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ther's Soccer RAW novel - Chapter (98)
형제의 축구-98화(98/251)
형제의 축구 98화
16-17 시즌 개막
결국 레알 마드리드와 친선전은 5 대 3으로 RB 라이프치히가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라이프치히가 넣은 3골 중에서 1골을 어시스트하고 2골을 넣은 정우는 어리지만 뛰어난 재능으로 중국인들마저 사로잡았다.
하지만 로커 룸으로 들어온 정우는 분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아, 호날두 이길 수 있었는데.] [그래도 네가 공격 포인트는 더 많이 기록했네.]윤석의 말에 정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래도 경기는 졌잖아. 아쉽다.]그 말을 할 때 하센휘틀이 로커 룸으로 들어왔다. 정우의 말을 들은 하센휘틀은 말했다.
[친선전일 뿐이다. 너무 분해하지 마라. 다시 만날 수도 있으니까. 그때 가서 복수해 주면 되는 거야.] [다시 만난다라…….]챔피언스리그가 떠오른다.
RB 라이프치히의 새로운 도전.
잘한다면 그곳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그때에는…….
[반드시 이기자. 그러니 오늘 경기는 그저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해 둬라. 나는 이번 친선 대회에서 너희들에게 가능성을 봤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비록 3전 전패를 기록했지만, 지금의 팀으로 그 세 팀에게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 준 것에 하센휘틀은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된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새롭게 유입된 선수만 무려 여섯 명이었다. 그 선수들은 모두 하나같이 주전급 선수들이었고, 그 선수들과 팀워크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음에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팀워크가 올라오고 선수들의 경기력이 오른다면…… 어쩌면…….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하센휘틀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렇게 전지훈련을 마무리 지은 라이프치히는 독일로 복귀하게 되었다.
그 시점에 맞춰서 코타베그에 아르옌 로벤이 합류했다.
로벤에 이어서 AS로마의 수비수인 안토니오 뤼디거를 영입했다.
그 둘의 합류로 사실상 RB 라이프치히의 이적 시장이 마무리되었다.
랑닉 단장은 더 많은 선수들을 물색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시점에서 라이프치히가 사용할 수 있는 이적료가 한계가 있었다. 구단을 지원할 레드불의 돈이 마른 게 아니라 법 안에서 허용할 수 있는 한계치가 있었던 것이다.
그 가운데 독일로 돌아온 형제는 오랜만에 집 밥다운 집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이야, 진짜 한국을 가도 이 김치찌개는 먹을 수가 없단 말이지.”
정우는 얼큰하면서도 진한 할머니의 김치찌개를 맛보면서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윤석은 정우의 옆에서 할머니가 해 준 비지찌개를 먹고 있었다. 자주 먹던 음식이 아니건만 이상하게 이번 전지훈련 내내 할머니가 해준 비지 찌개가 아른거렸다. 모처럼 할머니에게 부탁해 비지찌개를 실컷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각자 좋아하는 찌개에 쓱쓱 밥을 비벼서 먹는 형제를 할머니는 흐뭇하게 바라봤다.
“구단서 밥들을 안 먹였누, 걸뱅이 들린 것처럼 먹누?”
“나는 동남아나 중국 요리는 별로더라. 짜장면은 맛있어서 기대했는데, 중국 요리는 엄청 느끼해. 김치찌개 해 달라고 한 게 괜히 그런 게 아니야 할무이.”
“그렸누? 흘흘, 한국인은 한국 음식이 최고지. 많이 먹어라.”
“응응!”
정우는 한 움큼 입안으로 밥을 욱여넣었다.
“그나저나 우리 윤석이 선자리 알아봤는디, 참한 여자든디 한번 만나 볼 텨?”
“풉!”
윤석은 할머니의 말에 먹던 것을 뿜어냈다.
“아씨, 형 더럽게!”
“쿨럭, 미, 미안. 하, 할머니, 쿨럭, 선이라뇨? 갑자기 무슨…….”
“내 죽기 전에 우리 장손이 결혼하는 거 보고 죽을라 하는디, 당최 연애는 관심두 없으니.”
할머니의 말에 윤석은 얼굴을 붉혔다.
“저 이제 스물한 살인데…….”
“나이가 문제여? 요즘 시상에 니만치로 벌면 결혼이 뭔 문제여!”
“할머니……!”
윤석이 드물게 할머니한테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정우는 비실비실 웃음을 흘리다가 할머니에게 말했다.
“할머니, 걱정 마요. 우리 형 얌전한 고양이였어.”
“그게 무신 소리여?”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며?”
“잉?”
할머니는 정우의 말을 듣고 되새겨 보다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윤석을 바라봤다. 할머니의 시선에 윤석이 얼굴을 붉힌다.
“여자 친구가 생겼누?”
“엄청 예뻐! 엄청!”
정우의 말에 할머니가 윤석의 팔뚝을 때렸다.
“아야!”
“덩치가 산만 한 놈이 엄살은! 이 할미한테 그럼 여자 친구가 생깄다 말을 해야지, 말을!”
“아이, 그게…….”
“뭘 그게여! 얼마나 되었어!”
할머니의 탐문이 계속되자 윤석은 못 이긴 척 입을 열었다. 윤석의 말을 유심히 듣던 할머니는 탕, 하고 식탁을 치며 말했다.
“데리고 와 봐라.”
“네에?”
“한번 데리고 와야지. 이 할미가 괜찮은 아인지 아닌지 봐야 하지 않겠나!”
할머니의 말에 윤석은 머리를 긁적였다.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러니 데려오라 하지! 편하게 보자는 겨! 편하게!”
정우는 그런 할머니의 모습에 웃으면서 말했다.
“결코 편하게 보자는 거 같지가 않은디 할무이?”
“떽! 넌 밥이나 묵어!”
“넵.”
뭐가 그리 궁금한지 여자 친구를 보고 싶어 하는 할머니의 등살을 못 말리고 윤석은 결국 데리고 오겠다 약속하게 되었다.
“아…… 어떻게 말하지.”
하지만 약속과 달리 윤석은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서양인들은 집으로 초대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지만, 한국에서는 가족들 앞에 여자 친구를 소개하는 것이 큰 의미였기 때문이었다.
아니, 적어도 윤석이에게는 그랬다.
그래서 선뜻 이보네에게 말하기가 망설여졌다.
그런 윤석의 침대에서 뒹굴거리고 있던 정우가 말했다.
“뭘 어떻게 말해. 그냥 부르면 되지. 뭐 어렵다고, 그게.”
“그런가?”
윤석은 생각에 잠겼다.
그래, 그냥 가족들을 소개하는 것뿐이야. 어려운 일이 아니잖아? 저녁에 식사 정도 같이 하는 일인데.
마음은 그렇게 먹고 있는데…….
왠지 그녀에게 부담이 될 것 같아서 쉬이 문자나 전화를 하지 못하고 윤석은 생각에 잠겼다.
그런 윤석을 바라보며 정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런 양반이 어떻게 고백은 했는지 몰라.”
“뭐, 내가 어때서.”
“연애를 하면 뭘해? 아직도 숙맥 같은데. 형, 손은 잡아 봤어?”
“당연하지, 그런 것도 못 하겠냐, 형이?”
“그럼 키스는?”
“훗.”
윤석이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을 보고 정우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오, 우리 형 대단한데?”
“형도 남자다. 그 정도쯤이야.”
“그래? 그럼 자 봤어?”
“……아직 그러기엔…… 좀 이르지 않나?”
“햐, 무슨 쌍팔년도 사람도 아니고, 요즘은 안 그렇다는데?”
정우의 말에 윤석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형은 그런 생각 안 한다. 지켜 주고 싶어.”
“우웩.”
정우는 형의 말에 질색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
“내 방에. 이 방에 있으면 순진병이 옮을 것 같아.”
정우는 그리 말하며 방문을 열었다. 그런 정우를 바라보면서 윤석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넌 자 본 것처럼 말한다?”
“훗, 톱 시크릿.”
정우는 그리 말하며 방을 빠져나갔다.
윤석은 비밀이 생겨 버린 정우의 빈자리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저 자식 저러다가 사고 쳐서 결혼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아마 그렇게 되면 할머니에게 모처럼 등짝을 맞을지도 모를 일이다. 할머니는 나이를 생각하면 상당히 개방적인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지킬 건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는 사람이었다.
“하긴 뭐 워낙 여우같은 녀석이니까, 알아서 잘하겠지.
자신이 곰 같은 사람이라면, 정우는 천상 여우라며 반반한 얼굴로 여자 몇은 홀리고 다닐 거라고 말씀하시던 할머니를 생각하며 윤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덧 그가 정해 놓은 취침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윤석은 11시쯤에 잠을 청하지만, 정우는 새벽 2시는 되어야 잠을 잔다.
하루 8시간, 그리고 낮잠 1시간의 취침을 강조하는 윤석과 달리 정우는 밤잠이 없어서 밤늦게까지 혼자 놀다가 늦게 일어나는 편이었다. 억지로 정우의 생활을 바꿔 보려 했지만, 그러면 자신과 달리 오히려 컨디션이 저조한 정우였다.
항상 함께 커 왔지만 많이 다른 형제였다.
각자 다른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에 묘한 기분을 느끼며 윤석은 어느새 잠이 들었다.
* * *
다음 날 아침 일찍 형제는 코타베그로 나섰다.
여전히 게르트가 운전을 대신하긴 하지만 이제 형제가 타는 차는 에이전시의 렌트카가 아니라 윤석이 산 차를 타고 다니게 되었다. 윤석이 구매한 차량은 국산 차인 QM 시리즈였다.
차 욕심이 없어 굳이 비싼 차를 사고 싶지 않았다.
스승인 송진호에게 차를 사 준 것은 결코 아깝지 않았지만, 자신에게 비싼 차는 아까웠다.
“아, 면허를 따야 하는데.”
윤석은 보조석에 타면서 그리 말했다.
바쁜 일정 때문에 아직도 면허를 취득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차 살 때 되면 면허 딸래.”
정우는 윤석과 달리 차 사는 것을 미뤘다.
형처럼 차 욕심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오래 탈 생각으로 좋은 차를 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차를 타고 머지않아서 코타베그 훈련장에 도착했다.
훈련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했는데도 선수들이 제법 많이 와 있었다.
옷을 갈아입고 훈련장으로 걸어 들어가는데, 젤케가 반가운 얼굴로 손을 흔든다.
[정우! 오늘 클럽 갈 건데 너도 갈래?] [오, 클럽?] [어어, 이제 시즌 시작하면 클럽 갈 시간도 없을 거야. 마지막으로 불태워 봐야지?] [그거 좋지!]정우는 젤케와 함께 노는 시간이 많아졌다.
정우는 젤케와 율리안 버크, 그리고 나비 케이타와 자주 어울려 다녔는데 동료들 중에서 가장 장난이 심한 무리가 되었다.
“가서 또 골든 벨 같은 거 울리기만 해 봐라.”
윤석은 좋아하는 정우에게 엄포를 놓았다.
“안 그래. 요즘은 과음도 안 해. 취하기 전까지만 마시고 춤추고 놀아. 그거 알아 형? 나 춤 짱 잘 춰.”
정우는 그리 말하면서 가볍게 스텝을 밟는다.
“좋겠다, 춤 잘 춰서. 으이그.”
“이것도 훈련이야, 훈련. 민첩성 훈련.”
“같다 붙이면 뭔들…….”
형제가 훈련장 위에서 몸을 풀면서 투닥거리는 사이 훈련장에 또 다른 선수가 들어왔다.
이번에 새롭게 이적해 온 로벤이었다.
정우의 시선이 절로 로벤에게 향한다.
하센휘틀이 로벤이 이적하면서 정우에게 그에게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라고 강조한 탓이었다. 로벤은 정우가 자신을 바라보자 씨익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버지뻘 같아.”
정우는 그런 로벤을 바라보며 안타깝게 말했다.
노안의 대명사, 로벤은 실제로 보면 더 나이가 많아 보였다.
[일찍 왔네, 로벤?]정우는 서슴없이 로벤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훈련하기 전에 몸을 풀어 둬야 하니까. 스트레칭을 잘해 둬야 부상을 당하지 않아.] [아…….]정우는 속으로 그런 분이 왜 그리 자주 부상을……이라고 생각하며 로벤의 옆에서 로벤을 따라 스트레칭하기 시작했다.
그런 정우를 로벤이 흘끔 바라본다.
잘생긴 소년이 자신을 보며 히죽 웃고 있었다. 아무리 많이 쳐줘도 열일곱 살 정도로 보일 정도로 앳된 이 소년은 자신과도 인연이 있는 한국에서 왔다고 한다. 박지석과 이형표, 아인트호벤 이후로 인연이 없긴 했지만 그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한국인들을 생각하면 상당히 다른 느낌이었다.
당돌하고 저돌적인 게, 그가 알고 있던 동양인, 한국 사람들과 많이 달랐다.
[도움을 주라 했던가…….] [응?] [아니야. 런닝할래, 같이?] [으응!]로벤은 정우와 함께 뛰기 시작했다.
가볍게 시작한 달리기였지만, 어느 순간 정우가 자신을 앞질러 가자 로벤이 속도를 올려 정우를 지나쳐 갔다. 그걸 본 정우는 눈을 빛내더니 다시 로벤을 앞질렀다.
[이것 봐라?]로벤은 눈썹을 꿈틀 거리며 다시 속도를 높였다.
런닝은 어느새 달리기 시합이 되어 버렸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누가 더 빨리 달리는지 가늠하는 장이 되어 버렸다.
그것을 지켜보던 라이프치히의 선수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로벤과 정우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둘 다 승부욕이 강한지라 절대로 뒤처지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우는 최고 속도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달려도 일정한 속도를 자랑했다. 점차 로벤이 뒤처지기 시작하면서 승부가 마무리되었다.
정우는 옆에서 따라오던 로벤의 발소리가 줄어들자 뒤돌아 로벤을 바라봤다.
[헉, 헉.]로벤이 땀을 흘리며 숨을 몰아쉬며 정우를 바라봤다.
정우도 숨이 가빴지만, 만면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있었다.
[내가 제일 빨라!] [그래, 졌다, 자식아.]로벤은 그리 말하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살면서 달리기로 축구 선수에게 져 본 게 얼마만이던가.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하지만, 이상하게 웃음이 나왔다.
[내가 이젠 늙었나 보다.]늙어서 예전 같은 승부욕이 나오지 않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기대는 되었다.
다가오는 새로운 시즌의 분데스리가가 말이다.
세계 최강으로도 손꼽히는 뮌헨을 외면하고 이곳에 왔지만, 전혀 아쉽지 않았다.
오히려 그곳을 꺾고 새로운 역사를 써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즐거웠다.
[분데스리가에서 처음 보낸 시즌 때보다 지금이 더욱더 기다려지네.]10년을 가까이 보내 온 분데스리가가 지겨울 법도 한데, 모처럼 설레는 기분에 로벤은 즐겁게 웃었다.
그렇게 새로운 시즌이 다가왔다.
RB 라이프치히가 개막전을 맞이한 것이다.