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96)
형제의 축구-96화(96/251)
형제의 축구 96화
백곰 사냥꾼
레알 마드리드와 경기는 광저우 헝다의 경기장인 텐허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5만 8천여 명이 들어올 수 있는 이 구장은 새하얀 물결이 가득했다.
레알 마드리드를 응원하는 중국인 팬들이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RB 라이프치히의 유니폼을 입은 관중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아니,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은 숫자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장을 찾은 RB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은 그제야 긴장하게 되었다.
전혀 연고가 없는 제3의 국가인 중국에서도 레알 마드리드를 응원하는 팬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새삼스럽게 세계적인 구단의 위용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 가운데 경기가 시작되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FW 아센시오, 벤제마, 바스케스.
MF 코바치치, 크로스, 이스코.
DF 마르셀루, 바란, 페페, 다닐루.
GK 나바스.
……로 구성된 스쿼드를 내놓았다.
이에 라이프치히는…….
FW 베르너, 베라르디.
MF 사비처, 한윤석, 할릴로비치, 브란트.
DF 헥토르, 조나단 타, 오반, 클로스터만.
GK 굴라치.
……로 대항했다.
선수들의 면면이 1.5군이나 다름없는 레알 마드리드의 스쿼드였지만, 라이프치히의 베스트 11을 압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말이다.
전반 32분이 지나가는 시점에 레알 마드리드는 5분 만에 2골을 연달아 만들어 냈다.
벤제마의 연계 플레이가 빛났다.
본인이 골을 넣기보다는 공간을 만들어 내고 그 공간으로 패스를 밀어 주면서 2골 모두 어시스트를 기록한 그는 누가 뭐래도 9.5번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낸 스트라이커다웠다.
오늘 벤치에서 이를 지켜보던 정우는 혀를 끌끌 찼다.
“대단하긴 대단하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레알 마드리드에서 후보나 다름없는 선수들이라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레알 마드리드이기 때문임을 경기를 지켜보는 입장으로 보고야 알 수 있었다.
저들이 어떻게 후보란 말인가?
그렇게 멍하니 그들의 경기를 지켜보는 가운데 클로제가 정우에게 말을 걸었다.
[레알 마드리드를 직접 보니 기분이 어때?] [아, 클로제 코치.] [편하게 클로제라 불러. 아무튼, 어때?]클로제의 물음에 정우는 필드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정말 대단하다. 골을 너무 쉽게 넣는다.] [그렇게 보이는가?] [그런 거 같아요.]정우의 말에 클로제는 웃으며 벤제마를 가리켰다.
[저 선수를 잘 봐. 저 선수가 지금 2골을 만들어 낸 거니까. 그를 알고 있나?] [벤제마라는 건 알아요. 프랑스 선수죠?]축구를 모르는 정우라고 해도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를 모를 수는 없었다. 게다가 벤제마는 월드 클래스의 축구 선수가 아니던가.
[그래, 그는 프랑스 출신의 공격수지. 그를 보고 느낀 점은 없나?] [으음…… 빠른 편이네요. 저보다 느리긴 하지만. 볼을 잘 컨트롤하네요. 저보다 못하긴 하지만. 그리고…… 피지컬은 저보다 좋네요.]정우의 말에 클로제는 크게 웃었다.
그의 말이 맞았다.
이제 겨우 스무 살인 정우는 클로제가 봐도 벤제마보다도 빨랐으며, 벤제마보다 볼 컨트롤 능력이 좋았다. 아니, 단순하게 볼 컨트롤 능력만 따지고 본다면 지금 필드 위에 없는 호날두만큼 좋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뛰어난 아이였다.
아무리 기술을 기본적으로 가르친다고 하더라도 이 아이만큼 뛰어난 아이가 있을까 생각될 정도였다. 현역 시절,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던 전성기의 자신이라고 하더라도 이 아이만큼 할 수는 없었을 거다.
하지만…….
[벤제마를 잘 봐. 골을 넣는 것 외에 모든 것을. 네가 해야 할 움직임들을 그가 보여 줄 테니.]벤제마는 정우에게 많은 영감을 줄 수 있으리라 클로제는 생각했다. 그가 보기에 현역 축구 선수들 중에서 가장 이타적이고 연계 플레이가 뛰어난 선수는 벤제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우는 클로제의 말 대로 벤제마를 살펴봤다.
벤제마는 끊임없이 두리번거렸다.
동료들의 움직임을 확인하고 수비수를 확인했으며 자신이 어떻게 움직여야 위협적일지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길 몇 분.
이스코가 공을 가지고 올라오자, 헥토르와 사비처, 윤석이 이스코를 압박했고 이스코의 공이 바스케스에게 향했다. 바스케스가 헥토르의 뒤에서 측면을 타고 올라가자 조나단 타가 달려 나갔고, 그 뒤를 벤제마가 달려갔다. 벤제마를 보고서 오반 역시 그를 견제하기 움직이는 사이.
바스케스의 공이 벤제마에게 향했고 벤제마는 빙글 돌아서 오반을 확인하고 옆으로 공을 굴리다가 오반의 머리를 넘기는 패스를 보냈다.
포물선을 그리고 오반의 뒤 공간으로 떨어져 내리는 공을 어느새 올라온 크로스가 잡고서 슈팅했다.
펑! 철썩!
굴라치가 반응하기도 전에 공은 골 망을 갈랐다.
레알 마드리드가 전반 38분 만에 세 번째 골을 넣으면서 라이프치히를 농락했다.
[봐, 바스케스를 지원하면서 오반까지 유인해 공간을 만들고, 크로스는 이를 놓치지 않고 파고들어서 골을 만들어 냈지? 벤제마는 이 모든 것을 자기 머릿속에 그리고 움직인 거야. 어떻게 생각해?]정우는 클로제의 물음에 잠시 생각하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어요.]물론 충분히 가능했다.
[그렇겠지.]클로제도 이를 인정했다.
지난 정우의 경기를 보면 정우는 이런 식으로 어시스트를 만들어 낸 장면이 있었다.
[하지만 너는 고작 세 번의 어시스트를 성공시켰지.]압도적인 골 결정력을 보여 줬지만, 어시스트가 없는 것은 정우가 연계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본인이 직접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소리였다.
물론 나쁘지는 않다. 11경기에서 10골이나 넣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정우를 경계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거다.
단순히 빠른 발과 순간적으로 빛나는 축구 센스만으로 경기를 풀어 나갈 수는 없었다.
[음…….]정우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마지막 경기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4골을 넣지 못했다면 자신의 지난 시즌 커리어의 경기당 득점은 그 반으로 줄어들었을 것이다. 어시스트는 순간적으로 반짝이던 생각을 꺼내 본 것뿐이었다.
[센스만으로 축구를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네가 해야 할 게 있어.] [뭐요?] [바이에른 뮌헨에서 보여 준 모습을 꾸준히 보여 주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센스만으로는 불가능하지. 그래서 너와 같은 어린 선수가 기복이 있는 거야. 단순하게 센스만으로 축구를 하기 때문이지. 빛나는 재능이라고 하더라도 그게 매 경기 발휘될 수는 없어.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클로제는 정우의 대답을 듣지 않고 곧바로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바로 머리를 쓰는 거야.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거지. 이게 습관이 되어야 해.]그리고 벤제마를 가리켰다.
[벤제마는 매 경기 머리를 쓰기 때문에 매 경기마다 저런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거야.] [그런가요?] [물론, 그도 죽을 쑤는 일이 있지. 그건 그가 너보다 센스가 뛰어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 두자. 너는 벤제마 이상이 될 수 있어, 그지?]정우는 클로제의 말에 히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클로제는 그런 정우의 모습을 보고 마주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경기를 지켜보면서 무언가 영감을 받아 줬으면 했다.
그 가운데 필드에서는 윤석이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오반이 있음에도 오늘도 그가 주장 완장을 달고 있었다.
사실상 오반의 부주장 자리가 그에게 인계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하센휘틀은 윤석이 제3주장임을 못 박았다. 이번 프리 시즌에서 그가 주장으로서 익숙해질 수 있도록 주장완장을 달도록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게 사실인지 어떤지 몰라도 윤석은 주장으로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
3골이나 먹으며 기가 죽은 수비수들을 독려했다.
그러면서도 할릴로비치와 브란트에게 좀 더 타이트하게 압박하도록 지시했다.
브란트나 할릴로비치나 드리블이 뛰어난 선수였지만, 공격적인 성향에 반해 수비적인 능력이 많이 떨어졌다. 그나마 브란트는 연계 능력이 좋긴 했지만, 두 선수 모두 압박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윤석의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두 선수는 우습게도 윤석보다 한 살이 더 많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윤석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특히 할릴로비치는 자신이 하지 못하는 부분을 모두 커버하고 나서는 윤석에게 실력으로 기가 죽어 있었다.
어리지만 어린 것 같지 않았다.
그런 생각은 조나단 타나 오반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사실 이 자리에 모든 선수들이 윤석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모두 그의 지시를 따르고 있었다.
[공을 뺏기지 마!]윤석의 외침과 함께 다시 시작된 경기에서 선수들은 더욱더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공은 윤석에게 집중되었다.
윤석은 그 공을 가지고서 차츰차츰 앞으로 전진했다.
그가 보기에 레알 마드리드는 크로스를 제외하고 중원의 선수들은 수비력이 뛰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부분을 다닐루와 마르셀로가 중원에 가세해 수적 우세로 메꿔 주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기회가 생긴다.
윤석은 중원으로 선수들을 잔뜩 끌어 모은 뒤 전방으로 롱패스를 보냈다.
바짝 위로 올라온 수비 라인의 뒤로 떨어지는 공을 향해 베라르디와 베르너가 분주하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페페와 바란은 그런 그들의 속도를 감당해 낼 수 있는 선수였다.
그리고 매우 호전적인 선수들이었다.
거침없이 두 공격수에게 붙으면서 그들을 방해하면서 공을 갖지 못하게 만든다.
그사이 나온 나바스가 공을 걷어 내면서 다시 레알 마드리드의 역습이 시작되었다.
중원으로 떨어지는 공을 향해 크로스와 이스코가 달려온다.
윤석도 그것을 보고 질세라 분주하게 달려 나가면서 할릴로비치에게 올라가도록 지시했다.
할릴로비치가 필요하지 않았다.
공중 볼은 그를 당해 낼 자가 없었다.
가뿐하게 공을 따 내면서 근처에 있는 할릴로비치에게 공을 연결하고 자신도 착지하는 순간 위로 올라갔다.
할릴로비치는 코바치치가 달려오자 그를 경계하면서 앞으로 나서는 윤석에게 다시 공을 밀어 줬다.
윤석이 과감하게 전진하기 시작하자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이 모두 올라가기 시작한다.
페페와 바란이 수비 진영에서 미처 올라오지 않아 골대 앞을 지켜 내고 있었기 때문에 윤석은 수적 우위로 그들을 분산하고자 최전방까지 공을 몰아갔다.
페페가 그런 윤석에게 달려들어 왔다.
윤석은 페페를 보고 그를 피해 대각선으로 움직였다. 페페가 그런 윤석의 옆에 붙었다.
아무리 파이팅이 좋은 페페라고 해도 윤석은 이길 수 없었다.
윤석은 페페를 달고서도 꾸역꾸역 올라갔다.
그사이 크로스가 뒤따라와 페페를 지원했지만, 그래도 소용없었다.
모든 수비수들의 시선이 윤석에게 집중되는 사이, 윤석은 오른쪽으로 공을 몰고 가면서 바란마저 유인해 오른쪽에 선수들을 집중시킨다.
다닐루가 사비처를 견제하느라 빈 공간이 생겨났다.
윤석은 그 공간을 노리고 공을 밀어 넣었다.
베르너가 파고들어 윤석의 패스를 받아 냈지만, 터치가 좋지 못해 한 박자 늦으면서 다닐루가 따라잡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줬다.
다닐루를 달게 된 베르너는 중원 침투를 포기하고 다닐루가 떨어진 틈에 좌측 라인을 타고 올라가는 사비처에게 공을 패스했다.
사비처가 공을 받고 페널티에어리어 중앙을 바라봤다.
그 한 박자 사이에 바란과 페페가 페널티에어리어 안을 장악하고 있었다. 베라르디가 있긴 했지만 어림도 없어 보여 망설이는 사이…….
[사비처!]그런 사비처에게 윤석이 외쳤다.
윤석은 페널티에어리어 바로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크로스가 윤석을 견제하지만, 사비처는 윤석을 믿고서 윤석에게 크로스를 올렸다.
날카로운 크로스가 윤석의 앞에 떨어지는 순간, 크로스는 윤석이 공을 받는 것을 방해하려 했지만 윤석은 장승처럼 버텨 내면서 발끝으로 공을 건드려 공을 옆으로 흘렸다. 그리고 크로스를 밀어 내고 빙글 돌면서 오른발로 힘껏 공을 슈팅했다.
꽈앙!
치명적인 중거리 슛이 골대를 향해 뻗어 간다.
정확하게 공의 중앙을 때린 공은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나바스의 손을 피해서 골 망을 갈랐다.
골이 들어가는 순간 윤석은 그 자리에서 포효했다.
레알 마드리드가 백곰 군단이라 불리는데, 이 자리에서 윤석은 그보다 더하다는 흉포한 코디악베어를 보는 듯했다.
[윤석은 정말…….]하센휘틀은 혀를 내둘렀다.
[대단한 선수네요.]클로제가 옆에서 그리 말하자 하센휘틀이 답했다.
[나는 현역 최고의 미드필더를 꼽자면 한윤석이라고 말할걸세. 포그바? 크로스? 그들을 줘도 윤석과는 바꾸지 않을 거야.]윤석은 지난 시즌과는 또 다르게 무섭게 성장해 있었다.
흉포한 곰이었다.
자신이 하고자 하면 힘으로라도 그리 만들 수 있는 괴물.
그런 선수에게 지능과 기술까지 선사했으니 누가 당해 낼 수 있단 말인가.
패스와 기술이 아무리 좋은 선수라고 하더라도 윤석이처럼 할 수는 없을 거다.
[레알 마드리드가 기세가 꺾이진 않았지만, 우리 선수들도 이번 골로 기운을 좀 차린 것 같군.]하센휘틀은 선수들의 표정을 확인하고 뒤를 돌아봤다.
어느새 클로제가 정우와 다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전반을 잘 버텨 준다면 후반에는 정우를 투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정우, 후반을 위해 몸을 미리 좀 풀어 둬.]감독의 말에 정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러닝하기 시작했다.
정우가 관중석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중국 관중이 정우를 알아보고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중국에게 악몽을 선사한 그 선수가 아니던가.
누군가는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그의 콧대가 꺾이길 바라고 있을지도 몰랐다.
빵즈, 빵즈 하는 소리도 들리는 것 같아 정우는 흘끔 관중석을 바라보다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이 사람들 보게나.”
누군가 자신이 잘 안 되길 바란다면 오히려 더 승부욕을 발휘하는 정우는 후반에서 오히려 자신을 욕하는 중국 관중의 콧대가 꺾이길 바라며 차분하게 몸을 풀어 갔다.
그 가운데 필드에서 윤석은 골을 넣은 뒤에 선수들을 잘 독려하면서 수비에 집중하도록 했다. 굳이 자신이 나서서 소리치지 않아도 알아서 해 주는 윤석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워하는 사이, 어느덧 전반전이 마무리되는 휘슬 소리와 함께 선수들이 필드 밖으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자, 제대로 백곰 사냥에 나서자.]하센휘틀은 로커 룸 안으로 들어온 선수들에게 그리 말했다.
비록 스코어는 2점 뒤지고 있지만, 하센휘틀은 선수들에게 자심감을 심어 주고 싶었다.
[다들 진다는 생각을 하지 마라. 친선전이라고도 생각하지 마라. 비록 이번 친선전에서 우리는 두 번이나 패했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이기자. 챔피언스리그를 생각한다면, 아직 호날두도 가레스 베일도 나오지 않은 저 팀을 상대로 패배라도 당한다면 우리의 포부를 모두가 비웃지 않겠나?]하센휘틀의 말에 선수들이 전의를 불태웠다.
선수들의 외침을 들으며 하센휘틀은 주먹을 굳게 쥐었다.
하프타임을 가지고 로커 룸을 빠져나가는 사이.
윤석과 정우가 나란히 걸어가는 가운데 클로제가 형제를 보고, 정확히는 정우를 보고 물었다.
[상대는 레알 마드리드다. 떨리지 않나?]정우는 클로제를 바라봤다. 그리고 형을 바라봤다.
“형, 떨렸어?”
“어. 이겨 보고 싶어서 흥분으로 떨렸지.”
윤석이 그리 말하자 정우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떨리고 있었다.
두려워서?
아니다.
“그렇네.”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한 마리 야수를 닮은 눈빛을 빛내며 정우가 말했다.
[우리나라에 곰탕이라는 게 있는데, 저 그거 좋아해요. 그럼 재료를 잡으러 가야죠.] [음…….]클로제는 전혀 긴장하지 않는 정우를 보고 눈을 빛냈다. 좋은 멘탈이었다.
“곰탕은 소로 만드는 거야, 등신아!”
“알아, 조크 몰라 조크?”
알 수 없지만 표정으로 봐도 농담을 나누는 걸로 짐작되는 형제를 보며 클로제는 이번 경기에서 어쩌면 그들의 말대로 백곰 군단이 사냥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