 관중이 오늘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이곳을 찾아왔습니다. 4만여 명이 넘는 관중이 자리를 잡고 있어요.
-K리그에서 이런 광경을 볼 수 없는 게 아쉽긴 하지만, 오늘 경기는 그만큼 한국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맨유와 한국이 낳은 최고의 형제가 소속되어 있는 RB 라이프치히의 경기입니다.
상암벌은 연고가 없는 두 팀으로 인해 보기 드물게 구름 관중이 몰려 있었다.
오늘 이 경기는 월드 클래스 선수들, 그리고 한국이 자랑하는 최고의 선수라 할 수 있는 형제가 참여하는 경기인 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형제는 유유히 공을 주고받으면서 반대편 필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형이 좋아하는 선수라도 있어?”
정우의 물음에 윤석이 가만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나는 마이클 캐릭을 좋아해.”
“마이클 캐릭? 오, 나 들어 봄.”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마이클 캐릭은 지난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 경기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하고 코치의 길로 접어들었다. 여전히 뛰어난 패싱력을 자랑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아쉬움을 선사했지만, 그는 하위 팀으로 이적할 생각이 없었고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보내고자 했기 때문이다.
“못 싸워 본 게 아쉽네.”
윤석은 그런 선수와 싸워 보고 싶었다.
그의 패스를 직접 눈으로 보고 배우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이제 그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그의 빈자리는 여전히 많은 말이 오고가는 폴 포그바가 잇게 되었다.
그의 모습도 필드에서 보이고 있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확실한 것 단 하나,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축구 선수가 바로 그라는 것이다.
무려 1억 2천만 유로, 한화로 약 1507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이적료를 유벤투스에게 남기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돌아온 폴 포그바는 시즌 전반까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방황하다 차츰 적응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여전히 구설수가 많은 선수였다.
한국에서는 이번 경기를 앞두고 윤석과 포그바를 비교했다.
윤석으로서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미드필더로서, 그리고 팀의 핵심으로서 세계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와 비교가 되는데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길 수 있겠어?”
그런 윤석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정우가 윤석의 시선을 따라 포그바를 바라보면서 형에게 물었다. 윤석은 정우를 힐끔 바라보다 다시 폴 포그바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친선전이잖아. 얼마나 열심히 뛰겠어.”
그런 윤석의 말에 정우는 피식 웃었다. 형의 눈은 전의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제 들어가자. 준비해야지.”
“그래.”
형제가 로커 룸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경기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RB 라이프치히는 분데스리가 입성 첫 시즌에 3위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한 팀입니다. 한국에서는 한윤석, 한정우 형제가 소속된 것으로 유명한 팀인데, 사실 지금 분데스리가에서 태풍의 핵으로 불리고 있는 팀입니다. 지난 시즌 젊은 선수들만으로 3위를 기록한데 이어 이번 시즌에 공격적으로 이적 시장에 나서고 있는데 베라르디, 조나단 타, 율리안 브란트, 요나스 헥토르, 할릴로비치와 같은 젊고 유망한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전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수많은 선수들과 링크가 뜰 정도로 아직 그들의 이적 시장은 끝나지 않아 많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경우에는 이미 최고의 선수들이 대거 소속되어 있고, 우리 박지석 선수가 엠버서더로 있는 세계 최고의 구단입니다. 비록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은퇴 이후에 부침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지난 시즌 무리뉴 감독이 부임하면서 차츰 팀을 안정시키고 있죠? 오늘 경기 어떻게 전망하고 있으십니까?
-네, 둘 다 많은 관심을 부르고 있는 팀이긴 하지만 장, 단점이 분명 존재합니다. 우선 RB 라이프치히 같은 경우에는 새로운 선수들이 대거 영입되었는데, 이들 모두가 주전급 선수입니다. 이들과 기존의 선수들의 호흡이 아직까지는 잘 맞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대부분의 선수들이 젊기 때문에 경험이 부족합니다. 국제 경기 경험 자체가 없는 선수들도 많구요, 이 부분을 보완해 주고 구심점이 되어 줄 선수가 없어서 기복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감독 역시도 독일 리그 외에는 경력이 없는 젊은 감독이고요. 반대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동안 챔피언스리그에도 진출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선수들이 국제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입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초반부터 드러난 문제가 후반기에 들어서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다고 해도 여전히 완전하지 않은 팀이라는 게 문제지요. 지난 시즌 4위를 기록했지만, 순전히 운이었다는 평이 있을 정도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 줬습니다. 결과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련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우세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네, 말씀드리는 순간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아, 오늘 RB 라이프치히의 주장 완장을 차고 있는 선수가…… 한윤석 선수로군요.
-하하, 분데스리가 최초의 한국인 주장이네요. 친선전이고 한국에서 열리는 만큼 그에게 주장 완장을 달아 준 걸까요?
해설들은 윤석의 주장 완장을 단순하게 그가 한국인이고, 오늘 경기가 한국에서 열리기 때문에 팬 서비스 차원에서 달아준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선수단 내부에서는 은연중 윤석이 사실상 주장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반 시즌 동안 윤석이 보여준 모습은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는 단연 압도적이었고 그의 무게감도 보통이 아니었다. 말없이 보여 주는 그의 실력은 선수들이 의지하기에 충분했다.
그 와중에 지속적인 영입은 주장인 카이저와 부주장인 윌리 오반의 입지를 줄어들게 하고 있었다. 사실상 주장 완장을 달고 뛸 선수가 윤석일 확률이 크다고 생각하는 동료들도 있었고, 하센휘틀도 공개적으로 윤석을 세 번째 주장이라고 언급했을 정도였다.
불만은 위에 언급한 것처럼 크게 없었다.
그의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새롭게 들어온 선수들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제 막 이적온 그들에게 주장 완장을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네, 오늘의 선발 라인업을 보고 가시겠습니다. 우선 RB 라이프치히입니다.
FW 한정우, 다비젤케.
MF 사비처, 한윤석, 나비 케이타, 베라르디.
DF 헥토르, 조나단 타, 윌리 오반, 클로스터만.
GK 피터 굴라치.
이상입니다. 베라르디와 조나단 타, 헥토르, 이번에 영입된 선수 중에 세 명이 이번 경기에 뛰게 됩니다. 과연 안정적인 호흡을 보여 줄 것인지 기대되네요. 이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입니다.
FW 앙토니 마샬.
MF 레쉬포드, 폴 포그바, 후안 마타, 펠라이니, 슈나이덜린.
DF 다르미안, 에릭 바일리, 스몰링, 필 존스.
GK 다비드 데 헤아.
아, 예상외로 오늘 양 팀 모두 핵심 자원들로 구성되어 있네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이후 지속적인 보강을 통해 수비진과 중원 등을 보강할 것으로 예상되긴 하지만, 지난 시즌 후반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준 베스트 멤버 대부분을 기용했습니다. 다만 현재 중원에서 펠라이니 선수와 슈나이덜린 선수는 방출이 예상되고 있긴 합니다만…… 선수들의 명성으로 보자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압도적입니다만, RB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은 미래를 이끌 유망주들의 집합소라 불릴 정도로 지금 시점에서 시대를 이끌 재능 있는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늘 한윤석 선수와 한정우 선수의 등 번호가 지난 시즌과 다르네요.
-네, 라니 케디라 선수가 임대를 가게 되면서 그가 달고 있던 등 번호를 한윤석 선수가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만, 한정우 선수는 의외네요. 한정우 선수가 달고 있는 등 번호의 원래 주인인 유수프 폴센 선수가 이적할 가능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유수프 폴센 선수를 이적한다는 것은…… 추가적으로 공격진을 보강할 생각이란 뜻도 되겠네요.
윤석과 정우의 유니폼 등 번호는 지난 시즌과 달랐다.
프리 시즌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등 번호를 줄 수도 있지만, 등 번호는 선수의 자존심과 같았기 때문에 쉬이 에이스 넘버를 받은 선수들이 넘겨주는 법이 없었다.
사실 지난 전지훈련 기간 동안 유수프 폴센이 스스로 팀을 떠나겠다는 의견을 피력하게 되면서 이와 같이 변경된 것이었다.
그렇게 형제는 등에…….
6
HAN.Y.S
9
HAN.J.W
각각 6번과 9번을 달게 되었다.
반 시즌 만에 에이스 번호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그만큼 라이프치히가 형제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그 와중에 마침내 경기가 시작되었다. 정우는 최전방에서, 윤석은 중원에서 맨유의 선축으로 공이 오고가는 곳으로 뛰어들었다.
시작부터 친선전답지 않게 타이트한 압박이 들어갔다.
맨유는 그 속에서 패스를 주고받았다.
양 팀 모두 표정이 제법 진지했다.
RB 라이프치히는 챔피언스리그를 대비하기 위한 친선전이라고 한다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수들은 이번 시즌 팀에서 생존하기 위한 시험대나 마찬가지였다.
그 누구도 이와 같은 명문 팀, 그리고 거액의 주급을 받는 곳에서 떨어져 나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좋은 모습을 보여서 생존하고자 했다.
특히 매년 이적설이 오가는 펠라이니는 필사적인 표정이었다. 지난 시즌에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면서 내쳐질 위기에 놓인 슈나이덜린이나, 수비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리뉴의 전술 지시에 충실하고,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 남고 싶어 했다.
비록 경기력이 많이 떨어져 차츰 올리고 있는 프리 시즌이라고 하지만, 적어도 양 팀에게 있어선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상대방의 압박을 바라보는 무리뉴 감독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무리뉴 감독의 최대 과제가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RB 라이프치히는 맨유를 상대로 마치 기계처럼 압박을 가해오고 있었다.
시즌 초반 부진, 그리고 후반에도 기복 있는 플레이로 4위로 시즌을 마감한 것도 기적이라 불리던 이유가 바로 저곳에 있었다.
레스터, 그리고 세계 축구 흐름에 영향을 받은 대부분의 팀들이 최전방에서 부터 시작되는 압박을 베이스로 경기를 운영하는 것에 반해 맨유는 압박을 하거나, 받는 것에 아직도 익숙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의 주포인 즐라탄은 그런 압박에 능숙하지 못한 선수였고, 그런 그의 뒤에서 그럴 받쳐 줄 선수들 역시 압박과 수비에 능하지 못했다. 심지어 그런 재능을 가지고서도 공격 성향을 죽이지 못하는 선수도 있었다.
무리뉴도 그것을 알고 있지만, 이상하리 만치 선수단은 변하지 않았고, 본인도 그게 쉽지가 않았다.
그게 가능한 선수를 영입하고, 포그바의 공격 성향을 받쳐 줄 수비에 출중한 미드필더를 영입하는 게 이번 시즌 무리뉴의 최대 과제였다.
그 상황에서 RB 라이프치히가 너무나도 체계적인 압박을 보여 주고 있었다.
비록 베라르디가 아직 그것에 아주 능숙하지 못해서 그쪽으로 허점을 보이고는 있지만, RB 라이프치히는 오히려 그것을 노리고 그쪽으로 선수들을 몰아가고 있었다.
이미 준비된 약점은 약점이 아니라 함정이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공을 받은 펠라이니는 레쉬포드에게 공을 연결하고자 했지만, 그 순간 케이타가 코스를 가리고 장신의 펠라이니를 압도하는, 그보다 더한 피지컬의 거인이 펠라이니를 덮쳐 왔다.
당황한 펠라이니가 습관처럼 팔꿈치를 휘두른다.
윤석은 자신의 가슴 부위로 다가오는 팔꿈치를 향해 가만히 손바닥을 내밀었다.
퍽!
[쿵후?]너무나도 쉽게 공격을 막아 내면서 부드럽게 자신의 공을 빼앗아 가는 윤석을 바라보며 펠라이니가 헛소리를 지껄일 때 즈음.
공을 빼앗은 윤석을 기점으로 RB 라이프치히의 역습이 시작되었다.
윤석의 공이 사비처에게 향하고, 사비처가 공을 가지고 올라갈 때 모든 선수들이 최전방으로 빌드 업하면서 맨유를 향해 짓쳐들기 시작했다.
조나단 타와 헥토르는 비록 RB 라이프치히에 이제 막 합류한 팀이지만, 독일에서나, 그리고 원래 자신의 팀에서나 마찬가지로 전방 압박과 역습을 과제로 삼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수비 라인을 끌어 올리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도 독일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최우선으로 영입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적응 기간이 짧을 것이라는 점.
그리고 그 예상은 그대로 맞아들어 맨유를 당황스럽게 하고 있었다.
[사비처가 공을 몰고 중앙으로 파고듭니다!]사비처가 측면에서 안으로 공을 몰고 들어오자 정우는 측면으로 컷 아웃해 움직였다. 그런 정우를 경계하던 스몰링이 정우를 따라가는 순간, 맨유 수비 라인에 빈틈이 크게 생겨났고, 사비처는 기다렸다는 듯 그 빈 공간을 향해 스루 패스를 찔러 줬다.
다비 젤케가 바일리의 눈을 속이고 파고들면서 곧바로 슈팅한다.
팟!
빠르게 뻗어 나간 공을 데 헤아가 펀칭으로 걷어 낸다.
맨유의 선수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등골이 서늘해졌지만, 시작부터 화끈한 공격에 관중석에서는 함성을 터뜨렸다.
천만다행이라 생각하며 주인 없는 공을 향해 나아가던 바일리는 누군가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것을 보고 기겁했다.
무시무시한 속도의 주인공은, 역시나 한정우였다.
-RB 블리츠! 라이프치히의 번개, 한정우가 무섭게 공을 낚아채려 달려갑니다. 안도하던 맨유의 수비진이 당황해하며 서두르는 게 보이네요!
-놀랍게도 에릭 바일리보다 한정우 선수가 한발 더 빠릅니다! 엄청난 속도!
바일리도 분명 발이 빠른 선수이긴 했지만, 정우를 따라잡긴 힘들었다.
정우가 한발 앞서서 공을 잡는 사이 바일리는 정우의 앞을 향해 태클을 시도했다.
또다시 찾아오는 위기, 데 헤아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정우를 향해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사이, 골대를 향한 확실한 코스를 데 헤아가 먼저 선점한 것을 본 정우는 자신이 직접 슈팅해 골을 넣는 것을 포기했다.
에릭 바일리가 오기 전에 정우는 살며시 공을 띄워 페널티에어리어 중앙 쪽을 향해 공을 보냈다.
데 헤아가 다급하게 공의 위치를 확인하며 골대 중앙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곡선을 그리며 공이 향하는 곳에는…….
-한윤서어어억!
어느새 올라온 윤석이 자신의 앞으로 떨어지는 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실로 얼마만이던가.
윤석은 데 헤아가 지키고 있는 골대를 향해 발리로 공을 슈팅했다.
꽈앙!
자국에서 K리그를 뒤흔들었던 윤석의 캐논슛이 또다시 터져 나오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